‘디지털 사후 컨설턴트’의 등장…AI 시대의 ‘슬픔 기술’

[AI요약] 챗GPT와 같은 AI의 빠른 발전으로 인해, 남겨진 가족과 지인의 슬픔을 위로하는 디지털 사후 비즈니스가 등장했다. 기업들은 고인의 음성과 이미지, 영상을 활용해 남은 가족의 슬픔을 위로하지만, 일각에서 목적을 위해 고인의 디지털 정보를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인의 중요한 기억 보존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히어에프터AI. (이미지=히어에프터AI)

죽은 사람은 묘지에 묻혔다. 그러나 AI 시대, 이제 죽은 사람은 우리의 일상적인 ‘장치’에 살아있으며 주머니에 보관된다.

인공지능(AI) 활용한 ‘슬픔의 기술’과 비즈니스에 대해 더가디언즈 등 외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챗GPT(ChatGPT) 사용해 사랑하는 사람과 작별 인사를 나눈 이야기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증했다. 일부 챗GPT 사용자들은 사망한 가족과 주고받은 전화 음성 메시지, 문자메시지, 페이스북 채팅 메시지 등을 챗GPT 플랫폼에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를통해 사용자들은 사망한 가족의 목소리를 듣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슬픔을 위로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고인의 권리와 죽음의 의미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제기한다. △사망한 가족의 AI 메시지는 실제 나의 가족인가? △우리가 사망한후 AI가 우리의 성격을 모방하는 것을 막을 권리가 있는가? △살아있는 사람이 인공지능 봇의 흉내 내는 말에 위로를 받는다면, 사망한 사람은 어떤 면에서 아직 살아있는 것인가? 등과 같은 질문이다.

그러나 가족이 갑작스럽게 사망해 슬픔을 받아들이기 힘든 남은 가족 구성원들에게 고인의 음성과 메시지는 그 슬픔을 처리하는데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고인의 죽음을 종결짓기 위한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2013년까지 페이스북은 플랫폼의 제안 기능을 통해 죽은 친구나 친척을 상기시키는 메시지를 받은 사용자로부터 불만을 접수한 후 죽은 자를 위한 추모 프로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부 플랫폼도 죽은 자를 추모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지난 5월 일론 머스크 트위터 CEO는 “몇 년 동안 전혀 활동하지 않은 계정을 삭제할 것”이라고 트윗한 후 심한 비난을 받았다. 많은 사용자가 사망한 가족의 흔적이 남은 트위터를 보관하며 추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디지털 기념관’은 대부분 남은 사람을 위한 카타르시스의 장소였다. 고인의 친구나 가족이 페이지에 댓글을 올려 상실감과 슬픔을 표현하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AI를 통한 양방향 대화의 가능성 열렸다.

종종 ‘슬픔 기술’이라고 불리며 급성장하는 ‘디지털 사후 컨설턴트’ 분야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디지털 방식으로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죽음을 덜 고통스럽게 느끼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VR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을 만나다’ 중 한 장면. (이미지=MBC ‘당신을 만나다’ 갈무리)

이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외신은 2020년 한국에서 한 어머니가 사망한 7세 딸을 VR 기술을 통해 만나는 모습을 담은 VR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을 만나다’를 크게 주목했다.

어머니는 딸에게 자신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이야기하며 눈물을 쏟았으며, 이들은 생일 케이크를 나누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어머니는 딸의 모습이 구현된 기술로 슬픔을 위로하지만, 사실 어머니는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녹색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스튜디오에 서 있다.

중국의 디지털 장례 서비스 회사인 상하이푸쇼윤(Shanghai Fushouyun)은 인기 있는 AI 이미지 생성기인 미드저드(Midjourney)와 같은 기술을 사용해 고인의 목소리, 외모, 기억을 모방해 대형 TV 화면에 고인의 실제와 같은 아바타를 전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은 이를 통해 소중한 이들과의 특별한 추억을 되살리며 마지막 이별을 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인터랙티브 메모리 앱인 히어에프터AI(HereAfter AI)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해 죽은 후에 대화식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남겨진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장 중요한 기억을 보존하도록 돕는다.

히어에프터AI의 공동 설립자인 제임스 블라호스는 그의 아버지가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직후인 2016년에 플랫폼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대규모 구술 역사 녹음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는 아버지의 목소리와 이야기, 성격과 기억을 보다 상호 작용적인 방식으로 유지할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블라호스는 그의 아버지의 대학 졸업후 첫 직장, 첫사랑, 변호사가 되기까지 과정 등 아버지의 주요 기억을 기록했다.

이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은 고인이 사전에 촬영한 비디오, 음성 녹음 등을 통해 고인의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 남은 가족은 고인에게 ‘첫 직장’과 같은 질문을 하고, 고인의 살아생전의 목소리로 답변을 들을수 있다. AI는 사용자가 묻는 질문을 해석하며, 이는 아바타 제작자가 기록한 해당 콘텐츠를 찾는 데 사용된다. 해당 서비스는 고인이 죽기 전 허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처럼 새롭게 등장한 슬픔기술은 많은 기술 윤리학자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사람의 슬픔을 도울 때 기술이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리나 라이쿠 산타클라라대학교 인터넷 윤리프로그램 책임자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품위 있을 권리가 있다”며 “슬픔기술들은 고인의 목소리와 이미지를 일종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은 자신의 이미지와 음성이 이런식으로 사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AI가 이미 세상을 떠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치료사이자 슬픔 컨설턴트인 메간 디바인은 “사람들의 슬픔을 돕는 것에 대한 의미는 그 누구도 결정할수 없다”며 “슬픔기술이 당신을 위로하고 어떤식으로든 긍정적으로 살아갈수 있게 돕는다면 다행이지만, 오히려 슬픔기술에 중독돼 삶을 제대로 영위할수 없을 경우에는 좋은 사용사례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znry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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