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디스플레이 최고 재생률 540Hz···1000Hz 가려면?

20년 전 컬러 액정표시판(LCD)이 브라운관TV용 음극선관(CRT) 디스플레이의 주사율(재생률)을 앞지르기 시작한 이래로 컴퓨터 모니터 성능은 엄청나게 향상됐다. 하지만 지금 사용하는 LCD 모니터의 움직임 성능은 대부분 이미지를 매초 60번 새로 고치는 60Hz 재생률을 보인다. 고급 스마트폰에서 60Hz 재생률을 넘어선 것이 불과 3년 정도 밖에 안된다. 삼성전자가 2020년 120Hz 재생률의 OLED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최근 나온 PC용 모니터는 무려 540Hz 재생률을 보인다. 최근 급속한 발전을 보이는 디스플레이 재생률 진전과 전자업계가 내놓은 최고 재생률 디스플레이 현황과 향후 발전 가능성 및 이를 위한 과제 등을 살펴봤다. IEEE스펙트럼, 더버지, TFT센트럴, 테크레이더 등을 찹고했다.

스마트폰, 삼성 갤S20 120Hz에서 샤프 아쿠오스 R8의 240Hz까지

삼성전자는 2020년 발표된 갤럭시S20(왼쪽) 모델부터 120Hz 재생률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사진=삼성전자)
2021년 9월 발표된 아이폰 13 프로는 120Hz 주사율 디스플레이를 가진 애플의 첫번째 스마트폰이다. (사진=애플)
샤프의 최첨단 아쿠오스 R8(Aquos R8) 스마트폰은 IGZO(Indium Gallium Zinc Oxide) OLED디스플레이를 사용하며 최대 240Hz의 재생률을 제공한다. (사진=샤프)

스마트폰에서는 삼성전자가 2020년 기존 OLED디스플레이 재생률을 60Hz에서 120Hz로 향상시켰다. 그러자 이듬해 애플이 아이폰13 프로 버전에서부터 120Hz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면서 추격해 왔다. 화면은 넘김이 이전보다 훨씬 더 부드러워졌다.

이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높은 재생률 경쟁은 올해 5월 샤프가 최신 아쿠오스 R8 스마트폰을 통해 최대 240Hz의 재생률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불붙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이 자사 스마트폰을 클라우드 게임기로 활용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이같은 재생률 높이기 노력은 더욱더 불을 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생률 높이는 데 따른 과제

에이수스는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500Hz 엔비디아 G-싱크 게임디스플레이를 발표했다. 기존 240Hz 디스플레이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선언인 셈이다. 올해 1월 에이수스 ROG스위프트 프로 PG248QP로 불리는 540Hz 디스플레이를 발표했다. (사진=에이수스)

그렇다면 가장 이상적인 디스플레이는 어느 정도 수준의 재생률을 가리키는 걸까.

높은 재생률 모니터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e스포츠용(게임)으로 만들어진 모니터들에서 보인다.

높은 재생률을 보이는 PC 모니터 가운데에는 우선 에이수스의 27인치 240Hz 1440p OLED 게임용 모니터가 있다. 또한 360Hz 모델로 있다.

하지만 이미 500Hz 디스플레이 경쟁은 에이수스, 델 두 회사의 각축전에 지난달 대만 에이서 가세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3파전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에이수스는 지난해 5월 세계최초로 500Hz 엔비디아 G-싱크 게임 디스플레이를 선보인데 이어 올해 1월 540Hz 디스플레이(TN패널)를 발표했다.

델 테크놀로지스도 500Hz 재생률을 가진 에일리언웨어 AW2524H 디스플레이(TFT패널)를 선보이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에이서가 중국 시장을 겨냥한 540Hz 재생률을 가진 디스플레이를 판매하기 위해 중국 소매 유통업체 타오바오 등록까지 마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진=에이서)

두 회사의 고 재생률 PC모니터 경쟁에 가세한 것은 에이서다. 이 회사는 최근 540Hz의 놀라운 재생률을 자랑하는 새로운 새로운 게임 모니터 ‘니트로 XV242F’를 중국 시장용으로 판매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이 모니터가 중국 소매 유통업체 타오바오에 등록되면서 드러났다.

TFT센트럴에 따르면 24.1인치 화면에 TN 필름 패널, FHD 해상도, 1밀리초 응답 시간을 갖는다. 이는 프로 게이머용이며 에이수스의 500Hz+ 모니터인 에이수스 ROG 스위프트 프로 PG248QP와의 경쟁 제품으로 보인다. ‘니트로 XV242F’ 써드파티 리스트에 따르면 이 모니터는 400니트의 밝기, 1000:1 명암비, 99% 표준 RGB 및 90% DCI-P3 색상 범위, 10비트 색 깊이를 가진 AU 옵트로닉스 디스플레이 패널 등을 갖추고 있다. 사실상 에이수스의 ROG 스위프트 프로 PG248QP와 모든 사양을 공유한다. 단 에이서는 자사 모니터가 에이수스와 달리 엔비디아 G-싱크 프로세서가 없으며 대신 엔비디아 G-싱크와 호환된다고 설명되고 있다.

리 윤 델 테크놀로지스 디스플레이 담당 부사장은 “이상적인 디스플레이가 가장 빠르고 부드러운 그래픽을 의미한다면 500Hz 재생률이 현재로선 가장 이상적이다”라고 말한다.

각종 디스플레이 사용기기의 재생률을 더 높이는 데 따른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더버지는 현재로선 500Hz 모니터가 재생률 과잉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 이유에 대해 “360Hz 패널과 500Hz 패널 사이의 응답 시간 차이는 정확히 0.78밀리초(1밀리=1000분의 1)로서 이는 그래픽카드나 칩이 실제로 초당 500프레임을 전송할 수 있는 게임에서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샘플 앤 홀드 모듈 보드. (사진=아날로그 몬스터)
델의 500Hz 모니터인 에일리언웨어 AW2524H 뒷부분. (사진=델)

LCD 및 OLED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현대의 디스플레이는 ‘샘플 앤 홀드(sample-and-hold)’라는 기술을 사용한다. 프레임은 재생률에 따라 디스플레이되고 유지된다. 예를 들어 60Hz 디스플레이는 16.667밀리 초 동안 프레임을 유지한다. 문제는 60Hz 샘플 앤 홀드의 경우 16.667밀리초마다 한 번씩만 새 이미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움직이는 물체가 프레임에서 프레임으로 ‘점프’한다. 사람의 눈은 이것을 모션 블러(motion blur)로 인식한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업계 노력의 결과 500Hz 디스플레이가 등장했다.

델은 “매프레임을 단 2밀리초만 보여주면서 높은 재생률을 보이려면 패널이 빠르게 충전하고 방전해야 한다. 우리는 이를 디스플레이 충전 시간이라고 부르며, 이는 박막트랜지스터(TFT) 백플레인(후면) 기술에 의해 결정된다. 백플레인은 시스템의 본체 기판에 보조 기판들을 연결하기 위한 전기 및 기계적 장비를 말한다. 오늘날의 패널 기술로 500Hz, 또는 이보다 약간 더높은 클럭과 재생률이 패널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재생률이다. 에일리언웨어 AW2524H에서 이를 실현했다”고 말했다.

이론상 이상적인 샘플 앤 홀드 디스플레이는 초당 수천 수만 프레임의 재생률을 제공할 수 있지만 불행히도 여기에 물리 법칙이 개입된다.

리 델 부사장은 “무한 재생률을 달성하려면 디스플레이 충전 시간이 즉각적이어야 하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e스포츠에서 아이폰까지

재생률이 높다는 것은 더 나은 화면의 움직임을 의미하지만 게이머들은 항상 더 많은 것을 원할 것이다. 사진은 에일리언웨어 24.5인치 AW2524H다. 델은 통상 LG디스플레이나 폭스콘을 통해 디스플레이를 공급받는다. (사진=델)

그럼에도 좀 더 작은 개선점들은 여전히 유용하다.

500Hz 모니터들을 테스트해 보면 움직임 선명도가 크게 향상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흐릿하고 불분명한 혼란으로 얼룩져있는 물체는 바삭바삭하고 선명하게 보여서 작은 세부 사항을 식별할 수 있다.

이것이 에일리언웨어나 에이수스 500Hz 모니터 핵심 사용자인 프로 게이머와 아마추어 경쟁력 있는 게이머들에게 중요한 개선점이다.

이제 업계는 주로 게임에서 사용되던 높은 재생률 모니터 수요가 e스포츠 경계를 넘어서는 것을 보고 있다. 그래픽 카드가 여러 세대에 걸쳐 더 강력해지고 저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재생률 디스플레이 이점은 게임 이외에서도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는 디스플레이 성능 개선은 게임을 넘어서도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면 워드 문서나 PDF의 텍스트를 스크롤할 때 대개 내용을 읽을 수 없지만 500Hz 디스플레이가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이 모니터를 사용하면 작은 글꼴도 상세하고 읽기 쉽다. 앱을 열거나 이동하거나 창 크기를 조정할 때도 비슷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높은 재생률은 입력 대기 시간도 줄여주는데 이는 각 프레임이 더 빨리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른 사용자들에게 다른 이점을 제공한다.

e스포츠 선수들은 적보다 몇 밀리초 전에 적의 게임 내 행동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경쟁상의 장점이라고 믿는다. 스마트폰과 다른 터치스크린 장치에서 재생률이 높으면 터치스크린을 두드리고 응답을 보는 것 사이의 지연 시간이 줄어든다.

애플은 아이폰 보급형에는 없고 아이폰 프로급에만 제공하는 이 기능을 ‘프로모션(ProMotion)’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심지어 아이폰15와 아이폰 15플러스의 재생률은 여전히 60Hz다.

애플의 최신 아이폰15와 아이폰15플러스의 재생률은 여전히 60Hz다. (사진=애플)

500Hz 재생률 너머

최신 소비자 기기에서 고재생률 디스플레이는 점점더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심을 끌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연하게도 업계 전반의 엔지니어들 간 협력과 경제성이 담보돼야 한다.

500Hz 재생률은 현존 디스플레이 최고 수준이지만 많은 컴퓨터 모니터, 노트북, 스마트폰 및 텔레비전은 120Hz나 그보다 약간높은 재생률을 보인다. 그것은 기능상 약간의 개선을 보이긴 했지만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블러 버스터즈의 연구에 따르면 최대 1000Hz의 재생률이 되면 인간의 눈에 두드러진 이점을 제공한다고 한다.

리 델 테크놀로지스 부사장은 “이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디스플레이 엔지니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 과제다. 우리는 패널 기술, 스케일러(입력된 신호를 더 높은 해상도 또는 더 낮은 해상도의 화면에 맞도록 크기를 조정하는 전자 회로로 그래픽 크기를 조정), 충분한 대역폭을 전송하기 위한 [연결] 측면에서 돌파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래픽 카드 기술과 그 능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1000Hz 이상의 높은 재생률 실현이라는 목표는 불가능하지는 않다. 단, 조건이 있다. 렌더링 파이프라인에서 패널에 이르는 모든 디스플레이 기술 관련 엔지니어들 간 조정이 필요하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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