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희철 언박서즈 대표 “10대를 위한 '칭찬' 소셜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대 출신 대치동 스타강사가 창업, 10대 중고생 타깃 소셜 프랫폼 선보여
10대들의 니즈를 반영, 3개월의 개발을 통해 선보인 ‘하입(Hype)’ 14억원의 시드 투자에도 성공
출시 1개월 만에 앱스토어 전체 카테고리 1위 기록, 2개월 만에 중고생 이용자 100만명 확보
신희철 언박서즈 공동대표.

페이스북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등 영상과 사진을 공유하는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서비스는 세상에 소통의 혁신을 불러 왔다. 하지만 각종 선정성 논란, 개인정보 침해를 비롯해 온라인 범죄 이슈에 휩싸이며 10대 청소년 층에게 부작용을 야기하는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기도 하다. 한편으로 이들 서비스가 불특정 다수를 타겟으로 삼는 특성상 10대들을 완벽하게 배려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10대들도 호기심에 사용해 봤다가 정작 필요로 하는 기능이나 배려가 없는 한계를 느끼곤 이탈하는 비율 역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간극에 주목한 이들이 바로 언박서즈 공동창업자인 신희철 대표와 권성민 대표다.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출신인 신 대표는 창업 이전까지 9년간 이른바 대치동 수학 스타강사의 삶을 살았다. 그런 그가 학교 학과 동기인 권성민 대표와 함께 지난해 3월 언박서즈를 창업한 것은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이 1020세대들이 매일 들어가서 즐길 수 있는 소셜 플랫폼을 만들어 보겠다는 목표 때문이었다.

올 3월 언박서즈가 선보인 소셜 플랫폼 ‘하입(Hype)’은 출시 1개월 만에 앱스토어 전체 카테고리 1위를 17일간이나 유지했고, 2개월 무렵에는 중고생 이용자 100만명(다운로드 수 기준)을 돌파했다.

결과는 일단 성공이다. 올 3월 언박서즈가 선보인 중고생 전용 소셜 플랫폼 ‘하입(Hype)’은 출시 1개월 만에 앱스토어 전체 카테고리 1위를 17일간이나 유지했고, 2개월 무렵에는 중고생 이용자 100만명(다운로드 수 기준)을 돌파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지난 6월 베이스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가 리드한 시드 라운드를 통해 14억원의 시드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창업 1년 7개월만인 현재 언박서즈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독특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생 2막을 펼쳐가고 있는 두 도전자가 만들어가는 언박서즈의 이야기를 신 대표를 만나 직접 들어봤다.

익명 투표·칭찬 앱 ‘GAS’ 벤치마킹, 오직 중고생들을 위한 플랫폼 ‘하입’ 선보여

“’하입’은 미국의 ‘GAS’를 벤치마킹한 서비스예요.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 반에서 제일 귀여운 사람은?’ ‘힘들 때 기대고 싶은 사람은?’ ‘몰래 짝사랑했던 사람은?’ 등의 기분 좋은 질문에 익명 투표로 답 하는 것이 핵심이죠. 투표를 받은 사람은 본인이 어떤 질문에 선택되었는지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지고 이는 다시 호기심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저희는 내부 화폐인 ‘번개’를 적용했어요. 투표를 받은 사람이 자신을 선택한 사람의 초성 힌트를 확인하려면 꼭 필요한 수단이죠. ‘번개’를 얻기 위해서는 투표에 참여해 다른 사람을 선택하거나 인앱결제를 통해 구매하는 프로세스를 적용했고요.”

신 대표는 관심 받고 싶고 또 그러한 관심에 호의적인 10대들의 성향을 공략한 ‘하입’의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특히 ‘칭찬’에 초점이 맞춰진 활동을 하면 부여되는 내부 화폐를 적용해 자연스레 사용자 확보와 플랫폼 활성화를 유도한 점이 관심이 갔다. 더 주목할 점은 블로그 등의 이용 후기를 통해 엿볼 수 있는 ‘하입’의 긍정적인 효과다. 주 이용자인 청소년들이 남긴 후기에는 ‘하입’ 덕분에 자존감이 높아지고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내용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하입’을 통해 10대들이 주고받은 칭찬 수는 1.6억건을 돌파하고 있다. DAU(일간활성사용자)만 37만명에 달한다.

지난 6개월간 ‘하입’을 통해 10대들이 주고받은 칭찬 수는 1.6억건을 돌파하고 있다. DAU(일간활성사용자)만 37만명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하입의 인기는 인스타그램, 틱톡에 이어 ‘10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위를 기록하는 성과로 돌아왔다. 창업자로서 신 대표가 경험한 것은 이러한 성과 외에도 더 있다.

“’하입’의 MVP(최소기능제품)은 3주만에 완성했어요. 단기간에 높은 트래픽으로 인해 프로덕트의 한사이클 전체를 경험하며 개발팀의 역량이 향상될 수 있었죠. 팀 전체의 팀워크도 좋아졌고요. 앱을 만드는 과정 등의 시행착오를 통해 성공의 방정식을 발견함 셈이죠. 소셜 서비스의 매력을 한 층 더 강하게 느끼기도 했고요.”

이러한 언박서즈의 경험과 성과를 먼저 알아본 것은 VC(벤처 캐피탈)였다. 극초기 스타트업으로서14억원이라는 시드 투자 유치는 적잖은 성과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신 대표는 “’하입’ 서비스 그 자체보다 언박서즈가 서비스를 개발하며 보여준 빠른 실행과 인사이트, 팀워크, 경험에 투자한 것”이라며 겸손을 내비쳤다.

“처음에는 투자금을 많이 받으면 배가 불러 실행이 느려진다고 생각해서 시드 투자 규모를 최소화하려 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투자사에서 더 많이 받아 더 오래 다양한 실험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주시더군요. 그런 기대와 신뢰에 부응해 ‘하입’을 성공적인 소셜 서비스로 만드는 것이 저희에게 현재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은 ‘1’도 몰랐다는 대치동 스타강사

대치동 수학 강사 시절 인터넷 강의에 나선 신희철 대표.

놀라운 점은 또 있다. 언박서즈 창업 이전 신 대표의 이력이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출신인 그는 이후 수학 강사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렇게 9년여, 그는 스타강사라 불리는 대치동 수학 강사로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때까지 창업을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중고등학교 내내 인강 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지방 출신에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던 탓에 양질의 사교육을 받을 수 없었는데, ‘강남구청 인터넷수능방송’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1년에 2만원이라는 비용으로 유명 스타강사의 인강을 다 들으면서 공부를 했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죠. 제 모든 공부 베이스가 그 인강들이었고 정말 잘 가르치는 강사 분들을 보면서 ‘나도 인강 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아버지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신 대표의 아버지는 그가 10대 시절 회사를 그만두고 수학학원을 차리며 그 역시 수학 강사의 한 사람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아들의 수학 공부를 봐주는 것은 물론이었다. 그에게 아버지의 그런 모습은 일종의 ‘롤모델’이 된 셈이다. 그렇게 자연스레 신 대표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에 꿈을 키워갔다.

인강 강사는 그의 10대 시절 꿈이기도 했다.

“대학 시절에는 거의 70명 넘게 과외를 하기도 했어요. 제대로 된 강의는 삽자루 선생님이 운영하던 ‘에꼴사브로’에 참여하면서 부터였죠. ‘에꼴사브로’는 전국의 젊은 수학강사를 모아 아이돌 연습생처럼 훈련과 경쟁을 시키며 프로강사가 될 준비를 돕는 ‘스타강사 양성 프로그램’이었어요. 마침 강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순간에 모집을 해서 우연찮은 기회에 참여하게 된 거죠.”

그렇게 그는 ‘에꼴사브로’를 거쳐 대치동에 입성, 단과 강의와 인강 촬영을 하며 스타강사로서 커리어를 쌓아갔다. 최근 들춰본 10년 전 고등학교 교지에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를 입학한 다음 인강강사가 될거라고 노래 부르고 다니는 신희철’이라는 내용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어쩌면 창업 이전까지 그의 삶은 원하던 것을 모두 이룬, 100점 짜리 인생 1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생 2막, 다양한 도전 끝에 발견한 가능성

알려진 바와 같이 대치동 스타강사, 그 중에서도 탑티어로 손꼽히는 ‘일타강사’는 깜짝 놀랄 정도의 고소득 직종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그 역시 2년 차 강사 시절 이미 대기업 임원 연봉 수준에 도달할 정도의 성공을 거머쥐었다. 그야 말로 남부럽지 않은 삶이었다.

그런 그가 돌연 이전의 삶과는 완연히 다른, 어쩌면 가시밭길과도 같다고 할 수 있는 불확실성 가득한 창업의 바다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스스로도 ‘강사는 최고의 직업이었다’고 돌이키는 그가 털어 놓은 이유는 이러했다.

“어느 날인가부터 수업 전날 스트레스가 심해지며 수업을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다가 아니었어요.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을 일하면서 보내는데 이런 상태로 젊은 시절을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돌이켜 봤을 때 제가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낀 것은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사람들에게 선보여 반응을 보는 순간이었어요. 또 근거 없는 자신감이지만, 제가 창업을 하면 쉽게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물론 ‘쉽게’라는 부분은 창업 이후 확실하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죠(웃음).”

(왼쪽부터) 권성민 대표와 신희철 대표.
대학 시절. (왼쪽부터) 신희철 대표와 권성민 대표.
권성민 대표는 일찌감치 미국 스타트업에 몸담으며 여러 시도를 이어갔다. 2014년 여름, 당시 팀원들과 함께 Airbnb 본사에서 대표 브라이언 체스키(가운데)와 함께 찍은 사진. 오른쪽 첫 번째가 권 대표.

창업을 떠올린 순간 신 대표는 대학 1학년 때부터 모든 것을 함께했던 친구, 권성민 대표를 떠올렸다. 신 대표에 따르면 권 대표는 “같이 하면 뭐든 잘 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똑똑하고 다재다능한 친구”였다. 신 대표가 사교육계를 선택했던 것과 달리 권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열정을 쏟아부첬던 스타트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초기 스타트업 팀에 합류해 UI 디자이너을 습득한 권 대표는 이후 블록체인 분야 스타트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등에서 근무하며 커리어를 쌓아왔다.

한때는 함께, 또 한때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오던 두 사람의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초기 아이템은 ‘동그라미’라고 명명한 ‘태블릿 문제집’ 서비스였다. 수학 강사로서 경험을 십분 활용해 학생들을 위한 교육 서비스라는 야심찬 계획으로 시작한 시도였지만, 앞선 신 대표의 앞선 말처럼 그 과정은 ‘쉽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해당 서비스는 코드 뭉치 수준에서 제대로 된 론칭도 하지 못하고 보류됐다. 물론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신 대표는 “실패한 도전이었지만 덕분에 엔젤 투자도 경험했고, 권 대표를 삼성전자에서 완전히 퇴사 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 성과”라며 웃음 지었다. 사실 언박서즈의 스토리는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언박서즈가 초기 아이템으로 개발한 테블릿 문제집 서비스 '동그라미'와 인맥 관리 서비스 '오랜만' 이미지.

“초기 시행착오를 거친 후 권 대표가 제대로 합류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리서치하고 아이디어를 찾기 시작했어요. 펫 보험, 전자식 운동기구, 월급 가불 서비스, 비디오 프로필 등 여러 서비스를 실험했고, 그 과정에서도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앱만 론칭 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올 2월 초쯤 GAS 앱과 같이 한국 학생들을 위한 앱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정말 가볍게 MVP를 만들어서 가설 검증을 위한 테스트를 했어요. ‘누가 널 좋아하는지 맞춰봐’라는 질문에 학생들이 반응할 것인지가 궁금했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어요. 10대들은 서비스를 빠르고 직관적으로 접근하는 특성이 강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하입’의 목표는 중고생들을 위한 ‘슈퍼앱’

앞서 언급한 운영 프로세스와 인앱결제를 통한 내부 화폐 등의 장치로 인해 언박서즈는 ‘하입’ 서비스 3주만에 매출 1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현재는 광고 수익 모델을 추가하는 등 수익 모델 구축과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계획대로 된다면 조만간 BEP(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신 대표의 설명이다.

“최근 저희가 주목하는 것은 생성 AI입니다. 생성 AI와 SNS의 조합을 고민 중이죠. 현재로서는 AI는 업무툴이나 콘텐츠 플랫폼과 궁합이 맞다고 생각해요. 다만 크게 봤을 때 SNS와 겹치는 부분도 있어서 보조적인 기능으로서 적용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하입’ 고도화와 관련해 언박서즈가 세운 방향은 크게 2 가지다. 우선은 ‘하입’을 중고등학생들의 놀이터이자 슈퍼앱으로 고도화시킨다는 계획이다. ‘학교별 커뮤니티’ ‘전국 학생 대화방’ ‘미니게임’ 등 ‘하입’을 통해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오직 ‘중고등학생만이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신 대표는 ‘미국 진출’을 언급했다. 한국 시장에서 ‘하입’으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신규 서비스를 론칭 하겠다는 것이다.

언박서즈는 미국 진출과 더불어 '하입'을 넘어서는 비전을 그려가고 있다.

“저희 팀은 뾰족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빠르게 실행해서 콜드 스타트(cold start, 초기시작)를 해결하고 바이럴 엔진을 만드는 능력이 좋은 팀입니다. 한국 시장에서 1000만 유저를 모으기 위해서는 굉장히 다양한 연령대(최소 30년 이상의 연령 분포)가 필수적인데, 그것보다 미국 시장에서 버티컬하게 접근해 1000만 유저를 모으는 것이 훨씬 쉽다고 판단했습니다. 향후에는 Bereal(프랑스에서 시작한 사진 공유 SNS), Locket(친구, 가족 등의 라이브 사진을 공유하는 서비스)와 같은 뾰족하고 매력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죠. 그 외 글로벌 대상으로는 다양한 아이디어 기반의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는 중입니다.”

인터뷰 말미, 신 대표는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입’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더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넷플릭스 등 재미를 통해 사람들의 시간을 확보하는 모든 서비스들이 경쟁자라고 할 수 있어요. 누군가의 시간을 재미있게 빼앗아 오는 것이 저희 비전이죠. 그러한 언박서즈의 비전은 ‘하입’을 넘어서며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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