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창준·송하린 로버스 공동창업자 “인류를 이어주는 매개체, '농업'에서 발굴한 IP와 콘텐츠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애그테크 기업 ‘N.THING’ 출신 전문가들, 앤틀러코리아 프로그램 통해 글로벌 농업IP 스타트업 창업
품종 IP 독점판권 확보 > 재배 > IP 콘텐츠(가공)을 통한 수익화 모델 구축, 비즈니스 케이스는 이미 가동 중
초등 동창으로 인연, 한 사람은 창업과 M&A 경험, 한 사람은 유학파로 철강 무역 경험 쌓아
농업은 식량 안보를 넘어 다양한 부가가치를 지닌 산업이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이미지=픽사베이)

최근 미중 무역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불붙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충돌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에너지를 비롯한 식량 안보는 양보할 수 없는 이슈가 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상 기후와 그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는 자연 재해 등에 따른 우려가 커지며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산업, 농업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특히 농업은 식량 안보를 넘어 다양한 부가가치를 지닌 산업이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농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며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이 바로 ‘로버스(ROVERS)’다.

지난 8월 앤틀러코리아 배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스타트업 ‘로버스’의 사명은 달이나 화성 등을 탐사하며 데이터를 모아 지구로 보내는 임무를 수행하는 로버(Rover)에서 따왔다. 행성을 탐사하는 로버와 같이 글로벌 시장을 종횡무진하며 농업 IP를 발굴하고 수익화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두 창업자의 의지를 투영한 것이다.

애그테크 기업 ‘N.THING’ 출신의 박창준 로버스 대표와 코파운더 송하린 COO는 오래전 초등학교 동창으로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박 대표는 해외 유학을 떠났고 졸업 후 철강 원자재를 취급하는 글로벌 기업에 취업하며 탄탄한 미래가 보장된 길을 개척했다.

송 COO의 경우 대학 시절 창업을 시도해 글로벌 애그테크 기업인 ‘N.THING’ M&A(인수합병) 방식으로 합류한 독특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런 그가 오랜 친구인 박 대표에게 ‘N.THING’의 미국 사업 총괄 직을 제안한 것은 박 대표가 막 영주권 스폰서십까지 취득하고 미국에서의 삶을 확정 지으려는 순간이었다.

삶의 방향을 바꾸는 쉽지 않은 결정… 하지만 박 대표는 친구의 제안에 선뜻 응했고, 이후 두 사람이 경험한 농업의 가능성은 로버스 창업의 기반이 됐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농업 IP(지적재산권)과 그로 인해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였다. “농업은 인간의 본질적 욕망을 충족시키면서 즐거움을 주는 기초 산업”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한 박 대표의 표정에서 충만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디즈니와 같이 막강한 콘텐츠를 보유한 농업 IP 기업이 될 것

(왼쪽부터) 박창준 로버스 대표, 송하린 COO. 초등학교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다시 로버스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로버스)

“농업에서 콘텐츠란 모든 식음료,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의 창작물을 뜻합니다. 타 산업을 거쳐 만들어 지는 이러한 콘텐츠는 지식재산권으로 보호 받고 거래되죠. 투입재를 공급하고 종자를 증식하는 업스트림 단계를 거치면 다시 생산과 재배의 프로덕션 과정을 거쳐 거래 및 가공과 운송, 유통으로 이어지는 다운스트림 단계에 이르게 되죠. 각각이 품종과 농업 기술, 상표권과 관련된 밸류체인이자 IP입니다. 그리고 이는 로버스가 소유하고 거래하는 상품이죠. 저희는 각 밸류체인에서 IP 로열티를 확보하고 이를 수요자에게 연결해 상품에서 로열티 매출을 확보하는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앤틀러코리아 배치2 데모데이 무대에서 박창준 대표는 로버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위와 같이 설명했다. 이러한 농업의 벨류체인에서 로버스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업스트림에 해당하는 품종(종자) IP와 다운스트림에 해당하는 상표(브랜드) IP다. 종자를 확보하고 품이 많이 드는 프로덕트 단계, 즉 재배는 아웃소싱으로 해결하며 이를 가공해 상품화하는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한 로버스의 도전은 이미 진행 중이다. 데모데이 전부터 로버스는 이스라엘 기업으로부터 의료용 대마 품종 IP의 아시아 지역 독점 판권 계약을 체결하고 태국 농장에 재배테스트를 진행했다. 박 대표는 로버스의 비전을 “농업계의 디즈니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데모데이 이후 진행된 성과를 설명했다.

의료용 대마 품종 IP 독점판권 계약을 위해 이스라엘 종자사를 방문한 박 대표와 송 COO. (사진=로버스)

“데모데이 직후 바로 태국 방콕으로 출장을 다녀왔어요. 이스라엘 종자사로부터 확보한 품종 IP로 재배한 의료용 대마에서 추출한 원료로 OEM(주문자상표부착제품) 방식의 코스메틱 제품을 만들어 초도 물량에 대한 공급 계약을 체결했죠. 법인 설립 후 3개월여만에 첫 수출 계약을 달성한 거예요. 비록 규모가 크진 않더라도 저희가 구상한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의 가시적 성과라고 할 수 있죠.”

박 대표에 따르면 로버스가 첫 제품 수출 계약을 체결한 상대는 네덜란드 기업의 태국 지사다. 상품 제작은 한국에서 했다. 코스메틱 제품은 ‘Made in Korea’가 선호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상품은 다시  태국을 시작으로 일본으로 수출된다. 나아가 한국에도 점진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로버스가 집중하는 이러한 품종 IP 시장은 글로벌 기준 90조원에 달한다. 다운스트림에 해당하는 엔드 프로덕트는 조 단위를 넘어 경에 가깝다. 그렇다고 농업계의 글로벌 공룡으로 불리는 회사들과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박 대표는 “공략하는 마켓 자체가 다르다”며 말을 이어갔다.

농업의 벨류체인에서 로버스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업스트림에 해당하는 품종(종자) IP와 다운스트림에 해당하는 상표(브랜드) IP다. 종자를 확보하고 품이 많이 드는 프로덕트 단계, 즉 재배는 아웃소싱으로 해결하며 이를 가공해 상품화하는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저희가 성공한 이스라엘 종자사와의 계약이 좋은 케이스라고 봅니다. 몬산토, 바이엘, 신젠타, 카길과 같은 기업들은 동물 사료, 곡식, 곡물류와 같은 빅스케일 마켓에 집중하고 있어요. 의료용 대마나 F1 종자(교배로 만든 신품종) 등은 그들의 주력이 아니에요. 일종의 니치마켓이고 이 분야가 저희 같은 스타트업이 공략하기 좋은 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장을 저희는 한국·아시아를 시작으로 점차 확대해 공략해 나갈 계획이예요.”

이러한 로버스의 전략은 아직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하지 않은 신품종을 선점한다는 점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로버스는 이러한 신품종을 확보하기에 앞서 상품화 가능성과 시장 수요를 검증하는 작업을 병행한다. 도전을 하면서도 신중을 기하는 셈이다.

실제 로버스가 진행하는 품종 IP 확보와 상품화 비즈니스 대상은 비단 의료용 대마 뿐만이 아니다. 이미 딸기와 멜론, 인공토양 등의 분야에서 수요기업 확보와 IP 확보, 시장수요검증, 샘플제작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로버스는 이 각 단계에서 각각 품종 IP 로열티와 이를 활용한 콘텐츠 생산 및 판매 수익 모델을 확보하며 스케일업을 진행한다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일단 IP 로열티 수익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홀더라고 불리는 품종 IP 보유 기관으로부터 전용 실시 권한을 확보합니다. 해당 품종의 독점 권한을 받는 거죠. 이후에는 이걸 활용해 수요자들에게 공급을 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로열티 수익의 일부를 홀더에게 주는 형태로 운영합니다. 이제까지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파편화돼 있었고 규모화 되지 못했어요. 부가 사업으로 하는 경우는 있지만, 명확하게 품종 IP, 농업 IP로 승부하겠다는 플레이어는 로버스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친구에서 동업자가 되기까지

박창준 대표는 고등학 교 졸업 이후 미국 유학을 떠나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UCI)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박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미국 유학을 떠나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UCI)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졸업 이후에는 현지 철강 무역 회사에 취직해 영주권 스폰서십을 제안까지 받으며 미국 정착을 결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로 인연을 맺은 송하린 COO의 연락을 받고 그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한국행을 택했다.

“그 무렵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됐어요. 그 여파도 있었고, 한편으로 농업, 애그테크라는 새로운 분야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죠. 거기다 신뢰하는 친구가 이미 N.THING에서 중동 지역 담당자로 일하고 있었으니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중학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송하린 COO는 재학 당시부터 교내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휴대용 살균기(UVC LED)를 제품화하는 하드웨어 개발 스타트업 ‘GoodBros’를 창업한 경험이 있다.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 미국과 중국, 유럽에 수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N.THING과는 해외 판매 마케팅 에이전시 역할을 병행하며 인연이 됐고 결국 M&A를 통해 합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중학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송하린 COO는 재학 당시부터 교내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휴대용 살균기(UVC LED)를 제품화하는 하드웨어 개발 스타트업 ‘GoodBros’를 창업한 경험이 있다.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 미국과 중국, 유럽에 수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N.THING과는 해외 판매 마케팅 에이전시 역할을 병행하며 인연이 됐고 결국 M&A를 통해 합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렇게 박 대표는 N.THING에서 북미와 동남아지역 사업개발 총괄로, 송 COO는 중동지역 총괄에 이어 국내 사업과 작물 유통 사업개발팀장으로 경험을 쌓으며 점차 함께하는 창업의 꿈을 꾸게 된 것이다. 그 꿈은 앤틀러코리아 배치 프로그램 참가 이전 이미 시도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최초 시도는 농업이 아니었다”며 시행착오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N.THING를 퇴사하고 처음에는 미국에 법인을 세워 의료용 대마 관련 프로젝트를 시도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희 근거지가 한국이다 보니 다시 한국에서 농업 외 다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시도를 하기도 했죠. 정말 다양한 산업군을 탐색하며 창업 아이템으로 반품 마켓을 정한 거예요. 최초 앤틀러 프로그램에서 검증했던 것이 바로 이 아이템이었어요. 쿠팡 알바도 다니고 도매시장을 돌아다니며 시장을 파악하려 고생 꽤나 했죠(웃음) 그러던 와중에 ‘이게 아니다’ 싶더군요. 결국 저희가 가장 잘 알고 매력을 느꼈던 농업으로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의 로버스가 되기 까지 그런 에피소드가 있습니다(웃음).”

검증을 통해 확신한 성공 가능성, ‘농업은 돈이 안된다’는 고정관념 깰 것

송하린 COO와 박창준 대표. 송 COO는 “농업은 돈이 안된다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해 내는 팀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 역시 “인프라 자체가 로버스의 자산이 될 것”이라며 재차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사진=테크42)

두 사람이 앤틀러코리아의 배치2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목적은 크게 두 가지였다. 앤틀러 글로벌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고 시스템 구축을 위한 CTO 영입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실제 프로그램을 거치며 시스템화에 앞서 비즈니스 검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한다.

“앤틀러 프로그램이 원래 시작부터 프로덕트 개발을 우선하기 보다 비즈니스 검증을 중시했어요. 저희 역시 그 과정을 경험하며 시스템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고정관점을 버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비즈니스에 집중해 케이스를 만들어 제대로 돌아가는 사업을 하는 팀이 되겠다는 미션이 생겼죠.”

그렇게 로버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고 실제 품종 IP 확보와 제품 개발, 수출까지 진행되면서 박 대표와 송 COO의 시선은 다음 단계로 향하고 있다. 우선 시급한 것은 빠른 확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네크워크 확보다. 인터뷰 말미, 송 COO는 “농업은 돈이 안된다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해 내는 팀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 역시 “인프라 자체가 로버스의 자산이 될 것”이라며 재차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시장에 누구보다 빠르게 확장하는 겁니다. 특히 품종 IP의 경우는 유포브(UPOV, 국제식품신품종보호연맹)에 가입된 78개국의 모든 농업 관련 정부 기관, 농가들을 대상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현재는 약 2만2000여개의 품종이 있는데, 저희는 그 외에도 연맹을 통해 출원되는 신품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발할 계획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10년 안에 유포브의 모든 가입국가에 저희 브랜치를 설립하고 국내 품종 시장의 50%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설정하고 있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로버스는 농업으로 인류를 이어주는 역할을 할 겁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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