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부동산 시장 불황기 돌파하는 아키드로우, 오늘의집, 알스퀘어의 비결은?

AI, 인테리어의 표준화 및 모듈화로 글로벌 진출 가능성 타진하는 국내 콘테크, 프롭테크 기업들
오늘의집, 알스퀘어, 아키드로우 등 앞서가는 플레이어들의 불황기 돌파 비결은?
이주성 아키드로우 대표 “세계 경제 장기 침체 속 인테리어 산업을 대표하는 기술 관련 포럼으로 키울 것”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아키드로우 사무실에서 진행된 '아키스케치 콘테크 포럼' 현장. 준비된 자리가 모자라 적잖은 사람들이 서서 발표자들의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테크42)

국내 부동산 시장은 전문가들 조차 상승과 하락으로 극명하게 의견이 갈리며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상황에 놓여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인구절벽에 접어든 우리나라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든 변화는 필연적이라는 점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불어닥칠 변화의 파도는 차치하고라도 당장 고금리 상황도 문제다. 이렇게 부동산 시장의 악재가 이어질 때 직격탄을 맞는 것은 인테리어 시장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다른 기술력과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인테리어 시장에 혁신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아키드로우가 주최하고 알스퀘어가 메인 파트너로 참여한 ‘아키스케치 콘테크(ConTech, Construction Technology) 포럼’은 그러한 시장의 변화, 불황기에 맞서 각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생존 전략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디자이너 커뮤니티 및 디자인 트렌드'를 주제로 무대에 선 김정곤 비트윈스페이스 소장(왼쪽), 박경식 아키모스피어 소장(오른쪽). (사진=테크42)
'세일즈의 변화 및효율화'를 주제로 무대에 선 유민승 비즈니스캔버스 글로벌사업총괄, (사진=테크42)
'효율화한 인테리어 표준화 및 모듈 프로세스'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 (사진=테크42)

‘인테리어 시장의 미래 : 불황기의 생존 전략’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은 무브먼트랩, 비트윈스페이스, 스테이H, 아키모스피어, 아파트멘터리,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알스퀘어(전 부동산다이렉트), 아키드로우 등 국내를 대표하는 부동산·인테리어 디자인·테크기업 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인테리어 플랫폼 기업 ‘Space T’의 앤드류 류(Andrew Ryu) 대표가 참여해 자국 인테리어 시장 현황과 트렌드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며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국내 인테리어 시장 현황 및 미래’를 주제로 이주성 아키드로우 대표,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 이승재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대표가 함께한 토론 세션이었다. 알스퀘어와 버킷플레이스는 아키드로우의 투자사이자 협력사이기도 하다. 오가는 세 기업 대표의 대화 속에 느껴지는 연대감, 그리고 현재도 진행 중인 이들의 도전 스토리를 들어봤다.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 인테리어 부동산 시장도 영향 미쳐

(왼쪽부터) 모더레이터로 나선 민호기 호기PR 대표.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 이주성 아키드로우 대표, 이승재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대표. (사진=테크42)

“저희 아키드로우는 B2B SaaS 서비스로 가구나 인테리어 기업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경기 변동을 명확하게 감지할 수 있죠. 최근에는 45개 회사가 한 번에 저희 솔루션 사용을 중단하는 현상이 발생했어요. 저희 솔루션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회사들이 문을 닫은 거예요. 이러한 불황기는 이번 뿐만이 아닐 거예요. ‘아키스케치 콘테크 포럼’을 시작하게 된 것은, 그렇다면 이 산업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이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러 대표님들의 의견을 듣고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 입니다.”

이날 포럼 행사의 후반에 접어든 시점에서 진행된 토론 세션에서 이주성 아키드로우 대표의 첫 마디는 사뭇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 불리는 상황은 이 즈음 해소될 기미를 보일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 무색하게 끝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힘들어질 것’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수준이다. 이렇듯 스타트업이 처한 절박한 상황은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아키드로우로서는 피부로 느껴지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는 상업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스퀘어 역시 다르지 않다.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는 "시장 불황기 상황에서 굉장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공간을 투자의 개념보다 비용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보수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사진=테크42)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는 “시장이 많이 꺾이고 거품이 꺼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사무실 이전이나 매각 건물을 매입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이 비용인 듯하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스타트업의 경우는 사무실을 이전할 때 과거에는 좋은 인재 채용을 위해서라도 대로변에 위치한 입지, 좋은 인테리어 등을 선호했어요. 그러다 보니 공간에 대한 투자를 많이 했고, 공유 오피스 시장도 굉장히 활성화됐죠. 하지만 지금은 좀 달라졌어요. 저렴하고 인테리어도 하지 않고 무상으로 인수할 수 있는 사무실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분위기죠. 과거에는 투자금을 받아 사무실을 이전하거나 인테리어를 했지만 요즘은 투자금이 작아진 것이 적잖이 영향을 미친 듯해요. 이제는 투자금 사용 우선순위가 공간이나 복지가 아니게 된 거죠. 굉장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공간을 투자의 개념보다 비용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보수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듯 합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이러한 시장 기조는 상업용 부동산 분야의 거래 위축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올해 유난해 지난해 대비 80%에 가까운 거래 감소 폭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알스퀘어가 취한 극복법은 신사업과 글로벌 진출이다. 지난해 부동산다이렉트였던 사명을 서비스 명인 알스퀘어로 교체한 것도 같은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불황기에 성장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알스퀘어는 이미 지난해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는 신사업인 데이터 비즈니스와 병행됐다. 이러한 시도는 내년에 더욱 공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신사업이나 국내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 나라를 대상으로 투자 했다”며 그간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한국 오피스나 인테리어 시장은 굉장히 어려워졌지만, 동남아를 비롯해 다른 국가는 훨씬 우호적인 상황이라는 점에 주목했죠. 또 데이터 공급 사업을 처음 시작했는데,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를 필요로 했던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나 구조조정 전문 회사 ‘알바레즈앤마샬’ 등을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었어요.”

이승재 오늘의집 대표는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 오늘의집이 택한 방식을 '확장'과 '추천'으로 설명했다. (사진=테크42)

지난해에 59%의 매출 성장을 발판으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등극하며 불황기에 성장과 투자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오늘의집의 경우는 어떨까? 이승재 대표는 “가구와 인테리어 산업 등이 경제 상황과 다르게 코로나19 팬데믹과 엔데믹의 영항을 많이 받았다”며 오늘의집이 격변의 시기에 대응해 온 과정을 설명했다.

“경제 상황의 변화는 저희 같은 기업들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이죠. 특히 가구나 인테리어 시공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 상황 속에서 다행히 저희는 오늘의집이라는 프로덕트 안에 콘텐츠 커뮤니티 속성을 통해 조금 다른 방식으로 헤처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의 방식은 크게 ‘확장’과 ‘추천’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대표가 이야기 하는 ‘확장’은 오늘의집을 통해 인테리어 니즈를 해소한 고객들이 이탈하지 않고 그 관심을 일상으로 이어가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커뮤니티 전략을 통해서다. 인테리어에서 시작된 고객의 관심이 일상의 취미, 요리, 생활 트렌드로 이어지게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인테리어 이후에도 살아가며 지속적으로 생기는 관심사에 초점을 맞춰 (고객들이) 오늘의집에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올릴 수 있고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이제 오늘의집 고객들은 인테리어를 넘어 크리스마스 사진이나 의상 등의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어요. 그렇게 고객들의 관심사가 일상의 주제들로 확장하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큰 방향성이고 그러다 보니 굉장히 중요해진 것이 ‘추천’이더군요. 고객들의 다양한 관심사, 다양한 일상의 모습에 맞춰 적절한 콘텐츠나 상품을 각 개인에게 잘 맞게 추천해주는 것이 이제 저희의 중요한 기술적 과제가 되고 있죠.”

이주성 아키드로우 대표는 최근의 성과에 주목하면서도 솔루션의 생산성을 늘리기 위한 목표로 ‘Back to the basic’을 언급했다. (사진=테크42)

한편 오늘의집의 경우 아키드로우의 ‘아키스케치 솔루션’을 도입 100만명에 달하는 유저가 활용하고 있다. 이주성 아키드로우 대표는 그러한 성과에 주목하면서도 솔루션의 생산성을 늘리기 위한 목표와 방향성을 언급했다.  

“최근 저희는 ‘Back to the basic’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소프트웨어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서 기존의 생산성을 2~3배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비용을 줄여 나가는 작업들을 도와주는 것이 저희 소프트웨어의 목표니까요. 또 이와 함께 인테리어 시공 전에 면적이나 상담, 발주 등의 과정에 문제들을 해결하고 가구 회사들을 도울 수 있는 투명한 시스템 론칭도 준비 중이고요.”

앞으로도 ‘계속’ 어렵겠지만… 언제나 답을 찾을 것

이어진 대화는 오늘의집과 알스퀘어가 아키드로우의 투자사로 나서게 된 배경과 함께 인테리어·부동산 시장에서 혁신적인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동반자로서 세 대표의 끈끈한 연대감이 드러나는 계획들로 채워졌다.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는 “아키드로우는 처음부터 굉장히 잘 만들어진 보석은 아닐지라도 원석을 바탕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굉장히 좋았다”며 “경쟁 사들이 답보 상태거나 역성장을 할 때도 꾸준히 올라가는 모습에 저력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이승재 오늘의집 대표 역시 “아키드로우와 오늘의집은 서로 다른 영역이지만 같이 얼라인하면 세상에 더 큰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투자를 했다”며 “오늘의집에 적용된 아키스키치 솔루션을 활용해 일반 유저들이 전문가 수준 이상으로 도면을 만드는 것을 보면 굉장히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각 대표들은 어려움을 극복했던 저마다의 방식을 이야기하며 인테리어, 부동산 분야 스타트업계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사진=테크42)

이어 ‘불황을 탈출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 보고자 모인 인테리어, 부동산 분야 사람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를 부탁한다’는 말에 이 대표는 담담한 어조로 굴하지 않는 의지를 드러냈다.  

“스타트업은 올해도 어려웠지만, 사실 지난해도 어려웠고 내년에도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럴 때면 영화 ‘인터스텔라’의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대사를 떠올리죠. 저희는 항상 그 말을 되새기며 여러가지 문제를 풀고 있고, 이제껏 잘 풀어왔기에 대부분의 새로운 문제도 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요. 또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지금이 되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럴 때 일수록 겁먹거나 흘려보내기 보다 기회로 삼아 각자의 상황과 비즈니스를 좀 더 깊이 되돌아보고 더욱 중요한 문제에 집중하는 시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년에 반전과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 역시 “올해는 개인적으로 반성의 한 해였다”는 말과 함께 ‘민감도’와 ‘회복탄력성’을 언급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최근 2년 사이 저희 회사가 급성장하며 인원이 4배로 늘었어요. 그러다보니 레이어가 많아지고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는 속도와 감도가 엄청 떨어졌다는 것을 느꼈고, 지금은 조금 더 민감도를 갖고 시장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혹시 지금 함께한 분들 중에 위기라고 느끼신다면 시장의 변화를 조금 더 예민하게 살펴보시면 좋을 듯해요. 또 위기의 상황임에도 사업이 잘 되신다면 자산을 확보해 놓으시는 것이 시장이 회복됐을 때 회복 탄력성을 더 가져갈 수 있는 여지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신다면 호경기가 됐을 때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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