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ESG 경영,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서울 스타트업 ESG 포럼 현장… 스타트업의 ESG 가이드라인과 실무 적용 법, 사례 소개
권성식 한국표준협회 센터장, 배수현 인비저닝파트너스 이사, 양재모 SK텔레콤 부장 참석 패널 토의 주목
ESG는 경영 기법이 아닌 트렌드, 사회적 가치 추구, 환경 문제 고려하는 기업에게 기회 열릴 것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흐름 속에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ESG 경영에 필수 요건들을 적용하며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글로벌화 된 세계 산업 환경에서 ESG가 화두가 된 것은 이미 꽤 오래전의 일이다. 우리나라 역시 오는 2026년 이후 ESG 공시 의무화 방안이 추진되고 있고, 내년 1분기까지 구체화된 ESG 공시 기준이 나올 예정이다. 이렇듯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흐름 속에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ESG 경영에 필수 요건들을 적용하며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과 역량이 확보된 대기업에 비해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ESG 또한 감당하기 버거운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아직 사업성을 검증하는 단계의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ESG는 해결해야 하는 여러 과제 중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른바 ‘J커브’를 그려 나가며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은 이후다. 초기 시드 투자까지는 별 탈이 없지만, 시리즈 B 이상의 투자 유치에서 VC(벤처캐피탈) 등의 투자사가 ESG 경영 여부를 중요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그간 미뤄뒀던 어려운 숙제를 다시 대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스타트업에게 ESG 경영은 어려운 숙제일 뿐일까?

그 답을 5일 서울 강남 GB성암아트홀에서 개최된 ‘서울 스타트업 ESG 포럼’에서 찾아봤다.

스타트업의 ESG 경영 인식은 아직 아쉬워… 단계별 접근 필요

5일 서울 강남 GB성암아트홀에서 진행된 '서울스타트업 ESG 포럼'. (사진=테크42)
윤종식 대신경제연구소 본부장. ‘스타트업의 ESG 경영을 말하다’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윤 본부장은 “ESG는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스타트업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모든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적용해야 할 사항”이라며 운을 뗐다. (사진=테크42)

서울경제진흥원이 주체가 돼 진행된 이번 행사는 김종우 서울경제진흥원 창업본부장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이후 ‘스타트업의 ESG 경영을 말하다’를 주제로 윤종식 대신경제연구소 본부장의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스타트업 ESG 가이드라인과 실무 적용 방법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된 윤 본부장의 주제발표는 시작부터 참석한 많은 스타트업 관계자와 대표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윤 본부장은 “ESG는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스타트업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모든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적용해야 할 사항”이라며 운을 뗐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입니다. 결국 투자자의 투자를 통해 성장을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VC 등 투자자들은 최근 적어도 50% 이상이 투자 결정 과정에서 ESG를 고려하고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주요 투자 포인트는 지속가능 테마와 임팩트 투자가 중심이 되고 있죠.”

문제는 투자사 입장에서 스타트업의 ESG 관심도와 준비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스타트업 임직원이 ESG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윤 본부장은 최근 진행한 설문 결과를 통해 “스타트업 임직원 60% 이상이 ESG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ESG가 필수가 돼 가고 있지만, 투자사가 바라보는 스타트업 관계자의 ESG에 대한 관심도는 낮은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또 스타트업을 평가하려고 해도 ESG 성과 측정과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고 하죠. 우선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의 리더, 즉 파운더나 C레벨들이 ESG 경영에 의지를 가지고 전파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당장에 서비스 모델을 만들고 수익화를 하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고 실무단에서 누군가 전담해 챙기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리더십이 필요한 것입니다. 실제 창업 초기에 경영 전략과 ESG 전략을 동시에 셋업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설문 결과도 있었습니다.”

윤 본부장은 스타트업들이 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ESG 지표와 가이드라인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사례를 들었다. (사진=테크42)

이어 윤 본부장은 그간 스타트업에 최적화된 ESG 경영 지표와 가이드가 없었던 문제를 지적하며 서울경제진흥원 등이 스타트업의 ESG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발족한 ‘서울 스타트업 ESG 경영협의체(SSEMA, Seoul Startups ESG Management Alliance)’를 통한 성과를 말했다.

“올 4월 세마(SSEMA) 발족 이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저희는 가장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스타트업 ESG 지표’와 상세 가이드를 만들었습니다. 제대로 워킹 할 수 있는지 시범 진단 컨설팅도 완료했죠. 이 지표와 가이드는 글로벌 모형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의 ESG 분류 체계를 잡고 실제 활용 포인트를 주기 위해 UN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 발전 목표), 스타트업 성장 레벨 단계의 매핑 과정을 거쳤죠.”

이후 윤 본부장은 스타트업들이 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ESG 지표와 가이드라인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사례를 들었다. 스타트업의 ESG 도입에는 단계별 접근이 적합하며 이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세 영역 별 23개 지표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된 것은 스타트업 수준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ESG 실천 항목들이다. 이를테면 환경 부문의 온실가스 관리의 경우 스타트업이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전기 에너지 사용량 측정 및 데이터’ ‘법인 차량 주유량 측정 및 데이터’ 등을 매달 관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측정된 에너지 사용량 데이터는 온라인 상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배출량 계산기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산출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구성원의 차별 방지 활동, 인권 침해 행위 근절 활동을 통한 ESG 경영 실천 방법이 관심을 끌었다.

발표 말미 윤 본부장은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많은 리소스와 돈을 들려 지속가능 보고서를 발간할 필요는 없다”며 “당장 회사 홈페이지 메뉴에 ESG를 만들고 실천하고 있는 에너지 관리 지표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규정 등을 올리면 절반은 시작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ESG는 필수’

이날 이어진 특별 강연은 인기리에 방영됐던 TV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출신의 줄리안 퀸타르트 웨이브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맡았다. 줄리안 대표는 개인적으로 또 회사에서 실천한 ESG 경영 사례를 소개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테크42)
웨이브엔터테인먼트는 외국인들이 창업한 기획사로 화제가 됐다. (왼쪽 네번째, 다섯 번째) 줄리안과 타일러 공동 대표.

이날 윤중식 대신경제연구소 본부장의 주제 발표에 이어 특별 강연이 진행됐다. 강연자는 인기리에 방영됐던 TV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출신의 줄리안 퀸타르트 웨이브엔터테인먼트 대표였다. 웨이브엔터테인먼트는 줄리안 대표가 같은 ‘비정상회담’ 출신의 타일러가 공동 대표로 설립한 기획사다. 무대에 오른 줄리안 대표는 기획사인 웨이브엔터테인먼트가 ESG 경영을 하는 이유에 대해 자신이 태어난 모국 벨기에의 상황, 스스로 실천했던 ESG 관련 노력 등과 함께 설명했다.

줄리안 대표가 제안한 '스타트업이 보유하면 좋은' 다양한 ESG 관련 인증. (사진=테크42)

강연을 통해 그는 ESG를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 친환경인 척하는 ‘그린워싱’ 증오 경향, ESG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근로자의 증가 등을 언급하며, 웨이브엔터테인먼트가 실천하고 있는 FSC 인증 등을 다른 스타트업들도 적용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권성식 한국표준협회 센터장, 배수현 인비저닝파트너스 이사, 양재모 SK텔레콤 부장이 패널로 참여한 패널 토의의 주제는 ‘우리가 ESG를 해야만 하는 이유’로 진행됐다. (사진=테크42)

한편 이날 이어진 패널 토의는 각계 전문가의 참고할만한 조언이 쏟아지며 참여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관심도를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권성식 한국표준협회 센터장, 배수현 인비저닝파트너스 이사, 양재모 SK텔레콤 부장이 참여한 패널 토의는 ‘우리가 ESG를 해야만 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권 센터장은 한국표준협회에서 ESG 경영센터장을 맡고 있다. 배 이사는 임팩트 투자를 진행하는 VC인 인비저닝파트너스에서 국내외 초기 스타트업의 ESG 분야 임팩트 투자를 담당하고 있다. 양 부장은 SK텔레콤에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ESG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아래는 토의 주요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Q ESG가 한창 대두되던 시기와 달리 최근에는 언급이 다소 준 듯 한데, 어떻게 보는가?

양재모 SK텔레콤 부장은 '생존부터 하고 ESG를 고민해야 한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식의 의견에 대해 "곳간을 채우는 과정 역시 건강해야 한다"며 ESG이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테크42)

양재모 부장(이하 양) : ESG가 버즈워드(buzz word)와 같이 자주 언급되며 그에 대한 궁금증은 좀 사라진 것 같다. 다만 관심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내재화, 일반화가 돼 가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권에서 ESG와 관련된 이니셔티브 등을 통해 최근 세계가 겪고 있는 고물가, 고금리, 전쟁 등의 상황에 따라 일부 ESG 규제화, 제도화를 미룬 듯하다. 하지만 투자 사이드에서는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고 해 왔던 ESG 경영 노력 등을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 파고는 내년 공금망 제도화 등으로 유럽에서 먼저 시작될 것이고 이후 3~4년 내에 우리에게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먹고 살고 생존하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 ESG가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제가 스타트업에게 제언하고 싶은 것은 곳간을 채우는 과정 역시 건강해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만 매년 해걸이를 하지 않고 필요한 충분한 식량을 채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을 ESG 경영을 통해서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Q 스타트업이 대기업보다도 열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ESG가 필수인가? 그렇다면 ESG를 어떻게 적용하고 실천해야 하나?
권성식 센터장(이하 권) :
ESG 경영을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한 말을 하기에 앞서서 ESG는 경영 기법이 아니라 하나의 트렌드라고 정의하고 싶다. 이미 수십년 전부터 환경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부분들이 중요시 되기 시작했다. 그런 부분들이 UN SDGs를 비롯해 전 세계적인 규제, 소비자의 인식, 투자자의 평가 기준 등 트렌드로 향하고 있다는 측면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즉 ESG는 트렌드로서 당연히 대응해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당장 올해를 넘기기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스타트업이 실천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ESG가 꼭 비용이 드는 활동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저희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다보면 규모에 상관 없이 돈이 드는 ESG 활동만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ESG를 실천하는데 있어 더 중요한 것은 기업가와 임직원들의 참여 의지, 진정성을 바탕으로 통합된 내재화 노력이다. 당장의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치에 중심을 둬 방향성을 설정하고 나가는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확실한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ESG는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50인 미만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역시도 ESG 이슈다. 개인정보 보호나 기술 탈취 이슈 등으로 잘 나가던 스타트업이 너무 쉽게 경쟁력을 잃는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 모두 ESG 관리 체계가 구축되고 내재화돼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다.

권성식 한국표준협회 센터장. 권 센터장은 한국표준협회에서 ESG 경영센터장을 맡고 있다. (사진=테크42)

대기업과 경쟁하는 스타트업이 가장 큰 장점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 가치와 조직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스타트업에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ESG 가치를 선호하는 인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업의 부속품과 같은 느낌을 거부한다. 대신 개인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주고 의사결정과정에 의견을 반영해 주는 조직문화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 우수한 인재를 모으기 위해서라도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ESG 경영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래서 스타트업도 당연히 ESG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Q 투자사 관점에서 스타트업의 ESG 경영 필요 이유를 말한다면?

배수현 이사(이하 배) :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크게 두 가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첫 번째는 리스크를 줄이는 것, 두 번째는 수익률 알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ESG라는 것이 사실은 두 가지 다 적용되는 분야다. ESG 지표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환경적인 분야에서 어떤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지, 기후 위기에 적절히 잘 대응하고 있는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얼마나 되는지 등의 항목들이 들어 있다. ‘사회’ 쪽에도 마찬가지로 직원들의 다양성, 포용성과 같은 지표가 들어가 있다. 거버넌스도 마찬가지로 경영의 투명성 같은 지표들이 들어가 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하면 궁극적으로 기업이 처하는 리스크를 굉장히 줄이는 요소들이 된다. 그런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으로 ESG 지표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ESG를 잘 지켜 나가는 기업이라면 리스크가 적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사실 우리는 ESG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경영에 도입되는 것이 ‘시장의 기회’라고 해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환경적으로 기후위기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그 위기를 해결하는 기업에게 더 큰 시장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는 장애인이나 노약자, 어린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게 더 큰 수익과 시장이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적극적으로 ESG를 내재화를 시키면서 표방하는 기업들에게는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즉 리스크 관리와 수익의 플러스 알파를 기대하는 기업이라면 ESG 테마는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는 말이다.

배수현 인비저닝파트너스 이사. 인비저닝파트너스에서 국내외 초기 스타트업의 ESG 분야 임팩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테크42)

Q 현재 스타트업의 ESG 경영 구조는 ‘환경(E)에 집중 돼 있고 사회(S), 거버넌스(G)는 조금 뒤로 미뤄져 있는 듯한데, 진정한 거버넌스를 실천하기 위해 기업 대표와 구성원이 함께 노력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양 : 스타트업이 망하는 이유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잘못된 비즈니스 모델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표의 역량 부족이나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 탓도 있다. 최근 위워크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초기 대표 혼자 시작하기도 하고,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2~3명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초기에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다. 그런데 한 10명이 넘어가면서 커뮤니케이션이 안되기 시작한다. ESG의 ‘G’를 ‘지배구조’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 보다는 ‘투명경영’이라는 것이 맞을 듯하다. 즉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의사결정의 내용들을 구성원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장하는 스타트업일 수록 타운홀 미팅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그림과 구성원들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들이 똑같이 그려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희 같은 대기업은 그런 측면에서 정보의 전달, 소통 이런 부분에 대한 노력을 또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다.

권 : 방금 양 부장님의 말씀에 100% 동의한다. 사실 ESG의 ‘거버넌스’ 부분은 원래 그 의미 자체가 지배구조가 아니라 의사결정 체계를 의미한다. 양 부장님의 말씀처럼 조직 구성원 전체가 ESG에 대한 마인드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사실 ESG의 핵심은 거버넌스다. ‘환경’, ‘사회’와 관련된 중요성을 구성원들이 모두 인지하고 같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생산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사회 차원에서 즉각적인 대응은 불가능하다. 이때 현장에서 사고를 덮고 납기 준수만을 중시해 생산을 지속했다면 이로 인해 그 기업은 지탄을 받고 힘든 상황에 놓일 수가 있다. 그래서 이런 일이 발생하기 전 조직 구성원 전체가 ESG를 인지하고 있고 실제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거버넌스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CEO부터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E’와 ‘S’에 대해서 인식하고, 다시 그것을 비즈니스 또는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자리에서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배 : 크게 세 가지 정도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가 이사회 중심의 경영, 두 번째가 의사결정 투명성을 위한 프로세스의 정립 그리고 다양성의 증대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이사회의 중요성이 덜 부각이 되고 있는데 해외 사례들을 보면 이사회가 막강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회사가 대표자 한 사람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스타트업 역시 초기에는 대표자 100% 회사로 시작을 하지만 투자를 받고 스톡옵션을 발행하며 구성원들의 지분이 점점 늘어난다. 그에 따라서 대표 한 사람의 의사결정에 좌우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의사결정 구성원들이 함께 복합적으로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올바른 거버넌스의 방향이라고 본다. 또 내부적으로 의견들이 잘 반영되는 ‘의사결정 구조의 내재화’와 함께 의사결정 과정 상의 투명성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양 부장님이 말씀하신 ‘투명경영’과 같은 의미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구성원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연령, 성별, 장애 유무를 떠난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집단사고의 유혹에 빠지거나 리스크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구성원들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고 의도적으로도 다양성을 유지함으로서 그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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