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게 재무적 성과 외 ESG 지표를 요구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김정태 MYSC 대표 ‘ESG와 임팩트투자 생태계의 변화’ 주제로 팁스밋업 발표
2011년 설립한 MYSC(엠와이소셜컴퍼니), 당시 임팩트 투자’에 대한 인식… ‘돈 안될 것 같은데’
기업이 존속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비재무적 성과와 무형자산… ESG가 보편화되고 있다

한 달 여도 채 남지 않은 올 한 해를 뒤 돌아보니 참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끝없이 이어진 투자 혹한기를 거치고 있는 스타트업계의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더구나 이들에게는 몇 년 전부터 강조돼 왔던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과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벤처캐피탈) 등의 투자사 중 투자 결정 과정에서 ESG 지표를 요구하는 비율이 50%를 넘어서고 있다. 주요 투자 포인트가 지속가능 테마와 임팩트 투자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룰이 비단 ESG와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스타트업 뿐 아니라 사실상 모든 스타트업에게 적용되는 추세라는 사실이다. 즉 ‘투자 시장의 룰’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지난 6일 ‘ESG’를 주제로 진행된 2023 제5회 팁스밋업 키노트 연사로 등장한 김정태 MYSC 대표 역시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에 묻는 질문들이 많이 달라졌다”며 중요해지고 있는 ESG 준수와 변화하고 있는 임팩트투자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재무재표에 통합되지 않은 지표, ESG 관리가 필요하다

2023 제5회 팁스밋업 'ESG' 키노트 연사로 나선 김정태 MYSC 대표. (사진=테크42)

“스포츠 분야에서 몇 년 전부터 학교 폭력 등의 선수의 사생활이 문제가 돼 징계를 받거나 국가대표 자격이 박탈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요즘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죠. 스타트업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재무적인 매출 등의 성과 이 외의 정보를 요청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경험하고 계시죠. 즉 스포츠 선수의 경기장 안의 성과 외에 경기장 밖의 인성도 중요하게 보는 것처럼 스타트업도 재무제표에 통합되지 않은 지표인 ESG 관리를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ESG가 관리되지 않으면 결국 기업가치의 막대한 손실이 될 수 있죠.”

키노트 발표를 시작한 김정태 MYSC 대표는 ESG가 평가 요소로 작용하는 ‘게임의 룰’ 변화를 언급했다. 이러한 변화는 오랜 시간 임팩트투자에서 나온 김 대표의 경험을 통해서도 체감하는 것이다.

2011년 MYSC를 설립한 김 대표는 ‘혁신을 돕는 혁신기업’을 표방하며 사회혁신 컨설팅-액셀러레이팅-임팩트투자라는 삼축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해 오고 있다. (사진=테크42)

2011년 MYSC를 설립한 김 대표는 ‘혁신을 돕는 혁신기업’을 표방하며 사회혁신 컨설팅-액셀러레이팅-임팩트투자라는 삼축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해 오고 있다. 특히 MYSC는 사회 양극화, 경제불평등, 기후위기를 ‘세계 3대 난제’로 꼽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하는 스타트업을 선호한다. NYSC가 최초 시드 투자 이후 후속 투자에 참여해 시리즈 A, B 단계에 접어든 스타트업으로는 점심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허들링’, 최초의 대회용기 서비스를 시도한 ‘트래쉬버스터즈), 가상발전소 ‘식스티헤르츠’, 해양쓰레기 처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포어시스’ 등 다양하다. 이렇듯 MYSC가 투자는 총 145건에 달하며 그렇게 성장하고 있는 투자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총 1조7000억원 이상이다. 김 대표는 “세상을 바꾸는 기업은 안전한 기업이 아니라 때론 망할 수도 있지만, 안될 것 같은 시도를 하는 기업들”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145건의 투자를 진행하면서 내부적 실증을 통해 A그룹과 C그룹으로 구분해 봤습니다. A그룹은 비즈니스 모델이 잘 이해되고 창업자의 말 대로 성공할 것 같은 그룹, C그룹은 안될 거 같고 ‘너무 위험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며 비즈니스 모델 조차 이해가 잘 되지 않은 그룹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그런 C그룹에 의도적으로 투자를 하죠. 물론 C그룹은 결국 망하는 기업들이 가장 많이 나오는 그룹이지만, 한편으로 놀라운 성장을 이어가는 기업들도 가장 많이 탄생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 혁신이란 참 어렵다는 것을 매번 느끼고 있죠.”

그러한 경험을 통해 김 대표는 스타트업을 볼 때 현재 보이는 모습이 아닌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를 고민하며 살피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바로 ESG다.

“재무적인 성과를 내더라도 그것은 과거의 실적이지 앞으로의 실적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재무성과와 유형 자산만으로는 사실 기업이 확실한 지속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예측하기 어렵죠. 그래서 부상한 것이 바로 기업 가치의 90%정도를 차지하는 비재무적 성과와 무형자산입니다. 이제 스타트업의 대표님들은 이 부분을 어떻게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정당한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는 전략을 반드시 만들어야 합니다.”

이해관계자들의 질문이 달라졌다

김 대표는 인구 감소, 인종 차별, 지역 분쟁, 인권, 해양오염, 생물 감소, 기후 위기 같이 우리의 터전과 삶의 질에 굉장히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테크42)

김 대표의 말처럼 이제는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즉 투자사가 파트너사, 심지어 일반 고객까지도 기업에게 기대하는 사항과 던지는 질문이 달라지고 있다. 앞서 스포츠 선수 사례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는 기업이 만든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넘어 이것들이 어떤 가치와 원칙을 준수하며 만들어 졌는지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소비자 단계에까지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일찌감치 감지한 투자 사이드에서는 이제 ESG 경영 노력 등을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점차 일반화되는 추세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 대표 역시 “해외 진출에 나서는 기업들이 유럽 등에 소재한 고객사로부터 재생에너지 도입 계획, 화석 에너지를 쓰는 공급 비율 등을 묻는 질문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해관계자들의 문법과 질문들이 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질문들은 상당히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먼저 ‘이런 요청을 이들이 왜 할까’를 생각해야 하죠. 그래야 제대로 된 ESG 분석이 되거든요. 이해관계자가 갑자기 선해진 것일까요? 그 보다는 이해관계자를 압박하는 요인들이 굉장히 많아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인구 감소, 인종 차별, 지역 분쟁, 인권, 해양오염, 생물 감소, 기후 위기 같은 것들이죠. 즉 우리의 터전과 삶의 질에 굉장히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입니다.”

ESG 흐름에서 이탈하지 않는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

그렇다면 스타트업이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동종 산업계가 가지고 있는 표준, 지키고자 하는 적정 선의 룰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전략을 싸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ESG라는 단어가 더 이상 자주 언급되지 않을 정도로 보편화될 것”이라며 “ESG를 비용이라는 인식 대신 투자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 대표님들이 생각하셔야 할 것은 ESG를 도입함으로서 기존에 고객이 아니었던 그룹을 고객화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또 시장화가 되지 않았던 부분을 개척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것은 아마 경영에서 자주 말하는 ‘블루오션’일 겁니다. 새로운 환경과 사회적인 혁신을 하는 곳에서 기회를 찾는 거죠.”

이어 김 대표는 이러한 흐름 속에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 역할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 투자 시장에서 CVC의 투자 비중이 증가해 가고 있는 이유에 대해 “과거에 생각하지 못했던 환경, 사회와 같은 시장에서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는 벤처, 스타트업들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ESG를 도입함으로서 기존에 고객이 아니었던 그룹을 고객화하고 , 시장화가 되지 않았던 부분을 개척하며 '블루오션'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테크42)

“CVC들은 지분투자를 통해 스타트업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혹은 본인들이 스스로 하지 못했던 영역의 혁신, 즉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는 거죠. 대기업, 중견 기업과 이제 막 팁스(TIPS)를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동등한 관계로 오픈 이노베이션의 관점에서 항해를 하기 시작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김 대표는 이러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확산이 ‘기후테크(Climate-tech) 분야에서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기후테크 3대 트렌드를 언급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가치사슬을 기반으로 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굉장히 확장될 겁니다. 그 과정에서 스타트업들은 자사의 BM이 대기업의 가치사슬에 어떻게 접목되고 어떤 부분에 적용돼 수율을 높이는지를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또 기후테크에서 나아가 ‘Nature-based Solution’ 곤점으로 결합이 확대될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Evidence-based’라는 임팩트로 증명하라는 욕가 강화될 것으로 봅니다.”

한편 이날 팁스밋업은 김정태 대표 키노트에 이어 팁스선배기업으로서 ‘에이치에너지’의 함일한 대표가 ‘재생에너지 플랫폼의 투자유치 전략’을 발표했다. 이어 데이터기반 나무 유통 플랫폼 ‘루트릭스’, 폐플라스틱 재사용을 위한 고순도 재활용 플라스틱 제조 연구 기업 ‘리플라’, 영농형태양광 토탈 솔루션 기업 ‘엔벨롭스’, 일회용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무인회수 및 순환관리 솔루션 기업 ‘오이스터에이블’ 제철 슬래그 재활용 전환 기술 기반 친환경 건설소재 기업 ‘포스리젠’ 등의 IR 피칭이 진행됐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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