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어떤 강연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이야기를 전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질문 하나를 던져봤습니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에 살고 있는데 AI가 선생님의 자리를 대신한다면 어떨 것 같냐는 지극히 단순하고 기초적인 질문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답정너' 같은 느낌.
"단언컨대, 인공지능이 선생님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해서도 안되고요"
그리곤 말을 이어갔습니다.
"지금 당장 배우는 국영수 등 교과목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살아가야 할 인성과 도덕성을 배울 수 있잖아요. 인공지능이 결코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그리고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비대면 원격수업, 이제는 일상이 되었죠. 출처 : Connections Academy
교육현장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법
코로나19 임팩트로 인해 화상회의와 원격수업 등 비대면이 세상에 자리했습니다. 교과서와 함께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열어두고 선생님의 표정과 음성을 들으며 수업을 받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코로나도 한풀 꺾인 지 오래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생성형 인공지능이 크게 화제가 되면서 교육 현장에 또다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요구하느냐에 따라 유저가 원하는 답변을 빠른 시간 안에 받아낼 수 있습니다. 챗GPT 역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손쉽게 마무리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포털이라는 것이 생겨나면서 '검색'만 제대로 하면 기초적인 자료조사 정도는 수월해지기도 했습니다. 모르는 영단어가 있는데 아직도 두꺼운 영한사전을 펼쳐보시나요? 한때 열풍이 불었던 전자사전도 찾아보기 어려운 골동품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챗GPT는 포털이 수행하는 검색과 전혀 다른 차원의 결과물을 추출해 제공합니다.
대학에서 리포트는 경우에 따라 꽤 중요한 점수가 부여되곤 하는데요. 'A+'라는 학점 역시 리포트를 어떻게 작성해서 제출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습니다. 물론 지도교수의 주관적인 입장이 점수를 좌우하겠지만요. 그럼에도 이처럼 대단히 중요한 리포트 자체를 챗GPT를 활용해서 제출한다면 이를 채점하는 교수나 강사, 교사들이 구분해 낼 수 있을까요? 이 때문에 생성 AI를 활용한 리포트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교육시장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죠. 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벌어진 일입니다. 단순 해프닝이 아닙니다. 그리고 절대다수의 학생들이 챗GPT 등을 활용했었다고 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신이 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에세이를 제출하라고 한다면 챗GPT와 같은 생성 AI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해외에서도 생성 AI 도입하면서 나름의 원칙을 정하기도 했답니다.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평가 방법 또한 그에 맞춰서 진행하되 어뷰징을 막는 원칙을 제정하면서 동시에 AI 툴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모범적인 케이스를 공유하기도 한답니다.
챗GPT를 통해 A+를 얻었다면? 출처 : ESG Clarity
국내 일부 대학은 챗GPT 활용에 따른 교육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했답니다. 어떤 대학은 무조건 AI 툴 자체를 사용하지 않도록 금지하기도 하고 또 어떤 대학은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는군요. 생성 AI가 이렇게 양날의 검이 되어 교육계를 휘두를 줄이야. 결국 생성형 인공지능은 지금의 교육시장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파괴적일 수도 있고 교육 자체를 개선할 수도 있습니다. 또 경우에 따라 사고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교과서나 참고서 이외의) 학습 자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무조건 막는 것보다 그 트렌드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어쩌면 올바른 접근 방식이 아닐까요? 생성 AI가 유저 쿼리에 따른 답을 제시했을 때 그 결과물에 대해 전체적으로 잘근잘근 곱씹어보고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이성적으로 부여하게 되면 오히려 사고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어떤 선생님들이 과제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챗GPT를 통한 과도한 어뷰징이 생겨나게 된다면 "챗GPT를 금지할 것이 아니라 과제를 아예 없애버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라고 했을 정도랍니다. 생성 AI 시대와 흐름에 맞게 교육 방식 자체를 바꾸자는 이야기겠죠.
우리에게 선생님이라는 존재의 의미는? 출처 : usi.ch
아무리 AI시대여도 선생님은 필요하지 않나요?
예전에는 선생님의 그림자조차 밟지 않는다고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교권이 바닥을 치는 현실'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언제부터 그리고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교사들이 위협받는 일들도 꾸준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그림자는 물론이고 얼굴까지 짓밟는 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지금의 학생들도 그리고 그 학생의 부모들도 '선생님'이라는 존재를 모를 리 없습니다. 우리에게 학문을 가르쳐 주시는 분들이지만 국어, 영어, 수학이라는 특정 과목보다도 더욱 소중한 걸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사람답게 살아가야 하는 법, 인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생이 무엇인지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알려주시는 분들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과연 인공지능이 이러한 것들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요?
교육의 본질 중 하나는 학생들이 나중에 사회의 생산적 구성원으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보살피고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인공지능 테크놀로지는 특정 과목에 대한 교육 '도구'로서 가능할지 모르지만 나중에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애정 섞인 잔소리 따위는 기대할 수 없겠죠. 인공지능이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작금의 시대에 대단히 혁신적이고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테크놀로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어쩌면) 가장 필요한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너네가 지금 당장은 모르겠지만 이 소중한 시간에 졸고 떠들고 하면 나중에 정말 정말 후회한다. 진짜야, 정말이야"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친구들은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어서 빨리 종소리가 울렸으면' 하는 표정들이 얼굴에 가득이었죠. 실제로 저의 학창 시절 담임 선생님께서 진심 어린 표정으로 정성을 다해 영혼을 쏟아부으며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하지만 철없는 우리들에겐 그저 평범한 잔소리에 불과했죠.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생님이라는 존재와 마주했을 것입니다. 악연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진 않겠지만 대다수는 소중한 인연으로서의 '선생님'을 떠올리지 않을까요? 그때는 잔소리로 들렸을지 모르지만 다 큰 성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뼈저리게 느낍니다. 졸업을 앞두고 선생님과 떠나는 마지막 여행에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선생님이 아니라 어른으로서,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이야기하지만 앞으로가 진짜다. 공부 다 했다고 생각하지? 천만의 말씀이야. 꾸준해야 한다. 그래야 승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