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그 후] 스마트밴드

스마트밴드는 사라질 운명인가?

나이키 '퓨얼밴드'

스마트밴드를 세상에 알린 상업용 제품은 스포츠용품 시장의 1위 업체 나이키에서 발표됐다.  2012년 ‘퓨얼밴드’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 제품은 운동할 때 손목을 보호하는 용도로 사람들이 이미 착용을 했던 손목밴드에 IT기술을 접목해서 나왔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운동복 이외에 무거운 물건을 소지하고 있는 것이 방해가 되기 때문에, 손목밴드에 필요한 기능이 탑재된 이 제품은 상당히 멋진 이미지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초기 제품에는 걸음 수 측정이나 운동 열량 계산 같은 운동 애호가들이 궁금해할만한 최소한의 기능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운동 목표치를 설정하면 퓨얼밴드의 LED 조명이 목표치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알려주는 기능이 있어서,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후기가 많이 있었다. 건강 관리라는 시대적인 관심과 맞아떨어지면서 새로운 세대의 디바이스처럼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 진것이다.


시장에서 나이키의 스마트밴드에 대한 반응이 호의적으로 나오자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시장에 참여하게 되었고, ‘핏빗’과 ‘조본업’ 등의 새로운 벤처 기업이 이 시장을 주도했다.  2007년 설립된 핏빗은 스마트밴드 형태가 아닌 옷핀 형태의 제품으로 건강과 운동 정보를 측정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었는데, 스마트밴드가 소비자들에게 반응을 보이자 바로 밴드 형태의 제품을 출시하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었다. 막 떠오른 스타트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스마트밴드는 상당히 힙한 이미지를 가진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자 새로운 도전자들이 들어오게 되었는데, 저가의 대명사 샤오미의 ‘미밴드’가 몇 만원 수준의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흔들어 놓게 된다. 중국의 저가 스마트밴드 제품이 시장을 쓉쓸자, 스마트폰과 함께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삼성 같은 회사 이외에는 버틸 수 없는 극한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다. 

샤오미 '미밴드'

여기에 애플의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가 대박이 나면서 저가 시장은 중국 제품에 밀리고 고가 시장은 스마트워치에 빼앗기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 한국의 삼성전자 그리고 일본 소니의 스마트밴드도 이러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는 없었다. 이제 스마트밴드 시장은 낮은 가격의 가성비가 지배하는 수익성 없는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스마트밴드는 스마트워치처럼  스마트폰에 연동되어 사용되어지는 보조적인 위치인데다가, 낮은 가격을 유지해야하는 시장 환경으로 인해 새로운 제품 업그레이드가 빠르게 일어나지 않는 악순환에 빠지고 만 것이다.  

스마트밴드는 분명히 필요로하는 소비자들이 존재한다. 스마트폰을 매번 주머니나 가방에서 꺼내지 않고도 시간이나 문자 확인 같은 간단한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사소하지만 아주 편리한 기능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을 지니고 있기 어려운 운동 중에도 소지가 가능하다는 것 또한 아주 요긴하다. 그런데 이런 기능들이 모두 스마트워치와 겹친다 . 두 제품 모두가 허브가 되는 스마트폰에 연동되어 있는 보조기기다. 게다가 최신 스마트밴드들은 대부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서 스마트워치와 구별을 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낮은 가격이라는 메리트가 있지만 소비자들은 점차 스마트워치를 더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엄청난 팬덤을 보유한 애플워치의 인기에 밀려 이제 스마트밴드는 설자리가 더 줄어들고 있다. 애플워치가 더 작고 가벼워지면서 스마트밴드가 가지고 있던 장점은 사라져가고 있다. 저가의 중국 제품 이외에는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운 환경이 계속되고 있고, 참여 기업들의 신제품 소식도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스마트밴드라는 제품 자체가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스마트워치보다는 몸에 소지하고 있는 것이 용이하기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이 스마트밴드를 꾸준히 사용하고는 있지만, 고가의 제품이 나오기는 이미 어려운 시장이 되었다.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의 보조 디바이스로 그나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면, 스마트밴드는 제품의 용도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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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찬수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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