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화성을 우주식민지로 개척하기 위한 전세계적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20세기가 미국과 러시아(구 소련) 간 우주경쟁시대였지만 21세기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전세계가 뛰어든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우주개척 경쟁시대가 됐다. 우주강국을 꿈꾸는 국가들에 첫손가락으로 꼽히는 필수 기술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로켓 기술이다.
그런데 이제 여기에 또하나 추가돼야 할 것 같다. 바로 3D프린팅을 이용하는 로켓 제작 기술이다.
‘렐러티비티 스페이스(Relativity Space)’라는 미국의 우주기술 스타트업은 지난 8일(현지시각) 순전히(100%)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로켓을 지구 저궤도로 쏘아올린 후 그 대부분을 회수해 재사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들겠다는 로켓 이름은 ‘테란R(Terran R)’이다. 3D프린팅만으로 단 60일 내에 제작되며, 더 싸고, 더 가볍고, 더 튼튼하게 만들어지는데 부품수도 기존의 100분 의 1로 크게 줄어든다.
테란R은 오는 2024년 플로리다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그냥 자그마한 소형 인공위성 발사용 로켓이 아니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사가 쏘아올린 거대 로켓인 팰컨9에 근접하는 2만kg급 탑재하중을 갖는 엄청난 로켓이다. 높이 66m, 직경 4.9m인 2단 발사체를 3D프린팅으로 만들어 우주로 쏘아올린다는 얘기다.
우주로켓 제작 핵심으로 급부상한 3D프린팅 기술
렐러티비티 스페이스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발사기지에서 테란R을 발사할 계획이며, ‘테란 R’ 로켓의 첫 번째 고객과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테란R은 이미 로켓 일부에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한 ‘테란1’과 동일한 프린터를 사용해 이 회사의 미래공장(Factory of the Future)에서 만들어진다.
테란1은 테란R의 20분의 1 크기로 이미 제작됐으며, 연내 지구 저궤도로 발사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미 민간과 공공 부문 고객들로부터 테란 1호를 사용해 우주로 화물을 발사하는 9건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3D프린팅 우주로켓 시대가 이미 본격단계에 들어갔음을 실감케 한다.
렐러티비티 스페이스의 3D 프린팅을 이용한 우주로켓 제작 기술이 현대 로켓 제작의 총아가 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이 회사 고객의 면면에서도 잘 드러난다.
뉴질랜드 항공제작 및 소형 위성 발사서비스업체인 로켓 랩(Rocket Lab), 미항공우주국(NASA·나사),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같은 주요 기관과 우주 업체의 우주선이 모두 이 회사의 3D프린팅 제작 기술에 의존하고 있을 정도다.
세계 최초의 100% 3D프린팅 로켓...2달만에 뚝딱, 엔진과 페어링 등 재사용
사상 최초의 100% 3D프린팅 제작될 테란R 2단로켓은 구조물과 엔진을 인쇄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자율로봇을 함께 사용하게 된다.
이 로켓의 1단부 엔진은 3D프린팅된 7개의 이온 R(Aeon R) 로켓 엔진 7개 로 구동되며 각각 30만2000파운드(약 13만7000kg)의 추력을 발생시킨다. 상단(2단)로켓에는 3D 프린팅된 이온 백(Aeon Vac) 엔진 하나만 탑재된다.
3D프린팅 기술의 장점으로는 기존 로켓 제작시 들어가는 부품 수를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예를 들어 기존 로켓 엔진에는 수천 개의 부품이 포함될 수 있지만, 이 회사의 이온엔진은 단 3개의 금속 레이저 소결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수백분의 1로 작업 공수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것은 엔진을 더 빠르게, 저렴하게 만들고, 조립하기 훨씬 더 쉽게, 더튼튼하게, 단순하게 만든다. 이음매 가스 유출로 인한 폭발 사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렐러티비티 스페이스는 이 엔진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3D프린팅 접근 방식을 통해 기존 생산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던 독특한 공기역학적 특징과 기하학적 구조도 얻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이렇게 해서 60일 이내에 수직으로 세워진 로켓을 만들어 내게 된다.
게다가 테란R 로켓의 1, 2단 엔진과 탑재체 보호에 사용되는 5m 페어링 등이 완전히 재사용 될 예정이다.
엘리스 CEO는 “첫 번째 로켓 테란1과 함께 두 번째 로켓인 테란R은 렐러티비티의 혁신적 3D 프린팅을 이용한 접근 방식(부품 수 감소, 혁신 속도 향상, 유연성 및 신뢰성)을 계속 활용해 차세대 로켓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켓 구조물과 엔진 인쇄에 AI와 자율로봇 함께 투입
렐러티비티 스페이스는 단순한 로켓 제작 이상의 더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여러 행성을 여행할(multi-planetary) 로켓을 설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를 테면 지구에서 달을 거쳐 화성까지 가는 것이다.
이 회사 팀 엘리스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전체 로켓을 3D 프린팅하고 화성에 인류의 산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사명을 갖고 설립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영감을 받았고, 화성에 여러 행성(지구,화성)에서 사는 인류의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수십~수백 개의 기업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장차 달이나 화성에 사람이 거주할 경우를 상상할 때 우주 식민지에서의 제조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날 렐러티비티 스페이스는 “화성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확장 가능하고 자율적인 3D 인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우주산업용 3D프린팅 기술에 투자 몰리다
렐러티비티 스페이스는 이날 테란1을 테란 R 프로그램으로 확장하면서 장기적인 인프라 개발을 가능하게 해 줄 6억 5000만 달러(약 7267억원) 규모의 시리즈 E 투자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감했다고도 밝혔다.
회사의 후원자 그룹에는 베일리 기포드, 블랙록, 본드, 코튜, 피델리티, 제너럴 케이털리스트, 아이코닉 캐피털, K5글로벌, 마크 큐반,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 소셜 캐피털, 타이거 글로벌, 트라이브 캐피털, Y컴비네이터, 3L 같은 쟁쟁한 투자자들이 포진하고 있다.
렐러티비티 스페이스의 독점적인 3D 프린팅 공정은 기존 제조 분야에서는 불가능한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 이국적인 소재 및 독특한 디자인 기하학을 활용해 업계에서 유례없는 혁신과 중단을 주도하기 시작했음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그리고 이는 전세계의 더 많은 기업들이 3D 프린팅을 이용한 로켓 개발에 뛰어들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3D프린팅은
3D프린팅은 1984년 미국의 척 헐이 플라스틱 부품을 만들다가 이 기술을 생각해 내면서 시작됐다. 그의 발명은 작업을 빨리 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간소화하고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받은 그는 3D 시스템즈를 공동 설립했다. 그는 1년 뒤인 1987년 최초의 3D 프린터인 SLA-1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가 만든 3D 프린팅 기술은 어느 새 그 활용 영역을 자동차 시제품 제작 등 산업 및 의료용 부품 제작에서 인공장기, 의수, 의족은 물론 식품에 이르는 지구상 전산업에 활용되고 있다. 이제 그 활용범위가 우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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