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서 드러난 AI PC전쟁···인텔·AMD·퀄컴에 엔비디아까지

엔비디아가 PC와 노트북에 들어가는 새로운 AI PC용 GPU를 발표하면서 인텔과 AMD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퀄컴이 PC용 AI칩 스냅드래곤X 엘리트를 내놓은 데 이은 연이은 후발 업체들의 AI PC용 칩 전쟁 선언이다.

지난해의 AI열풍이 어디까지나 기업들의 AI 전쟁이었다면 올해들어 전장의 불길은 PC로까지 옮아붙은 형국이다. 사실 지난해 엔터프라이즈 AI 전쟁은 클라우드를 통한 인터넷 연결 기반 AI에서 벌어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 엔비디아가 있었고, 인텔·구글·MS·AMD 등이 서버용 AI칩 개발 및 공급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올해는 한걸은 더 나아가 이 분위기가 PC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게 중요한 것은 클라우드(인터넷)연결을 하지 않고도 개개인의 기기 내에서도 AI기능을 수행해 주는 AI칩 기반의 PC, 즉 AI PC를 둘러싼 전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고부하 AI 작업이 아닌 이상 굳이 인터넷에 연결할 필요없이 PC나 노트북에서 직접 수행토록 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지연 AI 컴퓨팅을 제공하고, 오늘날 디지털 환경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고급 데이터 개인 정보 보호 기능까지 갖추게 된다. 이를 엣지 컴퓨팅, 또는 로컬 AI 컴퓨팅으로도 부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엔비디아가 라스베이거스가전쇼(CES 2024)를 하루 앞두고 PC나 노트북에서 게임기능 지원은 물론 AI기능까지 수행해 줄 GPU를 내놓으며 이 분야 진출을 선언했다. 빅 서버 GPU와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그 시장의 80%를 지배하고 있는 회사가 이제 로컬 AI 분야로까지 내려와 인텔, AMD, 그리고 지난해말 가세한 퀄컴 등과 AI PC 시장을 놓고 경쟁하게 됐다.

엔비디아의 새로운 AI PC 칩들은 어도비 포토샵의 파이어플라이 생성기에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영상 통화에서 배경을 제거하거나, AI를 사용해 대화를 생성하는 게임을 만들기도 한다. 과연 엔비디아는 엔터프라이즈 서버용 AI칩에 이어 소비자용 AI PC칩에서도 성공을 거둘까. 엔비디아의 GPU 출시까지의 흐름과 기존 PC칩 강자 인텔, AMD, 그리고 그동안 은인자중하며 PC로 손을 뻗쳐 실력을 키워온 퀄컴의 AI PC칩 출시까지 살펴봤다.

AI시대의 기린아 엔비디아, 엔터프라이즈에서 소비자기기로 전선 확대

젠슨 황이 이끄는 엔비디아가 엔터프라이즈 AI에 이어 AI PC에도 진출했다. (사진=엔비디아)
H100 텐서코어 GPU. (사진=엔비디아)

생성형 AI시대가 본격적인 열기를 뿜기 시작한 지난해 이전까지 꽤 오랫 동안 엔비디아의 주수입원은 PC게임용 GPU였다. 그러나 지난해 PC용 GPU를 주력으로 하는 엔비디아가 오픈AI의 챗GPT로 널리 알려진 생성 AI 열풍속에 대박을 터뜨렸다. H100을 포함한 고가의 서버용 GPU가 AI모델 훈련 및 배치에 필수적인 칩이 되면서 AI열풍의 최고 수혜주가 됐다. 개당 가격이 수만 달러(수천만원)에 이르고 종종 8개의 GPU가 함께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제공되는 엔터프라이즈(기업) 서버용 GPU 수요 폭증으로 매출 급증과 함께 시총 1조 달러(약 1317조원)를 돌파하며 반도체업계 최고주로 우뚝섰다.

그리고 올들어서는 연초부터 모든 기기에 AI기능이 들어가는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잡기 시작한 가운데 엔비디아가 PC와 노트북을 겨냥한 AI PC칩 시장 공략을 선언한 것이다.

이런 흐름은 9일 개막돼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가전쇼(CES 2024)에서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행사의 올해 주제가 ‘AI’다. 그리고 실제로 컴퓨터, 전기자동차, 로봇 등 모든 기기에 AI 연산용 칩이 들어간 이른바 ‘온디바이스(On-Device)AI’가 주무대를 차지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온디바이스 AI PC에 답하다

엔비디아가 8일 GPU ‘RTX 4060 슈퍼’, ‘RTX 4070 Ti 슈퍼’(사진), ‘RTX 4080 슈퍼’ GPU를 발표했다. (사진=엔비디아)

기술 산업계의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 기존 생성AI를 배치할 때 엄청난 양의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고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실행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면서 최선의 방책을 찾는 가운데 나왔다.

엔비디아·인텔·AMD·퀄컴 등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기술적 해결책이 결국‘AI PC’ 또는 때때로 ‘엣지 컴퓨팅’으로도 불리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는 대신 각종 전자기기들 내부에 더 강력한 AI 칩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비록 약간의 절충점과 단점이 있지만 기기들은 이른 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나 이미지 생성기를 실행할 수 있다.

즉, 까다로운 질문에는 클라우드 모델을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제안하고,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 작업에는 로컬 AI 모델을 사용하도록 제안하는 칩을 제공하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자사 최신 AI PC칩의 경우 “클라우드 상의 엔비디아 GPU는 매우 큰 LLM을 실행하고, 모든 처리 능력을 사용해 매우 큰 AI 모델에 컴퓨팅파워를 제공하는 반면 PC에 들어가 있는 RTX 텐서 코어는 대기 시간에 민감한 AI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AI PC용 GPU 사양과 가격. (자료=GSM아레나)

엔비디아는 8일 발표한 PC 및 노트북용 AI 기능 지원용 GPU는 ‘RTX 4060 슈퍼’, ‘RTX 4070 Ti 슈퍼’, ‘RTX 4080 슈퍼’다. 가격은 599~999달러(약 74만~132만원)다. 이 GPU들은 AI 애플리케이션용으로 실행될 수 있게 설계된 추가 ‘텐서코어’를 가지고 있다.

이 모든 카드(GPU)의 가장 큰 변화는 쿠다(CUDA) 코어 수 증가로 설명된다. RTX 4080 슈퍼는 코어가 5.3% 추가됐고, RTX 4070 Ti는 10%, RTX 4070은 22%나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쿠다는 GPU에서 수행하는 병렬 처리 알고리즘을 C 프로그래밍 언어를 비롯한 산업 표준 언어를 사용해 작성할 수 있도록 해주는 GPGPU(GPU 상의 범용 계산)기술이다.

엔비디아는 이 새로운 AI 노트북PC 및 데스크톱 PC용 GPU가 주로 게임에 사용되겠지만 AI 애플리케션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는 RTX 4080 슈퍼가 이전 세대 GPU 모델보다 150% 더 빠르게 AI 동영상을 생성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엔비디아는 자사가 최근 발표한 다른 소프트웨어(SW) 개선에 따라 이 GPU가 대용량 언어모델(LLM) 처리를 5배 더 빠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스틴 워커 엔비디아 제품 관리 이사는 기자 회견에서 “1억 개의 RTX GPU가 출하되면서 AI 활용 목적의 강력한 PC를 위한 대규모 설치 기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 최신 AI PC용 GPU를 에이서, 델, 레노버와 같은 회사들의 노트북 제조용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새로운 그래픽 카드가 수출 통제를 준수할 것이며 중국으로 배송될 수 있어 엔비디아의 가장 강력한 서버 GPU를 얻을 수 없는 중국 연구원과 회사에 대안을 제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인텔·AMD·퀄컴도 AI PC시대에 발빠른 대응

인텔은 지난해 9월 새너제이 이노베이션 2023에서 AI 처리 기능의 CPU인 메테오 레이크 시리즈(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발표하고 지난해 12월 14일 출시했다. 병렬컴퓨팅과 추론까지 가능한 신경망프로세서(NPU)가 들어갔다. 삼성은 갤럭시북 4에 이 프로세서를 탑재돼 지난 2일 출시했고 CES 2024 전시행사에서 선보이고 있다. 인텔은 올해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AI PC용 칩을 대거 발표한다. (사진=인텔)
AMD도 9일 CES2024에서 라이젠 8000 G를 발표하면서 AI PC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AMD는 라이젠 8000G 프로세서로 AI 워크로드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통합된 고성능 신경 처리 장치(NPU) 엔진을 탑재한 세계 최초의 데스크톱 CPU라고 주장했다. (사진=AMD)
퀄컴이 지난 10월 발표한 AI PC칩 ‘스냅드래곤 X엘리트’. (사진=퀄컴)

인텔과 AMD도 이미 대세가 된 AI시대의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앞서 인텔은 지난해 9월20일 ‘메테오 레이크’라는 이름의 AI PC칩(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을 출시했다. 이는 지난 2일 삼성 갤럭시북4에 탑재돼 출시됐으며 오는12일까지 열리는 CES 2024 행사장에도 출품됐다.

AMD도 9일 CES 2024에서 데스크톱 PC를 위한 새로운 라이젠 8000G ‘피닉스’ 라인업 프로세서를 발표하면 AI PC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로써 PC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회사들 간에 AI처리 기능이 들어간 ‘AI PC’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시장파급 효과···AI칩 이점 살려 줄 OS·앱 잇따를 듯

이처럼 AI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인텔·AMD 및 애플 주도의 PC칩 시장은 더욱더 다양한 경쟁자들의 전쟁터가 되면서 또다른 분명한 흐름을 낳게 될 것으로 될 것으로 보인다.

CNBC는 향후 1년 동안 이러한 향상된 AI PC칩 파워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한 새로운 AI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최근 AI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키보드 발표에 이어 올연말에는 AI 칩 추가에 따른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윈도우 12 버전을 새로이 출시할 것으로 예상됐다.

워커 엔비디아 제품관리 이사는 “엔비디아의 새로운 칩은 어도비 포토샵의 파이어플라이 생성기에서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영상 통화에서 배경을 제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한 게임 개발자들이 생성 AI를 게임 타이틀에 통합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 있다. 이 도구는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아닌 캐릭터로부터 대화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한다.

AI PC시대를 맞아 PC용 칩 시장도 AI 기능을 갖춘 AI PC칩 경쟁구도로 바뀌고 있다.

즉, 인텔·AMD·애플에 새로이 등장한 퀄컴·엔비디아가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추격하는 구도로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새로이 AIPC칩을 내놓은 엔비디아는 지난 한햇 동안 엄청난 엔터프라이즈 GPU칩 열풍을 주도했기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과연 이 회사는 지난해의 경험을 살려 집이나 사무실에서 PC나 노트북으로 구동할 수 있는 이른바 ‘로컬’ AI(먀 PC)에서도 위력을 발휘할지 지켜보자.

퀄컴의 추격도 지켜볼 일이다. 인텔과 AMD가 AI PC칩 분야에서 얼마가 선방할지도 주목해 볼 일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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