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되고, 영화관은 안되는 이유

체험경제의 부상

지난해 프로야구관중이 5년만에 800만을 돌파했다.  LG는 매년 잘하고 있었고, 2010년대 이후로 LG의 강세는 꾸준했다. LG의 1위가 코리안시리즈의 흥행을 만든 것은 맞지만, 야구 전체의 재미요소는 그리 크지 않았다.

팬덤이 강한 LG가 1위를 한 덕도 컸지만, 야구의 전성기가 돌아온 데에는 체험경제가 부상했다고 생각한다. 체험경제는 무엇인가,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체험을 통해 가치를 느끼고 지불하는 것이다. 

야구를 잘보려면 야구장 어디에서 보아도, 집에서 TV를 통해 보는것보다 잘 볼 수 없다. 작년 모 야구장의 VIP룸도 가보았지만, 야구장에서 가장 좋은 곳이 따로 없다할만큼 모든 곳에서 구장이 그리 잘 보이는 곳은 없다.

오히려 잘 보이지도 않고 경기결과도 안보이지만, 치열하게 응원하는 치어리더 응원석 앞이 인기있고, 가장 조용히 야구를 보고 싶을때는 포수석 뒤쪽으로 앉아 포수관점에서 야구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야구장에서의 체험과 경험은 각양각색 자신들의 가치관에 맞춰 즐길 수 있다.

반면, 영화관은 지난 2023년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선전하고 범죄도시3, 엘리멘탈, 서울의 봄 등 나름의 분기별 히트작들이 나오면서 흥행하는 듯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시기 만들었던 창고 영화들이 하나 둘씩 처분되면서 영화관으로 발길을 이끌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혹자는 실력도 부족한 한국 야구를 누가 보냐고 핀잔주고, K컬쳐의 힘이 강하다며 영화산업의 부활을 말하고 있지만 실제는 판이하게 다르다. 돈을 버는 것은 스포츠선수의 실력보다 더 중요한 즐거움을 선사하는가였다. 

야구는 특히 선발 9명 선수뿐만아니라 대기선수, 감독들과 심판 등 개입하는 수많은 참여자들에 의해 짜여지지 않은 각본을 가지고 다양하게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팬덤화된 관객들이 TV로도 소비하지만, 야구장에와서 경험하는 것은 또다른 경험이익을 가져다 준다. 

4월부터 10월까지 가족나들이하기 좋은 시즌에 맞춰 140여 경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주말 포함하여 가장 많이 대중적으로 노출되는 국민스포츠인 셈이다. 저녁에 퇴근하고 맥주를 마시면서 볼 수도, 주말에 나들이를 가서 김밥과 떡볶이를 먹으면서 볼 수도 있는 스포츠이자 또하나의 체험인 것이다. 

반면, 영화관은 어떤가. 야구와 달리 멀티플레이가 전혀되지 않는 문화체험이다. 음료와 팝콘 스낵을 즐길수는 있지만 야구처럼 중간 중간 화장실을 다녀오고 간식을 사러가도 4시간 30분간의 서사를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고 주변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충분히 자신들이 경험하고 있는 문화에 대한 의견 공유가 가능한 것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맑은날에는 외출하고, 궂은 날씨엔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영화 자체의 매력, 영화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영화관까지 가는 모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거기다 영화관을 가는 과정에서 멀티플렉스가 도입되어 주변 상권까지 이용하는 순환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의도와달리, 영화관으로 가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긍정적이지 않으면서 영화관 방문 자체에 대한 부정적 경험이 누적되고 있는 점도 큰 문제이다.

천만 영화만 볼 수도 없고 다양한 영화가 다양하게 인기를 끌어주면서 영화관이 문화공간으로 잡아야할 지금 영화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비싼 주차료를 내고 들어와 번잡한 식당가를 지나 장당 15,000원에 이르는 티켓을 끊고 팝콘과 콜라를 들고 어두컴컴한 곳으로 들어가 2시간여 재미없는 영상을 숨죽이고 시청해야한다는 고역의 경험뿐이다.

야구의 실력은 무관하게 앞으로도 야구 경험은 더욱 개선되고 유명세와 무관하게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공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영화 본연의 매력도 떨어지는 영화관에 우리는 이제 천만 영화도 안나올 때는 왜 가야할까? 어쩌면 영화관도 근 100년이상 이어온 영화관람 형태를 바꿔야할 때가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지금이 아니면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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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워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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