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그 후] 스마트 카(Smart Car)

스마트워치나 스마트글래스같은 우리 몸에 착용하는 제품들과는 성격이 상당히 다르지만, 자동차는 현대인의 삶속에서 웨어러블 제품들만큼이나 친숙한 디바이스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스마트폰 이후에 ‘스마트’라는 접두어가 붙을 기기 중 하나로 ‘자동차’가 바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자동차는 가격 면에서 일반 소비자가 시험삼아 쉽게 구매를 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게다가 자동차는 IT 기업들이 쉽게 만들 수 있는 영역도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스마트카는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들만이 기존 제품에 첨단 기능을 추가하는 식으로 접근을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회사들은 이 시장에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스마트카 제조 분야보다는 스마트카의 OS를 두고 벌어지는 구글과 애플의 경쟁이 초기에는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애플은 2013년 6월 애플 개발자 회의 때 iOS7을 발표하면서 새롭게 추가된 기능인 ‘iOS 인더카(iOS in the Car)’를 공개했다 (이후 Carplay로 이름을 바꿈). 자동차에 장착되어 있는 오디오-비디오 시스템에 애플의 OS를 집어넣어 마치 아이폰에서 음악을 듣고 동영상을 감상하며 다양한 기능을 실행하는 것처럼, 자동차의 모니터 화면과 스피커를 통해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의 시작이었다. 애플에게 선수를 뺏긴 구글도 2014년 1월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할 자동차 회사들과 OAA(Open Automotive Alliance)를 만들어 바로 대응에 나섰고, 구글의 지도검색 서비스인 구글 맵스에 교통 안내를 추가하면서  ‘Android Auto’라는 OS로 시장을 양분했다. 여기에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은 자신들만의 폐쇄적인 OS를 개발하여 스마트카 시장을 애플과 구글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스마트카와 스마트폰과의 연결성을 강조하는 서비스 개발에 주력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를 연동해서 스마트카 제어 제품을 출시했으며, 미국의 통신업체인 AT&T가 포드자동차와 BMW, 닛산 등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과 자동차에 무선인터넷 기능을 탑재하는 사업도 추진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자동차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기술은 자동차 소유자가 정비소를 가지 않고도 차의 상태를 항상 체크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시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을 하였고 자동차가 단순히 이동하는 수단을 넘어서 미래 콘텐츠 소비의 중심으로 재탄생하게 될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동차 시장의 강자는 벤츠, BMW, 도요타 같은 기존의 자동차메이커들이었다. 다른 IT 기기들처럼 스마트카라는 이름으로 혁신적인 자동차가 등장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런 불가능한 혁신을 성공시킨 기업이 바로 ‘테슬라’다. 

테슬라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라는 개념의 스마트카를 개발하여 자동차 제조 공정의 혁명적 변화를 만들어냈다. SDV는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진화하는 차량을 말한다. 마치 스마트폰처럼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자동 업데이트하여 자동차의 주행성능, 편의기능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동차가 비로소 스마트폰처럼 IT기기가 된 것이다. 자동차가 인터넷 연결을 통해 다른 기기들과 데이터를 주고 받으며 진화하는 스마트 기기가 되었다. 기존 자동차는 부품의 숫자가 많고 전문 영역이 구별되어 있어 서로 다른 OS를 사용하는 부속품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런데 테슬라는 처음부터 자율주행 차를 염두에 두고 내부 설계를 완전히 새롭게 구현해 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SDV 기반의 자동차를 보통 ‘커넥티드 자동차(Connected Car)’라고 한다. 

현재 스마트카는 커넥티드(Connected Car)와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이라는 두가지 방향으로 발전을 하고 있는데, 테슬라가 자율주행 분야 역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자율주행은 보통 ‘레벨 0’ 부터 완전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 5’까지 나눠져 있다. 현재는 거의 대부분의 신차들이 최소 ‘레벨 2’ 정도의 자율주행 수준을 보여주고 있으며, 테슬라와 선도 기업들이 레벨 4 단계에 도전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자율주행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는 또 다른 회사로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 전문업체로 잘 알려진 미국 ‘엔비디아(NVIDIA)’가 있다. 원래 PC게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그래픽 처리 기술로 시작이 된 GPU는 이제 자율주행차 기술의 핵심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엔비디아가 이 분야에서 각광을 받는 기업이 된 것이다. 엔비디아의 기술은 차량에 10 여개의 카메라를 부착해 자동차의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이 이미지 데이터를 자동차 내부에 있는 초소형 이미지 프로세서를 이용해 분석하는 방식이다. 카메라가 확인한 자동차 주변의 영상을 차량에 탑재된 소형컴퓨터가 분석해서 자동차의 움직임을 컴퓨터가 사람의 도움없이 자체적으로 판단한다. 영상인식 기술과 센서 기술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까지 결합된 최첨단 IT 기술의 집합체가 바로 자율주행차인 것이다. 

자동차가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고 알아서 움직인다는 것은 너무나 멋진 일이지만,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대비를 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준비는 기술적인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 이외에 새로운 상황에 대한 새로운 법률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그런 이유로 세계 각국은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기술 개발 뿐 아니라 새로운 법을 만드는 부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합법적으로 미국의 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된 것은 2011년이었고, 처음으로 자율주행차가 시험면허를 획득한 것은 2012년 5월이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미국의 네바다주에서 일반 도로를 달린 것이 최초의 합법적 자동차 자율주행이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2016년 2월 12일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자율주행차의 실제 도로주행이 가능해졌고,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가 도로주행을 허가받은 1호차였다. 

이제 자동차는 스마트폰과 같은 독립된 스마트 디바이스로 재탄생하고 있다. 곧 자동차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첨단 스마트카가 우리의 도로를 달리게 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처럼 오랜 시간을 두고 세계 각국의 기업과 정부가 준비를 하고 있지만, 레벨 5의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은 더디기만 하다. 기술적인 진보가 아직 더 필요하지만, 사실 자율주행차가 실제 사용되는 것에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법과 제도같은 문화적인 것이 되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너무나 가까이 있는 제품이지만, 안전 문제가 완벽하게 인증되지 않고서는 대중화가 불가능하기에 스마트카는 차분하게 차근차근 단계를 제대로 밟아가며 도입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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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찬수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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