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네이버, 카카오 등 다양한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쇼핑이 일반화된 시대다. 덕분에 제품을 소싱하고 판매하는 이커머스 셀러로 나서는 이들 역시 적지 않다. 온라인 사업자, 혹은 SME(중소상공인)로도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적은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물건을 판매했을 때 판매 대금 정산까지 걸리는 1~2개월의 시간이다.
대금을 정산 받기 위해 걸리는 이 기간에도 이커머스 셀러들은 새 상품 매입, 배송에 필요한 현금 지출을 한다. 자금 여력인 된다면 1~2개월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고객 주문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 상품을 충분히 매입하지 못해 배송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 운이 좋아 소위 ‘대박’을 터뜨린 제품을 소싱했다고 해도, 충분한 여유 자금이 없을 경우에는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젓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이들이 택하는 방법이 ‘대출’이다.
문제는 이들에게 적용되는 대출 기준이다. 최근까지도 적잖은 금융사에서 이커머스 셀러들은 무점포 사업자(가판판매)와 동일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즉 이들이 택할 수 있는 것은 ‘고금리 대출 상품’ 뿐이라는 말이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대금 정산 방식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이런 구조는 이커머스 셀러들에게 점점 커지는 이자 부담으로 다가온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이 잘 된다고 해도 자금 경색으로 인해 ‘흑자 부도’에 처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 경우 이커머스 셀러들에게 대출을 해준 금융사 역시 부실 대출의 리스크를 떠 안을 수밖에 없다.
13년여 간 금융사에서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을 담당했던 박정호 에스씨엠솔루션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이를 창업으로 실현시켰다. 수년의 개발과 테스트를 통해 에스씨엠솔루션이 지난 2021년 본격 선보인 ‘셀러라인(SellerLine)’은 신용도에 상관없는, 매출채권팩토링 방식의 공급망 금융 서비스로 자리잡으며 이커머스 셀러들의 자금 경색 문제와 금융사의 대출 부실 위험을 낮추는 성과를 내고 있다. 나아가 에스씨엠솔루션은 자체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커머스 셀러를 위한 자금 흐름과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며 ‘글로벌 무역 거래 플랫폼’으로 진화를 꾀하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박정호 대표를 만나 에스씨엠솔루션의 지난 이야기와 향후 계획들을 더 자세히 들어봤다.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대출 분야의 한계 경험하며 창업 시도
“금융사에서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을 심사 당시 개인 신용 점수가 유사한 월매출 100만원 이하인 오프라인(식당 등) 사업자와 500만원 이상인 온라인 사업자에 대한 심사를 진행 한 적이 있어요. 사업 분류상 온라인 사업자는 무점포 사업자(가판 판매)와 동일하게 고위험군으로 분류됐고, 결국 오프라인 사업자는 2000만원, 온라인 사업자는 500만원이라는 대출 한도가 적용될 수밖에 없었죠. 결과적으로 오프라인 사업자는 부실이 발생되었지만 온라인 사업자는 부실 없이 상환이 이뤄 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과거에 만들어진 사업자 위험 분류 코드는 현재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때부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박 대표의 생각은 이내 행동으로 옮겨졌다. 회사에 온라인 사업자를 위한 전용 대출 상품을 제안하며 변화를 꾀한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금융사 내부에 공고했던 ‘이커머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 넘기는 쉽지 않았다. 토스를 비롯해 기존 금융 시스템에 혁신을 시도하는 핀테크 분야가 막 고개를 드는 시점이었다. 이에 주목한 박 대표의 선택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급성장하는 핀테크를 알면 알수록 관심이 커졌어요. 기존 금융과 다른 방식으로 금융소외계층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죠. 결국 핀테크 분야의 가능성을 확인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퇴사를 선택했어요. 그리고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1년가량 여신 심사, 상품 등을 전체적으로 총괄하는 업무를 하며 매출채권 담보대출을 비롯해 금융기관에서 시도하기 어려웠던 상품을 만들고 운영하는 경험을 쌓았습니다.”
박 대표가 에스씨엠솔루션의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우연찮은 기회에 이커머스 셀러 상당수가 매출 규모에 상관없이 단기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고금리 사채를 이용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단기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의 경우 주택 등 금융기관에서 요구하는 담보를 제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신용 대출 한도는 필요한 자금에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모든 것을 수용한다고 해도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대출 심사 역시 당장 자금이 필요한 이커머스 셀러들에게는 맞지 않았다. 박 대표는 “계속 성장해 가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판매자들의 생존 주기가 짧은데 여러 이유가 있으나 흑자 부도 형태의 폐업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틈새 시장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기존 대출과는 다른 구조를 만들고자 했어요. 고금리 사채, 현금 서비스보다는 이용료가 적고 원하는 한도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부실 발생을 예측 할 수 있어야 하고, 부실 발생시 단기간에 회수가 가능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성 있는 데이터의 확보와 매출채권의 확보, 매출채권의 회수 가능성 그리고 구조화가 돼야 했죠. 다행히 이커머스 셀러와 같은 온라인 사업자에게는 언제 어떤 상품을 판매했는지, 매출 발생 부분에 있어서 언제 회수가 가능한지 등 오프라인 사업자에게서 얻기 힘든 데이터를 확보하고 검증할 수 있었고, 이것을 통해 안전한 구조화 상품을 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신용평가 없이 매출채권으로 공급망 금융 가능성 확인, 메이저 금융사까지 반했다
박 대표는 결국 지난 2018년 4월 에스씨엠솔루션을 창업하고 이커머스 셀러를 위한 공급망 금융 서비스인 ‘셀러라인’ 개발과 검증을 이어갔다. 셀러라인은 이커머스 셀러와 플랫폼 사이에 문제가 되는 판매 대금 정산에 걸리는 시간을 해결하는 매출채권팩토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커머스 셀러에게는 매출채권을 양도 받아 판매대금을 선정산 해주고 플랫폼 측에는 매출채권 양도를 통지하고 추후 직접 정산대금을 수취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셀러는 대금을 정산 받는 2개월 가량의 자금공백 기간을 없애며 흑자 부도를 피할 수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 역시 셀러들이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면 그만큼 더 많은 셀러 확보와 수익을 거둘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 과정에서 에스씨엠솔루션은 금융사와 제휴를 맺어 이커머스 셀러들에게 매입한 채권을 담보 형태로 차입하는 상품을 통해 수수료 등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셀러라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커머스 셀러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매출채권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어요. 창업 이후 셀러라인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까지 저희가 테스트 기간에 집중한 것은 ‘이커머스 매출 등의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가 예측한 모형이 나올 것이냐’였어요. 그렇게 지난 2년여간 셀러라인을 운영하며 셀러들의 매출채권만으로 충분히 안정성을 확보한 회수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젠 검증이 끝난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현재 에스씨엠솔루션은 ‘셀러라인’을 통해 국내 주요 이키머스 플랫폼과 연계된 선정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커스 플랫폼 판매의 경우 셀러들은 배송 완료 기준 다음날 셀러라인을 통해 정산예정금의 최대 95%까지 지급받을 수 있다. PG 선정산 역시 결제금액 기준 다음날 같은 방식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이를 이용하려는 셀러는 별도의 방문이나 복잡한 서류 없이 온라인을 통해 1분 내에 신청이 가능하다. 회원 가입 후 자신이 판매하는 플랫폼(마켓)을 등록하면 셀러라인이 제공하는 판매 현황 관리 및 선정산 이용 내역 확인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에스씨엠솔루션은 국내 주요 금융사 및 이커머스 플랫폼들과 지속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확대해 나가며 스크래핑 및 API 연동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셀러라인을 통해 매출채권을 매입하는 저희와 같은 업체를 ‘팩터’라고 하는데 팩토링 서비스에서는 언뜻보면 이 팩터의 리스크가 너무 큰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입 전에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대금이 언제 정산되는지, 또 안전한지를 충분히 검토하고, 또 대금 회수 자체를 셀러가 아닌 플랫폼에서 직접 받는 형태이니 리스크는 크지 않습니다. 게다가 셀러들은 매출채권을 매각하기 때문에 대출 부담이 없고 부채로 잡히지도 않는다는 장점이 있죠. 저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도 기존 고금리 대출에 비해 훨씬 낮고요. 금융사 입장에서는 저희가 셀러라인을 통해 금리는 높지만 리스크가 컸던 온라인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 대신 안정적인 여신을 확보할 수 있으니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이제까지 부실채권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은 저희와 제휴를 맺은 금융사를 통해서도 다 검증이 된 상황입니다.”
에스씨엠솔루션의 다음 도전은 ‘글로벌’
“지난해까지는 저희가 세웠던 가설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마케팅 없이 매월 5% 이상 지속 성장을 할 수 있었죠. 셀러라인 오픈 이후 첫 4개월 만에 100억원을 기록한 누적 거래액은 금융권에서는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월 100억원 정도의 거래액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죠. 올해는 저희 모델을 좀 더 고도화해 정산 대행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요. 이미 월 100억원 씩 진행하는 계약이 이미 체결돼 있는 등 연 거래액 3000억원 이상은 이미 확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상태죠.”
최근의 성과를 이야기하던 박 대표는 “에스씨엠솔루션의 다음 도전은 ‘글로벌’”이라며 향후 계획을 이야기했다. 실제 에스씨엠솔루션은 그간 ‘셀러라인’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와 운영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올해 해외 진출을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을 거점으로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고, 글로벌 대형 이키머스 플랫폼과 제휴를 논의 중에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해외 온·오프라인 서비스 확대를 하려고 합니다. 그 외에도 현재 진행하는 정산대행에 더해 BNPL(선구매후결제), 장래 매출채권 등 이커머스를 넘어 다른 분야의 플랫폼에도 적용 가능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죠.”
이를 위해 에스씨엠솔루션은 지속적인 국내 금융사, 이커머스 플랫폼과 제휴를 이어가는 한편 해외 금융사와 제휴도 진행 중이다. 또 그간 지속적으로 확보되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해 이커머스 셀러 신용대출 심사 시 활용할 수 있는 평가 지표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도 조율 중에 있다. 다양한 계획을 이야기하던 박 대표는 인터뷰 말미, 심중에 두고 있던 더 큰 목표를 털어 놨다.
“지금 저희 비즈니스는 단순히 이커머스 판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금 유동화 서비스에 한정된 듯하지만, 최종 목표는 소상공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글로벌 무역 거래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국내 제조 소기업 상품을 해외에 알리고 판매 할 수 있는 통로 제공 하는 플랫폼이죠. 그 바탕에는 ‘공정’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처음 셀러라인 서비스를 기획했을 때부터 저희가 세운 기준이죠. 공정한 거래와 경쟁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것이 저희 에스씨엠솔루션의 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