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전기차 값이나 내연차 값이나···이유와 불만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용 초급속 충전소 이핏(E-Pit). (사진=현대차그룹)

“3년 후인 2027년이 되면 차세대 배터리 전기차는 비교 가능한 내연기관차보다 평균 생산 비용이 저렴해진다.”

시장조사 회사인 가트너는 지난 7일(현지시각) 향후 3년 내 전기차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며 이같은 내용의 전망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제조사가 전기차를 싸게 생산한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선뜻 사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내용을 보면 그 시점의 전기차 구매 가격이 싸지긴 하겠지만 차체 및 배터리 중대사고 수리 비용이 평균 30%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도 함께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나온 보고서 속의 “지난 10년 새 세워진 전기차 회사들의 15%가 인수되거나 파산할 것이다”라는 전망도 설득력있어 보인다.

가트너의 발표 자료 내용은 현재 진행되는 글로벌 전기차 업게의 움직임과도 맞아 떨어지면서 꽤 설득력을 갖는다. 보고서 발표내용을 우리가 최근 보고있는(또는 봐왔던) 전기차(자동차)업계 움직임 및 시장 상황과 함께 살펴봤다.

2027년까지 전기차 가격 크게 낮아진다고 보는 이유

테슬라는 지난 2021년 여러 부품 공정을 단일화해 생산하는 매시브 캐스팅 공정을 적용해 모델Y 차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공정을 적용하기 전 모델3(위 왼쪽)는 70개 부품을 조립했지만 이 공정을 적용한 모델3(위 오른쪽)은 2개의 커다란 부품으로 충분했다. 아래 사진 왼쪽은 모델Y에 적용된 거대한 캐스팅 부품이고 오른쪽 사진은 모델3에 적용된 거대한 캐스팅 부품이다. (사진=테슬라)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자동차 생산 공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사진=테슬라)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는 소프트웨어 및 전기화의 역할 증가로 인한 변화와 씨름하여 전기 자동차(EV)의 새로운 단계를 창출하게 된다.

페드로 파체코 가트너 리서치 부사장은 “새로운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자동차 분야의 현상을 크게 재정의하기를 원한다. 그들은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생존하기 위해 받아들이지 못한 제조 비용과 조립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중앙 집중식 차량 아키텍처나 ‘기가캐스팅’ 도입과 같은 생산 비용을 단순화하는 새로운 혁신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특히 지난 2021년 테슬라가 모델Y에 처음 적용하기 시작한 이른바 매시브 캐스팅, 또는 메가 캐스팅으로 불리는 수십개 부품을 불과 2개로 만들어 조립하는 공정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중국의 전기차 회사를 포함한 경쟁사들도 테슬라의 매시브 캐스팅을 따라하기 위한 캐스팅 장비 도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가트너는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27년까지 차세대 배터리 전기차(BEV)가 동급의 내연 기관(ICE) 차량보다 평균 생산비용이 더 저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동차회사들이 제품 설계와 함께 그들의 제조 운영을 파괴적 혁신을 하기로 함에 따라 앞으로 몇 년 동안 배터리 전기차의 생산 비용은 배터리 비용보다 상당히 빨리 떨어질 것이다.

파체코 부사장은 “이는 배터리 전기차들이 최초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내연기관 차량 가격 동등성(cost parity)에 도달할 것이지만, 동시에 배터리 전기차들의 일부 수리비용이 상당히 비싸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가트너의 전기차 생산가격 하락 전망은 테슬라의 생산 공정 단순화 혁신 외에도 로봇 도입같은 추가 요인들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또한 생산비용 감소세가 배터리 비용 하락세보다 빨라지는 데 한목하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세계 최초로 ‘매스브 캐스팅’ 생산공정을 도입한 데 그치지 않고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제조공정 투입을 앞두고 있다. 전세계 전기차 경쟁사들은 매시브 캐스팅 공정에서 그랬듯이 이번에도 테슬라를 본따 제조공정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하기 위한 추격전을 벌이면서 생산비 줄이기 따라잡기에 나섰다. .

게다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거대 리튬광산이 발견됐다는 뉴스까지 나왔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리튬 가격 및 조달 경쟁력이 더욱 강해지게 될 것이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미중 전기차 회사들의 글로벌 전기차시장경쟁도 더욱더 치열해지게 될 것이다.

데일리메일은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 솔튼 레이크 호수 바닥의 리튬 매장량은 1800만 톤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으로 알려진 칠레 리튬 매장량(930만톤)의 거의 2배에 이른다. 이는 수십년 간 전기차 3억 5700만대 분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며 그 가치는 무려 5400억달러(약 713조 원)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호주 지열발전 회사 CTR이 캘리포니아 주정부로부터 이 지역 채광권을 확보해 놓은 가운데 발견된 자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부근 호수 밑에서 세계최대 규모 매장량을 자랑하는 리튬이 발견됐다. 이는 지난해 세계 1위 리튬 매장량을 가진 칠레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래프는 세계 리튬 매장량 순위. (자료=스타티스타 2024)

신차값 떨어져도 사고시 차량수리비 높아 보험료 문제가

가트너는 2027년까지 배터리 전기차 차체 및 배터리 중대 사고시 평균 수리 비용이 30%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 결과 충돌 사고가 난 차량은 차량 잔존 가치보다 더 많은 수리 비용을 들이기보다는 차라리 차를 폐차처리해 버릴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더 비싼 충돌사고 차량 수리 비용은 더 비싼 보험료를 초래하거나 심지어 보험 회사가 특정 자동차 모델에 보험적용을 거부할 수 있다.

가트너는 배터리 전기차 생산비용의 빠른 감소는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기에 이것이 소비자에게 더 높은 수리비용을 부담시키면서까지 이뤄져선 안된다고 말한다. 새로운 전기차 생산 방법은 낮은 수리비용을 보장하는 공정과 함께 배치돼야만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통폐합된다

한국 전기차 시장 상륙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 중국 BYD의 중형 세단 ‘실’(Seal). BYD는 지난해 4분기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을 넘어섰다. (사진=BYD)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SUV ‘코나’. (사진=현대차그룹)

파체코 가트너 부사장은 “손쉽게 시장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자동차 제조업체부터 전기차 충전에 이르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전기차 분야에 모여들었고, 일부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외부 자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특히 시장의 도전에 노출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게다가 전기차 관련 인센티브는 여러 국가에서 점진적으로 폐지되고 있어 기존 업체들의 시장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트너는 오는 2027년까지는 “지난 10년 이후 설립된 전기차 기업의 15%가 인수되거나 파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체코 부사장은 “이는 전기차 부문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가진 기업들이 나머지 기업들을 눌러 이기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기차는 올해에도 시장 보급률 확대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트너는 올해 전세계 전기차 출하량이 1840만 대, 내년에는 206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또 “자동차 회사들이 ‘골드 러시’에서 ‘적자생존’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이제 이 분야 기업의 성공이 초기 주류 전기차 채택자들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에서 비야디(BYD)가 테슬라를 넘어서는 판매량을 기록하는 주목할 만한 변화다.

커낼리스는 올해 전세계 전기차 출하량을 지난해보다 27% 성장한 17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커낼리스)

미국 자동차시장을 보면 1900년 대에 약 3000개의 자동차 회사들이 난립하다가 정리돼 1970년대까지 포드, GM, 크라이슬러 빅3의 주도 체제로 정리됐지만 1973년 제 4차 중동전 발발이후 석유위기가 발생하면서 연비가 높은 일본차들의 대공세가 미국차의 쇠퇴를 가져왔다. 이후 크라이슬러는 2021년 이탈리아 피아트-미국 크라이슬러 합작사인 FCA와 프랑스 PSA 그룹의 합병으로 스텔란티스가 탄생하게 된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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