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관리, 전략적 비즈니스 필수 요소로 재정의가 필요하다

금융위, ESG 공시 도입 시기 2026년 이후로 연기했지만… 준비는 올해부터, 2025년에는 완비해야
개념 모호한 한계 넘어 각 국가, 국제 기관에 의해 진행되는 ESG 정보공시 고도화, 복잡해지는 생태계 대응 필요
기업의 힘만으로는 불가능,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EU, 미국 등 ESG 지침을 주도하는 국가들과 반드시 협의해야
최근 국내외에서 ESG 이슈를 두고 긍·부정의 입장이 혼재하는 상황이지만, 이와 별개로 지속가능성 공시제도의 본격화, 공급망 실사를 요구하는 등의 다양한 법안 제정이 이뤄지고 있다. ESG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잡은 셈이다. (이미지=퓰리처AI 생성)

최근 국내외에서 ESG 이슈를 두고 긍·부정의 입장이 혼재하는 상황이지만, 이와 별개로 지속가능성 공시제도의 본격화, 공급망 실사를 요구하는 등의 다양한 법안 제정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1월 텍사스 등 25개 주가 퇴직연금의 투자의사 결정 시 ESG를 고려할 것을 요구하는 노동부 규칙 개정안에 대해 연방법 위반을 주장하며 행정소송이 제기 된 바 있다. 이어 3월에는 미국 의회 차원에서 공화당 주도로 노동부 규익 개정안의 무효화가 의결됐지만, 당시 막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첫 거부권을 행사하며 갈등이 진행 중이다.

이와 별개로 미국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해 3월, 상장기업에 기후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SEC는 10월 공시 규칙 최종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연되다가 올해 들어 지난달 6일 비로소 자국 내 주식시장 상장사를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롯한 기후변화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각 기업들의 반발에 더해 공화당 대권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라 미국 내에서 ESG는 정치화되며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복잡성을 더해가는 글로벌 ESG 생태계의 변화를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의무화’와 ‘표준화’ 그리고 ‘명확화’라 할 수 있다. 이는 이전까지 모호한 기준과 과도한 목표 설정 등의 문제가 제기돼 왔던 ESG의 한계를 넘어선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퓰리처AI 생성)

복잡한 미국 상황과 달리 EU의 경우 CSRD(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ESG 공시를 법제화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EFRAG(유럽재무보고 자문그룹)이 개발한 CSRD의 세부 공시표준 ESRS(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유럽지속가능성보고표준)가 지난해 7월 EU 집행위원회로부터 채택돼 12월 공표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IFRS(국제회계기준) 재단 산하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는 ESG 공시 기준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2025년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상장사들의 ESG 공시 의무화가 진행된다. 최근 금융위원회에서는 ESG 공시 도입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했지만, 사실상 기업들이 여기에 맞추기 위해서는 내년까지 ESG 공시를 위한 준비를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복잡성을 더해가는 글로벌 ESG 생태계의 변화를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의무화’와 ‘표준화’ 그리고 ‘명확화’라 할 수 있다. 이는 이전까지 모호한 기준과 과도한 목표 설정 등의 문제가 제기돼 왔던 ESG의 한계를 넘어선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급변하는 ESG 트렌드 변화는 지난 21일 탤런트뱅크가 주최한 ‘2024 ESG 경영 트렌드 및 대응전략 사례’ 세미나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특히 ESG 전문가인 박원일 원디브 대표의 ‘ESG 관리의 재정의:ESG원칙을 전략적 비즈니스 필수 요소로 전환’ 주제 발표는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ESG의 흐름과 특징,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사항을 짚어 이목을 집중 시켰다.

ESG와 함께 빠지지 않는 단어는 ‘자발적’ ‘명확하고 정확하게’

이날 박원일 원디브 대표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로 정의되는 ESG의 개념을 ‘기후변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관리’로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각 기업과 정부를 ‘나무’에 빗대어 표현했다. (사진=테크42)

이날 박원일 원디브 대표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로 정의되는 ESG의 개념을 ‘기후변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관리’로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각 기업과 정부를 ‘나무’에 빗대어 표현했다.  

“나무가 정부, 기업이라면 그 나무가 열매(E)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한 농부가 있을 겁니다. 과거에는 재무라는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열매(E)를 잘 맺게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시대가 바뀌면서 재무 만으로는 열매가 맺지 않는 상황에 직면했죠. 앞으로 나무에서 열매가 맺게 하기 위해는 건강하고 튼튼한 땅(G)이 필요하고 햇빛과 영양분(S)이 필요해 지게 됐습니다. 여기에 벌레가 꼬이기 위한 것을 막기 위한 관리 체계가 붙어야 하죠. 이것이 지금의 ESG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어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채택 이후부터 시작된 ESG 논의 확산 과정을 짚은 박 대표는 “본격적으로 재무적인 평가의 한계가 드러난 것은 2000~2001년 엔론 사태와 월드컴 사태 이후”라며 말을 이어갔다.

“미국 10대 기업에 속했던 엔론과 월드컴이 차례로 회계 부정으로 파산을 했습니다. 이때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렸고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해를 봤죠. 이 회계부정은 결국 지배구조의 문제로 대두됐고 이후 2002년 기업의 회계 개선 및 내부 감사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사베인스 옥슬리법’이 통과됐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때부터 ESG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채택 이후부터 시작된 ESG 논의 확산 과정을 짚은 박 대표는 “본격적으로 재무적인 평가의 한계가 드러난 것은 2000~2001년 엔론 사태와 월드컴 사태 이후”라며 말을 이어갔다. (사진=테크42)

결과적으로 ESG는 기존 재무적인 평가에 더해 비재무적인 평가가 추가되는 수준으로 인식이 됐고, 이는 신용평가사의 컨설팅 영역 확장으로 이어졌다. 다만 문제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대기업이 아닌 협력사에서 발생했다. 깐깐한 ESG의 기준을 맞추는데 필요한 인적, 물적 역량의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사업과 함께 규제안을 마련하며 대응해 왔다. 박 대표는 “ESG와 함께 절대 빠지지 않는 두 가지 표현이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ESG는 무조건 ‘자발적 공시’라는 말이 따라붙습니다. CSRD(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EU의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 우리나라에서 IFRS를 참고해 추진하고 있는 KSSB(한국회계기준원이 마련하는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등에 깔려 있는 원칙은 기업이 판단해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준에 맞춰 공시하라는 겁니다. 다만 그 기준에 맞춘 공시는 ‘명확하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죠. 다만 ‘완전함’은 아니에요. 기업의 ESG 담당자 분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완전해야 한다는 생각인데, 완전함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완전함을 보완하기 위해 명확하고 정확한 근거를 만드는 게 중요하죠.”

정부가 주도해 CBAM 인증에 필요한 역량 갖춰야

이어 박 대표는 ‘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는 ESG 관련 법 제정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법 제정의 목적은 결국 ‘공급망 실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탄소국경조정제도 *탄소 가격과 연계된 탄소국경세 개념)’다.

“CBAM 이야기는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전기, 비료, 수소 등과 관련된 우리나라 중소기업 1334곳은 모두 대비해야 한다고 하죠. 이를테면 철을 사용하고 있는 업종들은 모두 관련된다고 할 수 있어요. 이 CBAM의 핵심은 EU의 ETS(탄소배출권거래제) 가격과 우리나라의 ETS 가격을 동일하게 만드는 겁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는 ETS에 CBAM 인증서가 추가 되는데, EU에서 인정하는 검증기관에서 검증한 것만 인정이 됩니다. 결국 EU 내의 기업들이 ETS로 손해를 보니 해외 기업들은 그만큼의 비용을 부담하라는 의미죠. 이 CBAM 인증은 제3국의 인증 기관도 가능합니다. EU와 그 나라 기관이 협약을 맺으면 됩니다. 우리나라 역시 협약을 맺어 자체적으로 책정한 탄소 가격과 배출량 산정 방법론을 EU에서 인정 받으면 됩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뒤쳐져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겁니다. 기업들이 이걸 다 준비할 수가 없거든요.”

CBAM은 유럽연합 시장으로 들어오는 상품들이 유럽연합 내에서 생산된 상품과 동일한 탄소 배출 기준을 적용받도록 하는 정책이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상품이 유럽연합 내로 수입될 때 이에 상응하는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이미지=퓰리처AI 생성)

여기에 더해 EU는 한 발 더 나아가 최근 CSDDD(기업의 지속 가능한 공급망 실사 지침)을 두고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기존에는 올해 법률로 제정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최종안 승인을 위한 투표가 무산되며 난항을 겪었다. CSDDD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EU전체 인구의 65%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지난 2월까지 인구가 많은 독일, 이탈리아 등 EU소속 27개국 중 13개국이 기권 의사를 밝혔고, 1개국이 반대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프랑스 조차도 ‘기준완화’ 필요성을 언급할 정도로 CSDDD의 지침은 강력한 수준이었다.

상황이 급반전 된 것은 지난달이다. EU 상반기 의장국인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7개국 대사급 상주대표회의에서 결국 CSDDD, 즉 ‘공급망실사법’이 가결된 것이다. 적용기준과 단계적 시행 시기 등이 완화됐다고 하지만 문제는 EU 입법 지침 규정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지침 발효 2년 내에 관련법을 제정해 국내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시점은 대략 2027년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 우리나라 정부의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기업이 독일, 프랑스에 수출하지만 두 나라가 각각 입법을 다르게 한다는 겁니다. 기준이 되는 지침은 같지만 각국의 법에 따라 제시하는 내용은 달라져야 한다는 거죠. 이런 부분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움직여 EU와 협의를 해 맞춰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어 박 대표는 EU의 ESRS 관련 지침과 IFRS를 두고 “각 기업 ESG 담당자들 중에는 ESRS가 IFRS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ESRS만 공부해도 충분하다고 하지만 둘 다 공부하는 것이 맞다”며 “우리나라에서 IFRS를 공시 기준으로 산정한다고 해도 EU에 수출하고 관계가 돼 있는 것들은 ESRS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이날 박 대표는 “올해를 기점으로 하반기부터 이 모든 것들이 급속도로 적용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ESG에 대한 생각이 조금 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테크42)

이후 박 대표는 글로벌 ESG 경영 평가 각 영역에 대한 주요 이슈와 사례 등과 함께 국내 기업들의 대부분이 ESG 보고서에 참고하는 GRI(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를 ‘ESG의 바이블’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공부하기 수월한 지표로 돼 있을 뿐더러 ESRS가 GRI의 GRI 형태로 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9월 ESRS를 만든 EFRAG와 GRI는 상호 협력 방안을 공식 발표하고 상당한 수준의 상호운영성을 확보한 바 있다. 이는 ESG 공시기준 간 공시 항목의 차이가 있더라도 같은 항목의 공시에는 내용도 같아지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시 양 기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임팩트(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와 관련된 정의와 개념 및 공시 내용 등에서 GRI와 ESRS 기준은 완전히 일치하거나, 유럽지속가능성공시지침(CSRD)의 의무 규정 등 예외적인 경우에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일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나오는 말이 ‘이중 중대성’이다. EFRAG와 GRI가 채택한 ‘이중 중대성’은 투자자 관점에서 중요한 정보에 더해 기업이 환경과 사회 등에 미치는 영향까지 공시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는 투자자 관점의 중대 정보만 공시하도록 하는 IFRS의 ISSB와 미국 SEC 기준의 ‘금융 중대성’ 또는 ‘단일 중대성’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간 것이다. 이와 관련, 박 대표는 “가장 핵심으로 보는 것이 결국 기후에 대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발표 서두에 ESG 개념을 설명하며 ESG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후 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재무적 요소들의 관리라고 말씀드린 것처럼 기후 변화를 빼 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거죠. 언뜻 기후 변화면 환경만 잘 보호하면 되지 왜 비재무적 요소들이라고 이야기하냐고 할 수 있어요. 환경이라면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고 공개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 경영 시스템을 구축해 기준을 만들어야 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하죠. 그런 환경 정책과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지배구조가 강화돼야 하고 지배구조가 안정되려면 인원들에 대한 다양성이 확보돼야 하고요. 이렇게 연결되다 보니 비재무적인 요소를 모두 아우르게 된 겁니다. 실제로도 그렇고요.”

이날 박 대표는 “올해를 기점으로 하반기부터 이 모든 것들이 급속도로 적용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ESG에 대한 생각이 조금 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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