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은 왜 한국프로야구 온라인 중계권을 샀을까?

OTT 티빙이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온라인 중계권 구매에 성공했습니다. 스포츠 중계는 현재 지상파 방송 중계, 유무선 중계, 온라인 중계로 나눠서 권리가 판매되고 있는데요. 이번에 티빙이 구매한 중계권은 온라인 중계권입니다. 기존에 지상파 채널이나 IPTV, 케이블 채널로 프로야구를 보던 시청자들에게는 큰 변화가 없는 겁니다. 대부분의 장년층 이상 스포츠 팬들은 TV를 통해서 프로야구를 보기 때문에 이것이 가져다줄 변화에 대해 큰 관심이 없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 뉴스는 앞으로 스포츠와 콘텐츠 분야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동안 한국프로야구 온라인 중계권을 구매해온 네이버, SK텔레콤, LG유플러스, 아프리카tv 등의 컨소시엄은 대부분 광고 기반의 무료 모델로 시청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했었는데요. PC와 모바일 기기로 인터넷을 통해 야구를 즐기던 시청자들은 이제 티빙에 가입해야만 프로야구 경기를 볼 수가 있게 된것입니다. 지금 진행되는 시범경기는 무료로 시청이 가능하지만  5월부터는 월 5,500원의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티빙 가입 요금제 중 가장 싼 것이 현재 5,500원이구요. 광고가 있는게 5,500원이고, 광고가 없는 요금제는 9,000원이 넘습니다. 돈을 내야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다가온 이런 변화가 받아들이기 싫을 수 있습니다. 공짜로 보던 경기를 이제 최소 한달에 5,500원을 내고 봐야 하잖아요. 그래서인지 티빙의 야구 중계에 대해서 불만섞인 목소리들이 많이 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티빙은 3년 계약에 1,300억이 넘는 큰 금액을 투자해서 이 권리를 구매했을까요? 3년에 1,300억은 1년에 400억이 훨씬 넘는 금액을 투자한 것인데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걸까요? 기존에 온라인 중계권을 가지고 있던 네이버와 통신사 등의 컨소시엄보다 더 큰 금액을 투자해서 티빙은 무엇을 얻고자 하는걸까요? 

티빙의 이번 구매 금액이 합리적인 투자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요즘 대형 드라마들은 16회 제작에 100-200억 정도가 들어가는 경우도 많아 다수의 골수 팬이 확보되어 있는 야구 경기에 이 정도 투자는 의미있는 투자라는 것입니다. '티빙'이 OTT 플랫폼이기 때문에 일단 가입을 해야 야구 시청이 가능합니다. 그러면 티빙 전체 가입자 증가에도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구요. 현재 국내 OTT 플랫폼들은 넷플릭스라는 거대 사업자에 눌려 제대로 기를 펴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사업자 거의 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앞으로의 미래 전망 또한 어두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암울한 상황을 역전시킬 묘수가 너무 절실한 상황인데요. 티빙의 이번 투자는 이러한 절실함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라 하겠습니다.티빙이 지금의 적자 구조를 과연 스포츠 콘텐츠로 뚫어낼 수 있느냐, 이번에 기꺼이 스포츠 팬들이 유료 구독을 해주고 여기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서 티빙 전체가 활성화 될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 향후 국내 OTT 사업자들의 명운을 가르게 될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 티빙에 가입하지 않았던 분들도 프로야구 팬이라고 하면 이 콘텐츠를 봐야 되잖아요.  결국 상당수의 야구 팬들이 티빙에 가입하게 될 것이고, 가입한 김에 어차피 돈을 냈으니까 다른 콘텐츠도 보게 된다면 티빙 전체의 생태계가 굉장히 좋아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OTT 플랫폼은 구독자가 늘어나는 수익이 높아지기 때문에, 구독자가 늘어나게 되면 티빙 전체 플랫폼이 가진 가치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번 티빙의 투자는 상당히 의미 있는 방향이 아닌가라고 합니다.

스포츠 콘텐츠에 과감하게 투자를 하고,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는 국내 OTT로 '쿠팡 플레이'가 있습니다. 쿠팡이라는 쇼핑엡에 연동된 OTT 플랫폼으로, 스포츠 콘텐츠를 통해 남자 소비자들의 가입을 유도하였고 이런 전략이 주효하여 지금은 다른 OTT 플랫폼들을 압도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쿠팡을 사용하면 쿠팡 플레이는 공짜로 볼 수 있게해서, 쿠팡 가입을 유도하는 용도로 쿠팡 플레이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스포츠 콘텐츠로 쿠팡 플레이가 단기간에 성장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티빙이 프로야구 콘텐츠를 독점으로 가져가게 된 것이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티빙이 앞으로 성공을 거두냐에 따라서 다른 OTT 플랫폼들도 적극적으로 스포츠 콘텐츠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모든 사업자들이 스포츠 콘텐츠를 얻기 위해서 경쟁을 하게 될 것이고 스포츠 콘텐츠의 가격이 또 한번 크게 오를 가능성이 상당히 있습니다.

물론 돈을 내는 입장에서는 화가 나는 일이지만, 앞으로 프로야구라고 하는 스포츠 콘텐츠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움직임이라고 봐야 할 듯합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국내 프로야구 구단이 매년 상당한 규모의 적자를 내고 있거든요. 모 그룹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콘텐츠 산업에서 충분한 재원은 필수적입니다. 돈이 투입되지 않으면 그 산업 자체가 커지기는 어렵습니다. 콘텐츠 산업은 기본적으로 콘텐츠 제작으로 돈을 벌고, 벌어들인 돈의 상당 부분을 다시 콘텐츠 제작에 투자해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하는 선순환 구조가 일어나야만 발전하는 방향으로 굴러갈 수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프로야구라고 하는 스포츠 콘텐츠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광고 시장이 커져서 광고로 큰 돈을 벌거나 그렇지 않으면 유료로 돈을 내는 분들이 많아져서 어쨌든 재원 확보가 명확히 될 필요가 있는 것이죠. 한국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던 시기에는 자연스럽게 광고 시장도 지속적으로 커졌습니다. 그래서 콘텐츠 제작 재원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던 때도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수익 모델에 대한 고민을 모든 분야가 다 해야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러면 콘텐츠로 돈을 버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스포츠 콘텐츠도 이제는 돈을 내고 봐야 되는 유료 모델인 OTT 시대가 자연스러워진 것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관심을 가진 스포츠 경기는 무료로 중계를 해야한다는 보편적 접근권이라는 개념도 조금씩 희석되어 가고 있는 듯합니다. 스포츠 팬의 입장에서는 무료로 시청이 가능하던 프로야구 경기 시청을 위해 유료 OTT 티빙을 가입해야 하는 것이 반갑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적자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프로야구 구단들을 생각한다면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해해줘야 하는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티빙의 한국 프로야구 중계가 넷플릭스의 공세로 정체되어 있는 국내 OTT 업계의 답답한 현실을 타계할 묘책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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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찬수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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