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IT기기 속으로···근데 강요당하는 듯한 “이 느낌 뭐지?”


어느 새 소비자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다양한 IT 기기에 인공지능(AI)이 들어가는 시대를 맞았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AI 온 디바이스’ 경쟁이 이를 방증한다. 온 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 도움없이 기기 속 칩에 있는 AI로 사용자 요청 사항을 처리한다.

올해 나온 갤럭시S24 스마트폰의 AI 기능을 사용해 본 사람들은 그 편리함에 호평을 쏟아냈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사업부는 글로벌 스마트폰 역성장 속에서도 1분기에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휴메인의 AI핀 같은 기기는 클라우드 기반이다.)

최근 이런 바람을 타고 스마트폰 이외 기기로 AI 기능 탑재가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쏟아지는 AI 기기는 노트북 자판, 무선 마우스, 무선 이어폰에서 휴메인 AI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비자 차원에서 이 기기들을 냉정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예를 들면 이 기기들이 소비자들에게 AI 사용을 강요해 부담스럽다거나 설익은 채 출시됐다는 지적이 그렇다.

IT기기 소비자들이 쏟아지는 AI 탑재 기기들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최근 아스 테크니카는 소비자들이 잇따라 쏟아지는 다양한 AI 기능 탑재형 IT 기기 사용을 강요받고 있다며, 올들어 등장한 AI 기기들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평가했다. 여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코파일럿 AI 자판, 로지텍의 AI 마우스, 낫싱폰의 AI 무선 이어폰, 그리고 올해 CES에서 화제가 된 휴메인의 AI 핀이 포함됐다. AI가 들어간 IT 기기의 장단점에 대한 통찰력있는 분석과 전망을 공유한다.

과연 IT기기 제조사들이 사소한(?) IT 기기에 이르기까지 AI 기능을 넣는 게 소비자들에게 호응으로 이어질까. 핵심은 IT 기기에 들어간 AI 기능이 기기 사용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일 것이다. 그 포인트를 정확히 잡아내는 기업이 또다른 성공을 쥐게 될 것이다. AI 스마트폰의 인기에 이어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소비자 AI기기는 과연 어떤 게 될까.

로지텍의 AI 마우스, 도대체 기존 마우스와 차이가 뭐야?

로지텍의 M750 AI 마우스(왼쪽)와 기존 M650 마우스. (사진=로지텍)

시작은 마우스다. 지난달 말 세계적 마우스 회사인 로지텍은 새로운 마우스를 발표했다.

로지텍 시그니처 AI 에디션 ‘M750’의 특징은 더 조용한 클릭도, 과로한 오른손을 더 잘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모양도 바로 사용 가능한 디자인에 여러 개의 온보드 프로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마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스크롤 휠 남쪽에 위치한 버튼이었다. 이 버튼은 로지텍이 최근 자사 주변기기 설정 앱인 ‘옵션+’에 추가한 챗GPT 프롬프트 빌더를 실행하기 위해 미리 프로그래밍된 것이다.

게다가 이 ‘M750’ AI 마우스의 생김새는 지난 2022년 1월에 나온 로지텍 시그니처 ‘M650’과 똑같다. 또한 새로운 마우스의 포워드(앞으로) 버튼(마우스 왼쪽)이 윈도나 맥OS 받아쓰기를 시작하도록 미리 프로그래밍돼 있고, 백(뒤로) 버튼은 ‘옵션+’ 안에서 챗GPT를 연다. 이 새로운 마우스의 권장소비자가가 M650보다 10달러 더 비싼 50달러다.

로지텍 대변인은 M750에 대해 “M750은 M650과 같은 마우스는 아니다. 사용자가 로지 옵션+ 앱을 설치하면 로지 AI프롬프트 빌더(Logi AI Prompt Builder)를 실행할 수 있도록 미리 프로그래밍된 여분의 버튼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옵션+를 설치하지 않으면 인치당 화소수(DPI)가 1000~1600 DPI 사이로 전환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로지텍 마우스를 포함한 여러 마우스에서 앱을 실행하거나 DPI를 전환하도록 설정할 수 있는 재프로그래밍 가능 버튼(마우스 스크롤 휠 남쪽에 위치한)은 꽤 일반적이라는 점이다.

로지텍 대변인은 또 두 마우스가 로지텍이 마우스의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서로 다른 전자 부품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로지텍이 서로 다른 모델에 플랫폼을 재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M650 스크롤 휠 남쪽에 버튼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가격이 잠재적인 이유이겠지만 흥미롭게도 로지텍은 이 기능을 갖춘 더 저렴한 마우스도 판매한다.

이에 대해 아스 테크니카는 “두 마우스의 차이점이 미세하다는 점은 M750을 출시할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암시하며 심지어 로지텍의 최신 소프트웨어 기능이 없었다면 M750이 새로운 제품으로 홍보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M750은 컴퓨터 입력 장치가 얼마나 많은 종류의 생성형 AI 관련 기능을 탑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부정적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로지텍 제공 AI 프롬프트 빌더 소프트웨어 기능을 묘사한 이미지. (사진=로지텍)

이 매체는 “로지텍 AI 마우스의 핵심은 주변기기가 아니라 옵션 플러스 앱에 추가된 것이다. 그런데 로지텍의 AI 프롬프트 빌더를 사용하려면 굳이 새로운 M750 마우스가 필요없다. MX 마스터 3S로 이를 실행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여러 로지텍 마우스와 키보드가 AI 프롬프트 빌더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 사용 결과 프롬프트 작성기를 시작하는 버튼을 누르면 옵션+ 창이 나타나고, 여기서 사용자는 필요에 따라 옵션+가 챗GPT에 적합한 프롬프트를 만드는 데 사용할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다. 선택을 하고 나면 챗GPT의 응답과 함께 또 다른 창이 열린다. 로지텍은 프롬프트 빌더에 챗 GPT 계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를 입력하지 않고도 GPT-3.5를 사용할 수 있었다. GPT-4에서도 작동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M750에 대한 비판적 시각의 포인트는 “일반적인 사용자들의 경우 챗GPT 프롬프트를 만드는 데 있어 별다른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며, 로지텍의 새로운 기능은 다른 어떤 챗봇과도 작동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스킬이 부족한 사람들은 초기 챗GPT 경험을 위해 손을 잡는 데 관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생성형 AI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챗 GPT에 즉시 접근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로지텍의 요점은 M750 AI 마우스가 챗GPT 기능에 즉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인데, 로지텍은 이것이 전문 사용자들에게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특히 일부 로지텍 고객들은 AI 프롬프트 빌더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옵션+가 훨씬 더 많은 리소스를 배경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지텍이 하드웨어 버튼에 원터치 AI 액세스를 연결하려는 유일한 기기 회사는 아니다.

낫싱, 무선이어폰 꼬집어 챗GPT와 대화하는 이어버드 발표

낫싱폰의 이어(Ear)(왼쪽)와 이어(a) 이어버드를 확대한 모습. (사진=낫싱)
낫싱 X 앱에서 챗GPT 통합 설정 보기. (사진=낫싱)

투명한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유명해진 낫싱(Nothing)도 로지텍처럼 자사 고객들에게 챗GPT에 대한 신속한 접근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경우 챗GPT 접속은 기기(이어버드)를 꼬집음으로써 발생한다.

낫싱은 지난달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기, 이어버드와 스마트폰으로부터 직접 지식에 즉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낫싱 이어버드와 낫싱OS를 챗GPT에 통합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최신 낫싱 OS가 필요하고 사용자들은 챗GPT가 설치된 낫싱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야 한다.

챗GPT 제스처는 낫싱의 스마트폰(2)과 낫싱 이어(a)에서 작동하지만, 낫싱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또다른 스마트폰으로도 이를 확장할 계획이다. 낫싱은 또한 스크린샷 공유 및 ‘낫싱 스타일 위젯’과 같은 ‘시스템 수준의 진입 지점’을 낫싱스마트폰 OS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낫싱의 챗GPT 통합은 스마트폰에 챗GPT가 없는 사용자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기에 로지텍의 챗GPT 통합보다 조금은 덜 거슬릴 수 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기능을 요구했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할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아직까지’ 얘기다.

“MS의 코파일럿 버튼, 마케팅 전략에 가깝다”

MS의 AI PC용 코파일럿 버튼 렌더링. (사진=MS)

올 초 마이크로소프트(MS)는 1994년 이래 처음으로 윈도 키보드에 새로운 키를 추가했다. 사용자들은 그 뉴스가 구문이 되기 전에 이 새로운 추가 기능의 가능성과 잠재적 유용성에 달려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버튼은 혁신적인 방식으로 작동하지도 않는 단순한 코파일럿 론처 버튼에 그치고 말았다.

특히 코파일럿이 아직 베타 단계에 있고 전세계가 여전히 생성형 AI를 위한 최고의 사용 사례를 정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윈도우 PC를 위한 코파일럿 버튼의 필요성은 의심스럽다.

게다가 오른쪽-알트(Alt) 버튼의 오른쪽에 굳이 우격다짐 식으로 코파일럿 버튼을 채워 넣은 것은 사용자들이 메뉴, 오른쪽-컨트롤(Ctrl)(이 버튼은 특히 한국 사용자들이 많이 사용한다), 또는 오른쪽-윈도 같은 유용한 버튼들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MS와 인텔이 계획 중인 ‘AI PC’ 인증을 위해서는 MS 코파일럿 버튼이 필수 조건이 될 것이다. 만약 컴퓨터에 MS의 독자적 챗봇을 실행하는 전용 버튼이 없다면 그 컴퓨터가 여전히 AI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코파일럿 버튼은 컴퓨터의 AI 관련 기술 능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AI PC’와 ‘비 AI PC’의 차이점이 무엇일지 정말로 알지 못한다.

통합 신경 처리 장치(NPU)도 요구하는 이 인증은 코파일럿 버전을 로컬에서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경쟁 운영체제(OS)들과 비교하더라도 윈도가 로컬 NPU를 사용하는 제한된 방식을 고려한다면 인증된 윈도우 AI PC의 가치는 불분명하다.

이 모든 것이 정리되는 동안 코파일럿 버튼이 준비되고 존재하게 될 것인데, 이는 PC가 진지한 AI 사용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방법이라기보다는 MS의 마케팅 전략에 가깝다.

AI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쏟아지는 AI기기들···냉정히 봐야

휴메인의 AI핀.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쇼(CES) 2024에서 각광받은 이 AI 기기는 지난달 IT기기 리뷰어들에 의해 혹평을 받았다. (사진=휴메인)

AI는 IT 기기의 마케팅 포인트에서 계속해서 더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특히 최신·최고 제품을 소유하고 싶고, AI가 할 수 있는 작업과 그와 AI의 관련성에 대해 다채롭게 이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기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이것은 단순히 생성형 AI만이 아니다. 오디오 주변기기들은 수년간 소음 제거 능력을 선전하기 위해 기계 학습에 의존해 왔다. AI가 기기를 개선할 수 있는 때가 있다. 하지만 앞으로 몇 달, 몇 년 동안 AI를 통합했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아지지는 않을 더 많은 기기들이 그 기술과 관련된 의문스러운 기능들을 대대적으로 광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세계를 예로 들자면 올해 MSI는 NPU가 내장돼 있고, 그들의 시야 밖의 적이 도착할 때 리그 오브 레전드(롤) 선수들을 빠르게 보여줄 수 있는 기능을 갖춘 모니터를 발표했다. MSI는 PC월드에 사용자들이 어떤 게임으로도 모니터를 훈련시킬 수 있는 앱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니터가 훈련 데이터를 어디에 저장할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기능이 부정행위(속임수)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표준 부정행위 방지 수단들이 기기 내(온디바이스) AI 처리 및 이미지 생성을 감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렇다.

또 다른 예는 AI 샤크의 막연한 주장이다. 올해 이 기업은 다른 기업들이 ‘AI 키보드’, ‘AI 마우스’, ‘AI 게임 컨트롤러’, ‘AI 헤드폰’을 만들기 위해 라이선스 할 수 있는 기술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이 제품들이 불특정 AI 기술을 사용해 게임 패턴을 학습하고 그에 따라 조정한다고 주장한다. AI 키보드와 AI 게임 컨트롤러는 소유자가 주변 장치를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키 바인딩(키 결합, 아마도 일부 소프트웨어를 통해)을 제시할 수 있다.

AI 마케팅 과대 광고 폭주에 대한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향후 몇 년간 ‘AI 세탁’이 아니더라도 AI기기 기술 발표가 집중포화처럼 퍼부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소비자의 관심과 상식은 (AI기기에 대한)회의론을 낳아 소위 ‘최악의 AI 기기’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거나 사람들을 잘못 이끄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휴메인 AI 핀(Humane AI Pin)은 누군가가 독립형 AI 비서 장치를 가지고 다닐 생각을 했다면 특히 경쟁사인 래빗 R1(Rabbit R1)에 비해 이미 인기를 잃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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