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성욱 스텝하우 대표 “많은 시간과 노력 들여야 하는 매뉴얼·가이드, 1분 안에 생성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캡쳐 도구와 PPT로 편집, PDF로 저장, 이메일로 공유되는 매뉴얼·가이드…비효율성, 관리의 문제 주목
B2C 플랫폼 CX, 오퍼레이션 담당…잦은 서비스 업데이트 등으로 매뉴얼·가이드에 월 40시간 투자
앤틀러코리아를 통해 얻은 기회, 매뉴얼·가이드 제작 자동화는 시작에 불과… RPA, AI 솔루션으로 고도화 비전
지난달 개최된 앤틀러코리아의 ‘3기 INVESTOR DAY: Zero to One’ 무대에서 황성욱 대표를 비롯해 최준호 CPO(최고제품책임자), 차지형 CTO(최고기술책임자)가 모인 스텝하우((StepHow) 팀은 팀명과 동일한 SaaS 서비스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사진=스텝하우)

지난달 글로벌 VC(벤처캐피탈) 앤틀러가 한국 지사 앤틀러코리아를  통해 시도하고 있는 독특한 스타트업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의 3번째 팀들이 소개됐다. 최종 9개 팀으로 선발된 이들은 지난 ‘3기 INVESTOR DAY: Zero to One’을 통해 각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하며 저마다의 가능성과 비전을 선보였다.

이중 황성욱 대표를 비롯해 최준호 CPO(최고제품책임자), 차지형 CTO(최고기술책임자)가 모인 스텝하우((StepHow) 팀은 팀명과 동일한 SaaS 서비스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이 집중한 것은 많은 기업들이 매뉴얼·가이드 제작에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매뉴얼과 가이드 제작의 비효율성이 존재한다. 스텝하우는 이를 자동화하는 SaaS 서비스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지=스텝하우)

기업에 막 입사한 신입, 이직을 한 경력자들이 처음 받아 보는 것이 바로 업무 매뉴얼이다. 새로운 업무를 인계 받을 때도 종종 매뉴얼을 통해 이뤄지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업무 매뉴얼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대개는 캡처 도구로 일일이 화면을 캡처하고 이를 다시 PPT에 붙여 빨간 박스 표시 등으로 강조하고, 그에 따른 설명을 넘버링해 달아야 한다. 회사 내에 조직 구성이 다양하고 복잡할수록 이러한 매뉴얼 역시 각각 적용되야 하는 부분이 적지 않고 때론 수많은 버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B2C(고객 대상 비즈니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직면하는 고충도 다르지 않다. 수시로 반복되는 서비스 업데이트 등으로 인해 이를 담당하는 CX(고객경험), 오퍼레이션 담당자들은 그때마다 고객 대상 서비스 가이드를 새롭게 제작하거나 수정해야 하는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역시 막대한 시간이 소요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매뉴얼·가이드 제작에 쏟는 시간이 무려 월 40시간에 달하며 이로 인해 업무 생산성은 20%가량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텝하우는 이렇게 매뉴얼·가이드 제작에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한 자동화 솔루션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스텝하우 솔루션은 확장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클릭, 텍스트 등을 중요 업무 이벤트로 인식해 자동으로 Step-by-step 매뉴얼/가이드 문서를 생성한다. 이때 소요되는 시간은 단 ‘1분’이다.

창업 경험자들이 뭉쳐 빠른 실행으로 이어져

스텝하우팀은 앤틀러코리아 스타트업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이하 앤틀러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인연을 맺었다. 흥미로운 것은 황 대표를 비롯해 2명의 코파운더가 모두 창업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는 점, 그리고 셋 모두 개발 역량을 갖췄다는 점이다. (사진=스텝하우)

스텝하우 팀은 앤틀러코리아 스타트업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이하 앤틀러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인연을 맺었다. 황성욱 대표의 경우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 후 대기업 소속 벤처투자 담당 심사역을 거쳐 멘탈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창업해 3만5000명의 이용자까지 확보한 플랫폼을 개발한 경험을 보유했다. 최준호 CPO는 카이스트에서 수리과학을 전공한 서비스기획 전문가, 차지형 CTO는 숭실대에서 정보통계를 전공한 8년차 풀스택 개발자다.

흥미로운 것은 황 대표를 비롯해 2명의 코파운더가 모두 창업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는 점, 그리고 셋 모두 개발 역량을 갖췄다는 점이다.

앤틀러 프로그램을 마친 후 새롭게 마련한 사무실에서 만난 황 대표는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팀을 꾸리면 플랫폼 비즈니스를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앤틀러코리아 프로그램 참여 당시를 돌이켰다.

황성욱 스텝하우 대표는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팀을 꾸리면 플랫폼 비즈니스를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앤틀러코리아 프로그램 참여 당시를 돌이켰다. (사진=테크42)

“앤틀러코리아 강지호 파트너님이 ‘세번 이상 창업에 실패해보지 않고 창업했다 말하지 말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나네요(웃음). 실제 창업을 경험하면서 실패 속에서 배움이 있다는 의미였죠. 그 말처럼 저 역시 첫 창업에서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며 두 번째 창업을 하면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희 스텝하우 멤버 세 명 모두 과거에 창업을 시도하며 가장 어려웠던 것이 팀 빌딩이었어요. 앤틀러 프로그램은 창업가로서 성공하고 싶은 강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 속에서 뜻이 맞고 훌륭한 역량을 갖춘 멤버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나름 창업 경험이 있다고 했지만, 이들이 접한 앤틀러 프로그램은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황 대표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으로 ‘속도’를 꼽았다. 이전 같으면 겨우 사업 기획과 팀 빌딩을 할 정도의 시간에 아이템 선정, MVP(최소기능제품)을 통한 PoC(기능검증)에 이어 매출까지 창출해 냈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이를 “경이로움을 느낄 정도였다”고 표현하며 말을 이어갔다.

“앤틀러 프로그램 자체가 창업자들의 한계치를 최대로 끌어내게 끔 짜여져 있었어요. 더구나 저희 팀은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페이즈1이 끝나는 막바지 한 달을 남긴 무렵에 결성됐거든요. 그 한 달 사이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MVP를 만들어 성과를 내야 했죠.”

모두가 공감한 매뉴얼·가이드 제작의 페인포인트에서 가능성 발견

앤틀러코리아 투자 심사 한달여를 앞두고 결성된 팀인 만큼 하루는 물론 한 시간 조차 허투루 보낼 수는 없었다. 밤낮없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주목한 것은 다음 아닌 ‘매뉴얼 자동화’였다. 매뉴얼·가이드 제작의 비효율성은 스텝하우 팀원들이 저마다의 경험에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페인포인트이기도 했다.

“각자 기업 재직 경험과 창업 경험을 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페인포인트가 매뉴얼 문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일일이 화면을 캡쳐해서 PPT로 빨간 박스를 치고 넘버링을 해가며 편집했던 경험에서 비효율성을 절감하고 있던 차였죠. 마침 해외에서도 2019년 무렵부터 매뉴얼 자동화 시장이 형성됐고 이것이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리며 급성장 중이었거든요. 이 때를 전후로 비대면으로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일반화된 거죠. 아시아 시장도 덩달아 빠르게 성장 중이었고요. 하지만 국내에서 이렇다할 매뉴얼 자동화 서비스가 없었어요. 그렇다면 저희가 ‘First Mover’가 돼 보자고 판단해 실행에 옮겼죠.”

스텝하우 시연 영상. (영상=스텝하우)

한달 안에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스텝하우 팀은 클릭을 통해 자동으로 화면이 캡처되는 기능에 집중했다. 필요한 부분을 선택하고 완료만 누르면 자동으로 매뉴얼이 리스트업 되는 기능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주효했고, 투자 심사에 통과해 앤틀러코리아의 시드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이후 본격화된 3개월 간의 PoC 과정을 통해 스텝하우 팀은 최초 구상했던 매뉴얼 자동화 기능을 고도화해 가며 텍스트 인식, 자체 편집, 공유 기능을 더했다. 이 기간 스텝하우 솔루션은 150개 이상의 기업에 적용돼 총 4153개 단계에 달하는 601개의 매뉴얼을 생성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 월평균 2배 이상의 매출액과 유료 고객사 증가세를 얻었다는 점이다.  현재 스텝하우는 이와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후속 투자 유치와 PoC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인베스터데이 발표 이후 여러 투자사에서 연락을 주셔서 현재 몇몇 곳과는 실질적인 투자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또 초기 브라우저 웹사이트 기반의 업무 행위를 인식하는 것을 넘어 현재는 데스크탑 컴퓨터 전체의 업무 행위를 인식해 매뉴얼을 자동으로 만들 수 있는 프로플랜 솔루션을 배포했죠. 이를 통해 대기업 한 곳과 좋은 조건으로 PoC를 진행하며 전사도입을 위한 엔터프라이즈 플랜을 준비 중이고요.”

RPA, AI 어시스턴트 목표… 글로벌 KMS 시장 진출할 것

스텝하우의 시선은 이미 더 큰 시장을 향해 있다. 현재는 매뉴얼 자동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업무자동화) 솔루션으로 고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AI 기술을 적용, 업무 행위를 인식해 매뉴얼을 자동 생성하는 것을 넘어 업무 자체를 자동으로 수행하는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결국 매뉴얼이라는 것은 이를 통해 업무를 해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죠. 초기 제품은 이미지 기반 매뉴얼 생성에 집중하고 있지만, 2단계로는 매뉴얼을 보는 사람이 쉽게 따라하면 업무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렉티브 매뉴얼로 나갈 예정입니다. 3단계로는 RPA 솔루션을 지향하고 있어요. RPA는 그렇게 매뉴얼을 따라가는 프로세스 자체를 자동화시키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 핵심 기술이 클릭, 드래그, 텍스트 등 컴퓨터 상에서 일어나는 업무 행위를 인식하는 것인데, 이를 코드로 변환하고 UX, UI를 레코팅해 머신러닝으로 학습을 시키겠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레코딩한 업무를 클릭 한 번으로 자동화할 수 있게 됩니다. 더 나아가 RPA 솔루션에 LLM을 적용해 자연어로 업무를 지시하면 해당 업무를 자동으로 수행하는 AI 솔루션까지 나아가는 게 저희의 궁극적인 제품 로드맵입니다.”

스텝하우의 제품 로드맵. (이미지=스텝하우)

이러한 로드맵은 빠른 실행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앤틀러코리아에서 경험한 속도감은 현재도 스텝하우 팀의 중요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안에 스텝하우 팀이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는 의미기도 하다. 황 대표는 “우선 빠르게 프리 A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계획을 설명했다.

“서비스 진입 장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을 통해 저희 솔루션을 보호하는 한편 개발 로직 특허 출원을 진행 중입니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인만큼 ‘누구나 쉽게 매뉴얼을 만들고 제작한다’는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매뉴얼을 쉽게 제작하는 것을 넘어 빠르게 인터렉티브 매뉴얼 개발을 통한 기술 차별화를 이뤄낸다면 고객들을 확보하고 락인(lock-in)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말미, 글로벌 1위 기업을 만들겠다는 담대한 포부를 언급하는 황 대표의 표정에서 남다른 자신감이 느껴졌다. (사진=테크42)

매뉴얼 제작 자동화로 시작하는 스텝하우의 도전은 글로벌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 지식관리시스템) 시장 공략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앤틀러 프로그램을 통해 두 번째 기회를 마주한 스텝하우 팀의 의지를 볼 때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듯하다. 인터뷰 말미, 담대한 포부를 언급하는 황 대표의 표정에서 남다른 자신감이 느껴졌다.

“스텝하우의 목표는 전 세계 기업의 업무 생산성을 20% 이상 증가시켜 세계 경제를 한 단계 성장시키겠다는 겁니다. 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글로벌 KMS 시장에서 매출액, 영업 이익 1위를 달성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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