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사라진다···이 로봇벌이 힘을 보탤까?

벌은 나비와 함께 식물의 꽃가루받이를 해 주는 주요 매개수단이다. 이를 통해 식물은 열매를 맺고 번식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일상에서 먹는 농작물 3분의 1 이상이 벌의 도움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상이변, 살충제 사용, 먹이 급감, 치명적 바이러스 등으로 벌과 같은 곤충들이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수년내 곤충이 40%나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올 정도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4년 내 인간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가 먹을 식량이 사라진다는 말이다. UN이 지난 2017년 ‘벌의 날’을 제정, 선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가운데 독일 페스토가 군집(무리)비행까지 할 수 있는 로봇벌을 개발해 주목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대가 개발한 줄에 달린 모기처럼 생긴 로봇벌과도 또 다르다.

페스토의 로봇벌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설계 기술, 미세전자기술을 사용한 하드웨어적 특징, 통신기술 등을 통해 군집비행까지 실현했다. 로봇 벌은 무게 약 34g, 길이 22㎝, 날개 너비 24㎝다. 이제 관건은 크기를 더 줄이는 일이다. 미소전자기술의 발전은 이를 가능하게 해 줄 것 같다. 초미니 로봇벌이 미국이나 이스라엘기업들이 상용화한 거추장스런 꽃가루받이 로봇장비도 필요없을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해 보자. 과연 이 로봇벌은 인류의 농작물 꽃가루받이(受粉)에 사용되는 사라지는 벌들을 대체하는 수준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이 로봇벌의 등장으로 인류는 벌이 사라지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기 시작한 것 같다.

섬세한 초경량 로봇 벌

꽃가루로 뒤덮인 벌. (사진=위키피디아)

최근 생체전자(바이오닉) 비행체 개발의 대가인 독일 페스토가 섬세하게 설계된 초경량 로봇 벌을 개발해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바이오닉 비’(Bionic Bee)로 이름지어진 이 로봇 벌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으로 유명한 독일 자동화 회사 페스토의 ‘바이오닉 학습 네트워크’(BLN)의 일부다.

이 로봇 벌들은 많은 수가 완전히 자율적으로 떼를 지어 날 수 있다. 이 로봇벌의 일관된 가벼운 구조는 기동성과 비행 지속 시간을 제공한다.

개발자들은 자사의 BLN 플랫폼 내의 이전 프로젝트에서 얻은 광범위한 통찰력을 활용했다. BLN의 엔지니어들은 이전에 제비, 하늘을 나는 여우, 잠자리를 본뜬 로봇을 선보인 적이 있다.

생성형 설계를 접목한 로봇벌

독일 페스토 기술진이 개발한 생체공학 벌(바이오닉 비)은 획기적 기술 돌파구를 마련했다.이 로봇벌은 대규모 군집 비행을 할 수 있는 이 회사의 첫 자율 비행체다. (사진=페스토)

이 로봇 벌의 무게는 약 34g, 길이는 22㎝, 날개 너비는 24㎝다. 현재 페스토의 바이오닉 학습 네트워크(BLN)에서 만들어진 것 가운데 가장 작은 비행 물체다.

페스토 개발자들은 이 로봇벌을 설계하는 데 있어 처음으로 생성형 설계 방식을 사용했다.

즉, 약간의 변수가 주어지면 SW가 특정 설계 원칙에 따르는 최상의 구조를 결정한다. 이 방식은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안정적 설계를 위해 최소한의 필요한 재료만 사용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경량 디자인은 장시간 비행에 필수적이며 기동성이 우수하다.

로봇 벌의 몸은 날갯짓 메커니즘, 통신 기술, 날갯짓을 위한 제어 구성품 및 날개 형상의 적응을 위한 컴팩트한 하우징으로 돼 있다.

로봇벌의 구조와 비행

페스토가 개발한 자율 군집 비행을 할 수 있는 생체공학적 벌. 몸의 중심으로부터 x축을 중심으로 좌측이나 우측 방향으로 통나무 구르듯 돌(롤)거나, y축을 중심으로 몸체 그대로 앞쪽으로 뒤쪽으로 구부리거나(피치), z축을 중심으로 제자리에서 수평 좌우 방향으로 원을 그리듯 돌 수(요) 있다. (사진=페스토)

이 로봇벌의 아주 빡빡한 공간에는 브러시리스 모터, 3개의 서보 모터, 배터리, 기어부 및 각종 인쇄회로기판(PCB)이 설치돼 있다. 모터와 기계학의 지능적 상호작용은 예를 들어 다양한 기동에 맞게 날갯짓의 횟수를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인공 벌의 비행 날갯짓 빈도는 1초에 15~20회(15~20헤르츠(Hz))다.

이 벌의 날개는 떠 있을 때 앞으로 뒤로 각각 180도 각도로 움직인다. 브러시리스 모터가 조심스레 이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기계적 구조 덕분에 날개는 반발없이 날갯짓을 한다.

날갯짓 횟수와 양력(揚力 lift)은 속도와 비례해 증가한다.

날개의 기저부에 위치한 3개의 서보모터는 날개의 형태를 특정 방식으로 변형시켜 특정 날개 위치의 효율을 높이고 양력의 차이를 발생시킨다.

UWB로 가능해진 정밀 비행 기술

페스토는 초광대역통신(UWB) 기술을 이용한 실내 위치확인 시스템을 통해 로봇벌을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사진=페스토)

초광대역(UWB) 기술을 사용한 실내 위치파악시스템은 벌들의 자율적인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8개의 UWB가 벌들의 실내 비행지역의 두 개 층에 걸쳐 설치돼 있다.

이것은 벌들이 그 지역에 스스로 가지런하게 정렬할 수 있고, 실행 시간이 정확하게 측정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각각의 벌들은 UWB 장치들로부터 신호를 받고, 그들은 타임 스탬프를 사용해 공간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결정하고 송신기까지의 거리를 스스로 측정한다.

각 벌의 수제작 특성으로 인해 제작 과정에서 약간의 차이도 비행 패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벌들은 또한 간단한 시험 비행 후 각 벌이 자신에게 최적인 제어 매개변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동 교정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 영리한 프로그램은 이런 식으로 개별 벌들 간의 하드웨어적인 차이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모든 벌들이 똑같은 것처럼 외부에서 전체 벌떼를 통제할 수 있다.

이제 관건은 더 작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이 로봇벌이 더욱더 작게 진화해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살충제, 병해 등으로 점차 사라져가는 자연속 벌들을 대체해 농부들은 물론 인류의 시름을 덜어주게 될까. 지켜 볼 일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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