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오픈AI 챗GPT무료 사용 계약···두 회사의 동상이몽

애플이 오픈AI의 챗GPT를 무료로 자사 기기에 탑재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앞서 애플이 구글 검색엔진을 자사 기기에 기본 탑재하면서 구글에 수십억달러를 내는 계약을 맺은 것과 사뭇 다르다.

애플이 지난 10일(현지시각) 애플 세계 개발자 대회(WWDC24)에서 오픈AI의 챗GPT 인공지능(AI) 비서를 아이폰, 아이패드, 맥 운영체제(OS)에 통합한다고 발표한 이후 나온 보도가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12일(현지시각) 두 회사간 거래가 상호 간에 무료로 이뤄졌다고 보도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WWDC24에서 발표된 애플-오픈AI 파트너십이 애플 생태계의 명망 있는 자리를 오픈AI의 챗GPT에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란 점이다. 애플의 협력사 멀티 벤더 정책처럼 이번 거래역시 배타적 제휴 협력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뭐가 어쨌든 간에 보도가 나오기 전부터 이 제휴는 누가 누구에게 돈을 지불하는지에 대한 추측을 낳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12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희한하게도 양측 어느 쪽도 이것이 실현되도록 하기 위해 아직까지 상대방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애플은 자사 기기 사용자들이 챗GPT를 사용하더라도 오픈AI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며, 오픈AI는 애플의 대규모 챗GPT 배포에 대해 비용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세계에 오픈AI 챗GPT를 기본으로 탑재할 아이폰이 수억 대나 깔려있는 상황인데도 그렇다.

이는 구글이 자사 검색엔진을 애플 기기에 기본 탑재하는 대신 수십억 달러(수조원)를 챙기는 특혜 계약을 체결한 것을 감안하면 뭔가 이상한 거래로 보인다. 애플이 AI기술 취약으로 오픈AI 챗GPT를 끌어들인 마당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오픈AI와 애플은 경제적으로나 평판 면에서 실제로 이것을 할 여유가 있을까? 두 회사는 iOS와 인공지능(AI)에 관한 엄청난 협력 관계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얼핏 이상한 조합이지만 그럼에도 애플은 올가을 이에 바탕을 둔 아이폰16을 출시한다.

블룸버그의 최근 보도대로라면 애플은 챗GPT를 자사 기기에 배치한 것만으로도 오픈AI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됐다고 간주하면서 무료 사용 계약을 맺으면서 그 자체로 경제적 이득을 본 데다 다른 AI기업들과의 계약을 할 수 있는 길까지 열어 놓았다. 반면 오픈AI는 아이폰 시장 지배력에 기대 아이폰앱에서 자사 AI 서비스 판매 증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애플은 여전한 아이폰의 영향력(시장지배력)에 기대어 AI기술에 뒤졌음에도 신생 AI강자인 오픈AI에 ‘갑’(甲)으로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블룸버그, 더버지, 아스테크니카 등을 통해 애플-오픈AI 간 챗GPT 무료 사용 계약 배경과 두회사의 이해 득실, 그리고 향후 전개 등을 짚어 봤다.

애플, 오픈AI 챗GPT 공짜로 넣고서도 ‘갑’인 이유

오픈AI의 챗 GPT 기능 가운데 이미지놀이터에 들어가 그림을 생성하는 모습. 아이폰에서 지붕((ROOFTOP)을 입력해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스케치 3가지 중 하나의 형태로 볼 수 있다. (사진=애플)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오픈AI가 챗GPT를 애플 기기들에 탑재해 얻게 될 노출 효과가 챗GPT를 애플 기기에 적용하기 위해 지불하는 금전적 대가와 “동등하거나 더 큰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다.

이 매체는 또한 애플의 이 거래가 오픈AI와의 배타적 계약이 아니며, 애플은 심지어 앤트로픽 및 구글과 올연말 쯤으로 예상되는 각각의 챗봇을 대체 옵션으로 제공하는 계약 체결 협의도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애플의 계획은 자사 기기 사용자들이 iOS 18, 아이패드OS 18, 맥OS 세콰이어에서 오픈AI의 GPT-4o 모델로 특정 유형의 질의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챗GPT-4o는 시리와 다른 앱에 통합된다. 하지만 애플의 목표는 애플의 사파리 브라우저가 다양한 검색 엔진 선택사항을 지원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사용자들에게 다양한 제3자(써드파티)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왜 오픈AI일까

2022년 11월 발표된 오픈AI의 챗GPT는 일반인들의 AI비서 사용 시대를 연 최고의 인기 AI모델이다. (사진=오픈AI)

지난 18개월 동안 대중의 눈에 챗GPT가 부상함에 따라 오픈AI는 기술 산업의 강자가 됐고, 이는 이 회사가 AI 교육 콘텐츠를 위해 출판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필수 자금을 GPT-4와 같은 오픈AI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술 접근에 필수적인 컴퓨팅과 교환하는 투자 형태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지속적인 지원을 보장받게 했다.

그럼에도 애플이 챗GPT를 애플의 첫 외부 AI 통합제품으로 선택한 것은 특히 애플이 자사의 새로운 ‘애플 인텔리전스’ 플랫폼을 구동하는 자체 LLM 기술에 대한 주도권을 덮은 것으로 여겨졌기에 광범위한 오해를 불러왔다.

애플의 입장에 대해 팀 쿡 애플 CEO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이 회사가 선도적인 LLM 기술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픈AI를 첫 번째 써드파티 AI 파트너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쿡은 “나는 그들이 그 분야에서 선구자라고 생각하고, 오늘날 그들은 최고의 모델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또한 다른 사람들과도 통합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처음이고, 그건 오늘 그들이 최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플, 아이폰16에 타사 AI 넣으면서도 이익은 이익대로 챙긴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10일 본사 건물인 애플 파크에서 WWDC24 행사 개막식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애플)

보도에 따르면 애플이 이러한 파트너십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한 가지 방법은 이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 공유 계약을 통해서다. 이는 자사 기기 내에서 챗봇으로 매출을 발생시키는(챗GPT 플러스의 월 20달러 구독제처럼) 모든 AI 제공업체로부터 일정 비용을 받는 것을 포함한다.

현재 오픈AI는 추가 기능들을 제공하는 유료 AI 구독서비스(챗GPT 플러스, 엔터프라이즈, 팀)을 제공하고 있다.

만일 사용자들이 애플 기기에서 챗GPT 앱을 통해 오픈AI를 구독한다면, 그 과정에서 애플의 지불 플랫폼을 사용할 것이고, 이는 애플에 수익의 상당 부분을 (수수료로)가져다 준다.

또한 애플은 챗봇과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사람들로 하여금 (구글 등이 제공하는)전통적 검색 엔진을 사용하지 않도록 유혹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아이폰 내 구글검색 엔진 기본 탑재 계약에 따라 구글에 지불하는 (애플에게는 비 이상적인) 수십억달러의 비용 지불 거래를 벌충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창출 안돼도 장기적으로 윈윈

오는 9월 발표될 아이폰16 모델의 모형이 최근 유출돼 온라인에서 소개됐다. 더 큰 디스플레이와 재설계된 카메라가 특징이라고는 하지만 오픈AI의 챗GPT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사진=소니딕슨)

보도에 따르면 애플, 오픈AI 두 회사 어느 쪽도 이번 협약이 단기적으로 의미 있는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으며 사실 오픈AI로선 이 파트너십에 따라 챗GPT 기능을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클라우드에 호스팅하는 돈을 지불해야 하므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오픈AI는 무료 사용자를 유료 구독자로 전환함으로써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애플은 자체 개발중인 LLM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애플기기에서 내장된 챗GPT에 대한 손쉬운 접속을 제공함으로써 잠재적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미 아이폰16 거대시장인 중국내 AI 제휴 계획까지

애플이 아이폰16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제휴할 파트너중 하나가 될 수 있는 회사는 바이두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중국판 챗GPT라 할 독자적인 어니봇(ERNIE Bot·文心一言) 챗봇을 발표했다. 이달초 중국 국영 자동차회사 둥펑 리우저우 공장에 투입된 유비테크의 워커S 휴머노이드에 이 챗봇이 적용됐다. (사진=바이두리서치)
애플의 또다른 중국내 제휴처는 알리바바가 될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중국의 챗GPT라 할 독자적인 퉁이첸원(Tongyi Qianwen·通义千问) 챗봇을 발표했다. (사진=알리바바)

애플 인텔리전스와 오픈 AI를 둘러싼 계약 발표는 애플의 AI 전략에 중대한 발전을 의미하지만 아직 전체적 그림으로 볼 때는 초기 단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에 미국 영어 외에 추가 언어로 애플 인텔리전스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플로선 중요한 거대 중국시장에 대한 AI챗봇제휴 검토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AI 모델인 챗GPT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중국에서 AI 챗봇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바이두, 알리바바와의 거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의 영향력은 AI시대에도 여전하다

결국 AI 개발력에서 뒤진 애플이 독자 모델을 개발할 때까지 수억대의 AI가 탑재될 아이폰의 영향력에 기대어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애플은 전세계 시장 대상 아이폰16 발표 및 출시를 앞두고 일단 한숨 돌려놓은 채 최근 취약해진 중국시장에 대해 느긋하게 AI 챗봇 제휴 협상을 검토하는 수순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 오픈AI 선택에 따른 여러 리스크도

애플로선 오픈AI의 AI모델인 챗GPT 기능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새 아이폰(아이폰16)을 구입하도록 설득하고 싶어하는 것이 꽤 분명하다. 하지만 얼마나 더 나은 상황이 곧 생길지는 아직도 말하기 어렵다.

애플의 선택에 위험도 수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AI의 기록에 흠잡을 데가 없는 것은 아니며, 지난 한 달 동안에도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오픈AI AI모델 관련 논란에는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챗GPT-4o가 의도적으로 내 목소리를 흉내 냈다”고 주장한 것, 주요 과학자 및 안전 담당자의 사임, 전직 직원으로부터 나온 공공연한 회사비방을 막는 제한적 비밀유지계약(NDA)에 대한 폭로(NDA가 있다는 것에 대한 언급조차 계약 위반으로 규정), 오픈AI 이사회 전 멤버의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심리적 학대” 혐의 등이 포함된다.

또한 챗GPT 통합이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애플–오픈AI 간 거래로 이 AI회사에 애플 고객 개인 데이터를 노출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두 회사 모두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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