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tiktok)', 고작 1분도 되지 않는 영상인데 이렇게 빠져들게 될 줄이야. 위로 스크롤만 하면 그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신기하고 신박하며 기상천외한 영상들이 계속해서 올라오는데 이를 멈추기가 왜 이리도 어려운지. 무서울 정도로 빠져들어 오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콘텐츠를 소비한 것 같네요. "몇 개를 봤나요?"라는 질문에 답하기 어렵지만 차라리 "몇 분" 혹은 "몇 시간" 등 시간 단위로 답하는 게 더 빠를 것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당신은 얼마나 보셨나요?
숏폼 시대를 이끈 선두주자는 단연코 틱톡일 것입니다. 한동안 틱톡에서 쏟아져 나오는 영상을 소비하면서 다양한 챌린지 영상을 보기도 했네요. 틱톡을 중심으로 수없이 양산되는 '짧은 영상'들은 굉장히 다양했습니다. 유튜브 역시 틱톡의 아주아주 거센 숏폼 트렌드를 예민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것 같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유튜브도 유튜브 쇼츠라는 숏폼 플랫폼을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틱톡은 2016년, 유튜브는 2020년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하네요. 참, 메타 인스타그램 릴스도 함께 패스트 팔로워로서 틱톡을 바짝 뒤쫓고 있죠. 참고로 인스타 릴스 역시 2020년 출시했습니다. 크리에이터뿐 아니라 언론사나 기업들 역시 쇼츠 영상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방송사나 기획사들도 그에 못지않은 콘텐츠를 쏟아내는 중입니다. 하이라이트를 꾹꾹 눌러 담은 1분짜리 영상을 비롯해서 짧고 굵게 메시지를 던지는 뉴스 요약 클립이나 정보성 콘텐츠까지 다양한 형태의 숏폼을 만들어내고 있죠.
여기 후발주자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포털사 네이버입니다. 네이버는 네이버 클립(Clip)이라는 이름으로 숏폼을 서비스하고 있는데요. 기존 네이버 TV를 기반으로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카카오 역시 다음(Daum)에서 '오늘의 숏'이라는 콘텐츠 영역을 신설해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은 하나의 영상을 만들어서 여러 플랫폼에 이를 배포합니다. 말 그대로 멀티 유즈 하는 셈이죠. 그래서 간혹 자막이나 문구가 잘릴 때가 있기도 합니다. 영상을 올리는 유저 입장에서는 메인이 되는 플랫폼을 우선 선택하겠죠. 그게 틱톡일 수도 있고, 유튜브 쇼츠일 수도 있고. 언젠가 네이버 클립을 보게 됐는데 클립을 소비한 시간이 적거나 없었을 테니 네이버의 추천 알고리즘이 적용된 네이버 클립 화이트 리스트에 있는듯한 콘텐츠가 추천되기도 했습니다. 댄스나 요가, 홈트, 반려견, 여행지, 핫플 등 다양하게 나오긴 했습니다. 때로는 보기에도 민망하거나 굉장히 선정적인 혹은 잔혹한 장면들이 올라오기도 했어요.
네이버가 클립을 서비스하는 이유는 틱톡이나 유튜브와의 경쟁은 아닐 것입니다. 경쟁하기엔 몸집이 작죠. 이미 수많은 유저들이 저쪽 편에 대거 포진하고 있으니까요. 네이버는 클립을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들을 약 2천500명 규모로 모집한다고 했습니다. 활동 카테고리도 대폭 늘려 25개나 된다고 합니다. 매월 10개 이상 콘텐츠를 업로드한 크리에이터 전원에게 네이버 페이 포인트를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하고 활동 성과에 따라 어워즈나 인센티브 프로그램 등 보상을 준다고 했습니다. 네이버 클립은 네이버 유저 1명이 하루에 시청하는 영상 콘텐츠 개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했어요. 2024년 1월 영상 재생수와 5월 기준 재생수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늘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틱톡이나 유튜브 수준은 되지 못하겠죠. 무엇보다 네이버가 클립이라는 이름의 숏폼 서비스를 하는 것은 네이버 유저를 잡기 위함입니다. 떠나가려는 유저를 붙잡기 위해서라도 사용자 체류 시간을 어떻게든 늘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죠. 네이버 클립 크리에이터를 위한 보상 프로그램은 총 25억 원 규모라고 했습니다.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12억 원이었는데 역시 2배 이상 늘어났죠.
네이버는 숏폼 서비스 특성을 따져봤을 때 콘텐츠의 다양성과 전문성이 가득한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습니다. 25억 원 규모의 프로그램 보상 역시 일종의 투자인 셈인 거죠. 과연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에 깔린 크리에이터가 네이버 클립으로 '어머 너무 매력적이야'라며 달려들까요? 달려드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용자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투자이자 전략이라는 셈인데 네이버가 검색이라는 기본 정체성이 아니라 클립이라는 숏폼을 전면에 배치해 서비스하는 것도 모자라 2배 이상 확대한 보상 프로그램까지 던지는 걸 보면 마음이 급하긴 했나 봅니다. 본래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지만, 숏폼 트렌드라는 걸 감안했을 때 굉장히 늦은 시점인지라 후발주자로서 부담이 꽤 클 것 같기는 합니다. 이미 저 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숏폼 플랫폼이 서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숏폼 콘텐츠를 다수 소비하고 있는 유저로서 유튜브의 콘텐츠 파워는 역시 강력하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주 가끔 네이버 클립을 보고 있기는 하지만 확실히 전문성은 몰라도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추천 알고리즘 또한 이렇다 할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클립 크리에이터 모집이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사실 좀 갸우뚱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