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의 주 7일 배송 선언 이후 달라질 것들

- 골든타임 내에만 확산될 수 있다면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겁니다

절실함이 만들어 낸 '매일 오네'

CJ대한통운이 내년부터 주 7일 배송 시스템과 택배기사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원래 쿠팡이 처음 시도한 것이며, 빠른 배송뿐만 아니라 휴일 없이 배송되는 점이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었죠. 하지만 CJ대한통운은 택배 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도입할 수 없었던 서비스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택배사, 대리점, 택배 노조 간의 대타협을 통해 이를 성사시킨 것입니다. 물론 세부적인 협의가 아직 남아 있지만, 이미 언론에 발표된 만큼 실현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이처럼 파격적인 변화를 만들어낸 배경에는 '절실함'이 있었습니다. 쿠팡이 택배 물량뿐만 아니라 숙련된 택배 기사들까지 흡수하면서 업계 전체에 위기감이 고조되어 갔고요. 또한, 쿠팡의 근무 조건에 불만을 품은 택배 노조도 쿠팡 외에 일감을 줄 대안을 찾고 있었죠. 결국, 이들 모두가 공통의 적인 쿠팡과 경쟁하기 위해 양보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렇게 도입된 주 7일 배송은 앞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욱더 팍팍해질 겁니다

쿠팡의 로켓배송이 이룬 가장 큰 성과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할 때 네이버에서 가격 비교를 통해 최저가를 찾던 방식에서, 로켓배송 내에서 최저가와 적합한 상품을 찾는 방식으로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입니다. 무료 배송인데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빠른 속도, 그리고 주말과 휴일에도 쉬지 않는 배송은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나마 약점이라면 로켓배송 상품이 제한적이었다는 것뿐이었는데, 최근에는 직매입 상품 수를 늘리는 데 더해, 로켓그로스를 통해 판매자 상품까지 취급하며 이제 상품 구색까지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CJ대한통운의 '매일 오네' 서비스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입니다. 주 7일 배송을 제공하지 않는 셀러와 브랜드는 이제 경쟁의 출발선에 서지 못하게 될 것이고, 이들 중 대부분은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큽니다.

떨어지는 M/S를 방어하기 위해선 서비스 품질을 높여야 하지만, 동시에 늘어나는 비용을 누군가는 감당해야 합니다떨어지는 M/S를 방어하기 위해선 서비스 품질을 높여야 하지만, 동시에 늘어나는 비용을 누군가는 감당해야 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주 7일 배송 시스템의 비용이 더 비싸다는 점입니다. 쿠팡이 택배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하자, CJ대한통운은 2023년 3월 통합 배송 서비스 '오네(O-NE)'를 선보이며 서비스 개선에 나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평균 단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인데요. 주 7일 배송 옵션이 추가되면 이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 비용을 그대로 가격에 전가할 경우, 이미 저렴한 가격에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어쩔 수 없이 마진을 줄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주 7일 배송을 도입하려는 셀러와 브랜드들이 늘어날 겁니다. 이러한 상황은 시장 내에서 옥석 가리기를 더욱 가속화할 거고요. 결국, 더 팍팍해진 경쟁 환경 속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뛰어난 운영 역량을 보유했거나, 고객에게 더 높은 가격을 받아도 될 만큼의 브랜드 가치를 쌓아온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런데 한번 더 대타협이 필요합니다

물론 CJ대한통운의 주 7일 배송 서비스가 도입되더라도, 변화가 단번에 일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점진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거고요. 따라서 쿠팡의 입지가 단기간에 흔들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CJ대한통운을 비롯한 경쟁 기업들은 쿠팡의 지배력이 더 강화되기 전에 경쟁 구도를 뒤흔들고 싶겠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실 쿠팡이 로켓배송을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초기부터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며 상품을 직접 매입하고, 배송까지 전담하는 ‘계획된 적자’ 전략 덕분이었는데요. 현재는 그때만큼 투자를 받을 수 없기에 그 누구도 쿠팡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CJ대한통운은 배송만 담당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초기 물량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현재 네이버의 도착 보장 물량만으로는 쿠팡과 동등한 수준의 규모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신세계 그룹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G마켓의 트래픽과 이마트의 상품, 그리고 CJ대한통운의 빠른 배송이 결합된다면 단기간 내에 로켓배송과 경쟁할 만한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할 초기 운영 손실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매일 오네'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또 한 번의 대타협이 필요합니다. 어렵겠지만 만약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양보하고 주 7일 배송의 확산에 집중한다면, 이번에야말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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