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무엇이든 구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알리바바에서는 이제 누구나 최소 20만달러(약 2억 7000만원)만 주면 다이아몬드 제조 기계를 살 수 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국내외 주얼리 브랜드들이 실험실에서 만든 이른바 랩그로운(Lab-Grown) 다이아몬드 반지를 판매해 인기를 얻고 있고, 최근 국내 연구진(기초과학연구원 ·IBS)이 일반 대기압에서 인조 다이아몬드 제조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진 가운데 나왔다. 이는 지난 1954년 미국의 한 기업이 인류최초의 합성(인조)다이아몬드를 개발한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다이아몬드 제조비용이 떨어지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고가 보석의 대명사인 다이아몬드가 너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생기는 시대로 가는 걸까. 그리고 이 기계를 사면 누구나 마술처럼 다이아몬드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는 걸까.
아스테크니카는 10일(현지시각) 알리바바가 다이아몬드 제조 기계를 최소 20만~45만달러(약 2억7000만~6억원)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조사는 황하선풍(黃河旋风,Henan Huanghe Whirlwind Co., Ltd.)사다. 인조(합성)다이아몬드 제조기술에 대해 알아봤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아몬드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더라도 이러한 기계의 가용성은 70년전인 1954년 겨울 미국의 한 기업에서 개발된 이래 계속 진화중인 다이아몬드 생산 민주화를 향한 지속적 추세를 반영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70년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랩그로운(Lab-Grown·실험실에서 성장시킨) 다이아몬드 개발 성공 시점은 70년전에 1954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 하버드 대학원생인 자비드 라카는 지난달 웍스인프로그레스(Works in Progress)에 게재된 합성 다이아몬드에 대해 포괄적인 글을 기고하면서 실험실 환경에서 최초로 성공적인 다이아몬드 합성이 1950년대에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라카는 GE의 하워드 트레이시 홀 연구원이 자연에서 다이아몬드가 형성되는 조건을 모방한 고압고온(HPHT) 공정을 사용해 세계 최초로 실험실에서 성장한 다이아몬드를 만든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홀의 인조(합성) 다이아몬드 개발 성공 이후 다이아몬드 제조 기술은 크게 발전했다.
오늘날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데는 두 가지 주요 방법, 즉 HPHT 공정과 화학 기상 증착(CVD)방식이 있다. (트레이시홀은 자신에 앞서 연구했던 선구자들을 본따 HPHT공정에서 인공다이아몬드를 개발했다.)
엔지니어 존 네이글이 해커뉴스에서 지적했듯이 현재 알리바바에는 두 가지 유형의 기계 모두가 등록돼 있으며 가격은 약 20만달러부터 시작된다.
아스테크니카는 알리바바에서 발견한 CVD 방식 인조다이아제조기계는 약 $45만달러(약 6억원)로 HPHT 방식보다 더 비싸다고 전했다.
합성 다이아몬드 만들기,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알리바바에서 다이아몬드 제조 기계를 구매한다는 아이디어는 흥미로울 수 있지만, 다이아몬드가 형성되는 것을 보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점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카는 이 기계를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상당한 전문 지식과 추가 리소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HPHT 프레스를 사용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 흑연, 철 또는 코발트와 같은 금속 촉매, 정확한 온도 및 압력 제어 시스템 공급원이 필요하다.
CVD 기계에는 메탄과 수소 가스의 꾸준한 공급과 마이크로파 또는 뜨거운 필라멘트를 생성하고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두 방법 모두 성장 과정을 시작하려면 다이아몬드 씨앗 결정(seed crystal)이 필요하다.
또한 성장 매개변수를 관리하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물질과 고압 장비를 안전하게 처리하며, 그 결과 생성된 인조 원석 다이아몬드를 사용 가능한 보석이나 산업 부품으로 가공하기 위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이 기계는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며 정기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이 인조 다이아몬드 생산 프로세스는 이 글의 범위를 훨씬 벗어난 일부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요컨대 다이아몬드 제조 기계에 대한 접근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생산적인 다이아몬드 제조 작업으로 전환하려면 장비, 재료, 전문성 및 안전 조치에 대한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다이아몬드 과잉
주목할 만한 발전 과정 중 하나는 천연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지배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유명한 다이아몬드 회사인 드 비어스(De Beers)에서 나온 것이다. 드비어스 그룹 산하 엘리먼트 식스(Element Six)가 이제 연구개발(R&D) 운영을 통해 결함 수준이 10억 분의 1에 불과한 합성 다이아몬드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 정도 수준의 순도를 가진 다이아몬드는 보석에 필요한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첨단 기술 응용 분야에까지 사용될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스위스 CERN에서 힉스 보손 검출시 보호용으로 이 회사 인조다이아몬드가 사용됐다.)
엘리먼트 식스는 최대 10cm 너비의 레이저용 다이아몬드 창까지 만들어 순수한 대형 합성 다이아몬드의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천연 다이아몬드 채굴 과정에서도 놀라운 돌파구가 생겼다.
1980년대에 TCP/IP망 효율성 개선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한 존 네이글은 다이아몬드 업계가 다이아몬드 원석이 들어았는 암석을 파쇄하기 전에 이를 검사하는 산업용 X선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이는 암석에서 다이아몬드를 추출하는 중 깨질 수 있는 대형 다이아몬드를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기술은 지난달에 캐나다 광산회사가 발견한 2492캐럿(1캐럿=0.2g) 다이아몬드를 포함하는 인상적인 발견들로 이어졌다. 이 일을 위한 분류기는 재활용 및 식품 가공에 사용되는 대량 분류 시스템으로 유명한 톰라(TOMRA)에서 제공한다.
흥미롭게도 이 개선된 추출 방법은 일반적인 보석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큰 거대 다이아몬드가 넘쳐나는 예상치 못한 문제를 야기했다. 다이아몬드 산업의 자동화는 이러한 과잉 공급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네이글은 다이아몬드를 자르고 연마하는 마무리 공정이 자동화됐으며, 이러한 작업을 위한 기계의 대부분이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결과 이제 실험실에서 재배한 다이아몬드는 놀랍게도 비닐봉지 단위로, kg 단위로 구매할 수 있게 됐고 알리바바를 통해서도 판매되고 있지만,
분쇄 및 연마를 위한 산업용 다이아몬드 연마제(다른 물질을 연마, 평활화, 절단 또는 광택을 내는 데 사용되는 다이아몬드 가루)를 갖고 있는지, 보석용으로 반짝이는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표본을 사는지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고 말한다. (라운드 브릴리언트 다이아몬드 컷은 왕관을 33개의 면으로, 파빌리온을 25개의 면으로 깎아 총 57개의 커팅면으로 구성된다.)
이 이미지는 다이아몬드가 항상 희귀하고 귀중한 보석이라는 전통적인 인식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이 개념은 1930년대 드 비어스의 마케팅 부서에서 다이아몬드 약혼반지를 판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이아몬드의 과잉은 다이아몬드가 희귀하고 귀중한 보석이라는 생각을 중심으로 조정된 업계에 어려운 도전으로 다가오지만 합성 다이아몬드의 낮은 가격은 과거에는 실용적이지 않았던 산업적 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이아몬드 제조기계의 아버지 트레이시 홀과 GE
다이아몬드는 무려 33억년 전 지하 160~500km의 고온·고압 환경에서 생성된 그대로 유지되면서 오늘날 인류의 가장 애호하는 보석중 하나가 됐다.
다이아몬드의 매력은 경도와 내구성, 그리고 현란한 광채에 있다. 그 비밀은 보석을 통과하는 빛의 속도가 60%나 줄면서 굴절된 후 내부에서 여러 번 반사되는 데 있다.
다이아몬드는 사랑, 힘, 불멸 등의 상징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돼 오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가 세계적 다이아몬드 기업 드비어스의 광고 카피다.
이를 향한 인간의 동경과 탐욕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 ‘마라톤맨(1976)’, ‘블러드 다이아몬드(2006)’에서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의 본질은 흑연·석탄 같은 탄소 덩어리다. 주 생산국은 남아공화국, 보츠와나, 콩고, 시에라리온, 호주, 러시아 등이며 전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가공국은 인도다.
인조 다이아몬드가 합성되기 전까지는 저품질 다이아몬드가 단단한 기계류 금속 부품 절단 및 가공, 바위 및 해저유전 굴착 드릴 코팅 등에 쓰였다. 그나마 부족하거나 비쌌다.
이의 합성엔 최소 5만 기압, 1000℃ 이상의 온도가 상당 시간 유지돼야 했다. 그래도 1930년대에 40만 기압이 실현됐을 정도로 기술 발전이 이뤄졌다. 1951년, 토머스 에디슨이 만든 GE는 자사에 필요한 다이아몬드를 전량 드비어스로부터 사서 사용하고 있었다. 카바이드 제품 및 전구용 필라멘트 가공용이었다. 하지만 생산량 증가에 따른 비용부담이 커지자 이를 직접 만들기 위한 본격적 연구에 들어갔다. 일찍이 1800년대부터 인공으로 고온고압의 환경을 만들어 다이아몬드를 만들려는 연구가 진행돼 왔다.
이런 가운데 1953년에 스웨덴 전기회사 ASEA의 에릭 룬드블라드가 흑연으로 8만3000 기압의 고온 장치를 이용해 한시간 만에 다이아몬드를 합성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그 결과를 재현할 수 없었다.
1954년 12월 8일엔 GE 과학자인 허브 스트롱과 동료가 탄소가루를 5만 기압, 1250℃에서 16시간 처리해 두 개의 작은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진 것을 확인했지만 재현엔 실패했다.
같은 달 16일 GE 연구소 동료인 트레이시 홀 박사는 흑연 탄소를 10만 기압 1600℃에서 38분간 처리해 마침내 인공 다이아몬드 합성과 재현에 성공했다.
당시 홀은 당대 최고 직장인 GE 연구소에 입사했고 모르몬 교도로서 많은 가족들을 거느리면서 그로 인해 동료들로부터 차별까지 받고 있었다. 게다가 5년 동안 단 한푼의 월급도 인상받지 못했던 그는 다이아몬드 개발로 이들을 단숨에 보상받고 싶어했고 결국 성공했지만 사내 성공 보수는 그의 연봉 1만달러가 1만1000달러로 오른 정도였다.
그의 성과에 힘입어 GE는 2주간의 재현 확인 실험을 거친 끝에 1955년 2월 15일 세계 최초 인공 다이아몬드 개발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GE는 1957년 자사의 합성 다이아몬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국 산업계는 안전한 공업용 다이아몬드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당시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을 쥐락펴락하던 드비어스사의 독점을 깨뜨리게 계기가 됐다.
중국의 다이아몬드 제조기계의 등장으로 이제 더많은 인조 다이아몬드가 쏟아질 것 같다. 그리고 가격도 훨씬 더 내려가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