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창문이 감쪽같이 5G 기지국으로···세계 첫 실용화 비결은?

지난 2019년 5G통신 서비스 시대가 시작된 이후 이 무선 통신 네트워크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수억 명의 사용자 통신을 지원해 오고 있다. 서비스 개시 이후 이통사나 소비자들에게 가장 성가시게 다가온 것 가운데 하나는 급격히 늘어난 소형기지국이다. 5G는 4G보다 빠른 통신 속도가 장점이긴 하지만 그만큼 더 높은 주파수를 갖고 있다. 이는 심한 전파 반사로 이어지며 기지국의 통신 범위(커버리지)가 짧아지게 하고 결국 이전보다 더 많은 기지국을 설치하게 만든다.

이에따라 곳곳에 설치된 소형 기지국은 시각·공간적 공해가 되고 있다고 할 만 하다. 이통사로선 엄청난 설치 비용 증가가 뒤따른다. 이에 일본 통신업체들은 기지국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미국의 통신업체들은 사보텐이나 나무, 가로등, 새집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용된 기지국을 설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 하더라도 더 늘어나는 기지국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변용된 디자인 마련, 설치 및 그에 부수되는 비용과 서비스 상 어려움을 가져 올 수 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 기지국 단순화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투명한 유리 안테나를 만들어 창문 내부에 부착함으로써 유리창 문을 기지국으로 만드는 노력이었다. 이렇게 하면 도시 경관이나 건물 외관을 해치지 않고 실외를 서비스 구역으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지금껏 이런 기지국이 나오지는 않았다.

IEEE스펙트럼 등은 지난달 일본에서 이런 5G 유리 안테나가 실제로 등장했고 세계 최초로 도쿄지역에서 실제로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세계적 유리 제조업체와 굴지의 통신업체가 손잡고 노력해 나온 성과다. 이 5G 유리안테나에 대해 알아봤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초 자동차 통신용 유리 안테나 개발에 들어갔다는 발표가 나왔다.

유리창 안쪽에 부착해 외부를 서비스 지역으로

투명한 전도층에 눈에 띄지 않게 부착된 전자 장치를 통해 창문을 5G 셀룰러 안테나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J타워)

일본의 이 5G 통신용 투명 유리 안테나는 창문을 소형 5G 기지국으로 전환한다. 그리고 이 작고 눈에 띄지 않는 안테나는 실제로 현재 일본 이동 통신업체 기지국의 커버리지를 시원스레 늘려 주고 있다고 한다.

도쿄에 본사를 둔 통신업체 제이타워(J Tower)는 지난달 세계 최대 규모의 유리 제조업체 중 하나인 AGC와 NTT 도코모 통신이 손잡고 개발한 새로운 유리 안테나를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이 첫 번째 5G 유리 안테나는 도쿄 신주쿠 구의 창문에 설치됐다.

오치아 쇼타 AGC 마케팅 매니저는 이 제품이 “건물 창문 내부에 부착돼 창문을 기지국으로 바꿔주고, 도시 경관이나 건물 외관을 해치지 않고 실외를 서비스 구역으로 바꿀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안테나”라고 말한다.

이 투명 안테나는 유리 두께에 따라 설계돼 창문 크기의 장치에서 흡수되고 방출되는 5G 무선통신 신호의 감쇠와 반사를 줄일 수 있다. 유리 안테나에는 이 회사 고유의 기술이 적용돼 유리창문을 통과할 때 무선파 방향이 분열되는 것을 완화시킨다. 이 장치를 사용하면 기지국 위치 수를 늘리는 것 외에도 적절한 설치 높이를 선택하기가 더 쉬워진다.

NTT 도코모는 안테나의 기반으로 투명 전도성 소재를 사용하며, 두 장의 유리 사이에 전도성 소재와 라미네이트된 자동차앞유리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종류의 투명 수지를 끼운다고 보고했다.

오카 켄타로 AGC 총괄 매니저는 회사 발표문에서 “전도성 투명 소재를 안테나로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전에는 없었던 것 같다. 유리 사이에 전도성 재료를 배치함으로써 안테나의 내구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AGC, 4년전 윈도우 안테나 초기 버전 내놔

AGC의 유리 안테나를 사용하면 창문이 컴팩트한 5G 기지국으로 전환된다. 이 작고 눈에 띄지 않는 안테나로 셀 통신범위를 시원스럽게 늘릴 수 있다. 이 장치의 등장으로 기지국 수를 늘리는 것 외에도 적절한 설치 높이를 선택하기가 더 쉬워졌다. (사진=AGC)

AGC가 웨이브안테나(WAVEANTENNA)라는 브랜드로 만든 안테나는 창문의 내부 표면에 설치된다. 이 안테나는 케이블 외에는 눈에 띄지 않는 장비로서 종종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거나 창문의 상단이나 가장자리에 배치된다.

웨이브안테나는 5G 서브6(Sub6) 대역, 즉 6기가헤르츠(GHz) 미만의 신호와 호환된다. 서브6 안테나는 5G 배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저주파 범위가 5G 스펙트럼의 상당히 높은 대역폭인 밀리미터파 범위보다 벽과 건물과 같은 장벽을 더 잘 관통하기 때문이다.

AGC에 따르면 이 제품의 초기 버전은 2020년에 출시됐고 여러 기지국 네트워크에서 공유할 수 있는 버전은 작년에 출시됐고 마침내 지난달 실제 5G 기지국에 적용되기에 이르렀다.

이 회사는 자사의 유리 안테나가 3.7~4.5GHz 대역의 주파수에 최적화돼 있어 여전히 상당한 대역폭을 허용하지만, 이상적인 밀리미터파 5G 배치가 도달할 수 있는 대역폭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밀리미터파는 일반적으로 10~50GHz의 대역폭을 제공한다.)

AGC는 통신사들 간에 인프라 공유가 더욱 중요해짐에 따라 유리 안테나가 5G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치아에 따르면 이 장치는 기지국 위치 수를 늘리는 것 외에도 적절한 설치 높이를 선택하기가 더 쉬워진다.

AGC는 또한 현재 운행되는 자동차에 5G 유리 안테나를 적용해 통신신호 끊김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고 고객도 확보했다.

AGC의 5G 유리안테나는 자율주행차의 V2X(Vehicle-to-Everything)통신 용으로도 사용된다. 현재 이 회사의 고객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전기차 렌털서비스 회사 헤일로닷카도 포함된다. 헤일로닷카는 원격 운전자들이 고객들에게 자동차를 배송하기 위해 고속통신망에 의존한다. (사진=AGC)

AGC는 자사 유리 안테나 사용 고객 가운데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주문형 전기차 렌털 서비스 회사인 헤일로닷카(Halo.Car)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헤일로닷카는 원격 운전자들이 자사 고객들에게 자동차를 배달하기 위해 고속 통신망에 의존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KCC글라스가 LG전자와 협력해 미래 모빌리티용 투명 안테나 내놓기 위해 한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KCC글라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1월 KCC글라스(케이씨씨글라스, 대표 정몽익)가 LG전자와 손잡고 투명 안테나가 적용된 차량용 유리 개발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KCC글라스가 개발 중인 유리안테나는 지난해 라스베이거스 가전쇼(CES 2023)에서 첫선을 보였다.

두 회사가 개발중인 투명 안테나는 차량의 유리에 부착되거나 삽입되는 투명한 필름 타입의 안테나다. 상어 지느러미 모양으로 된 기존 샤크핀 안테나의 공간, 디자인, 통신 용량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통신 기술 장치로 꼽힌다. 특히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확산에 따른 대용량 데이터 송수신이 필요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차량의 여러 유리면에 적용해 통신 용량 문제를 극복시켜 줄 핵심 솔루션으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 기술로도 일본 AGC-NTT도코모가 합작해 만든 5G 통신용 유리안테나와 같은 수준의 유용한 제품이 하루빨리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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