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스타트업의 역할은?

글로벌 스타트업 대축제 Try Everything 2024 현장, 슬로건은 ‘뉴 웨이스, 뉴 웨이스(New Waves, New Ways)’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스타트업의 역할… 양우정 더그리트 대표, 김지현 에이지프리 대표 발표
구글 딥마인드 라일라 이브라힘 COO, 기조 강연에서 스타트업 향해 “사명감과 신념 지키길”
라일라 이브라힘 구글 딥마인드 COO가 ‘생성형 AI가 만들어 가는 우리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테크42)

최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된 트라이 에브리싱 2024(Try Everything 2024)는 올해 역시 창업생태계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로 떠들썩했다. 특히 올해는 ‘뉴 웨이스, 뉴 웨이스(New Waves, New Ways)’라는 슬로건 아래 인공지능(AI)혁명, 국제정세 악화 등 격변의 파도를 함께 헤쳐 나갈 구체적 해법을 함께 모색하고, 투자유치·국내외 오픈이노베이션 매칭 등 실질적 성과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첫째날 가장 첫 번째 행사로 진행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스타트업의 역할’ 세션에서는 양우정 더그리트 대표와 김지현 에이지프리 대표의 발표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 기조강연에 나선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라일라 이브라힘’은 ‘생성형 AI가 만들어 가는 우리의 미래’를 주제로 산업, 환경, 교육 등 사회 전반의 변화와 인류 모두에 도움되는 AI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전망과 통찰을 공유했다.

따지고 보면 지속가능성과 미래는 무관한 영역이 아니다. 특히나 올해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 기후 변화 문제와 급감하는 출산율로 인한 인구절벽 문제는 지속가능한 미래에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트라이 에브리싱 2024에서 진행된 두 행사에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알아봤다.

지속가능한 미래, 스타트업의 역할을 말하다

이날 트라이 에브리싱 2024의 첫 행사에 나선 양우정 더그리트 대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스타트업의 역할’을 주제로 말문을 열었다. (사진=테크42)

스타트업을 논할 때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의 참신함이나 기술 혁신의 정도를 따지기도 하지만, ‘미래’와 ‘지속가능성’을 키워드로 접근하는 분야도 적지 않다. 특히 기후테크 영역이 그렇다. 이날 트라이 에브리싱 2024의 첫 행사에 나선 양우정 더그리트 대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스타트업의 역할’을 주제로 말문을 열었다.

“올해의 경우 추석에도 에어컨을 켜야 할 정도로 이상 기온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사실 기후 관련 모든 지표는 미이 정상 범위를 넘어선지 오래 입니다. 저희가 환경 사업을 하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항상 느끼는 것은 이러한 위기가 2040년, 2050년에는 어떻게 된다는 식으로 마치 미래의 일인 것처럼 다뤄진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죠.”

양 대표가 언급한 것은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AMOC)’의 문제다.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은 해수면 높이와 세계 기후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심층 해수 순환 시스템 중 하나로 차갑고 염도가 높아 깊이 가라앉은 북극 바닷물은 남쪽으로 흐르고 열대의 따뜻한 바닷물은 바다 표면에 가까운 표층수로 흘러드는 해류 순환 시스템이다.

이 AMOC가 주목 받은 것은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의 발표 때문이다. 발표에 따르면 MOC가 이르면 2025년부터 붕괴하기 시작해 금세기 안에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AMOC에 변화가 일어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급기야 덴마크 연구팀의 발표처럼 AMOC가 완전히 사라질 경우 해류 순환에 영향을 미쳐 지구의 온도 조절기능이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MOC가 멈추게 되면 북극은 갈수록 더 추워지고 적도 지방은 점점 더 뜨거워 지게 됩니다. 지금은 잘 공감할 수 없는 얘기죠. 하지만 국토가 넓은 중국에서는 이미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부 지방은 영하 45도의 한파를 기록할 때 남부 지방은 40도가 넘는 폭염이 기록되고 있습니다.”

양 대표는 “세게적으로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 밖에 되지 않는다”며 “한번 쓰고 버려지는 재활용이 아니라 다시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테크42)

이어 양 대표는 이러한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언급하며 “온실가스 배출 원의 92%가 에너지”라고 지목했다. 또 필수품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여야하는 숙제가 있다. 더그리트가 주목한 것은 바로 세계 각국에서 생활 필수품으로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과 관련된 문제다. 특히 플라스틱은 이산화탄소 배출은 물론 인간의 직접적인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더그리트는 일회용 폐기물 절감을 위해 다회용기 제작부터 수거·세척까지 친환경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표준화·모듈화를 통해 다회용기, 다회용기 수거함 및 플랫폼, 전용 세척장을 운영하는 더그리트는 다회용기 시스템으로 일회 용기 사용 시 대비 99%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양 대표는 “세게적으로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 밖에 되지 않는다”며 “한번 쓰고 버려지는 재활용이 아니라 다시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에이지프리 대표는 세번의 창업과 두 번의 액시트에 성공한 연쇄창업가다. 최근에는 ‘천직’이라는 직무교육 플랫폼을 선보였다. ‘천직’은 2030 중심의 취업 시장에서 소외된 중장년층과 경력단절로 사회 생활을 재개하기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한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테크42)

이어 무대에 나선 김지현 에이지프리 대표는 세번의 창업과 두 번의 액시트에 성공한 연쇄창업가다. 최근에는 ‘천직’이라는 직무교육 플랫폼을 선보였다. ‘천직’은 2030 중심의 취업 시장에서 소외된 중장년층과 경력단절로 사회 생활을 재개하기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한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김 대표가 에이지프리를 창업하고 ‘천직’을 개발한 배경이다. 앞서 언급 된 바와 같이 김 대표는 여러 번의 창업과 성공을 경험했다. 그중 하나가 지난 2013년 코딩 교육 서비스 ‘엔트리’를 창업해 2년만에 네이버에 매각하며 엑시트에 성공한 경험이다. 이후에도 김 대표는 네이버커텍트재단에서 사무국장을 맡아 유아부터 성인까지 코딩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천직의 개발은 그때 경험이 토대가 됐다”며 말을 이어갔다.

“제가 개발한 엔트리는 지금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에게 코딩 교육 플랫폼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유저 데이터를 분석하다보니 어느 순간 그 수가 정체되고, 급기야 조금씩 줄어들어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유를 따져보니 충격적이었어요. 바로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인구감소의 문제를 절감했다는 김 대표는 우리나라 중위 연령이 45.5세에 달한다는 점, OECD 국가 중 노인빈곤률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리고 직무교육 환경의 문제점과 수요를 확인한 과정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천직을 통해 인구 감소, 초고령화 시대에 다시 일하고 싶어하는 시니어부터 평생 직업을 찾고 싶어하는 젋은 세대 누구나 학벌이나 나이 상관없이 배우며 일할 수 있는 분야를 다루려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테크42)

“최근 조사에 따르면 평균적인 퇴직 연령은 48세 정도입니다. 연금이 65세에 나온다면 19년의 소득 공백 기간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취업을 원하지만 직무교육 시장은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죠. 실제 50대 남녀의 네이버 검색 기록을 살펴보면 건강 관련 키워드 10개를 합친 것보다 알바몬과 워크넷을 검색한 기록이 10배 많습니다.”

이어 김 대표는 “천직을 통해 인구 감소, 초고령화 시대에 다시 일하고 싶어하는 시니어부터 평생 직업을 찾고 싶어하는 젋은 세대 누구나 학벌이나 나이 상관없이 배우며 일할 수 있는 분야를 다루려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저희는 많은 분들이 노후를 걱정하며 일자리를 찾을 때 가장 먼저 ‘천직’이 떠오르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며 많은 변화가 있을 겁니다. 그때 삶과 직업을 재정의하는 기업으로 저희가 일조하려 합니다.”

라일라 이브라힘 구글 딥마인드 COO,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것은 사명감”

이날 화제가 된 또 다른 세션은 라일라 이브라힘 구글 딥마인드 COO의 기조 연설과 서울대학교 차상균 교수가 모더레이터로 나서 진행된 대담이었다. (사진=테크42)

이날 화제가 된 또 다른 세션은 라일라 이브라힘 구글 딥마인드 COO의 기조 연설과 서울대학교 차상균 교수가 모더레이터로 나서 진행된 대담이었다.

이날 기조 연설에 나선 이브라힘 COO는 지난 2016년 서울에서 진행된 알파고와 이세돌 9단 대결을 언급하며 “지금의 AI 역량과 혁신을 예상할 수 있었던 순간”이라고 이야기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알파고가 세계적인 바둑 챔피언인 이세돌과 대결을 펼친 이후 8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백신 및 예방접종 개발, 기후 변화 대응, 자연재해 예측과 같은 주요 과제를 해결하는데 AI의 역할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어 2억개가 넘는 단백질 구조 매핑에 성공한 ‘알파폴드’, 초기부터 멀티모달로 설계된 ‘제미나이’ 등의 사례를 언급한 이브라힘 COO는 “구글 딥마인드에 합류 후 배운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사명을 명확히 하고 이를 기본으로 삼는 것이었다”며 “이는 트라이 에브리싱 정식과도 매우 잘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브라힘 COO는 구글 딥마인드 COO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지난 과정을 이야기하며 구글의 변혁적인 아이디어 기저를 묻는 질문에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어진 대담에서 이브라힘 COO는 구글 딥마인드 COO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지난 과정을 이야기하며 구글의 변혁적인 아이디어 기저를 묻는 질문에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문화를 구축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말로하는 것은 쉽지만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죠. 가령 어떻게 사람을 채용할 것인가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돌파구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관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2010년에 처음 시작한 딥마인드 역시 AI 개발과 관련해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했고 신경과학, 컴퓨터 사이언스 등 모든 분야 전문가와 조인해 종합적인 관점을 가지고 가려 노력했죠.”

이어 이브라힘 COO는 ‘한국 스타트업 전반에 조언을 해달라’는 차 교수의 요청에 “스타트업을 시작할 용기가 있다면 사명감이 무엇인지, 어떤 가치와 레거시를 남기려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며 “개인적인 신념과 사명감을 지켜가며 여정을 즐기는 스타트업이 되길 바란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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