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인원 감축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경기 불황과 AI 기술 발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경제 불확실성 증가로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나서는 가운데,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수요 감소 예측이 IT 기업들의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빅테크 기업의 태새전환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빅테크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급격히 늘어났던 IT기반 산업의 수요가 정상화되면서 과잉 고용 상태를 조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내고 있다. 이에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한 빅테크 CEO들은 이러한 현상을 "정상 수준으로의 회귀"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규모 감원이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SAS 인스티튜트의 CEO 제임스 구드나이트는 "경기 침체기는 오히려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며 "무분별한 감원보다는 인재 육성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전세계 금융시장에 가장 큰 파급력을 가져온 '2008년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했을 때, 유통 및 의류 업체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었다. 특히, 소비자들이 줄인 매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건 '의류분야'의 지출이었다.
의류 회사이면서도 환경을 위해 옷을 사지 말라는 광고로 유명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매출이 20%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을 해고하지 않았다. 대신 비용 절감을 위해 임원 급여를 동결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였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온라인 신발 및 의류업체 자포스(Zappos) 역시 직원 해고 대신 고객 서비스 교육에 투자했다. 이는 고객 만족도 향상과 장기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또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포춘 100대 기업인 하니웰(Honeywell)은 2008년 경제 위기 동안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회사는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숙련된 인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일본의 자동차 제조기업 토요타는 직원들을 해고하는 대신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직원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회사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 긍정적인 결과를 안겨다 주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해고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삼은 기업들의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해고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며, 창의적인 접근 방식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논리를 강화할 수 있다.
최근 주요 빅테크 기업의 인원 감축 사례를 살펴보면 시장은 더욱 더 위축될 분위기다.
실적 악화로 사상 최대 위기를 맞은 인텔은 전체 인력의 15%에 해당하는 약 15,000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인텔은 이번 인원 감축에 대해 "2025년까지 100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시스코는 전 세계 직원의 7%인 약 6,000명을 해고할 계획을 발표했다. AI와 사이버보안 같은 고성장 분야로의 전환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고정비용을 줄여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을 하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IBM 역시 중국 내 연구개발 부문에서 1,000명 이상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의 IT 하드웨어 수요 감소와 사업 확장의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둔화가 가속화되고 미중 관계 악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공급망 확보를 위해 '프렌드쇼어링' 혹은 '리쇼어링'을 선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애플 또한 디지털서비스 그룹에서 약 100명을 해고했다. 주로 Apple Books 앱과 Apple Bookstore 팀에서 감원이 이루어졌으며, 일부 엔지니어링 직군도 영향을 받았다. 블룸버그는 "애플 내 우선순위 변화의 일환에 따른 것"이라며, "애플에서 올 들어 4차례에 걸쳐 인력 감축 조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 단순한 경기 대응이 아닌 AI 기술 도입에 따른 구조적 변화의 결과
다만, 이러한 빅테크 기업의 인원 감축에 대해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페퍼 교수는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은 단순한 경기 대응이 아닌 AI 기술 도입에 따른 구조적 변화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들이 AI 관련 기술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기존 인력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관련 투자를 확대하면서 동시에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IBM은 8,000개 일자리를 AI로 대체한다고 발표했다. 기술 변화에 따른 인력 수요 변화도 중요한 요소다. AI 관련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존 인력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감원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AI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또한, 높은 금리와 경제 불확실성 같은 다른 경제적 요인들도 인원 감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AI 발전만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이번 미 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빅테크 기업들의 인원 감축은 기술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AI 시대로의 전환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픈AI가 불러온 AI의 기술 발전에 인류가 걱정하고 있었던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는 AI가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의 삶에 녹아 들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영향의 정도와 양상은 복합적이며, 단순히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MIT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AI로 대체 가능한 업무는 23% 수준이며, 일자리 대체는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기업들이 AI 기술 도입과 함께 인력 구조 조정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결국 AI의 발전으로 인해 일부 일자리는 사라지지만 동시에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며, 향후 기업들의 인력 운용 전략과 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