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캐즘 극복 열쇠로 주목 받는 자율형 AI는 무엇?

가트너 2024 신기술 하이프 사이클서 주목해야 할 혁신 신기술로 ‘자율형 AI’ 지목
최근 골드만삭스, 세쿼이아 캐피탈, 바클레이즈 등 주요 투자사의 캐즘 우려 불식
스스로 작동하고 개선하며 효과적 의사결정 내릴 수 있는 ‘자율형 AI 에이전트’ 경쟁 돌입
2022년 말 오픈AI의 챗GPT를 필두로 촉발된 생성형 AI 기술 경쟁은 이후 매년 격변을 거듭하며 이전과는 다른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체감하게 하고 있다. (이미지=링크드인)

2022년 말 오픈AI의 챗GPT를 필두로 촉발된 생성형 AI 기술 경쟁은 이후 매년 격변을 거듭하며 이전과는 다른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체감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글로벌 투자사를 중심으로 AI 기술 개발이 비용 효율적이지 않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초기 대비 급격하게 줄어든 챗GPT 사용자 수 등으로 인해 이른바 ‘캐즘(일시적 수요감소)’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AI 기술 기업들을 비롯한 업계에서는 이러한 우려에 선을 그으며 과거와 같은 ‘AI Winter’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구글 순다르 피차이 CEO의 ‘과소 투자의 위험성이 과잉 투자의 위험보다 극적으로 더 크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AI 기술 기업들을 비롯한 업계에서는 이러한 우려에 선을 그으며 과거와 같은 ‘AI Winter’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구글 순다르 피차이 CEO의 ‘과소 투자의 위험성이 과잉 투자의 위험보다 극적으로 더 크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사진=CNBC)

즉 현재 선보이는 생성형 AI 기술 수준은 극초기에 불과하며 거품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 보다는 향후 AI 기술이 더 큰 혁신과 시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의견이 뒤를 따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최근까지 AI 기술은 하나의 상품이라기 보다 기술에 머물고 있었으며, 시장 형성은 이제 시작”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런 인식에 힘을 보태듯 얼마전 가트너 역시 ‘2024년 신기술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for Emerging Technologies) 보고서를 통해 25가지의 혁신 기술을 발표하고 이를 다시 ‘자율형 AI’를 비롯한 ▲개발자 생산성 ▲총체적 경험 ▲인간 중심의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프로그램 등 네 가지 주요 트렌드로 분류한 바 있다.

아룬 찬드라세카란(Arun Chandrasekaran) 가트너 수석 VP 애널리스트는 “기반 모델에 대한 기대감에서 ROI(투자 수익률)를 창출하는 사용 사례로 비즈니스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며 “생성형 AI는 부풀려진 기대의 정점을 넘어섰으며 자율형 AI의 등장을 가속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올해 들어 이전까지 파운데이션 모델에 집중했던 글로벌 빅테크들을 비롯해 각 영역의 AI 서비스 기업들은 저마다 자율형 AI 에이전트를 선보이며 버티컬 영역에서 AI 생산성 혁신과 수익화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AI 캐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는 ‘자율형 AI’는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혁신을 꾀하고 있을까?

이전과는 다르다, 3차 AI 붐은 지속될 것  

‘AI’라는 단어는 1956년 다트머스 대학에서 처음 시작됐다. 컴퓨터도 없던 시대였지만, 연구자들이 모여서 인간의 인텔리전스를 따라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것이 시초였다. 당연히 컴퓨터는 물론 데이터도 없던 시절에 인간의 지능을 흉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1974년부터 1993년에는 두 차례의 ‘AI Winter’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후에도 AI 기술은 한동안 정체기를 못 벗어 났지만, IBM이 1997년 선보인 ‘Deep Blue(딥 블루)’ 2011년 선보인 ‘Watson(왓슨)’이 차례로 가능성을 제시하며 흐름을 이었고, 마침내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바둑으로 이기며 딥 블루 이후 20여년만에 엄청난 진전을 선보였다.

오픈AI의 챗 GPT 가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다시 6년이 지난 2022년 말이다. 이후 2년이 채 안되는 사이 생성형 AI는 이전 수십년에 걸쳐 진행됐던 AI 기술 개발을 넘어서는 기술적 진보와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내년을 AI 기술 기반의 시장 형성이 본격화되는 시기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한 움직임은 이미 올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 ▲대규모 행동 모델 ▲기계 고객 ▲휴머노이드 작업 로봇 ▲자율 에이전트 ▲강화 학습 등이 포함된 ‘자율 AI’가 그 열쇠가 되고 있다.

초기 생성형 AI가 학습한 단어와 문장을 조합하는 수준에서 거짓 정보와 편향성 논란이 있었다면,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 과정을 거친 자율 AI는 스스로 작동하고 개선하며 복잡한 환경에서도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진화 중이라는 것이다.

자율형 AI 에이전트의 특징은?

지난해 5월 Auto-GPT라는 오슨소스 앱이 선보인 후 이 프레임워크를 개발자들이 각 영역의 서비스에 사용해 보는 시도가 이어졌다. 이는 각 테크 기업들을 필두로 ‘AI 에이전트’ 혹은 ‘AI 코파일럿’이라는 이름의 AI 기술 기반 서비스 개발로 연결됐다.

AI 에이전트는 자연어 처리(NLP), 기계 학습(ML),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AI 기술을 활용하여 사람의 요청을 이해하고, 적절한 답변이나 행동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챗봇이나 가상 비서, 추천 시스템 등이 모두 이에 속한다.

AutoGPT 플랫폼
지난해 5월 Auto-GPT라는 오슨소스 앱이 선보인 후 이 프레임워크를 개발자들이 각 영역의 서비스에 사용해 보는 시도가 이어졌다. 이는 각 테크 기업들을 필두로 ‘AI 에이전트’ 혹은 ‘AI 코파일럿’이라는 이름의 AI 기술 기반 서비스 개발로 연결됐다. (이미지=autogpt.net)

여기에 Auto-GPT와 같이 GPT-4와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연결하며 기술적 진보가 이뤄졌고, AI 에이전트는 다시 ‘Autonomous AI Agent’, 이른바 ‘자율형 AI 에이전트’와 ‘상호작용형 aI 에이전트’로 나눠지게 됐다.

자율형 AI 에이전트의 특징은 기존과 달리 사용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점이다. 스스로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립적인 결정을 내린다. 이때 자율형 AI 에이전트는 스스로 브라우저, AI 모델, 스토리지, 컴퓨팅 엔진과 같은 외부 툴을 활용하며 완전한 자율성을 가지고 태스크를 수행하게 된다. 또 태스크를 수행하는 과정과 관찰 결과를 메모리에 저장해 다음 태스크 수행에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목표를 정의하고 과업을 분석해 순서를 결정하고 직접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과업을 실행한 뒤에는 결과를 평가하고 이를 다음 과업 수행에 반영하는, 마치 사람과 같은 작업 프로세스로 작동하는 것이다.

자율형 AI 에이전트 등장 이전까지 이는 개발자 등 전문가 그룹에서 실험적으로 적용돼 온 기술이지만 최근 각 버티컬 영역에서 상용화 서비스가 등장하며 AI 기술의 수익화를 시도하고 있다.

각 업무 영역에서 시도되는 자율형 AI 도입

가트너의 ‘2024 신기술 하이프 사이클’에서는 이러한 자율형 AI의 기술적 진보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을 전망하고 있다. 즉 SF영화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인간과 소통하고 알아서 모든 작업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척척박사와 같은 ‘AI 비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주목할 점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각 버티컬 영역에서 자율형 AI를 활용한 서비스와 기술적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하마드 알람 SAP 제품 엔지니어링 총괄과 신은영 SAP 코리아 대표이사가 대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사진=SAP코리아)

최근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독일계 기업 SAP는 출시 1년을 앞둔 자사의 AI 기반 코파일럿 서비스인 ‘쥴(Joule)’에 기능을 확장해 협업형 AI 에이전트 기능을 도입했다. 특정 작업 처리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배치하고 복잡한 비즈니스 워크플로우에서 협력하며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전략을 조정하도록 돕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분쟁 관리 활용에서 이 자율형 AI 에이전트는 부정확하거나 누락된 송장, 미적용 크레딧, 중복되거나 거부된 결제 등 분쟁 해결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해결하는데 활용된다. 재무 회계 활용 사례에서 자율형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청구서 결제, 송장 처리, 원장 업데이트 등의 주요 재무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불일치나 오류를 신속하게 해결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인다.

앞서 클라우드 기반 CRM 기업을 표방하는 미국계 기업 세일즈포스의 경우에는 최근 자사 연례 행사인 ‘드림포스 2024’에서 자율형 AI 에이전트 ‘에이전트포스(Agentforce)’를 공개했다. 이는 사전에 구축된 템플릿을 기반으로 영업, 서비스, 마케팅, 커머스 등의 다양한 조직 구성원들이 고객 접점에서 빠르게 자율 에이전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특징이다.

세일즈포스는 이번 드림포스 2024에서 로우코드 기반의 자율형 AI 에이전트, ‘에이전트포스(Agentforce)’를 새롭게 선보였다. 

세일즈포스 측은 “과거 AI 챗봇과 코파일럿이 인간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면, 에이전트포스는 ‘아틀라스 추론 엔진(Atlas Reasoning Engine)’을 기반으로 인간의 지시 없이 연중무휴 자율적으로 고객 문의에 즉각적이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데이터 클라우드와 통합돼 방대한 데이터와 메타데이터 리소스를 기반으로 조직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2025년 말까지 10억개의 에이전트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에이전트포스를 통해 전 세계 다양한 산업에서 직원의 업무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한편 게임에서도 자율형 AI를 도입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바로 논플레이어 캐릭터(Non Player Character, 이하 NPC)에 AI를 적용한 것이다. 크래프톤 산하 개발 스튜디오 ‘렐루게임즈’가 개발한 AI NPC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건’이 대표적이다. 이는 주인공이 수사관이 되어 1인칭 시점으로 범죄 현장을 조사하고, AI 캐릭터를 자연어로 심문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추리 장르 게임이다.

uncover the smok...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제작에는 오픈AI의 최신 AI모델 GPT-4o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팀은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제작에 오픈AI의 최신 AI모델 GPT-4o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이 게임의 AI NPC는 정해진 선택지를 따라가는 기존 게임의 NPC와 달리 채팅을 기반으로 용의자를 심문하기 때문에 자유도가 매우 넓다. 심지어 수사와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해도 어떤 형태로든 답변을 내놓고 때론 게임 속 AI 캐릭터가 의도된 거짓말까지 한다. 이는 기존 엄청난 분량의 대사 작성과 성우가 투입되던 방식을 대체해 수백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엔씨소프트 역시 내년에 자율형 AI NPC로 구동되는 신작을 내 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대표작인 ‘리니지’ 일부 시리즈에 적용했던 AI NPC를 자사 게임 전반에 대거 탑재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플레이어의 자유도를 극대화한 게임에 AI NPC를 접목할 경우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몰입도를 선사하는 가상현실(VR) 게임 등장도 전망하고 있다.

(좌측부터) 테리 토머스 볼파라 대표, 서범석 루닛 대표
루닛의 볼파라 M&A 발표 당시. 서범석 루닛 대표이사(오른쪽)이 지난 5월 22일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루닛 본사에서 열린 '볼파라 인수 마무리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테리 토마스 볼파라 최고경영자(CEO)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루닛) 

한편 헬스케어 업계 역시 자율형 AI 도입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AI 영상진단기기 개발사인 루닛은 지난 5월 미국의 AI 기반 유방암 검진 플랫폼 기업 ‘볼파라’를 지분 100% 인수하는 M&A를 발표해 화제가 됐다.

루닛이 꼽는 M&A의 또 다른 성과는 다름 아닌 양사의 인공지능 기술력 결합이다. 루닛은 볼파라가 확보하고 있는 다국적, 다인종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조건과 환경에 상관없이 적용 가능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자율형 AI 진단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치과용 로봇 개발 업체인 ‘퍼셉티브(Perceptive)’가 개발한 AI 제어 자율형 로봇이 인간 충치 치료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최근 AI 제어 자율형 로봇이 인간 충치 치료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치과용 로봇 개발 업체인 ‘퍼셉티브(Perceptive)’가 개발한 이 AI 로봇은 핸드헬드형 스캐터를 이용해 구강 내부에 정밀한 3D 모델을 생성하고 치료할 부위를 파악한다. 이후 인간 치과의사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며 이 로봇 치과의사는 충전물과 덮개 치료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 치료는 미세한 움직임을 정밀하게 제어해 기존 방식보다 훨씬 적확한 치료가 가능하고 시간 역시 15분(기존 2시간)만에 완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형 AI 도입, 한계도 있어

이러한 자율형 AI 기술 도입이 모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제도적인 문제도 적지 않다. 우선 AI 시스템 운영에 투입되는 비용이 적지 않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율형 AI 도입을 위해서는 비용을 상쇄할 정도의 대규모 비즈니스 모델이 뒷받침 돼야 한다.

또 인간은 데이터에 깃든 차별과 편견을 인지할 수 있지만, AI는 인간이 만든 데이터를 학습하기 때문에 그러한 편견을 스스로 깨우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는 AI 기술 개발과 적용에 규제 필요성으로 연결되는데, 실제 지난해 말 유럽연합(EU)가 제정한 AI Act(AI 법)으로 인해 인간의 개입이 없는 AI 기술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도입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율형 AI 기술 개발의 반대 급부로 윤리적 AI 설계를 통해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맞춘 인간 중심 AI(human-centered AI)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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