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VTOL 3개사 도미노 추락 위기···릴리움에 볼로콥터·버티컬까지

독일 전기식 수직이착륙(eVTOL)항공기 3총사로 꼽히는 릴리움, 볼로콥터, 에어버스 가운데 두회사가 에어택시를 띄우기도 전에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영국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도 심각한 재정위기를 맞고 있다. 이들은 기술적 판단 오류나 재정적 문제, 또는 둘 모두를 겪으면서 상용화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경우 릴리움에 이어 볼로콥터가 특히 재정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지원을 거부당했다. 중국기업과 협상중인 볼로콥터에 중국자본이 유입될 경우 독일 회사 기술이나 사업이 중국으로 통째 옮겨 갈 수도 있다는 지적과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독일정부가 이런 배경에서 파산위기의 릴리움에 대한 재정지원을 외면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문제는 볼로콥터가 이와 비슷한 경로를 따라가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볼로콥터는 우리나라 카카오 모빌리티가 에어택시 사업을 위해 제휴한 기업이기도 하다.) 여기에 추가해 영국의 eVTOL기 개발업체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도 현금부족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다만 에어버스만은 두둑한 주머니를 바탕으로 잡음없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BBC는 15일(현지시각) 유럽 eVTOL방식 에어택시 개발 4개사 중 3개사 에어택시의 꿈이 흔들리고 있다며 이같은 각각의 상황을 소개했다.

독일 릴리움, 가장 먼저 경쟁대열 낙오

독일 릴리움 eVTOL기 ‘릴리움 제트’의 급진적인 디자인은 수직 이륙을 위해 각도를 조정할 수 있는 전기식 제트엔진을 포함한다. (사진=릴리움)

가장 먼저 추락위기에 직면한 유명업체는 릴리움이다.

이 독일 회사는 급진적 eVTOL 항공기 디자인을 개발해 이를 실용화하려 했다.

릴리움의 항공기는 30개의 전기식 제트엔진을 사용해 한꺼번에 기울여서 수직 이륙과 전진 비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설계방식이다.

이 컨셉은 매력적이었고, 이 회사는 전 세계에서 780대의 제트기에 대한 주문과 양해각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원격 제어 축소 ​​모형을 사용해 기술을 시연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실물 크기 제트기의 제작이 시작됐고 테스트는 내년초 시작될 예정이었다.

7월 팬버러 에어쇼에서 세바스티안 보렐 릴리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자신감이 넘치는 듯했다. 그는 “우리는 확실히 현금을 너무 많이 소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좋은 신호다. 항공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항공기 3대를 생산할 예정이며, 15억 유로도 모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돈이 바닥났다.

릴리움은 독일 개발 은행인 KfW에서 1억 유로 상당의 대출을 받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연방정부 및 주 정부의 보증이 필요했지만 결코 실현되지 않았다.

11월 초 이 회사는 주요 운영 사업 파산 절차에 들어갔고 나스닥 증권 거래소는 이 회사 주식을 거래종목에서 제외시켰다.

현재로서는 회사가 구조 조정 전문가와 협력해 사업을 매각하거나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는 노력에 나섬에 따라 새로운 항공기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전기 제트기를 생산에 투입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 보인다.

볼로콥터, 파리 올림픽 eVTOL 에어택시 운항 공수표

독일 볼로콥터의 볼로시티가 지난 여름 파리 외곽 베르사이유궁에서 시범비행을 하는 모습. (사진=볼로콥터)

독일의 볼로콥터는 전기로 구동되는 2인승 항공기인 볼로시티(VoloCity)가 도시 곳곳으로 승객을 실어나를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대신 회사는 시범 비행을 했다. 그 마감일을 놓친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었지만 사실 그 이면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볼로콥터가 회사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 긴급하게 신규 투자를 유치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즉, 재정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볼로콥터는 지난 4월에 독일 정부로부터 1억 유로(1억 600만 달러, 약 1480억원)를 빌리려는 협상이 무산됐다. (최근 파산신청을 낸 릴리움이 독일 정부에 재무지원 요청을 했다가 거부당해 결국 파산신청절차에 들어간 것을 연상시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제 이 회사는 대주주인 중국 자동차회사 지리(Geely)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 지리는 9500만 달러(약 1326억원) 자금 지원의 대가로 볼로콥터의 지분 85%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거래는 향후 볼로콥터의 모든 제조가 중국으로 이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볼로콥터는 eVTOL기를 개발하는 전 세계 수십 개 회사 중 하나이다. 이들의 항공기는 헬리콥터의 유연성을 제공하면서도 비용, 소음 및 배출이 없다는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항공기가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고 제조 역량을 구축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에 직면해 일부 투자자들은 긴급구제 금융을 하고 있다.

볼로콥터는 지난 2021년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고 2024년까지 서울서 eVTOL항공택시를 상용화하겠다며 제휴 협약을 맺었다. 따라서 최근의 상황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에어 택시, 이른바 도심항공교통(UAM)의 사업 계획과 방향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영국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도 수상하다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의 VX4는 최근 이륙 및 착륙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하지만 버티컬은 최근 심각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

영국에도 eVTOL기 경쟁에서 주목받는 유명 기업이 있다. 바로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Vertical Aerospace)다. 이 회사는 브리스톨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오보에너지(OVO Energy) 창업자 스티븐 피츠패트릭이 지난 2016년 세운 회사다.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의 눈길을 끄는 VX4 디자인은 얇은 항공기 스타일 날개에 장착된 8개의 대형 프로펠러를 사용해 양력을 만들어 낸다. 피츠패트릭은 항공기에 대해 “헬리콥터의 20% 비용으로 헬리콥터보다 100배 더 안전하고 조용하다”며 야심 찬 주장을 했다.

이 회사는 진전을 보였다. 원격 조종 테스트 프로그램을 완료한 후 올해 초에 조종 테스트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런 테스트들은 처음엔 항공기를 땅에 있는 줄과 연결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지난달 초 처음으로 지상의 줄과 연결되지 않은 이착륙을 했다.

하지만 심각한 좌절도 있었다. 작년 8월 코츠월드 공항에서 원격 조종 시제품을 테스트하는 동안 프로펠러 블레이드가 떨어져 추락하면서 심하게 손상됐다.

5월에 주요 파트너 중 하나인 엔지니어링 대기업 롤스 로이스가 이 회사 항공기용 전기 모터 공급 계약을 철회했다.

이 회사의 야망은 여전히 ​​하늘 높이 있다.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는 2029년말까지 고객들에게 항공기 150대를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때 쯤이면 버티컬은 연간 200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며, 현금 측면에서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재정적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피츠패트릭씨는 지난 3월 이 회사에 추가로 2500만 달러(약 350억원)를 투자했다. 하지만 대체 투자를 찾을 수 없다면 8월에 지급해야 할 2500만 달러가 아직 지급되지 않았다.

9월 현재 버티컬은 5740만달러(약 801억원)를 보유하고 있지만 내년에 그 2배에 가까운 금액을 소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은 이미 자신의 회사인 머드릭캐피털매니지먼트(Mudrick Capital Management)를 통해 주요 채권자이기도 한 미국 금융가 제이슨 머드릭과 거래를 하는 데 달려 있는 듯 하다.

그는 사업에 7500만 달러(약 1047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제안했고 버티컬 이사회에 자신의 계획을 거부하면 필연적으로 파산 절차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피츠패트릭 씨는 이 움직임에 반대했고, 그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통제권을 잃게 됐다.

이 회담에 대하 잘 아는 소식통은 이제 합의가 매우 가까워졌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거래가 성사된다면 추가 자금 조달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에어버스의 에어택시 프로젝트는?

에어버스의 시티에어버스는 80km의 항속 거리를 가지고 있으며 시속 120km로 비행할 수 있다. 사진은 시티에어버스 넥스트젠의 모습이다. (사진=에어버스)


“격동 속에서도 한 유럽 프로젝트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항공 우주 컨설팅 회사 리엄(Leeham)에서 일하고 있는 비욘 페어름의 말이다.

그는 항공 공학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스웨덴 공군에서 전투기를 조종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에어버스에서 진행 중인 eVTOL 프로젝트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티에어버스 넥스트젠(CityAirbus NextGen)이라고 불리는 이 4인승 항공기는 프로펠러가 8개이고 항속 거리는 80km다. 페어름 씨는 “이것은 그들의 엔지니어를 위한 기술 프로젝트이며 그들은 자금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비와 아처는 절호의 에어택시 생산 기회 맞아

5▲조비는 항공기 생산에 돌입할 좋은 기회를 맞은 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회사는 두 번째 eVTOL기를 내놓았다. 조비는 이달 들어 일본에서 제휴사 도요타와 함께 첫 시험비행 성공소식을 알렸다. (사진=조비)

전 세계적으로 자금이 충분한 다른 신생 기업들은 이 eVTOL 항공기를 생산에 돌입할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조비와 아처가 포함된다. 조비는 우리나라의 SKT와 제휴하고 있다. 아처는 대규모 투자유치로 화제가 된 휴머노이드 로봇업체 ‘피규어 AI’ 창업자 브레드 애드콕이 세운 회사다.

항공기가 생산되면 다음 과제는 수익성 있는 시장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첫 번째 노선은 공항과 도심 사이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수익을 낼 수 있을까?

페어름씨는 “운영 비용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조종사와 배터리이다. 1년에 두 번 정도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불확실성과 비용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처음에 새로운 전기 항공기에 돈을 투자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페어름은 “다음 테슬라를 놓치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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