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반의 플랫폼과 서비스가 일반화되며 마케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정밀한 고객 분석과 타겟팅, 성과 측정이 가능해 졌다. 이제는 AI 기술이 접목되며 개인화를 넘어 초개인화까지 거론되는 상황. 그러나 예외인 분야가 있다. 바로 B2B(기업 대상 비즈니스), 그 중에서도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로 불리는 제조 분야다.
사실 그 이전까지 이들 B2B 기업들에게는 고객사를 발굴하는 것부터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문제였다. 때문에 후발 주자보다는 해당 분야에서 오랜 업력을 쌓고 막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선행 기업이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은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며 대면 영업이라는 제한적인 방식을 벗어나 물리적·시간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되면서 부터다. 디지털 영역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영업과 마케팅을 진행하며 ‘세상 어느 곳에 있을지도 모를, 우리의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찾는 시도가 이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고객의 취향과 니즈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B2C(개인 대상 비즈니스)에 비해 B2B 영역에서 고객을 발굴하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로 남아있다. B2B 업계에서는 이구동성으로 고객사 하나를 발굴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고, 그나마도 정확한 인사이트를 얻기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오래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올 2월 창업한 초기 스타트업, ‘메텔’이다. 이들이 무대로 삼는 것은 글로벌 최대 B2B 플랫폼, 링크드인이다. 이들은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해 B2B 고객 발굴에 특화된 콘텐츠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B2B 기업과 그 고객의 페르소나를 분석하고 이를 자동화해 명확한 정체성을 담으면서도 고객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 마케팅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들은 그간 막연히 추정만 가능했던 B2B 마케팅의 성과 측정까지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이러한 메텔의 자신감은 극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성과를 만들어 내는 저력에서 나오고 있다. 설립 2개월 만에 10개의 유료 고객사를 확보했고 지금도 그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초기에 메텔의 서비스를 적용한 고객사는 기존 대비 인바운드 문의가 300% 정도 증가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이혜환 메텔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만나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하는 메텔 솔루션의 특징과 고도화 계획들을 들어봤다. 이 COO는 메텔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하다.
설립 1년도 안돼 초기 투자 유치와 팁스 선정, 비결은?
최근 아산나눔재단의 기업가 정신 플랫폼 마루180에 입주한 메텔은 내년을 앞두고 콘텐츠 자동화 솔루션 고도화에 집중하며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소풍벤처스의 타이푼 엑셀러레이팅, 시드팁스 최우수기업 선정과 연세대학교 주관 예비창업 패키지 선정을 비롯해 ‘World IT Show’ 참여, TIPS 선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인정 받는 등 올 한해는 메텔에게 여러 모로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고. 메텔은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7월 3억 5000만원의 시드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모두 창업 몇 개월 만에 이뤄진 일들이다. 이혜환 메텔 COO는 연이어 만들어 낸 성과를 소개하며 창업 과정을 털어 놨다.
“창업을 준비한 것은 사실 지난해 2월부터였어요. 꼬박 1년을 준비한 셈이죠. 초기 아이템을 엎고 피보팅을 감행했고, 중간중간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지금에 이른 거 같아요. 첫 고객 유치를 하는 것과 동시에 법인 설립을 진행했어요. 자체 고객 매출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최근 투자 혹한기라는 상황에서도 마케팅이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꽤 괜찮은 성적을 만들어 내고 있는 팀이라고 할 수 있죠(웃음).”
공동창업자인 김조셉 대표는 미국 뉴욕의 대표적인 아트 스쿨 중 하나인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chool of Visual Art)’에서 영상영화과를 중퇴한 후 한국의 VR 영어 교육 회사에 콘텐츠 리드로 합류해 해당 회사를 매각하며 엑싯(Exit)한 경험이 있다. 이후에는 디자이너로 전향해 스타트업계에서 UX·UI 디자인 커리어를 쌓았다. 이혜환 COO와 인연이 된 것은 작은 초기 스타트업에서 합을 맞추면서부터다. 이 COO는 퓨처플레이, 클래스 101에서 PM 커리어를 쌓으며 전문성을 다졌다.
“작은 스타트업 팀에서 같이 일하며 업무적으로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셉 대표는 발산형인데 비해 저는 수렴형이라 한 사람이 일을 벌리면 한 사람이 수습하면 괜찮겠다 싶어 같이 창업해보자고 의기투합했죠. 하지만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창업과 투자 분야를 좀 더 경험하기 위해 액셀러레이터사에 동반 입사해 경험을 쌓기도 했죠.”
첫 아이템에서 경험한 페인포인트에서 가능성 발견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메텔의 초기 사업 아이템은 지금과 달랐다. 첫 시도는 생산성을 높이는 개발 베이스의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프로덕트 개발이었다. 그러나 의외의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바로 판로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제품을 만드는 게 다가 아니라 팔아야 한다는 게 문제인데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어요. SaaS 제품이니 당연히 다운로드만 받으면 쓸 수 있는 것이고, 글로벌로 팔면 문제없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의외로 기업을 상대로 마케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우리 팀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스타트업을 비롯해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직면하는 것은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방법 뿐이었거든요. 원가 지속 가능하고 부담 없는 가격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이걸로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마케팅 솔루션으로 피보팅을 감행한 메텔은 글로벌 최대 B2B 소셜 네트워크인 링크드인을 기반으로 기업이 원하는 잠재 고객을 찾고 그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콘텐츠를 발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계획했다. 그리고 B2B 고객 발굴에 특화된 콘텐츠 마케팅 자동화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이 COO는 “쉽게 이야기해 고객사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구매의사도가 높은 고객이 스스로 서비스를 찾아오게 하는 인바운드 영업 엔진”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현재는 콘텐츠 자동화 솔루션을 고도화하면서 컨설팅과 에이전시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어요. 크게 에이전시, 아웃바운드 서포트, 인바운드 서포트로 나뉘는데 발행한 고객 발굴 콘텐츠를 분석하고 잠재 고객들의 반응을 추출해 아웃바운드 영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까지 진행하고 있죠. 콘텐츠에 직접적으로 리액션을 남긴 고객 및 콘텐츠를 통해 추가적으로 발생한 잠재 고객 리스트를 타깃 고객과 연관도 순으로 분류하고 상세 정보를 예측, 각 잠재 고객의 관심도까지 파악해 전달하죠. 인바운드 서포트의 경우 사용중인 CRM 솔루션과 연계해 유입된 고객이 과거에 발행된 어떤 콘텐츠에 반응했는지 역추적하고 영업 담당자가 해당 과객과 미팅을 진행하는 시점에 고객의 구매 의사 정도와 관심 영역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있고요.”
이와 같은 비스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창업 초기 10개로 시작한 고객사 수는 현재 30개로 늘어났다. 흥미로운 점은 메텔 역시 고객 유치에 페이드 마케팅(유료 마케팅) 없이 자사의 콘텐츠 마케팅 솔루션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고객사들의 사업 분야도 B2B라는 점만 일치할 뿐 제조업부터 연구 장비 개발, 스타트업 등 다양하다.
“고객사에 저희가 자신있게 말씀드린 것은 저희를 발견하고 찾아오신 것처럼 여러분들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고객을 만들어 드리겠다는 거였어요. 실제 글로벌 서비스로 진출하는 고객들이 기존에는 만나기도 힘들었던 대기업 담당자와 미팅을 잡기도 하는 등 즉각적으로 성과를 보여드렸죠. 현재는 마케팅 영역에 국한돼 있지만 향후에는 세일즈까지 지원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저희 목표예요.”
B2B 마케팅의 페르소나 생성부터 콘텐츠 제작, 성과 측정까지 가능하게 할 것
현재 메텔의 솔루션은 30% 정도의 자동화에 머물고 있다. 부족한 부분은 컨설팅과 에이전시업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향후에는 이 자동화율을 70%까지 고도화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다면 그간 쉽지 않은 영역으로 인식됐던 B2B 마케팅에 해법을 제시하는 메텔만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초기에는 4회 정도 컨설팅을 진행합니다. 저희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는 단순히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거든요. 이 회사가 어떤 서비스를 하고 현재 어떤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확보하고자 하는 고객들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죠. 그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학습된 콘텐츠 생성 AI를 개발하기 때문에 특히 중요 한 파트라고 할 수 있어요. 컨설팅 기간 동안 기업의 IR 자료, 사업 소개서, 대표님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진행하죠. 이것들을 모아 타겟 리서치를 진행하고요. 이 회사의 서비스 혹은 솔루션이 타겟으로 하는 고객들이 좋아하고 반응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거죠. 그렇게 기업과 그들의 고객사 양 사이드의 페르소나를 구축해 AI를 학습시키는 거예요. 이를 에이전시 단계에서 기업의 새로운 이슈를 추가해 저희 초기 솔루션으로 콘텐츠를 만들게 되고요. 향후 에이전시 서비스는 솔루션 자동화율이 올라가며 대체할 예정입니다.”
즉, 메텔은 현재 프로세스에서 얻는 인사이트를 자동화 솔루션에 적용해 나가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정식 제품 출시는 내년 중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COO는 “에이전시 사업은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보다 고객과 소통하고 피드백을 받으면 제품에 적용하는 인사이트를 얻는 통로”라며 “현재 고객사 당 투입되는 리소스가 100이라면 향후 완성된 자동화 솔루션으로 70% 이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저희 솔루션은 ‘수요 창출 마케팅 엔진’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B2C에 비해 B2B 마케팅이 어려운 것은 비용을 들여도 직접적인 효과를 가늠할 수 없고, 성과가 나와도 어디까지 마케팅이 역할을 했고, 어디까지 영업이 역할을 했는지를 구분하기 모호하기 때문이예요. 그래서 저희는 B2B 마케팅의 성과도 가시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 솔루션을 통해 발행된 콘텐츠가 어떻게 목표했던 타겟 고객에게 도달하고 어떻게 고객을 유입시켰는지를 앞단부터 트래킹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영업 담당자에게는 ‘이 고객이 이 콘텐츠에 반응해 들어왔으니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시면 된다’고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예요. 이 부분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영역이라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메텔이 다양한 채널 중 굳이 링크드인을 기반으로 삼는 이유는 뭘까. 이 COO는 그 이유와 더불어 글로벌 서비스로서 비전과 함께 업계 문화까지 커버하는 다국어 시스템화를 언급했다.
“글로벌 박람회를 다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보통 링크드인의 QR코드를 명함 대신 주고 받아요. 또 해외에서는 대학생들에게 자소서를 만드는 것처럼 링크드인을 개설하고 세팅하는 방법을 가르치죠. 향후에는 링크드인 외에 블로그와 뉴스레터로 콘텐츠 채널을 확장하는 것을 염두하고 있어요. 또 한 가지는 언어 다양화에요. 단순히 번역을 넘어 해당 업계의 문화와 용어적인 특성을 반영한 시스템이죠. 가령 인도 영어와 싱가포르 영어가 차이가 있는 것처럼 같은 업계라도 나라별 문화별로 쓰이는 용어가 다르잖아요? 이를 다각화해 하나의 언어 모델에 적용하려고 해요. 저희 솔루션은 특히 비영어권 기업들이 영어권 국가들로 진출하는데 도움을 주려 해요. 그래서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기업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죠. 최종 결과물은 영어로 나가지만 입력되는 언어는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예요.”
이렇듯 다양한 계획을 바탕으로 메텔은 현재 성공 사례를 쌓아가는 한편 인력 충원을 통해 스케일업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 이 COO는 자동화 솔루션을 기반으로 강소기업을 지향하며 B2B 마케팅에 새로운 영역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저희 솔루션을 통해 B2B 마케터들의 노력이 인정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이제까지 B2B 분야에서는 타겟 고객 분석과 성과 측정이 안되니 마케터와 영업 담당자들 사이에 분란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저희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어떤 콘텐츠에 반응해 유입되고 마케팅 성과로 이어졌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게 하고 영업 담당자에게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더 나아 B2B 영역에서 보다 정밀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