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상현실 속에서도 음식맛을 볼 수 있다

‘이 가상현실(VR)용 막대사탕을 핥으면 가상의 맛을 맛볼 수 있다.’

과학자들이 가상공간에서 보여지는 맛을 같은 공간속에서나 현실에서 맛볼 수 있게 도와주는 VR용 기기를 개발했다. 예를 들어 특히 시청자가 TV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동안 등장하는 음식물의 맛을 보게 해준다.

VR 환경에서 시각과 청각 외에도 촉각과 후각, 미각을 추가하려고 노력해 온 과학자들이 마침내 가장 어렵다는 미각을 제공하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5감 중에서도 미각은 VR에서 재현하기 가장 어려운 감각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이를 실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주인공은 홍콩 과학자 팀이다. 최근 홍콩시립대학교(香港 城市大學) 연구원들은 VR에서 ‘조절 가능한 맛’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핥을 수 있는 막대 사탕(롤리팝) 모양의 손에 잡고 사용하는 핸드헬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기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플라스틱 막대사탕처럼 생긴 이 장치는 가장자리 주위에는 일련의 금속 전극이 배치됐다. 이러한 각 지점에는 맛을 내는 화학 물질이 주입된 아가로스(agarose) 젤 패키지가 들어 있다.

아직 지속 시간이 1시간밖에 안되고 맛도 9가지로 제한되고 있지만 이 기술 덕분에 사람들이 조만간 가상현실(VR)에서도 맛의 감각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최신 몰입적 VR 경험을 돕는 기기의 구성과 활용법, 그 과정에서 점검해 본 다양한 맛 인터페이스의 원리 등에 대해 알아봤다.

해당 논문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11월25일 자에 실렸으며, ‘VR/AR/MR용 소형 휴대용 미각 인터페이스’(Miniaturized, portable gustation interfaces for VR/AR/MR)라는 제목으로 가상 환경에서 여러 가지 맛을 재현할 수 있는 과정과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VR 맛 인터페이스 실현을 위한 노력들

홍콩의 과학자들은 사용자가 가상​현실(VR) 속에서 맛을 볼 수 있게 해주는 VR 막대사탕을 개발했다. 사진은 이 VR 막대사탕을 사용중인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사진=PNAS)

과학자들은 가상 및 혼합 현실(VR/MR)이 보편화됨에 따라 촉각(햅틱) 장비를 사용해 VR에서 시각, 청각 및 촉각 감각을 재현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이제 이들은 가상 세계를 더욱 몰입감 있게 만들 방법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미국립과학아카데미(PANS) 회보에 게재된 논문에서 주저자인 류 이밍 박사와 공동 저자들은 “시각, 청각, 촉각 및 후각과 함께 미각은 인간 경험의 생리적 및 심리적 측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VR 애플리케이션에서 미각 생성 기술 개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쓰고 있다

사실 그동안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VR에서 가장 어렵다는 5가지(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로 구성돼 있는 미감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들은 미각의 다섯 가지 기본 맛이 혀의 화학적 자극과 함께 그보다는 덜한 인두, 후두, 후두개 일부의 자극에 의해 유도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래서 이들은 화학적, 열적, 전기적 자극과 이온 도입과 같은 메커니즘에 의존하는 맛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실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왓다.

화학적 접근 방식은 일반적으로 맛을 내는 화학 물질을 혀에 직접 바르는 것을 포함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해당 화학 물질을 대량으로 저장할 공간이 필요하고 VR 애플리케이션에 이상적이지 않은 긴 지연 시간이 있다. 혀에 직접 가해지는 열 변화는 미각 감각을 자극할 수 있지만 냉각 서브시스템과 온도 센서를 포함한 복잡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가장 주류를 이루는 방법은 전기 자극으로서 혀에 전달되는 전기 신호의 주파수, 강도, 방향을 변화시켜 5가지 기본 맛을 시뮬레이션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전극 패치를 혀 위나 근처에 놓아야 하기 때문에 어색하고 맛 편향이 발생하기 쉽다.

홍콩시립대의 새로운 시도

가상현실 환경에서 여성 사용자에게 맛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한 미각 인터페이스의 개략도. 젤에 전류를 흘려주면 맛 화학물질이 표면으로 올라와 사용자의 타액과 섞여 맛을 느끼게 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전류를 가상현실과 동기화해 사용자가 디지털 세계에서 맛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사진=PNAS)

그래서 홍콩 시립 대학의 류이밍 박사와 공동 저자들은 이온토포레시스(iontophoresis)를 선택했다.

젤에 전류가 가해지면 맛을 내는 화학 물질이 표면으로 올라와 사용자의 타액과 섞여 미각을 느끼게 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전류를 VR과 동기화해 사용자가 디지털 세계에서 맛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젤의 고유한 특성으로 인해 전류가 가해지지 않으면 장치를 핥는 사람은 아무것도 맛볼 수 없다.

하지만 젤에 전류가 가해지면 이온토포레시스라는 과정이 풍미 화학 물질을 장치 표면으로 끌어올린다.

이제 누군가가 장치를 핥으면 시뮬레이션된(흉내낸) 맛을 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전류가 증가하면 더 많은 맛을 내는 화학물질이 표면으로 이동해 더 강한 맛이 났다.

연구원들은 9가지 맛 옵션에 각각 적용되는 전압을 조정함으로써 이 장치가 거의 무한한 다양한 맛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또한 두 가지 또는 다섯 가지 맛 젤만 있는 VR 막대사탕을 생산했는데, 이는 다양성을 희생하는 대신 더욱 강렬한 맛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온토포레시스는 생물학적으로 안전한 하이드로젤을 통해 흐르는 이온을 사용해 맛 화학 물질을 전달함으로써 안정적인 맛 피드백을 달성한다.

이 방법은 안전하고 전력 소모가 적으며 정확한 맛 피드백을 허용하고 보다 자연스러운 인간-기계 인터페이스(MMI)를 제공한다. 류 박사 등은 이같은 이 분야의 최신 기술 발전을 적용해 맛의 품질과 일관성까지 개선한 휴대용 막대 사탕 모양의 UI 장치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막대사탕형 기기의 레이아웃과 구성부품···향후 과제는

이 가상현실 맛 장치는 막대사탕 모양이며 설탕, 소금, 구연산, 체리, 패션프루트, 녹차, 우유, 두리안 또는 자몽에 해당하는 풍미 화학 물질이 주입된 아가로스(agarose) 젤 패킷을 포함한다. 최종 장치의 크기는 8×3×1cm이고 무게는 약 15g으로 일반적인 투치팝(막대사탕)과 동일하다.(사진=PNAS)

이제 이들이 개발한 막대사탕에 전압이 가해지면 액체상태의 화학 물질이 젤 표면으로 올라와 혀의 타액과 섞여 맛을 낸다.

류박사 등이 소형화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의 핵심은 가벼운 3D 프린팅된 나일론 소재의 막대 사탕 모양 케이스에 들어 있는 초박형 인쇄회로기판(PCB) 2개 층의 최적화된 구성 요소 레이아웃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맛이 나는 하이드로젤로 채워진 9개의 맛 생성 채널이 있었다. 젤은 아가로스와 약간의 미네랄 워터, 특정 맛의 에센스(설탕, 소금, 구연산, 체리, 우유, 녹차, 패션 프루트, 두리안, 자몽)를 섞어 만들었다. 각각의 맛은 아가로스(agarose) 젤 파우치에 저장된 풍미를 내는 식용 등급의 화학 물질을 사용해 만들어진다. 아가로스 젤은 일반적으로 홍조류에서 추출된다.

시스템 구성 요소에는 리튬 이온 배터리, 마이크로컨트롤러, 블루투스 모듈, 저항기, 커패시터, N형 및 P형 금속산화물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MOSFET), 그리고 가상 환경에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통해 맛 채널을 무선으로 제어하기 위한 선형 레귤레이터가 사용됐다. 최종 장치의 크기는 8×3×1cm이고 무게는 약 15g으로 일반적인 투치팝(막대사탕)과 동일하다.

맛은 대상 젤을 흐르는 전류를 통해 생성되며, 롤리팝 바깥 표면으로 맛 화학 물질을 전달한다. 그런 다음 사용자는 기기를 핥아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이 논문은 사용자의 맛 경험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막대 사탕을 7채널 냄새 시뮬레이터와 함께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 기기는 향이 나는 파라핀 왁스 막대를 사용해 사용자가 VR에서 볼 수 있는 것을 흉내낸 냄새(7가지 특정 냄새 화학 물질)를 추가해 맛에 대한 인식을 더욱 향상되게 할 수 있었다.

홍콩 과학자들은 이 VR 맛을 보는 시뮬레이션 장치와 냄새 시뮬레이션을 결합함으로써 실제 식사 경험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

현재로서는 가능한 맛의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화학적으로 주입된 하이드로젤이 수축하고 맛이 소진되기 때문에 약 사용시간도 1시간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앞으로 맛 채널을 더 추가하고 제한적인 기기 사용 시간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3가지 잠재적 활용분야

과학자들은 이것이 디지털 쇼핑에 사용될 수 있으며, 사용자는 구매하기 전에 집에서 편안하게 제품을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은 집에서 사용하는 VR기기의 일러스트다. (사진=PNAS, 류이밍)
연구자들은 미각 기기를 냄새 시뮬레이터(사진)와 함께 짝지어 사용함으로써 완전한 먹는 경험을 재현했다. 가상 세계에 해당하는 냄새를 생성하도록 제어하는 냄새 시뮬레이터는 작은 파라핀 왁스 막대로서 코 아래에 놓인다. (사진=PNAS, 류이밍)

홍콩시립대학 과학자들은 이 논문에서 이 기기가 향후 유망하게 응용될 것으로 보이는 세 가지 잠재적 활용 분야를 확인해 소개했다.

첫째, 그들은 이 막대 사탕을 사용해 가상공간에서 표준화된 의학적 미각 평가를 원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는 청력 또는 시력 검사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논문 저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미각 장애‘를 겪고 있지만, 현재 이러한 상태에 대한 테스트는 매우 주관적이고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모든 5가지 기본 맛에 대한 다양한 농도를 가진 일련의 용액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롤리팝 기기는 사용자가 기기를 핥고 해당 GUI에서 관련 버튼을 클릭해 맛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테스트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둘째, 류 박사는 이 기기를 가상 식료품점에서 ’몰입형 원격 쇼핑‘에 사용해 사용자가 특정 가상 음식을 구매하기 전에 만지고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VR 막대 사탕이 예를 들어 어린이들이 다양한 음식의 맛을 탐색토록 하는 혼합현실(MR)에서 사용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과거 일부 연구자들은 코 아래에 부착된 스멜오비전(Smell-O-Vision)과 같은 장치를 사용해 가상 세계에서 냄새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영화관에서 활용하기도 했다. 스멜오비전은 1960년 한스 라우베가 만든 시스템으로 영화 ‘신비의 향기(The Scent of Mystery)(1960) 상영 당시 영화관에서 사용됐다. 이 시스템은 영화 좌석에 장착돼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서로 다른 지점에서 영화 사운드트랙에 따라 작동되는 30종의 냄새를 방출했다. 이 냄새에는 파이프 담배, 화약, 휘발유, 꽃, 나무 부스러기와 복숭아, 와인, 커피 등의 음식이 포함됐다.

가상현실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저커버그 메타 CEO가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되는 날이 점점더 가까워지고 있는 걸까.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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