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문제로 나라가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스타트업의 열정은 이어지고 있다. 그러한 열정은 최근 진행된 IBK기업은행의 창업 육성 프로그램 ‘IBK창공(創工)’ 2024 하반기 데모데이 현장서도 어김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26일부터 양일간 서울 을지로 IBK파이낸스타워에서 개최된 이번 데모데이에는 87개 스타트업이 참여한 하반기 육성 프로그램의 마지막 행사로, 이들 중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26개 기업이 IR 피칭에 참여하고 부스 전시를 통해 기업 홍보를 진행했다.
또한 이번 데모데이를 계기로 참여 스타트업과 대·중견기업 간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대·중견기업 9개사(LG사이언스파크, HL만도, CJ제일제당, 셀트리온, 네이버클라우드 등)는 협업 가능한 스타트업을 매칭해 시장 검증 및 협업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 이외에도 VC 투자 상담회를 개최해 국내 유수의 벤처캐피탈리스트와의 1:1 상담을 통해 투자유치 전략을 수립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렇다면 이날 특히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 시킨 혁신 스타트업은 누굴까?
행사배송은 물론 원거리 어군 탐지 서비스까지, ‘해양드론기술’
행사 둘째 날, IR 피칭의 첫 시작을 알린 스타트업은 ‘해양드론기술’이다. 해양드론기술은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는 드론 서비스를 해상을 중심으로 실현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해상 배송 수요에 대한 솔루션을 선보이며 부산을 비롯해 여수, 서산 등에 국내 최초로 해상 드론 배송 체계를 구축해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참치 등의 조 업을 나서는 원거리 조업 어선을 위한 어군 탐지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해 주목을 받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드론 설계, 제작, 공급과 관련된 상용화 기술이 모두 해양드론기술의 독자적인 개발 성과라는 점이다.
이날 발표에 나선 황의철 해양드론기술 대표는 “조그만 드론 한대를 놓고 배송 사업을 해상으로 해보겠다는 모토를 바탕으로 시작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저희는 국토교통부로부터 국내 최초의 드론 배송 사업장 면허를 취득하고 부상 항만에서 묘박지(선박을 메어두는 해역)의 선언을 위한 간식과 용품을 배송하며 실력을 키워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플랫폼을 구축했고, 육지에서는 포천, 해안에서는 서산, 여수, 부산 등 국내 유일 도서·산간·항만 지역 배송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누적된 성과를 가지고 올해 1월부터는 사조산업 등과 계약을 맺고 남태평양에서 참치 어군 탐지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론칭했습니다.”
그렇게 해양드론기술이 쌓은 드론 비행 데이터는 13만4972km, 2292시간에 달한다. 이렇게 구축한 역량을 바탕으로 해양드론기술은 국내 드론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글로벌 드론·UAM 인프라 기업인 스카이포츠와 조인트 벤처(JV) 설립을 통한 파트너십을 구축,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군 조종사 출신이기도 한 황 대표는 “20년 군생활 동안 많은 대기업과 협업을 한 경험을 비롯해 방위사업청, 대한항공에서 다양한 개발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며 “거점 개발과 드론 운영 인프라, 관제 소프트웨어까지 하나씩 개발해 나가며 독자적인 기술을 구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철강 부산물 활용해 고기능성 자성분말 및 모터코어 제조 성공, ‘포스코어’
포스코어는 철강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자원 선순환 공정 기술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전기차와 드론 등 폭발적인 수요가 창출되고 있는 미래 모터 산업에서 자성 분말 및 모터코어는 공급 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 이에 포스코어는 자성분말 생산을 획기적인 방식으로 개발하는 한편 소형화·고효율화라는 시장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모터 분야에서도 유의미한 기술력을 확보하며 다양한 산업군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22년 포스코 사내벤처로 출발해 지난해 법인 설립으로 독립한 포스코어의 김형진 대표는 “모터코어 시장은 글로벌 175조원 규모로 연 4.1%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급격한 수요 증가와 고객 니즈 다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희 솔루션을 활용할 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고기능 자성분말을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소재 제조에 제한이 없다는 것도 특징이고, 강도나 내구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특허로 출원, 바로 제품에 적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안정적인 부산물 공급망을 확보해 수급 안정성을 꾀했습니다. 현재 저희 기술은 경쟁사가 재현 불가능한 수준이죠.”
이러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자동차 부품사를 비롯해 다양한 기업들과 PoC(기술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포스코어는 향후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오는 2025~2026년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아시아, 나아가 북미 시장 진출에 나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버려지는 영상을 재활용, 영상 스톡 서비스 선보였다. ‘지로’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 광고 등 현대는 수많은 영상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다. 하지만 각각의 영상들은 저작권 등 복잡한 내용으로 얽혀 있어 콘텐츠 그 자체로서만 향유되고 마는 한계가 있다. 이를테면 하나의 콘텐츠 내에 포함된 요리, 사무실 풍경, 자연 풍경 등 짧은 자투리 장면을 재활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지로의 비즈니스 모델은 여기서 출발했다.
지로는 오랜 시간 고착화돼 있던 영상 콘텐츠 제작 시장에서 IT 소프트웨어로 제작 과정을 혁신, B2B 영상 제작 플랫폼 ‘두둠’과 영상 데이터 판매 플랫폼 ‘드롭샷스톡’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두둠의 900여개 제작사의 제작 과정에서 버려지는 영상들은 가공돼 드롭샷스톡에서 판매되고 있다. 반면 드롭샷스톡을 활용해 두둠의 프로젝트는 더욱 합리적인 비용으로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이재석 지로 공동 대표는 “여러분은 사실 매일 다양한 영상 스톡을 보고 있다”며 “유튜브 영상에 나오는 화자, 배경을 설명해주는 영상이 실은 다 스톡 영상”이라고 운을 뗐다.
“스톡 영상은 유튜브 뿐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까지 10초 짜리 스톡 영상이 약 13만원 정도의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죠. 저희는 이런 영상들이 저렴하면서도 대량으로 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사업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이 사업 모델을 통해 기존 시장가의 50% 이하 가격으로 영상 데이터를 공급하면서 인당 월 100~500개 수준이었던 생산량을 1만개~10만개로 늘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활용한 것은 다름 아닌 AI 기술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 제작한 원본 영상이 지로의 서버에 들어오게 되면 AI는 1초에 하나의 이미지를 추출하고, 그 이미지를 통해 영상에 담긴 의미와 내용을 분석한다. 이를 기반으로 영상과 영상 간 화면 전환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편집을 진행, 스톡 영상을 가공해 내는 것이다.
지로는 ‘두둠’과 ‘드롭샷스톡’ 외에도 AI 기업들에게 필요한 학습용 영상 데이터와 이미지 데이터를 판매하며 비즈니스 모델의 다양화하고 있다.
공기청정기의 패러다임을 바꿀 ‘물 소용돌이 공기 정화 기술’ 선보인 ‘스워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따른 공기질 저하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인도, 중국 등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국가들의 공기 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필터 기술을 적용한 최근까지의 공기 정화기술은 높은 비용에도 불구 완벽하게 공기를 정화하는데 한계가 지적돼 왔다. 이러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이중 와류형 공기 정화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이 바로 ‘스워셔’다.
이날 발표에 나선 이선언 스워셔 대표는 “공기청정기 시장을 레드오션이라고 하지만, 공기 정화의 한계, 그로 인한 질병 문제는 매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며 “기존 공기청정기 필터는 여과 방식으로 공기가 나쁘면 나쁠수록 필터 수명이 더 빠르게 감소해 교체 주기가 빨라지는 비용적 한계가 있는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저희는 이러한 기존 필터 기반 공기청정 방식의 한계를 해결하면서 더 나아가 질병까지 예방할 수 있는 헬스케어가 가능한 솔루션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저희 스워셔는 ‘이중 와류형 공기정화기술’과 ‘물 전극 전기집진기술’이라는 두 핵심 기술을 통해 일회용 필터를 물로 대체하고 전기장을 통해 헤파 필터보다 더욱 강력한 공기 정화 성능과 속도 확보에 성공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사명과 같은 공기정화제품 ‘스워셔’는 일반적인 수돗물 뿐아니라 빗물, 바닷물, 강물은 물론 심지어 황토가 섞이거나 석회질이 함유된 물까지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스워셔는 2022년, 2024년 미국 CES 혁신상을 수상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그 뿐만 아니라 국내 GD(굿 디자인) 선정, 세계 3대 디자인어워드 중 하나인 IDEA 디자인어워드에서 Featured Finalist를 수상하며 제품 디자인에서도 차별화를 달성하고 있다. 현재는 소형 모델인 ‘스워셔1’에 이어 쇼핑몰 등 대형 공간에 설치할 수 있는 ‘스워셔2’ 라인업을 준비하며 일본, 미국, 유럽, 동남아 등의 대기업과 계약을 통해 대리점과 OEM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IBK기업은행은 ‘IBK창공(創工)’을 통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자사가 보유한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활발한 금융·비금융 지원을 이어왔다. 올 9월 말 기준 총 2조 163억원의 금융 지원과 멘토링·컨설팅 등 총 1만 2664건의 비금융 지원을 통해 누적 887개의 혁신 창업 기업을 발굴·육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