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페이민트 대표 “이제 막 시작하려는 창업가들이 알아 두면 좋을 몇 가지 팁이라면…”

2014년 창업, 2020년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최초 AWS 기반 PG등록, 2023년 카카오페이 자회사 편입
기업가정신 특강서 털어 놓은 3전4기 끝에 성공 스토리, 처참한 실패 맛보며 경험한 시행착오와 팁들
사업 시작의 첫 번째 조건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답을 가지는 것, 팀 빌딩·PMF·규제 등도 고려해야
을사년 새해, 저마다의 아이디어와 비전으로 새로운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창업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생성)

어수선한 세밑을 지나 새해를 맞이한지 어느새 수일이 지나고 있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차고 넘치는 시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포부를 바탕으로 창업의 바다에 뛰어드는 이들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을사년 새해, 저마다의 아이디어와 비전으로 새로운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창업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초기 스타트업에게 시행착오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고 하지만 그래도 그 횟수와 타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지난해 지속된 강남취창업허브센터의 기업가정신 특강은 그런 예비창업가, 혹은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실전적인 정보와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한 바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이어진 기업가정신 특강의 대미를 장식한 김영환 페이민트 대표의 ‘페이민트의 도전과 실패의 기록, 운 좋은 스타트업 대표 이야기’는 그가 직접 경험한 시행착오와 실패 요인, 실전적인 팁이 가감 없이 공개되며 참석자들이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미지= 강남취창업허브센터)

특히 지난달 초 2024년 한 해 동안 이어진 기업가정신 특강의 대미를 장식한 김영환 페이민트 대표의 ‘페이민트의 도전과 실패의 기록, 운 좋은 스타트업 대표 이야기’는 그가 직접 경험한 시행착오와 실패 요인, 실전적인 팁이 가감 없이 공개되며 참석자들이 관심을 집중시켰다.

페이먼트 분야의 혁신을 이어온 10년의 시간들

김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의 비대면 결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한 줄의 문장을 얻기 위해 3년이 걸렸다”는 말로 그간의 고충을 에둘러 표현하며 기존 시스템을 혁신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사진=테크42)

페이민트는 지난 2014년 김영환 대표가 설립한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초기에는 당시 국내 시장에서 막 태동하고 있던 간편결제 분야에서 서비스 구축 컨설팅, 스마트 오더, 메시지 알림 결제 등 다양한 지급 결제 서비스를 개발하며 성장했다. 2014년 국내 최초 금융감독원 거래인증평가를 통과한 ‘MPay’를 비롯해 6개 카드사의 공통사용 앱카드 모듈인 ‘AppCard’, 카카오페이, 시럽페이, 엘페이(L.Pay), SSG Pay, CJ gift Card 등이 모두 페이민트에서 기획과 설계·개발한 서비스들이다. 지난 시간들을 짚던 김 대표는 “2016년까지 3년 동안은 SI(시스템통합) 사업을 열심히 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레퍼런스를 쌓기 위해서였어요. 그래서 대부분 대기업의 프로젝트를 했고, 경쟁 트랙이 전혀 다른 것들을 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2016년 이후에는 저희가 운영까지 맡았던 서비스를 모두 이관해드리면서 우리의 자체 서비스를 개발했죠. 그러면서 ‘저희는 SI 회사가 아닙니다’라고 강조하며 투자를 받기 시작했어요.”

김 대표의 말처럼 페이민트의 이후 행보는 그 전과 결이 달랐다. 2019년 모바일알림결제 창구/수납 관리 서비스 ‘결제선생’ 론칭과 함께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사업자로 선정됐으며, 지난 2020년에는 핀테크 기업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아마존웹서비스(AWS) 기반 전자금융사업자(PG)로 등록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금융위원회가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을 발표하고 금융클라우드 활성화 방안은 내 놓은 상황이었다. 금융사의 클라우드 도입의 문이 열렸지만, 대부분의 대형 은행 등은 일부 전산에 클라우드를 부분 적용하는데 그치며 도입을 주저하는 분위기였다. 이때 페이민트는 국내 1호로 AWS 기반 PG사업을 등록하며 금융 인프라의 혁신을 이어갔다.

이러한 성과는 지난 2023년 카카오페이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현재까지도 지속 중이다. 그사이 페이민트는 ‘결제선생’을 론칭 5년 만에 누적거래 5조, 전국 7만 5천개의 매장이 사용하는 국내 1위 비대면 결제 서비스로 만들어 냈다. 김 대표는 페이민트의 전환점이 된 ‘결제선생’ 론칭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혁신금융서비스’ 선정을 받아야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해관계가 얽혔을 때 냉혹해지는 기업의 민낯을 절절히 경험했던 순간이었다.

페이민트가 만들어온 성과들.

“결제선생을 선보이기 전까지 꽤 오랜 기간 대단히 많은 국내 카드사, 금융사, 대기업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구축하며 돈독하게 지내왔음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자체 서비스를 만들고 연동을 제안했을 때는 모두 다 반려하더군요. 100%였어요. 한 곳도 수락한 곳이 없었죠. 그래서 정부의 힘을 빌려야 겠다고 결심하고 혁심금융사업자 선정을 받았죠. 그리고 우리는 혁신금융사업자니 연동해달라고 해서 하나 둘씩 성사시켰어요.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우리나라 대부분 IT베이스 회사들이 창업하고 서비스 하나만 가지고 나가던가 SI를 하다가 그 매출을 기반으로 서비스 회사로 전환을 꿈꾸기 때문이예요. 저는 대단히 운이 좋은 케이스고, 적잖은 회사들이 SI 사업을 통해 관계 맺은 제휴사들에게 거절당하고 서운함을 느끼다가 문을 닫습니다.”

그렇듯 론칭 초기 ‘결제선생’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의 성과를 얻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의 비대면 결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한 줄의 문장을 얻기 위해 3년이 걸렸다”는 말로 그간의 고충을 에둘러 표현하며 기존 시스템을 혁신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온라인 매장들은 비대면 결제 니즈가 크지 않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니즈가 있었어요. 저희는 기존 방식 대신 새로운 방식으로 결제선생을 론칭해 제안했던 거죠. 그걸 카드사들이 용인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저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친분이 있던 카드사 임원 한 분은 결제선생 론칭 당시 가맹점 1만개를 넘으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7만개가 넘었죠. 요즘은 그분과 만날 때마다 7번 장 지져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웃음).”

3전 4기 끝에 성공, 가장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적정한 경쟁자가 있는 것

페이민트는 ‘결제선생’을 론칭 5년 만에 누적거래 5조, 전국 7만 5천개의 매장이 사용하는 국내 1위 비대면 결제 서비스로 만들어 냈다.

김 대표는 강연에 앞서 “기업의 성공 사례는 일종의 위인전을 읽는 것과 비슷하고 대부분이 시간 낭비”라며 “실제 창업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지를 생각해보면 그리 대단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제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 상당 부분 실패에 가까운 과정이었다고 털어왔다. 알고 보니 페이민트가 10년의 세월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 이전 그는 반복되는 실패를 경험했다고 한다.

“페이민트는 사실 제게 네 번째 회사 입니다. 첫 번째는 나름 소규모로 엑시트를 했습니다. 이후에는 ‘내가 잘 할 수 있구나’하는 자만에 빠졌죠. 두 번째 회사에서는 쫓겨나기도 했고, 세 번째 회사는 아주 처절하게 피를 철철 흘리면서 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런 경험들을 토대로 그는 페이민트 창업 당시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코파운더를 찾고 창업을 준비했다. 서비스 역시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신중을 거듭해 설계를 했다고. 그 결과가 가맹점 7만 5000개를 돌파한 결제선생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사실 이 숫자가 자랑스럽지 않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저희는 사실 경쟁자를 기다리고 있지만, 기술력을 가지고 필드에 들어오는 사업자가 아직 없는 상황입니다. 경쟁자가 없는 서비스는 양날의 검과 같아요. 좋게 생각하면 내가 필드를 다 장악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 VC(벤처캐피탈), 전략적 투자자 등이 보기에는 ‘시장이 한정적이거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하거든요. 물론 경쟁자가 많으면 안 좋죠. 하지만 내가 이 사업은 블루오션이라 생각하고 치고 나갔을 때 2위, 3위 사업자가 생겨 따라오고 있다면 잘하고 계신 겁니다. 그들과 경쟁하며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그렇게 시장이 커지는 것이죠. 현재는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예를 들어 저희가 집중하고 있는 학원, 병원 등의 필드는 업사이드가 딱 정해진 사업이 돼 버렸어요. 그래서 지금은 확장성을 고려한 준비를 하고 있죠.”

시작하는 스타트업 창업가가 알아 두면 좋은 몇 가지 사항들

김영환 대표는 한양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와 과학기술정책학 박사를 수료한 규제 전문가다. 산업안전규제와 전자정부, 조사방법론과 조직이론 등을 전공했으며 현재도 한양대학교 겸임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규제 이슈, 그 중에서도 개인정보 보호다. 지급결제 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가 도입되며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 페이민트 대표이자 카카오페이 신사업TF장으로서 올해 초 나올 신규 서비스에서도 개인정보 이슈는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규제 이슈다.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을 한다면 규제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법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서비스를 만들어요. 만들어 놓으면 막상 불법인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물론 창업자가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죠. 좋은 방법은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법률 자문을 받는 겁니다. 개중에는 그레이 영역(Gray Zone)이 있어요. 합법인지는 잘 모르지만 불법은 아닌 거 같은 애매한 서비스죠. 그 경우 할지 말지 고민스러울 때는 일단 하는 게 좋습니다. 다만 문제가 될 경우 법을 몰랐다는 태도 보다는 법규는 알고 있지만 우리 서비스가 그에 해당되는지는 정확하지 않다는 입장으로 적극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법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무조건 몰랐다고 하면 보호 받지 못합니다.”

이 외에도 김 대표는 주주들에게 주식 발행 시 보통주와 우선주(RCPS) 등 주식의 유형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RCPS는 스타트업이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투자자가 일정 시점에 투자금에 이자까지 더해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VC에게 받는 돈은 RCPS를 대가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면서도 무리한 조건은 아님을 강조했다.

스타트업 대표에게 투자계약에 있어 RCPS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생성)

“투자 계약 시 RCPS 조항을 보면 ‘내가 이 권한을 다 주고 돈을 받아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VC 투자는 대부분 RCPS를 적용하고 있어요. 너무하는 하는 듯하지만, 사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 RCPS로 보장 받는 권리보다 더 위험합니다. 그걸 감수하고 투자를 하는 것이니 그 권한을 가져가는 거예요. 말 그대로 그들 역시 모험을 하는 것이거든요. 어쨌든 상황전환우선주는 K-IFRS(한국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부채로 잡힙니다. 그래서 전자금융사업자를 내려고 할 때 부채 때문에 라이선스를 못 받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회계기준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하죠.”

김 대표는 스톡옵션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의 경우 인재 확보를 위해 스톡옵션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와 양도할 경우를 모두 고려했을 때 발생하는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유불리를 따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스타트업 대표에게 필요한 리더십이란?

스타트업이 창업 이후 10년을 생존하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생존확율은 10% 정도다. 김 대표는 “그 중 절반 이상이 법인만 유지되는 수준의 좀비 기업”이라며 실제 생존율은 5% 내외라는 박한 진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그런 희박한 성공 확률 임에도 불구하고 창업에 도전하는 창업가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스타트업 대표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라는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첫 번째 덕목으로 ‘성실성’을 꼽았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 대표에 대한 신뢰도를 평가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성실성’입니다. 대표가 성실하다는 것은 스스로의 필요 문제가 아니라 성실한 사람을 신뢰하는 주변 사람들 때문이죠. 대표가 게으르면 어떠한 경우에도 좋아하지 않아요. 특히 VC 등 투자자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성향이죠. 이는 해외 투자자에게는 없는, 우리나라 투자자에게 보이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김 대표가 언급한 덕목은 ‘실무능력’과 ‘임기응변’이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해당 분야를 파악하고 목표를 이끌어 가기 위해 필요한 다방면의 지식과 전문성, 즉 실무능력은 수긍하는 부분이지만 ‘임기응변’은 조금 의아한 조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곧 이어진 김 대표의 설명으로 해소됐다.

“스타트업 대표는 내가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받더라도 어떤 식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답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IR을 할 때 보면 질문을 받았을 때 잘 모른다는 사실을 5분에 걸쳐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필요한 것은 내가 알고 있는 필드의 이야기에 더해 내가 잘 모르는 필드에 대해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보여주는 겁니다. 이걸 임기응변이라고 한 이유는 거기에 간혹 거짓말도 포함되기 때문이죠(웃음). 거짓말을 통해 뭔가 이득을 얻으려 하거나 아는 척을 하라는 애기는 아니예요. 이를테면 일종의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걸 보는 건 직원들입니다. 우리 대표가 질문을 받았는데 정말 모르는 게 들어왔을 때 적절하게 임기응변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직원들은 창피함을 느낍니다. 대신 적절하게 거짓말을 섞어 해결방식을 이야기하는 대표를 보면 반대로 신뢰를 하게 되죠.”

김 대표가 마지막으로 대표의 덕목으로 꼽는 것은 ‘결단력’이다. 법인을 설립하고 여러 직원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을 때 투자를 유치하고 매번 결정의 순간에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은 결국 대표의 몫이다. 이때 빠른 의사 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회사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 대표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라는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첫 번째 덕목으로 ‘성실성’을 꼽았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결단을 할 때 매번 옳은 결정이 될 수는 없어요. 사람은 늘 옳은 것이 아니니까요. 일종의 가위바위보 게임과 같죠. 안내면 지는 거예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안내면 안되는 겁니다. 대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으면 됩니다. 스스로를 봤을 때 내가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싶은데 결단력이나 책임감이 없고 우유부단하다고 판단되면 대표를 하면 안됩니다.”

여기에 덧붙여 김 대표는 “대표는 프린터가 아닌 CPU처럼 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대표가 모든 일을 직접 하려고 하면 안된다는 의미다. 컴퓨터의 CUP처럼 프린터를 비롯해 각각의 출력 기기에 지시를 하고 역할을 주는 것이 대표가 할 일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대표가 됐더니 너무 바쁘다면 잘못하고 계신 겁니다. 창업 후 2~3년이 지나서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갈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잘하고 계신 거죠. 대표는 위임해야 하고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역할을 주고 테스트하게 하고 실패하면 책임을 져주는 일을 반복해야 해요.”

이어 김 대표는 팀 빌딩에 대한 조언도 이어갔다. 김 대표에 따르면 처음부터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있을 필요는 없고, 나중 필요할 경우에는 C레벨 풀 안에서 가장 깐깐하고 걱정이 많은 사람한테 맡기면 된다고 조언했다. 설령 숫자를 잘 보지 못해도 그런 사람에게 맡기면 대부분 성공하기 때문이라고. 또 CTO는 대표가 겸직해도 되고 따로 정한다면 굉장히 유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기업 대부분은 IT가 베이스가 되기 때문이다.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 하고 소통이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붙는다. 만일 돌연 이탈할 경우 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그래서 대표 역시도 어느 정도는 IT나 개발 지식이 필요하다"며 "대표가 모르면 지시하거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CMO(최고마케팅책임자)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한다. 반드시 네트워크가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 초반의 프로덕트는 인맥으로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김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CDO(최고디자인책임자)는 필요하다”며 말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이 영세성을 없애는 방법으로 디자인, 고급기술을 바탕으로 한 레퍼런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테크42)

“초기 서비스를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영세할 수밖에 없어요. 그 영세성을 없애는 방법이 크게 세 가지인데 첫 번째가 디자인입니다. CDO가 필요한 게 그 때문이죠. 자료나 프로덕트에서 다지인이 굉장히 세련되게 잘 정리돼 있으면 적어도 ‘영세하진 않구나’라는 판단을 줄 수 있습니다. 그 다음 AI와 같은 고급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경우예요.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레퍼런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즉 첫번째와 두 번째를 활용해 레퍼런스를 많이 확보하면 영세성을 획기적으로 없앨 수 있게 됩니다.”

한편 강연에서 김 대표가 가장 강조한 것 중 하나는 팀 빌딩 초기부터 ‘언제나 헤어질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주간 계약서’를 잘 정리하라는 의미다.

“주주간 계약서가 잘 정리돼 있지 않으면 회사는 성장을 반복하는 동안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많습니다. 대단히 많은 사례를 봤고 저 역시도 경험한 것이죠. 사업이 잘 안돼 폐업을 하게 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잘됐을 때가 더 문제거든요. 주주간 계약서는 정말 꼼꼼하게 법적 검토를 통해 합의해야 하는데 여기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은 코파운더로 함께하면 안됩니다. 지분 구조도 처음부터 확정을 하고 액시트를 하게 되는 시점이 되면 얼마를 받고 싶은지를 정확하게 정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대표의 지분을 낮게 잡으면 투자 유치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해요. 대표 지분이 적은 회사에 투자할 투자자는 없습니다. 그렇게 문제가 될 부분을 잘 정리하고 기여를 많이 한 사람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오래갑니다. 스타트업 성공은 운이 크게 작용합니다. 하지만 운을 잡으려면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기업, 약탈적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이 승승장구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상황이 과연 맞을지, 오래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창업을 하신다면 사회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존경 받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람직하고 오래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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