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최고기업 아니었나?···안팎으로 시달리는 엔비디아

“엔비디아가 누가 한정된 공급량으로부터 재고를 받을 것인지 결정하고, 프리미엄 가격을 책정하고, 판매 계약을 맺을 때 고객들이 경쟁자들과 거래하는 것을 막는다···”

지난 6월말 독과점을 반대하는 진보단체들이 인공지능(AI) 산업의 미래가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하면서 미국 정부(법무부)에 엔비디아의 AI 칩 번들링, 가격 담합 혐의를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전세계적 AI 개발 열기속에 최대 공급업체인 엔비디아가 칩 공급을 둘러싼 갑질을 하고 있고 인텔, MS와 같은 빅테크 등과의 건전한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이 건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상원 의원은 최근 미국 법무부에 반독점법 침해 우려를 들어 엔비디아의 AI 칩 시장 지배력을 조사하라고 압박하며 이 단체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미 법무부 최고 반독점 집행관도 조사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미 프랑스 반독점 당국은 지난달 반독점 우려와 관련해 엔비디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엔비디아가 미정부가 금한 중국기업과 칩거래를 했다는 폭로 기사까지 내놓았다. 엔비디아로선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2022년 말 챗GPT등장과 함께 AI시대의 총아로 떠오르더니 단숨에 시총 3조달러를 돌파하며 애플, MS 등과 시총 1~3위를 다투고 있는 엔비디아는 어떻게 하다가 이런 위기를 불러들였을까. 과연 엔비디아는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까. 총체적 난국을 맞은 엔디비아를 향해 다가오는 위기 상황을 살펴본다.

“칩공급 독점한 엔비디아가 AI산업 미래 파괴”···법무부에 조사 요구 서한

반독점 진보단체들은 엔비디아가 경쟁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AI산업의 미래를 파괴한다는 서한을 미 법무부에 보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데이터센터용 GPU칩을 376만개나 공급했다. (사진=엔비디아)

아스테크니카, 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1년 이상 이어지는 AI산업계의 AI 칩 품귀현상에 따른 산업의 미래를 짚으면서 엔비디아에 대한 미국내 반독점 기류가 진보단체들, 정치권, 행정당국의 조사로 이어지는 분위기를 전했다.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조사 주장을 펼치고 있는 반독점법 진보그룹은 디맨드 프로그레스, 오픈마켓 인스티튜트, 테크 오버사이트 프로젝트 등이다.

빅테크 감독 강화를 요구하는 반독점 단체들은 조너선 캔터 미 법무부 최고 반독점 집행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엔비디아의 거의 절대적인 시장 지배력에 대항하기는 어렵다. 엔비디아 투자자들은 이 회사 경쟁자들을 지지하는 것을 우려한다”면서 이같은 환경에서 엔비디아의 최고 경쟁자들이 분명히 “견인력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들은 이 서한에서 “엔비디아는 현재 고성능 AI 칩 시장을 거의 완전히 장악한 후 3조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회사”라고 말했다. 이들은 편지에서 “특히 놀라운 것은 오늘날 선도적인 AI의 핵심인 GPU 가속기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지배력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들은 캔터에게 엔비디아 경쟁자들이 경쟁을 영구히 차단당하지 않도록 엔비디아의 사업 관행을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빅테크 독점을 강력히 반대하는 이 단체들은 “엔비디아는 이제 GPU 칩 공급에서 80%의 세계 시장 점유율과 98%의 데이터 센터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것이 엔비디아를 경쟁사들을 몰아내고 글로벌 가격과 거래 조건을 설정하는 위치에 놓이게 한다”고 경고했다.

올해 초 내부 소식통들은 미법무부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AI 산업에서 엔비디아의 반경쟁적인 행동에 대해 조사하고, FTC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조사한다는 두 반독점 조직간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엔비디아에 대한 공식적 조사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진보 단체들은 미 법무부가 이 건을 반독점법위반 조사를 받을 만 하다고 인정토록 더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엔비디아, 세계 컴퓨팅 운명 통제권 행사에 칩 판매시 패키지 구매 강요 갑질”

반독점관련 진보단체들은 엔비디아가 부족한 AI칩을 판매하면서 반시장경쟁적인 갑질을 했다고 지적한다. 미법무부와 조너선 캔터 미 법무부 최고 반독점 집행관. (사진=미법무부)

궁극적으로 이 단체들은 조너선 캔터 미 법무부 최고 반독점 집행관(법무차관보)에게 “엔비디아의 영향력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센터가 단순히 빅테크의 소비자 제품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물론 금융시스템, 물류, 헬스케어, 국방 등 현대 사회의 모든 측면을 좌우한다”고 언급하면서 “엔비디아가 세계의 컴퓨팅 운명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엔비디아가 품귀사태 속의 자사 칩을 지렛대삼아 고객들로 하여금 자사의 칩, 네트워킹 및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를 패키지로 구매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서한은 또 “이러한 번들링 판매와 가격 고정은 법무부가 다른 회사들에서 발견해 불법이라며 제소한 건에 대해 법원이 취한 것과 같은 종류의 반경쟁적 전술이며 혁신을 질식사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쓰고 있다.

엔비디아의 칩 부족 현상과 그에 따라 시장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진 상황은 실제로 지난해 AMD와 인텔과 같은 회사들이 자사의 AI 칩을 판매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두 엔비디아 경쟁사 모두 올해 초 시장 점유율 감소를 보고했다고 야후파이낸스는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프랑스 반독점 당국은 아마도 엔비디아의 지배력을 가장 면밀히 감시하면서 지난달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우려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영국도 조사를 강화했지만 진보단체들은 “공식 조사를 거쳐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의 조사 지연은 엔비디아가 ‘시장 행동이 법 위에 있다고 믿는다’고 주장하는 만큼 이 회사를 더욱 대담해지게 할 수 있다”고 썼다.

엔비디아의 지배력은 분명히 AI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진보 그룹의 서한은 “엔비디아가 누가 한정된 공급량으로부터 재고를 받을 것인지 결정하고, 프리미엄 가격을 책정하고, 판매 계약을 맺을 때 고객들이 경쟁자들과 거래하는 것을 막는다”면서 이것이 전체 AI 산업계에 경보를 울린다고 쓰고 있다. 여기에는 “(공급이 막혔다고 생각하는) 작은 회사들과 빅테크 AI 거대기업들을 포함”하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쓰고 있다.

캔터는 이 경고 서한 내용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패스트컴퍼니는 캔터가 한 AI 컨퍼런스에 참석해 청중에게 “우리가 잠시 멈춰야 할 AI의 구조와 추세가 있다”고 말했다. 이 매체가 전한 그의 발언 요약 보도에 따르면, 그는 또한 “거대한 양의 데이터와 컴퓨팅 능력에 의존하는 어떤 기술도 이미 지배적인 회사들에게 상당한 이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진보주의자들은 “엔비디아의 신흥 경쟁자가 견인력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굳건해짐에 따라 압착적인 가격 책정과 함께 이 경쟁자들의 시장진출 문을 막을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편지는 “그런 회사는 법무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조사를 받을 만 하다”며 반독점 조사를 촉구했다.

물론 엔비디아의 경쟁자들 중 일부는 엔비디아의 지배력에 낙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인텔의 경우 부분적으로 미국에 칩 공장을 건설함으로써 미국 최고의 AI 칩 제조업체가 되기 위해 공개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텔이 (전세계가 AI 시스템을 훈련하는 데 필요한 거대 연산 처리 능력이 월등해 매우 탐내고 있는) 엔비디아 칩과 경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이들 단체들의 주장에 대한 논평 요청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AI칩 외에 엔비디아 NV 링크 제공···빅테크들도 두려워하는 인터커넥트 표준 파괴력

엔비디아는 NV 링크(사진)를 제공하며, 인터커넥트 표준 파괴력은 빅테크들도 두려워할 정도다. 이들은 AI칩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경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의 H100 GPU 가속기.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는 고성능 칩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챗GPT와 같은 인기있는 AI 응용 프로그램에 동력을 공급하는 여러 서버를 결합한 NV링크도 제공한다.

엔비디아의 데이터 센터내 AI가속기 칩용 인터커넥트 표준은 모든 현대 AI 데이터 센터 시스템의 핵심 부분이며, 아스테크니카의 지난 5월 보도에 따르면 이는 AI 시스템을 실행하는 기술 회사들이 어떤 하드웨어를 사용할지를 효과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불공정 경쟁 조사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이 전선에서 엔비디아와 경쟁하기 위해, 구글, 인텔, MS, 메타, AMD,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 시스코 및 브로드컴을 포함한 일부 빅테크 회사들은 새로운 인터커넥트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울트라 액셀러레이터 링크(UA링크) 프로모터 그룹을 결성했다.

하지만 진보 단체들은 “엔비디아가 가장 수요가 많은 칩을 제조하며, AI를 훈련시키기 위해 우수한 네트워킹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UA링크그룹조차도 이를 깨기 힘들 정도로 큰 우위를 확실하게 확보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와관련, 엔비디아의 한 대변인은 로이터에 “우리 회사는 수요가 존재하기 전에 AI가 가능한 컴퓨팅 기술을 개발하는 데 수십억 달러(수조원)를 썼다”며 “우리 파트너 생태계를 위한 새로운 시장과 성장 기회를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승승장구 이면엔…WSJ, “중국 블랙리스트기업에 AI 판매 확인됐다”

미 상무부의 대중 AI칩 수출금지 조치속에서 엔비디아가 중국에 AI칩을 공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엔비디아의 AI칩 지배력에 중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과연 젠슨황이 이끄는 엔비디아는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의 의심스러운 행동에는 소비자인 기업들에 자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칩을 판매하는 갑질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엔비디아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규제 움직임 배경 가운데에는 미 상무부가 국가 안보와 인권 문제를 들어 엔비디아와 중국 기업 간 거래를 금지했음에도 “중국 고객들에게 AI칩을 계속 판매하고 컴퓨팅 접근을 제공해 왔다”는 의혹도 포함된다

진보단체들은 서한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인용해 “엔비디아의 AI 칩이 수출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들에 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고했다.

엔비디아가 그처럼 무리를 했다면 이는 거대한 AI칩 시장을 가진 중국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것이 세계 최고 AI칩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엔비디아는 뉴요커가 “증시사상 가장 큰 1일 상승 중 하나”라고 보도한 것처럼 시총을 하루에 2000억 달러나 급등시켰다.

WSJ에 따르면 미국의 제재를 받은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내 엔비디아 경쟁사들은 "엔비디아만큼의 능력을 갖춘 칩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용량과 기술 병목 현상에 직면해 있다. 또 다른 경쟁사들도 비슷한 도전에 직면해 AI 모델을 훈련할 때 ‘시스템 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칩이 엔비디아보다 열등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이후 “미국정부의 대중 수출 통제가 회사의 성장을 저해하고 미국 밖에서의 혁신을 촉진해 미국 회사들의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미정부의 대중 반도체 규제 이후 화웨이가 독자적으로 7나노공정 스마트폰용 반도체칩을 개발했다는 내용이 확인되기도 했다.)

당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가 “규정을 준수하는 새로운 칩을 내놓아야 했고, 규정을 준수하면 중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과 사업을 하려고 한다”며 “반면에 우리의 국가 안보는 중요하다. 우리의 국가 경쟁력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엔비디아가 “수출 제한을 우회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중국 접근을 제공하고 있다”는 진보 단체들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으로 보이며, 로이터 통신에 “엔비디아는 모든 법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으며 경쟁 시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대변인은 “우리는 모든 법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엔비디아가 모든 클라우드와 모든 엔터프라이즈용 온프레미스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때문에 규제 당국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모든 산업과 시장에서 혁신가를 꿈꾸는 사람들을 계속 지원할 것이며 규제 당국이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과연 AI시대를 맞아 오픈AI와 함께 가장 각광받으며 달리고 있는 엔비디아가 반독점조사를 받게 될까. 그 열쇠는 과연 여타 AI칩 회사들이 강력한 AI 시장지배력을 가진 엔비디아 없이도 AI산업을 떠맡을 만큼 성숙해 있는지에도 달려있을 것이다.

한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해 11월 29일 뉴욕에서 열린 뉴욕 타임즈 연례 딜북 써밋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반도체 자급 노력과 관련, 미국이 반도체 자급을 하려면 20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같은 달 로리 E. 로카시오 미국립표준기술연구소장이 “10년 안에 우리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칩을 제조하고 포장할 것을 기대한다”고 예상한 데 이어 나왔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국가안보 위험이 감지됨에 따라 엔비디아 등 일부 기업이 가장 앞선 기술을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과연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곡예같은 상황을 잘 버텨내게 될까.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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