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연결성, 안정성, 환경 등의 분야에서 기술적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자동차 트렌드의 변화에 기존 완성차 부품업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원천 기술을 가진 IT 기업들 역시 진출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전스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은 올해 1583억 달러(약 211조 930억원)에서 연평균 35%의 성장률을 기록, 오는 2032년에는 약 2조4549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는 단순히 자동차 산업의 확장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전반에 걸친 변화이자, 자율주행을 비롯해 전동화 커넥티비티, AI 등이 핵심 트렌드로 자리잡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의 접목은 자동차의 미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그리고 그에 맞춘 정부 정책은 어떻게 마련되고 있을까. 최근 ‘AI 기반 미래자동차 기술’을 주제로 진행된 스마트카미래포럼의 9번째 정례 기술 세미나에서 서재형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원장, 정종호 산업부 사무관의 발제 내용에서 그 답을 알아봤다.
바퀴달린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미래 자동차의 발전 동향은 3대 패러다임인 ‘자율주행’ ‘커넥티드’ ‘전동화’로 요약된다. 이는 이른바 ‘SDV(Software-Defined Vehicle) 중심으로 전환 중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의 경우 최근 캐즘(Chasm, 초기 시장에서 대중화로 전환되기 전까지 일시적인 정체 현상)에 직면해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서재형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원장 역시 “현재 자율주행이 레벨2에서 캐즘에 의해 홀딩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유럽 OEM(자동차 제조사)들은 130Km의 레벨 3를 준비 중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서 원장은 자율주행차가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술 고도화가 반드시 뒷받침 돼야 함을 강조하며 “자율주행차 기술은 자동차에만 머무르지 않고 범 모빌리티, 즉 농기계나 UAM 등에도 기술 파급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 원장은 자동차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바퀴달린 스마트폰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즉 향후 미래차는 PC나 스마트폰과 같이 OS를 통해 각각의 하드웨어 및 개별 소프트웨어를 통제·제어하는 중앙집중식 아키텍쳐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서 대표의 말처럼 이를 위해 산업계에서는 자동차를 중앙에서 제어할 수 있도록 구조 변광과 함께 최적화된 OS 개발, SDV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이어 서 원장은 미래차 발전 동향과 관련해 신규 차반도체, AI 융합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AI 융합의 경우 AI 기술 활용이 보편화되며 스마트제조가 일반화되고 있고, 디지털 트윈을 통한 상품기확과 판매, 서비스가 확산되는 추세임을 언급했다.
“실제 제품 영역에서 AI가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했고, 제조와 관련된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AI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도장이나 결함 체크, 유지보수에 관련된 부분에서 AI 기술이 많이 적용되고 있죠. 또 이러한 기술은 점점 고도화되는 추세 입니다.”
이날 서 원장은 수직에서 수평으로 변화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공급망 구조 개편 현황을 비롯해 미래차 소프트웨어 지원 전략을 민간과 정부주도 생태계 별로 설명하며 다시금 AI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율주행차가 고도화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추정치에 해당된 AI 기술이 자동차 안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순서로 보자면 판단용 AI, 행동형 AI가 먼저 적용되지만 향후에는 클라우드와 연계한 초거대 생성형 AI와 연계가 미래 자동차 산업의 화두가 될 겁니다.”
부족한 한국의 부품 역량을 보완하기 위한 정부 정책은?
이날 두 번째 발표에 나선 정종호 산업부 사무관은 ‘자율주행 정책 및 지원 방향’을 주제로 자동차 산업의 현황과 파괴적인 변화가 진행중인 상황, 미래 자율주행 기술 시장의 동향 등을 언급했다.
특히 정 사무관은 향후 양산형과 서비스형, 투 트랙으로 자율주행차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자동차는 모빌리티 혁명의 출발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부품 역량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미래차로 패러다임은 변화하고 있지만, 국내 부품 기업은 여전히 영세한 중소기업이 대부분입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22년 부품 기업 중 미래차 전환율은 20%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글로벌 10대 부품 기업 중 우리나라 기업은 ‘모비스’가 유일하죠. 이로 인해 공급망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문 인력 문제도 발등의 불이라 할 수 있다. 정 사무관은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언급하며 “오는 2030년까지 미래차 전문 인력 3만 5000명이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소프트웨어는 물론 부품 기업들 조차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미래자동차부품산업특별법’을 제정해 올해 7월 발표한 바 있다. 미래차 기술 범위를 친환경 기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통합 기술, 차량용 UX, 초고속 충전 등으로 확대하고 초격차 기술 확보, 사업 전환과 적응, 지원 인프라 확충 등의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정 사무관은 “이 법의 골자는 하드웨어에 한정 돼 있던 자동차 부품을 소프트웨어로 확장한 것”이라며 “크게 3개 분야 400개 기술로 분류해 산업계의 기술을 정리하고 소프트웨어가 미래차 기술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자동차부품산업법’의 주요 내용은 △SDV로 대표되는 미래차의 특성을 반영해 소프트웨어를 미래차 기술과 부품의 범위에 포함 △미래차 기술개발·사업화·표준화 등 미래차 경쟁력의 핵심역량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 △미래차 산업의 국내 투자촉진 및 공급망 강화 특례 규정 등을 포함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 특별법의 주요 과제를 풀어가는 것으로 빠르고 유연한 미래차 전환 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존 내연기관차를 친환경 미래차 전환을 위해 미래차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한다. 우선 미래차 R&D 시책을 마련하고 기술 이전 및 사업 촉진을 추진한다. 미래차 시제품 제작부터 지적 자산(IP), 인증 등을 지원한다.
미래차 선행 기술 R&D를 위한 특례도 부여한다. 국내 완성차·부품 업체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미래차 기술 개발과 사업화,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R&D 예산도 큰 폭으로 늘린다. 올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수소전기차 등 신규 과제를 통해 자동차 산업 분야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18개 사업에 전년 대비 11.1% 증가한 349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미래차 분야에서는 그린카에 452억원 늘어난 1320억원, 스마트카에 431억원 증가한 828억원, 자율주행 기술 혁신과 친환경 전기차(xEV) 산업 육성에 1336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SW 등 미래차 전문 인력 양성 계획도 눈길을 끈다. 기업 수요를 기반으로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계약학과 신설과 운영 근거를 마련됐다. 올해 미래차 인력 사업에는 189억원을 투입해 25개 대학 12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석박사 전문 인력 양성도 추진한다.
발표 말미 정 사무관은 “각 기관과 사업 재편 수요를 발굴해 컨설팅, 정보제공, R&D, 금융, 인력양성, 시장개척까지 맞춤형 패키지 정책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