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등장과 함께 이른바 ‘AI 시대’가 열리기 이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세상은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뜬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감은 그에 못 미치는 기술적 한계와 엔데믹에 따른 일상 회복이 이뤄지며 급격히 사그라졌다.
지난달 말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메타버스 엑스포 2024’의 현장 역시 이전에 비해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또 다른 가능성이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AI 기술 접목을 통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메타버스 기업들의 시도가 심상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메타버스 기술은 이제 AI 기능을 필수적으로 탑재해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 ‘2024 메타버스 엑스포’ 현장에서 만난 기술 기업들, 그리고 함께 개최된 ‘리걸테크 AI 특별 전시회’에서 만난 신박한 기술을 소개한다.
한국딥러닝, 에디슨어워드 금상 수상한 3D 모델 구현 기술 ‘TT3’ 선보여
이번 행사 기간 참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기업 중 하나가 바로 한국딥러닝이다. 5년차에 접어드는 스타트업인 한국딥러닝이 주목받은 이유는 최근 ‘엔지니어링 및 제조 도구’ 부문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에디슨 어워드에서 1등상인 금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애플의 스티븐 잡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도 수상한 바 있는 에디슨 어워드는 실제 발명품의 동작 완성도와 기술적 실용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딥러닝은 자체 개발한 ‘TT3’ 기술을 가지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에디슨 어워드에서 "ENGINEERING & MANUFACTURING TOOLS 분야에서 1st GOLD Prize를 차지했다. ‘TT3’는 쉽게 말해 텍스트나 이미지를 입력해 복잡한 3D 모델을 신속하게 구현하는 첨단 3D 모델링 플랫폼이다. 레이 샘플링(ray-sampling) 기술을 통해 기존 방식보다 90% 빠른 속도로 정밀한 3D 모델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영화 제작이나 비디오 게임 개발, 가상현실 등에 적용되며, 장차 의료, 건축, 호나경 시뮬레이션 등에서도 적용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진성민 한국딥러닝 팀장은 “물체에 적용된 빛과 그림자 본연의 색을 AI 기술을 통해 복원해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TT3의 기술적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B2B와 B2G 방식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가령 영화 소품사의 경우 각각의 소품을 3D로 만들어 놓는데 쓰이기도 하고, B2G의 경우 문화재를 3D 모델링하기도 하죠. 실제 저희는 500여 점 정도의 문화재를 3D 모델로 만들어 제공하기도 하고, 동물 표본을 3D 모델로 만들어 가상 박물관에 제공한 적도 있습니다.”
진 팀장에 따르면 한국딥러닝은 사실 최근까지 AI OCR(문자인식) 기술 기반의 AI 솔루션 기업으로 사업을 영위해 왔다. OCR 분야의 기술력은 인정 받은 상황에서 3D 모델링 기술 개발에 나선 이유는 생성형 AI 등장 이후 이어질 3D 생성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까진 텍스트를 이미지나 영상으로 생성하는 AI가 등장했죠. 저희는 조만간 반드시 텍스트로 3D를 생성하는 AI가 등장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품질 데이터가 나오기 위해서는 학습 데이터도 그에 맞춰 고품질이 돼야 하죠. 현재의 3D 시장에서 고품질 데이터를 구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자체적으로 이를 제작하는 기술력을 개발했고, 또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기도 하죠.”
즉 한국딥러닝의 TT3 기술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딥러닝은 TT3를 통해 3D 모델 생성에 그치지 않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폴리그라운드(PolyGround)’를 선보이고 있다. 이는 3D 콘텐츠를 거래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오픈마켓 플레이스를 지향하고 있다.
진 팀장은 “올해 안에 폴리그라운드 플랫폼에 유저들이 직접 본인이 만든 3D 에셋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고품질 데이터를 수집해 3D 모델로 만드는 작업은 장기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투트랙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휴먼아이티솔루션, CES 2024에 선보인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주목
올해 초 휴먼아이티솔루션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4’에서 자사 브랜드인 AI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티온(T-ON)’의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티온은 XR(확장현실)에서 AI 기술을 접목해 사용자 체형과 체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어 운동 모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기술력을 자랑해 왔다. 특히 지난 ‘CES 2024’에서 휴먼아이티솔루션은 ‘티온’ 단독 부스를 통해 기존 보다 월등히 업데이트된 ‘티온’ 제품인 ‘웰핏 AI’와 헬스케어 콘텐츠, 티온 OS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휴먼아이티솔루션은 ‘메타버스 엑스포 2024’ 개최에 앞서 VR 피트니스 서비스 'T-ON Fitness'를 메타 앱스토어 앱랩에 출시하는 등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T-ON Fitness’는 기존 XR 스튜디오에서 서비스되는 티온케어를 기반으로 VR을 통해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70프레임 이상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360° 시야각을 제공해 어드벤처, 피트니스, 메디테이션의 다양한 테마에서 경험하도록 지원한다.
메타버스 엑스포 현장에서 만난 최봉두 휴먼아이디솔루션 대표는 “실제 XR 스튜디오에서 운영했던 피트니스 콘텐츠를 그대로 VR로 구현해 메타 앱스토어에 등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T-ON Fitness’는 한 마디로 AI가 운동 프로그램과 동작 등을 개인 신체 능력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시하는 서비스입니다. 현재 메타 앱스토어에 어드벤처 피트니스 메디테이션 3개가 들어가 있고, 그 외에도 오사카, 괌, 사이판 등 세계 각지의 관광지를 모티브로 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는 현재 XR 스튜디오를 강남구청역 3번 출구 앞에 플래그십 매장으로 마련해 놓고 있어요. 실제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라이다, 모션 센서가 자동으로 인식해 VR 기기를 쓰지 않고도 운동을 할 수 있죠. 아파트 단지 커뮤니티 센터나 피트니스 센터 등과 협업해 확장을 진행 중입니다.”
리걸테크와 만난 AI, 엘박스 ‘법률검색 LLM’ 공개
이번 행사와 함께 개최된 ‘리걸테크 특별전시회’에서는 법률AI 스타트업 ‘엘박스(LBOX)’가 공개한 법률검색 LLM ‘엘박스 AI’가 주목을 받았다. 김앤장 출신의 M&A 전문 변호사인 이진 대표가 설립한 엘박스는 독자적인 기술력과 업체 최고의 판결문 데이터 확보를 통해 지난해 말 총 200억 규모의 시리즈B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엘박스가 선보인 ‘엘박스 AI’는 판결문, 유권해석 등 법률데이터를 근거로 정확한 답변을 제공한다. 또 법률문서 검색 명령어를 입력했을 때 역시 단순한 문서 나열에 그치지 않고, 판결문 등의 전문 링크, 변론 전략과 문서 초안 등을 생성해 제공하기도 한다.
현장에서 만난 이진우 엘박스 리서치 엔지니어는 “기존 생성형 AI에 법률 관련 질문을 하면 답변이 나오긴 하지만 부정확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근거도 없어서 이를 실제 법률 전문가들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엘박스 AI의 특징을 설명했다.
“저희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판결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엘박스 AI’는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답변을 생성할 수 있죠. 가령 ‘오픈 채팅방으 통한 대화가 명예훼손죄에 걸린 사례’를 질문하면 이와 연관된 법률 문서를 검색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답변이 생성됩니다. 생성된 답변을 보고 변호사님들이 이 문서를 제대로 보고 싶을 때는 링크를 타고 들어가 판결문 전문을 한번에 열람할 수 있죠.”
법적으로 다양한 재판의 판결문은 공개가 원칙이지만 사실상 개인정보 보호나 법원의 실무적인 이유로 인해 쉽게 열람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법원이 인터넷에 공개하는 판결문은 온라인을 통해 열람이 가능하지만, 공개하지 않은 판결문 확인하기 쉽지 않다. 엘박스는 기존 공개된 판결문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것에 더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변호사들이 자신이 변론한 재판의 판결문을 업로드할 경우 리워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 엔지니어는 “판결문 원문의 이름,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 민감정보는 모두 익명화 처리해 특정이 안되도록 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며 “현재 베타 서비스 되고 있는 ‘엘박스 AI’는 1000여명의 변호사들이 이용하며 의견 수렴을 통해 추가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