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이제까지 세상에 없던 AI 서비스들이 등장하며 세상에 충격을 던졌다. 올해는 그렇게 선보였던 AI 서비스들이 본격 상용화되는 원년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국내외 포털, 통신, 게임, 하드웨어 분야를 망라하는 ICT 기업들은 저마다 AI 기술 기반의 상용화 서비스, 제품 등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러한 생성형 AI 시장은 오는 2032년 1조300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향후 10년은 생성형 AI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간다는 의미다.
한편으로 이러한 AI 상용화 움직임은 지난 2007년 애플의 아이폰 등장 이후 몰아 닥친 모바일 인터넷 혁명을 능가하는 격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당시 애플이 그러한 변화를 주도했다면 지금의 상황은 좀 다르다. 크고 작은 차이만이 존재할 뿐 현격히 우위를 점한 플레이어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 기술의 발달과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경험하며 기술과 서비스의 국경이 의미 없어진 상황에서 국내외 빅테크, 하드웨어 제조기업들은 AI 상용화를 통한 시장 선점을 위해 무한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승패는 어떻게 혁신적인 AX(AI EXPERIENCE∙AI 경험)를 보여주는지에 달려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선수 빼앗긴 삼성 AI폰으로 승부수…구글도 가세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연 스마트폰 시대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산업 생태계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급변했고 이에 맞는 서비스와 제품을 내놓은 기업들이 승승장구하며 글로벌 기업의 순위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당시만 해도 모바일 업계에 비주류였던 애플이 아이폰을 선보인 초기, 주류였던 삼성과 노키아는 스마트폰의 폭발력을 간과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 결과 노키아는 경쟁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고, 삼성은 옴니아 시리즈의 처참한 실패 끝에 갤럭시 시리즈를 선보이며 애플의 iOS에 맞선 안드로이드의 대항마로 경쟁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한 삼성과 애플의 경쟁은 생성형 AI가 등장하며 다시금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 스마트폰 혁명 당시 선수를 빼앗겼던 삼성이 먼저 ‘AI폰’을 선보이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전격적으로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삼성 가우스’를 공개했다. 이는 언어, 이미지, 코드 등 3가지 모델로 나뉘며 향후 삼성전자의 주요 제품과 서비스에 생성 AI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삼성전자의 AI 전략은 다음주에 열리는 ‘CES 2024’에서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의 기조연설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어 삼성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오는 17일(현지시간) ‘삼성 갤럭시 언팩 2024’를 통해 새로운 갤럭시 시리즈이자 첫 ‘AI폰’인 갤럭시 S24를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언급된 가우스와 기기 자체에 온디바이스 형태로 내장될 ‘갤럭시 AI’가 적용되는 S24는 실시간 통역 통화 기능인 ‘AI 라이브 통역 콜’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지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면 애플은 최근 중국의 규제로 아이폰15의 판매 부진에 이어 의료기업 마시모와의 특허분쟁으로 애플워치의 판매 중단 사태까지 악재가 겹치며 수세에 몰렸다. 더구나 경쟁사인 삼성을 비롯해 오픈AI의 챗GPT,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생성형 AI 경쟁에 돌입하는 와중에 뚜렷한 카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새 스마트폰 운영체제에 생성형 AI 기능 탑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지만 애플이 상황을 반등시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편 챗GPT 등장 이후 최고 비상사태를 의미하는 ‘코드레드(Code Red)’까지 발동시킨 구글은 이내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제미나이’를 적용한 챗봇 바드를 선보인데 이어 자체 제작 스마트폰 ‘픽셀8 프로’에 ‘제미나이’를 담는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통신3사도 AI 상용화 서비스 경쟁 본격화…SK텔레콤 두각
SK텔레콤을 비롯해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 역시 AI 기술 상용화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그중 두각을 보이는 것은 단연 SK텔레콤이다.
그간 도이치텔레콤, 앤트로픽, 메타와 한국어, 영어, 독일어 등을 지원하는 통신사 특화 LLM을 공동개발해 온 SK텔레콤은 올 1분기 내에 이를 공개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또 최근에는 AI비서를 표방한 ‘A.(에이닷)’을 통해 아이폰에 통화녹음·요약 기능을 선보인데 이어 진난해 말에 실시간 통역을 제공하는 ‘에이닷 통역콜’을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는 이 서비스를 안드로이드 OS에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LG유플러스는 올 상반기 내에 관계사인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초거대 AI ‘엑사원’이 원천 인공지능 소스를 활용한 ‘통신 특화 LLM’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익시젠(ixi-GEN)’으로 명명된 이 서비스는 LG유플러스의 AI 통합 브랜드 ‘익시(ixi)’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더한 것으로, 디지털통신 플랫폼 ‘너겟’과 인터넷TV(IPTV) 등 고객 접점이 많은 플랫폼과 서비스에 챗봇 형태로 제공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지난해 10월 초거대 AI LLM ‘믿음’을 출시한 KT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계한 ‘AI 풀스택’을 강조하며 기업들의 업무 효율화에 방점을 둔 B2B(기업 대상 비즈니스)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빅테크, 게임사들까지… AI 상용화 경쟁에 ‘사활’
국내 빅테크 중에서는 ‘하이퍼클로바X’내세운 네이버의 행보가 단연 돋보인다. 네이버는 이미 지난해 8월 선보인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금융, 소프트웨어, 게임,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이어가고 있다. 오해 네이버의 목표는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고려한 AI 시장 확장이다. 이러한 네이버의 행보에는 ‘기술 자주권 확보’라는 대의의 사명감까지 깃들어 있다. 즉 해외 빅테크들의 AI 기술에 지배당하지 않는 독자적인 한국의 AI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한편 네이버의 경쟁자인 카카오의 경우는 자체 LLM'코지피티'(Ko-GPT)의 개선판인 '코지피티 2.0' 개발을 진행 중이다. 그 외에도 최근 카톡에 'AI 요약하기' 등의 기능을 적용, 10개 콘텐츠를 주제로 챗봇 기술실증(PoC)이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해 불거진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와 실적 부진, 내홍 등의 악재가 겹치며 치열해지는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반면 국내 게임사 중 맏형 격인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국내 게임사 중 유일하게 자체 개발한 LLM ‘바르코(VARCO)’를 공개하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엔씨는 바르코를 게임의 영역을 넘어 교육, 차량용 플랫폼 등의 서비스 영역으로 적용하는 시도를 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생성형 AI 플랫폼 '바르코 스튜디오' 정식 상용화 버전 출시를 시작으로 엔씨는 향후 금융과 바이오 산업 분야로 서비스 협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엔씨의 ‘바르코 스튜디오’는 매개변수 규모가 1000억개 이상인 생성형 모델로 구성된 AI 서비스 플랫폼으로 ▲이미지 생성서비스 바르코 아트 ▲시나리오 및 일반 문서 제작 도구 바르코 텍스트 ▲디지털 휴먼 생성·편집·운영 툴 바르코 휴먼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