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정보산업협회·지능정보기술포럼 주최로 열린 AIIA(AI Is Anywhere) 조찬포럼이 지난 13일 JW메리어트호텔서울에서 개최됐다.
지능정보산업협회 회원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조찬포럼은 인공지능 산업 이슈 및 동향 등을 자유롭게 공유하며 논의할 수 있는 자리로 횟수를 더할수록 높은 참여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포럼 역시 이른 아침부터 투자사, 스타트업 대표 등 각 회원사들의 대표 등이 참여한 가운데 시작부터 열기를 띄었다.
이날의 발표 연사는 총 3명으로, 이현규 정보통신기획평가원 PM이 ‘글로벌 패권경쟁을 위한 인공지능 연구개발 사업’, 서재영 NH투자증권 상무가 ‘차세대 인터넷 웹3 기업 현황 및 전망’, 홍승표 빅인사이트 대표가 ‘마테크(Mar-tech)산업은 왜 성장하는가’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특히 관심이 집중된 것은 이현규 PM의 발표였다. 이 PM은 KAIST 스마트에너지 인공지능 연구센터 교수, KT 오픈플랫폼본부장, 지능정보기술연구원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데이터 PM이자 인공지능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우리나라 인공지능 연구개발의 핵심 리더 중 한명이다. 이러한 그를 일컬어 ‘인공지능 연구개발의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별칭도 따라붙는다.
그런 그가 바라보는 우리나라 인공지능 기술 역량의 현주소, 그리고 향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나아가야할 연구개발 로드맵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AI 기술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적시성
이 PM의 발표는 올해 글로벌 AI 100대 스타트업의 특징을 설명하며 시작됐다. 이들 100대 스타트업의 특징 몇 가지 중 우선 눈에 띈 것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평가받은 유니콘 기업이 16개 달한다는 점이다. 또 분야는 헬스케어, 금융/보험의 비중이 높았다. 가장 많은 AI 스타트업을 보유한 국가는 73개를 기록한 미국이었고, 그 뒤를 영국, 캐나다 등이 잇고 있다.
본론에 앞서 이 PM은 AI를 ‘인간의 지능적 행동을 컴퓨터를 통해서 흉내 내는 것’으로 정의하며 이를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적잖이 범하는 시행착오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즉 AI 사업화 시 구상하는 내용들은 대부분이 이미 경험했거나 앞으로 겪을 내용이라는 점이다.
“AI라고 해서 신사업 창출하듯이 새로운 것만 만들어 내려고 하는 시도 보다는 좀 다른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전 스타트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종종 사업 포인트를 정할 때 예전에 적어 놓은 아이디어를 다시 보라고 하죠. 사실 AI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이 지금 시점에 쓸만한 것인가, 즉 적시적소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거든요. 다시 말해 그런 아이디어는 예전에도 이미 나왔지만 당시에는 별로 필요가 없었거나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구현하기 어려웠던 거라는 거죠.”
미중 AI 기술 패권경쟁은 어떻게 진행됐나?
앞서 언급된 글로벌 AI 100대 스타트업에서도 알 수 있듯, AI 기술 패권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소위 ‘개방형 시스템’을 통해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며 인공지능 프레임워크 등은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른바 ‘프런티어 전략’이다.
이 PM은 “후발 국가들이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닌 상황에서 미국이 오픈한 기술을 쓰는 것을 선택했다”며 “미국은 그렇게 1차적인 먹거리를 슈퍼 컴퓨팅으로 가지고가 리더십을 확보하며 가만히 앉아서 전 세계 각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기술의 아웃소싱’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머신러닝 프레임워크를 공개해 데이터만 있으면 누구나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 후발주자가 자체 개발보다는 선도기술을 모방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미국의 글로벌 AI 패권 확보 시도는 최근 몇 년 사이 독자노선을 선택한 중국으로 인해 양강 경쟁 구도가 됐다. 중국은 미국의 프런티어 전략을 수십억의 내수시장이 확보된 국내에 한정에 진행했다.
초기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오픈소스 생태계에 편입해 학습하는 추격형 모델로 성장한 중국은 어느 정도 기술력이 확보되고 나서 ‘국가 차세대 인공지능 개발 혁신 플랫폼’을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2018년에서 2019년에 걸쳐 15개의 국가대표 AI 개발 혁신 플랫폼을 지정하고, 이를 통해 자국민 개인정보 등의 데이터를 이 15개 플랫폼 내에서 자국 기업에 한해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또 이와 동시에 2017년 ‘사이버보안법’을 도입한 중국은 데이터 주권을 내세우며 이를 미래산업의 원동력이자 통제 검열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른바 ‘데이터 블록화’를 시도한 셈이다.
우리나라 AI 연구, 산업화가 나가야할 뱡향은
AI 기술 패권을 비롯해 무역, 안보 전쟁으로 치닫는 미중 간의 갈등 상황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적인 우리나라로서는 꽤나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AI 분야는 중국의 데이터 블록화를 넘기 힘들고, 현실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AI 패권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 PM 역시 “유감스럽게도 AI 기술과 상용화의 90% 이상을 미국과 중국이 독차지 하고 있는 상황에서 (AI 기술력) 3등 이후부터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도토리 키재기’ 같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이 PM은 “미국을 쫓아가는 지금과 같은 방식을 벗어나긴 쉽지 않지만 하나라도 이겨보자는 전략, 즉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기회는 2016년 이후로 여러 차례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쉽게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으며 실행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PM은 올해부터 시도되는 ‘차세대 인공지능’에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는 향후 산업체가 직면한 문제를 푸는 ‘명확하게 쓸모 있는 기술’로 발전시킨다는 로드맵까지 짜여 있다. 즉 초기 차세대 인공지능 개발이 연천 기술 확보 측면의 연구개발(R&D)에 집중된 학문 분야라면 후속 전략은 이를 실용성 있게 산업체에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PM은 “차세대 AI는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지능’을 가지도록 개발한다는 목표로 성능과 소통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추진되고 있다”며 “데이터 싸움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상대가 안되는 상황에서 소량의 학습데이터를 이용한 효율성 제고, 딥러닝 결과를 인간의 지식과 결합해 활용 범위를 확장하는 확장성 제고, 추론하며 학습되지 않은 지식을 학습하는 자동 진화를 통해 딥러닝의 한계 극복하는 알고리즘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차세대 AI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소통 고도화, 인공지능 간 소통 고도화 등을 구현하는 화용성 개선, 인공지능의 판단 근거를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신뢰성 확보를 목표로하고 있다.
그 외에도 첨단원천유망 AI 기술 개발 사업 등을 설명한 이 PM은 인공지능의 전략적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는 우리 대로의 전략, 즉 하나로 성공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물론 쉽게 안 풀릴 수도 있겠죠. 그래서 저는 요즘 항상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력 양성 부분에서 현재는 데이터를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거예요. 데이터만 잘 알아도 엔지니어가 1년 걸려 1%도 못 올리는 인공지능 성능을 10%까지도 올릴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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