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카멜레온 변색 피지털 자동차···'키트'처럼 말도 하네

지난 8일 폐막된 미국 라스베이거스가전쇼(CES2023)에서 소개된 BMW의 컨셉카인 ‘아이비전 디(iVision Dee)’는 도로에 공상 과학(SF) 기술을 도입했다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로 언론과 전문가 및 일반인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모든 이의 주목을 끈 BMW의 이 컨셉카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차량 외부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밀은 외부 페인트 작업 대신 전자 종이(e페이퍼)를 사용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른바 ‘혼합 슬라이더’를 채택한 차량 앞 유리창의 자유로운 변신은 기존 차량 유리창의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서 볼 수 없는 커다란 혁신을 보여주었다. 여기에는 다가와서 말을 거는 사람을 추적하고 이들에게 답하는 인공지능(AI) 가상 음성비서도 포함된다. BMW는 자사의 차량을 마치 1980년대 TV드라마 ‘전격제트 대작전(Knight Rider)’ 속 주인공 키트(KITT)처럼 발전시켜 나가려는 걸까. 그 뿐 아니다. 배터리를 각형에서 원통형으로 전환해 에너지 밀도를 20% 높이고 생산에서 폐차 시까지 차량 전주기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0%나 줄이도록 했다고 한다. 최근의 전지구적인 탄소제로 정책과도 맞아 떨어진다.

IEEE 스펙트럼의 최근 기자 발표회 참관기를 중심으로 카멜레온 자동차의 ▲외관 변신 디자인 ▲혁신적 HUD 및 음성비서 ▲배터리 및 주행거리 ▲전주기 지속 가능성 등 기술 경쟁력을 들여다 봤다.

과연 BMW는 이러한 변신 노력을 통해 2030년까지 목표로 삼았다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할 수 있을까.

카멜레온 자동차의 등장과 그 비밀

BMW의 최신 콘셉트카인 ‘아이비전 디’의 차체는 큰 전자종이 스크린 같은 특성을 갖고 있어 각 픽셀이 32가지 외부 색상 중 하나를 띠게 할 수 있다. (사진=BMW)

“차가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사람의 얼굴을 붉히게 만들었다.”

IEEE 스펙트럼은 지난 5~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가전쇼(CES2023)에서 열린 CES 공개 행사에서 관람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BMW의 카멜레온 자동차 ‘아이비전 디(Dee)’의 특징을 이같이 요약했다.

이 BMW 전기차는 CES2023에 앞서 독일본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차량 외부의 ‘색’과 ‘얼굴 표정’을 바꾸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또 차량에 들어간 인공지능 음성비서 기능이 자세한 차량 세부 사항을 얘기해 주기도 했고, 기자의 디지털 아바타 얼굴을 자신의 옆 창문에 반영하기도 했고, 앞유리를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걸맞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투영으로 채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급진적인 컨셉의 세단에서 ‘디(Dee)’ 세글자는 ‘디지털 감정 경험(Digotal emotion experience)’의 첫글자에서 따왔다. 그것은 같은 이름의 관능적 목소리를 가진 가상 음성 비서를 포함한다.

아이비전 디의 바디(차체)를 구성하는 240개의 킨들 스타일 ‘e-잉크’ 패널들은 BMW가 32개의 외부 색상 중 하나로 즉시 변신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패널들은 레이저로 절단된 것이다.

15V에 100밀리암페어)mA) 미만인 낮은 전류에 의해 작동하는 이 전자잉크 패널의 미세 캡슐화 입자는 이동식 전자 종이 디스플레이를 만든다.

그렇다면 이 자동차는 주행거리 경쟁력은

BMW의 아이비전 디 내부 모습을 보여주는 일러스트는 이 차가 얼마나 크게 음성 비서 입력 및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출력에 의존하는지 보여준다. (사진=BMW)

이 자동차의 주행거리는 어떨까.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카멜레온 물질은 아주 미약한 얼마 안되는 에너지만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것도 다른 색으로 색을 바꿀 때만 사용된다.

아이비전 디의 얼굴은 다양한 모양이나 애니메이션을 위한 빈 캔버스다. (마치 깜빡여 표정을 짓는 듯도 하다.)

아이비전 디는 기쁨이나 놀라움과 같은 인간의 표현을 모방한 ‘피지털(phygital)’ 아이콘을 통해 의사소통을 위해 접근하는 사람을 추적할 수 있다. 디지털을 이용해 오프라인에서 물리적 경험을 확대하려는 ‘피지털’의 의미 그대로다.

BMW는 픽사의 의인화된 ‘자동차(Cars)’의 주인공인 ‘라이트닝 맥퀸’이 등장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 자동차는 750마력의 V8엔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픽사의 의인화된 ‘자동차(Cars)’의 주인공인 ‘라이트닝 맥퀸’.(사진=디즈니닷컴)

BMW는 그만큼 대담한 차량 내부 설계도 선보였다.

BMW의 이 멋지게 미니멀한 세단은 메르세데스, 테슬라, 그리고 다른 모델들에 사용된 그 어느 때보다 더 커진 화면 사용을 피했다. 그 대신 유리창을 ‘혼합 현실(MR) 슬라이더’로 전환시키면 앞유리의 늘어난 화면 부분이 운전자 정보, 내비게이션 오버레이 및 기타 인공 현실 디스플레이로 채워지도록 했다.

이 슬라이더를 5단계(Stage 5)로 전환하면 차량 앞유리 전체가 가상 세계가 된다. BMW로 훈련 시뮬레이션이나 게임을 통해 사람들이 실제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놀라운 몰입형 디지털 영역을 경험할 수 있다. 아니면 좌석을 뒤로 젖히고 아바타 연작 ‘물의 길’을 볼 수도 있다.

올리버 짚세 BMW 회장은 일단 차가 운행을 시작하면, HUD가 기존 차량들의 화면에 비해 운전자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지 않고 운전자의 시선을 도로에 유지하게 하는 데 훨씬 뛰어나다고 말한다.

카이 랑거 BMW 아이디자인 대표는 오늘날 사용되는 화면을 제거하면 BMW가 추구하는 고상한 디자인, 진정으로 고급스럽고 풍부한 재료를 위한 대시보드 공간을 따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색이 변하는 표면과 기발한 특징을 가진 아이비전 디를 만든 배경은 아주 진지하다. BMW는 이 자동차의 기술이 2030년까지 전세계 차량 생산량의 50%를 생산하겠다는 자사 목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비전은 엄밀하게는 컨셉트카지만, 이 회사가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 플랫폼에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정교한 새로운 아키텍처는 오는 2025년에 출시될 예정이며, 전기화된 버전의 블루칩인 ‘3시리즈’ 세단과 소형 크로스오버 SUV로 시작될 것이다.

주행거리 640km로 늘리기 위해 원통전지 사용

BMW의 6세대 전기차 배터리는 직사각형 모양의 각형 전지(왼쪽)에서 원통형 전지(오른쪽)로 바뀐다. 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20% 높이고 차량 전주기 탄소 배출을 60%까지 줄인다고 한다. (사진=BMW)

현재 BMW 전기차는 주행 거리를 480km이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BMW는 자사 노이에 클라세 모델의 1회 충전시 차량 주행거리가 약 30% 더 늘어나 640km에 이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한 노력은 당장 배터리 전환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BMW는 우선 친숙한 사각형 전지를 테슬라가 개척하고 있는 대형 ‘4680’(46x80mm) 원통형 배터리로 바꾸고 있다. BMW의 6세대 전기차 배터리인 ‘4690’과 ‘46120’은 훨씬 더 크고, 내부에 더 활동적인 배터리 재료가 들어 있다.

이들은 세계최대 배터리 회사인 중국 CATL 및 다른 배터리 파트너들과 함께 만들어질 것이다.

BMW 배터리 기술자들은 이 원통형 배터리에는 각형 배터리에 비해 10% 더 많은 활성 전지 재료가 들어가며, 에너지 밀도는 20% 늘어난다고 말했다.

향상된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는 비싼 데다 채굴과정에 대한 윤리적 의심을 사는 배터리 양극재인 코발트 수준을 50%까지, 음극재 흑연 함량은 20%까지 줄일 수 있다.

모든 BMW 전기차 비용의 40%가 배터리에 묶여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배터리는 BMW의 배터리 비용을 팩 수준에서 50%까지 줄일 수 있게 된다.

BMW는 환경 측면에서 볼 때 이 전지가 자동차 수명주기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0%나 줄여주는 친환경 자동차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한다.

기존 모델보다 최소 30% 빠른 충전...800V 아키텍처 사용

BMW는 2030년까지 자동차 시장 점유율 50%를 꿈꾸고 있다. 미국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오는 2030년까지 6개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양산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은 노이에 클라세. (사진=BMW)

BMW는 주행거리에 대해 목말라 하는 전기차 운전자와 승객들에게 200kW 이상급 충전 성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포르셰, 현대, 기아 및 루시드 모델과 동등한 강력한 800V 아키텍처를 사용한다. 이렇게 되면 기존 모델보다 최소 30% 빠르게 충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BMW는 전체 팩이 중량을 지지하는 구조인 최첨단 ‘팩 투 오픈 바디’ 디자인을 사용해 배터리 무게를 줄이고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팩 크기는 75kWh에서 150kWh까지 다양하며, 모터는 268마력에서 1341마력까지 작동해 테슬라 모델 S 플라이드나 루시드 에어에 도전하기에도 충분하다.

열을 차폐하는 원통형 셀은 휘발성이 더 높은 각형 셀과 비교할 때 열폭주를 방지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모니터링되고 격리될 수 있다.

이같은 모듈식 설계는 기존 BMW와 달리 전자 제어 장치에 접근하기 위해 팩을 제거할 필요가 없다. BMW 경영진은 이러한 제어 장치를 자사 전기차 유지 관리 문제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이와 함께 노이에 클라세 디자인은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더 저렴한 BMW 그룹 모델들 안에서 저비용 초내구성 LFP(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지원하게 된다.

테슬라는 대형 셀을 계속 생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BMW는 셀 크기를 늘려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 파르스도르프에 있는 BMW 차량용 배터리 시범 공장이 올해 1분기에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BMW는 또한 현지에서 공급되는 재생 가능한 전기로 100% 탄소 중립 생산을 목표로 하는 배터리 공장을 포함, 자동차 전 주기 동안 탄소 배출량을 40%나 줄일 것을 약속한다.

BMW야심 이뤄줄 배터리 공장

BMW의 야심찬 계획의 실현은 미국, 유럽, 중국에 각각 2개의 새로운 원통형 셀 배터리 공장 건설에 기반한다. (사진=BMW)

BMW의 야심찬 계획은 각각 북미, 유럽, 중국 등 전세계 각지에 각각 2개씩 6개의 새로운 원통형 셀 배터리 공장과 최소 120기가와트시(GWh)의 새로운 배터리 생산 용량을 필요로 한다.

BMW는 또한 일본의 인비전 AESC(Envision AESC)와 제휴해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8억 1000만 달러(약 1조100억 원)를 투입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BMW는 전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로 작동하는 30GWh 규모의 공장을 설계하고 있다.

이 배터리들은 BMW의 글로벌 제국에서 가장 큰 사우스캐롤라이나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에 사용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공장에서 오는 2030년까지 6개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양산하게 된다. 물론 이 움직임은 소비자와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대한 세금 감면 조치를 미국(또는 미국의 자유무역 파트너)으로부터 공급받은 자동차, 배터리로 제한한 바이든 대통령의 초당적 인프라 법으로 인한 실질적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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