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요즘 뜨겁게 회자되고 있는 BMW의 옵션 구독모델 도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최근 BMW가 글로벌 마켓 웹사이트에서 차량 고급 트림에 들어가는 기능들을 선택하여 구독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을 소개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판매하는 차량들은 트림이 아무리 다양해도 기본 트림에는 열선시트나 후방감지센서 등의 기능이 탑재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 기능들을 추가할 수 있지만, 해당 기능들이 없어도 운전하는데 지장없을만큼 차량 구매에 있어서 허들이 낮은 편이죠.
반면, 해외브랜드 자동차들은 트림이 다양하지 않습니다. 기본 모델에 옵션을 하나씩 추가하는 방식이기에 흔히들 말하는 깡통차를 사면 최신 차량을 구매한 의미가 없게 될 정도로 옵션이 매우 필수적인, 기본적인 양식입니다. 그래서 국산차는 '옵션질'이 없어서 가성비 좋다고들 하죠.
이처럼 옵션에 만연한 해외 완성차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옵션을 고르는 모델을 구매단계가 아니라 사용중에 On/Off 할 수 있도록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테슬라였습니다. 테슬라 브랜드의 주력 장점으로 꼽히는 기능인 FSD(Full Self-Driving, 오토파일럿)기능을 월 199달러 사용료를 내고 차량에 장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출시했습니다. 월 20만원이 넘는 기능이지만, 테슬라의 핵심 기능인 오토파일럿을 체험할 수 있고 별도 약정이 따로 없기 때문에 언제든 결제를 취소할 수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이와같은 구독방식은 꾸준히 테슬라의 API를 통해서 자동차와 파워월 제품을 제어/조회할 수 있는 기능을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제공해왔기 때문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와같은 구독모델도 시도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용자들의 반발이 크지 않았고, 시장에서도 신선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BMW에서 내놓은 편의사항 월구독상품은 시장에서 당황한 모양입니다. 운전석과 조수석 열선시트를 비롯해, 열선핸들, 하이빔 어시스턴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등을 1개월, 1년, 3년 등으로 기간별 약정 구매가 가능한데요. 시장에서는 테슬라 고객을 제외하고 처음 마주하는 구독형 모델이라 반발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1개월 기준으로 운전석·조수석 열선시트는 2만4000원, 열선핸들은 1만3000원, 하이빔 어시스턴트 1만1000원,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는 5만1000원입니다. 특히나 가성비의 국내 브랜드 완성차를 구매해왔던 국내 소비자들의 반발은 더욱 큽니다. 처음 가격에 왜 넣지 않고, 추가했을지에 대해서 말이죠.
제가 살펴본 것은 잠재적 수요였습니다. 사실 한번에 감당할 수 있는 차량을 사는 것이 실리적이겠으나, 모든이가 실리적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은 아니겠죠. 누군가는 벤츠 S클래스의 가장 아래 트림 깡통차를 사고 외제차 오너가 되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가격보다 안정과 편의성을 중시해 처음부터 E클래스의 높은 트림을 갖추고 끌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보다 가성비나 현실적인 구매자들은 이런 구독모델을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일 것이겠죠. 반면, 젊은 층, 구매에 있어서 한계가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초기 진입비용이 크게 드는 브랜드일수록 옵션에 대한 고민이 클것이기에 이들의 허들을 낮춰 주는게 필요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더 많은 잠재적인 수요자들이 자동차를 먼저 구매하고 여력이 있을때만 On할 수 있도록 경험시키는 과정인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상 스마트폰이 넥스트 디바이스로서 자동차가 꼽히는 이유가 이런 경험의 확대일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전 피처폰에서는 게임외에는 별도 유틸리티 구매가 필요없어서 한번 폰을 사면 약정 만기까지 그대로 쓰는 형태였죠. 폰 게임들도 한번 다운로드 받으면 그이후로는 추가 결제가 필요없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는 스마트폰 구매이후에도 각종 부가서비스, OTT서비스, 게임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월별로 휴대폰 제조사, 통신사, OS사, 게임사 등에 지출되는 돈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사람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죠.
마찬가지입니다. 피처폰이 현재의 국산차였다면, 테슬라, BMW의 모델은 스마트폰과 같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일단 유명브랜드의 자동차를 사되, 옵션은 최소한으로 해놓고, 각자 사정에 맞춰 On Off 할 수 있도록 열어두면 당초 해당 브랜드의 가망 고객일 수 없었던 저소득, 젊은 세대 고객들까지도 유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겠죠.
모빌리티에서 구독은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그동안 시도들이 많았는데, 본격적으로 BMW가 그 장을 열어준 것 같습니다. 테슬라의 FSD 구독형이 정착되면서 BMW의 구독형 모델이 나왔듯이, BMW 구독형 모델이 북미 유럽에서 적응하면 언젠가 국내에도 상륙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빌리티에서의 구독 모델의 진화, 더 많고 다양한 형태로 등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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