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국내·외 상황이 엄중하지만, 혁신을 향해 달리는 스타트업의 시계는 멈춤이 없다. 지속되는불확실성과 반복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이전에 없었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꿈을 향해 승부수를 띄우는 스타트업들에게 AC(액셀러레이터)와 VC(벤처캐피탈)의 조언과 지원은 큰 힘이 된다. 즉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이들은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에 테크42는 2025년 연중 기획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저마다의 사명감과 보람을 가지고 활약하고 있는 혁신의 촉매자들(Catalysts of Innovation)을 만난다.
지난 2008년 다음 창업주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임팩트 투자사를 기치로 내세우며 설립한 소풍벤처스가 올해로 창립 17년을 맞이했다. 그 사이 액셀러레이터(AC)로써 소풍벤처스가 투자·육성한 스타트업은 160곳이 넘는다. 이 포트폴리오사 중 40% 이상은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다. 최근 몇 년을 기준으로 하자면 60%에 육박한다.
이렇듯 지난 2020년부터 국내 최초로 기후 테크에 특화된 투자 펀드를 결성하며 새로운 시도에 나선 소풍벤처스의 행보는 글로벌로 이어졌다. 기후 위기는 전 지구적인 문제인 만큼필연적인 수순이었다.
특히 화제가 된 것은 지난 2023년 현 한상엽 대표가 주도해 미국의 유력 VC 중 하나인 콜라보레이티브펀드와 지분투자 형식으로 맺은 파트너십이었다. 이를 통해 소풍벤처스는 한국과 동남아 투자 딜의 후속 투자를 콜라보레이티브펀드로 연결하는 ‘딜 셰어 파이프라인’을 구축 하며 업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러한 소풍벤처스의 큰 그림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1월 무렵이었다. 출범 이후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했던 AC의 영역을 넘어 성장 단계 스타트업 투자 확대를 본격화하며 벤처투자사(VC) 라이선스를 추가한 것이다. AC는 전체 투자액의 40% 이상을 3년 미만 초기 기업에만 투자해야한다는 법적 규제를 넘어 후속 투자를 본격화할 수 있는 자격을 득한 셈이다.
이는 다시 올해 1월 전문 AC 신규 법인 ‘소풍커넥트’ 설립으로 이어졌다. 소풍벤처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는 물적 분할 방식으로 설립된 소풍커넥트는 향후 초기 스타트업 투자 및 육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임팩트 투자라는 가치는 공유하며 초기 투자와 육성은 소풍커넥트가, 성장 단계의 후속 투자는 소풍벤처스가 집중하는 투 트랙 전략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소풍커넥트의 대표로는 지난 2020년부터 소풍벤처스와 함께한 최경희 파트너가 선임됐다. 오래 전 에듀테크 스타트업 ‘튜터링’을 창업하며 시작된 창업가로서 그녀의 삶은 소풍벤처스에 합류하며 투자자의 삶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난 5년간 소풍벤처스 파트너로서 초기 스타트업 투자와 밸류업 프로그램,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등을 담당하며 적잖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런 그녀가 맞이하는 ‘소풍커넥트 대표’로서의 세 번째 삶은 어떤 계획들로 채워져 있을까? 지난달 말 긴 설 연휴를 앞두고 만난 최경희 대표는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한 바탕 세계일주를 한 기분”이라는 소회와 함께 말문을 열었다.
투자자로 산 날이 더 길어지는 시기에 맞이한 전환점
“시간으로 치면 올해가 창업자로 산 것보다 투자자로 산 날이 더 길어지는 전환점이예요. 이런 시기에 우연찮게도 다시 새로운 투자사의 대표로 나서는 상황이니 창업자와 투자자의 경험이 다시 합쳐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돌이켜보면 사실 소풍벤처스 파트너로서 살아온 지난 5년 역시 스타트업과 다름 없었던 것 같아요. 제게는 굉장히 새로운 배움의 시간이자 기회였죠. 그 전까지 살아온 삶과 스타트업 창업가로서 경험을 모두 아웃풋으로 내 놓으며 마음껏 실험하고 창업가들을 도왔어요. 이제는 소풍벤처스 파트너로서 배웠던 것들을 바탕으로 다시 소풍커넥트에서 새로운 시도 시작하는 셈이죠.”
설립 초기 자기자본 투자로 시작한 소풍벤처스는 2019년 주주정리를 통해 독립 투자사로 거듭나며 펀드운영을 시작했다. 그렇게 지난 2022년 100억 규모로 조성한 기후테크펀드를 비롯해 최근까지 벤처투자조합과 개인투자조합을 포함, 10개의 펀드를 운영하며 규모를 키워왔다. 현재 소풍벤처스가 투자한 포트폴리오사들의 총 기업가치만 1조7500억원(2024년 기준)에 달한다.
이렇듯 기후테크 육성을 중심으로 이어온 소풍벤처스의 행보는 지난해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기준을 발표하고 한국거래소 또한 상장 심사를 하는 항목 중 하나로 ESG를 활용하는 상황 변화와 맞물리며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켜왔다. 여기에 VC 라이선스까지 확보하게 되면서 각각의 방향성에 따른 조직 개편은 필연적이었다 할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논의가 결국 소풍커넥트 출범으로 이어진 셈이다. 최 대표는 “투자는 물론 창업자와 커뮤니케이션, 딜 소싱 방식 등에서 AC와 VC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별도의 브랜딩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어져 왔다”며 소풍커넥트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VC의 투자는 새롭게 발굴하는 것보다 초기 투자가 이뤄진 회사들을 대상으로 좀 더 큰 사이즈의 투자, 혹은 IPO(기업공개)까지 염두에 두고 이뤄지죠. 반면 AC는 말 그대로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특히 육성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조직문화와 창업자를 대하는 방식에서부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더구나 지난해 농협이나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전라북도 등과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션, PoC(기술검증) 등을 진행했는데 이건 주로 AC가 해야 하는 일이었죠. 물론 AC가 VC 라이선스를 따는 사례가 최근까지 흔하지 않다 보니 케이스도 많지 않았고요. 결국 효율적으로, 그리고 의미있는 성장을 고민한 끝에 소풍벤처스의 자회사로 소풍커넥트 출범을 결정하게 된 거예요.”
소풍커넥트의 키워드는 ‘육성’과 ‘연결’
소풍커넥트는 액셀러레이터 라이선스를 신규 취득하고 초기기업 투자 및 밸류업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로컬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각 지역의 투자처를 적극 발굴하고 창의적인 펀드를 기획해 출자자 확대에도 나선다. 이 외에도 창업자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고도화하는 한편 유망한 초기기업을 발굴해 소풍벤처스와 연계 투자 사례도 만들어 갈 계획이다. 다양한 계획들을 털어 놓는 와중에 최 대표는 사명에서부터 드러낸 ‘연결’에 담긴 함의를 언급했다.
“우선 액셀러레이터로서 투자자와 창업자 간의 연결을 지원하겠다는 의미가 있어요. 또 지역과 수도권, 혁신을 원하는 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연결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정책과 창업자를 연결시키는 것이기도 하죠. 저희가 ‘연결’을 내세운 이유 중 하나는 ‘나 혼자 잘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해요. 우리나라 혹은 특정 지역만 잘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모두가 잘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액셀러레이터가 해야 될 중요한 일 중에 하나는 창업자 육성과 더불어 기존 창업자와 함께 쌓아온 노하우를 전수하고 생태계에 기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최 대표는 “현재 소풍커넥트만의 프로그램들을 짜고 있는 중”이라며 “상당히 실험적이고 육성에 포커스를 맞춘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전체 포트폴리오사를 대상으로 한 연간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기획 등이다. 한두 가지가 아닌 계획들은 오롯이 그녀와 소풍커넥트 구성원이 수행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제 막 기획 초안이 나온 상태’라면서도 그 표정에서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느껴진다. 최근 몇 년 간 소풍벤처스가 기획한 프로그램 무대에서 엿보였던 그 표정이다.
“사실 지난 2년 동안 이미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테스트를 거쳤어요. 개개인이 심사하고 창업팀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전략적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사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방식이죠. 즉 육성에 대한 부분을 좀 더 전문적으로 가져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예요. 이걸 기존 소풍벤처스가 투자했던 포트폴리오사를 대상으로 먼저 시행하고 향후 투자하는 스타트업에게도 적용할 거예요. 두 번 째로는 이제까지 저희가 진행했던 PoC 사업, 지자체와 함께하는 데모데이 등의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스타트업처럼 운영되는 액셀러레이터 지향
IT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 따라 해당 영역의 스타트업들은 수시로 기술 트렌드를 반영하고 때로 과감한 피보팅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기후테크나 하드웨어 영역의 스타트업인 경우 장기적인 육성과 투자가 뒷받침 돼야 한다. 앞서 최 대표가 언급한 기존 창업자, 정책, 대기업, 지자체와 스타트업을 연결하겠다는 계획들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 매우 시의적절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방식, 이와 관련해 최 대표는 “소풍커넥트 구성원들과 액셀러레이터를 스타트업처럼 운영해보자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보통 투자사와 창업자의 관계를 보면 투자자들이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아요. 전문 영역으로 여겨 지기도 하고, 어느 정도 정보의 독점과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편이죠. 하지만 저희는 기존 방식과 좀 다른 접근을 시도하려 해요. 쉽게 말해 좀 친절해지자는 거죠(웃음). 그래서 홈페이지에도 일반 기업의 CS창구처럼 문의 기능을 넣어보려 해요. 또 정보를 굉장히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창업자들과 외부 사람들이 편하게 문의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해 보려해요. 물론 투자라는 영역이 결국은 규제를 비롯해 지켜야 할 여러가지 가이드가 많은 분야지만, 그래도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단계인 만큼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있다고 봐요. 그래서 저희는 한 번 실험을 해보자, 액셀러레이터의 정의를 조금 다르게 가져가고 특화해 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해 보려 합니다.”
투자 영역의 다양화도 최 대표가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다. 기존 기후테크, 환경, 농업 영역의 투자는 유지하면서도 AI,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등을 비롯해 로컬 스타트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살피겠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 ‘소풍’이 지향했던 임팩트 투자의 가치는 고수된다. 최 대표는 최근 융·복합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도전에 나서는 스타트업이 많은 상황과 함께 변화를 언급했다.
“로컬 스타트업만 봐도 기후만 한정해 찾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로컬 자체의 정책이나 산업에 따른 제안을 해야죠. 최근의 스타트업은 딱 한 가지 키워드로만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가령 농업과 AI가 합쳐졌을 때 농업이기도 하지만 인공지능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임팩트 투자 영역에서 그래도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특정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준에 못 미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전략)은 기준으로 잡으려고 해요. 즉 기존 소풍벤처스에서부터 이어왔던 기후, 환경 네트워크, 저희가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는 활용하면서 초기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외부 환경 변화를 반영해 진행할 계획입니다.”
최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로컬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졌다. 한국의 경우 서울·수도권에 스타트업 지원 인프라가 집중돼 있기도 하고, 인구감소와 연결된 지방소멸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될 이슈라는 점에서 로컬 스타트업의 성장은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로컬 투자에서 성과를 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간 지역을 돌아다니며 기관·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테스트를 통해 발견한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지난해 많은 투자자들, 창업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테스트를 했고, 올해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결국 로컬에서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특정 산업과 반드시 연결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공장과 연구소가 필요한 소부장 같은 하드웨어 영역의 경우 반드시 대기업, 중견기업과 협업을 해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생기고 있어요. 그 경우 로컬에 있는 전략적 산업과의 연계성을 가져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거기에 지자체나 국가의 전략적인 자본이 추가되면 그 기회를 따라가는 투자자와 창업자도 분명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하드웨어나 딥테크 영역의 스타트업에게 로컬은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봐요.”
스타트업 생태계 밖에서 답을 찾는다
최 대표는 관습을 벗어나는 시도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내부의 사람들을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이를 “액셀러레이터 내부 임직원들을 액셀러레이팅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오피스(Back Office)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저는 이걸 의미 있는 단어로 바꿀 수 없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이 사람들도 되게 중요한 일을 하는 분들인데 새롭게 재정의하고 싶은 거죠. 보통 액셀러레이터 구성원들은 외주 사업, 펀드레이징, 투자, 밸류업 등을 각각 담당 하지만 저는 모두가 각 영역을 한 번 씩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영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생기는 사일로(silo)를 없애고 제안서에 모두 참여하는 방식도 이야기하고 있어요. 앞서 말처럼 스타트업처럼 운영하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예요. 따로 놀지 말고 내가 하는 일을 말하고 이슈를 공유해 각 담당 모두가 전체 사업의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거죠.”
리스크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각 담당 영역의 특징을 경험하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더불어 최 대표가 시도하는 또 하나의 변화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 계획, 역시 꽤 색다르다. 최 대표는 최근 화제가 된 OTT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안성재 셰프의 사례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 외부의 전문가에게서 답을 찾는 방식을 언급했다.
“안성재 셰프는 레스토랑 서버들이 좀 더 격식있게 서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고민하다가 발레를 배우게 했다고 해요. 그 사례와 같이 진짜 혁신은 다른 영역의 전문성을 적용할 때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구글 역시 구글맵을 만들 때 암벽 등반 코스 지도 제작에서 암벽 등반가들과 협업을 했고, 사막은 낙타에 카메라를 달아 만들었죠. 또 유명 골프 선수들의 경우 멘탈 코치로 폭탄처리 전문가를 고용한다고 해요. 저희도 이런 새로운 접근을 해보려고 해요. 액셀러레이터의 정체성이 투자와 육성이라면 이 영역에서 액셀러레이터라는 본질을 제외하고 가장 잘하는 사람이 누군지를 찾는 거죠. 그들이 시장을 읽는 방식, 사람과 비즈니스를 육성하는 방식을 도입할 때 다르게 사고하고 변화할 수 있다고 봐요.”
최 대표는 이러한 자신의 계획들을 ‘불편하고 어색한 시도’ 또는 ‘파괴적인 혁신을 위한 시도’라고 부연했다. 아는 네트워크 안에서, 익숙한 업무 영역에서만 머무른다면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이 바탕이 됐다. 돌이켜 보면 사실 이러한 시도들은 앞서 소풍벤처스 파트너 시절부터 그녀 스스로에게 적용했던 것들이다. 당시에도 최 대표는 한 밤중 혹은 새벽에 걸려오는 포트폴리오사 대표들의 전화를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통한 것으로 유명했다. 인터뷰 와중에도 원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놀라운 퍼포먼스를 내는 포트폴리오사들의 살뜰한 소개를 빼 놓지 않는다.
불편하고 어색한 시도로 변화 이끌어 낼 것
하지만 새로운 시도에 나선 소풍커넥트 앞에 놓인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대·내외의 악재로 시작된 올해 역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대표는 “스타트업은 물론 투자사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 “이 상황을 이겨내고 비즈니스를 만들어 낸 창업자들은 몇 년 뒤 다시 시장이 확장 됐을 때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만나는 거의 모든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크고 작은 사업 걱정을 해요.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건 모두가 최강의 생존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위기 대응 플랜을 3~4개 정도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고, 투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기민하게 비즈니스 모델을 피보팅하고 생존하는 방식을 찾는 분들이예요. 이런 분들이 몇 년 뒤에 보면 더 큰 경쟁력을 가진 창업가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또 이 시기에 이 분들을 도왔던 투자자들 역시 그 노하우가 결국 호황기에 스타트업 투자에 큰 경험과 자산으로 작용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최 대표는 정책적인 규제 완화 등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투자사의 펀드 회수 전략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다행히 과거에 비해 민간과 지역 참여가 늘어나며 펀드의 다양성만큼은 확실히 좋아졌다”며 “다양한 방식의 펀드 결성이 지속된다면 그에 따른 액시트 등에 대한 정책도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 최 대표는 “일을 하면 할수록 이 직업이 마지막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털어 놨다. 소풍벤처스 파트너로 5년, 다시 소풍커넥트 대표로 나서는 지금도 창업자를 만나고 지원하는 것은 그녀에게 보람이자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혁신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되짚으며 다시금 각오를 다졌다.
“혁신(革新)이라는 단어는 원래 동물의 가죽을 무두질해 새롭게 탈바꿈 시킨다는 것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요. 저희가 늘 창업자들에게 주문하는 말이기도 하죠. 그런데 우리부터 변화하고 새롭게 이 시장에 적응하지 않으면서 창업자들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불편하고 어색한 시도를 많이 하자가 올해 제 모토가 됐습니다. 모두가 불편하고 어색해 하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소풍커넥트의 계획들을 진행해 나가겠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 여러분들의 조언과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