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의 문어발 확장, 이젠 하늘까지...응축배터리 배경삼아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인 중국 CATL이 지난주 새로이 항공사업부를 만들고 차기 전기항공기(및 배터리) 시장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CATL은 6년 연속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기업답게 전기비행기와 배터리 개발에서도 앞서가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그리고 올해 4월 1년도 안된 사이에 2차례나 엄청난 고에너지 밀도를 가진 혁신적 배터리를 소개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이 회사 배터리 기술이라면 전기항공기는 물론 플라잉카 배터리 시장까지 노릴 것으로 보인다. CATL은 이미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을 훌쩍 뛰어 넘어 선발 전기 항공기 개발업체인 스웨덴의 하트 에어로스페이스까지도 넘보고 있다. 어느 새 하늘 교통 시장까지 접수하러 나선 CATL의 최근 항공사업부 신설 소식과 함께 지난 2년간 그를 뒷받침할 만큼 쌓아온 2종의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성능까지 살펴본다. 중국 이카이 글로벌의 최신 보도와 미국 일렉트렉이 그간 추적해 온 CATL의 혁신적 배터리 개발 소식을 종합해 소개한다.

세계 1위 CATL, ‘파괴적 문어발’···국영 항공기회사·교통대와 합작사 설립

중국의 대표적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이 지난주 새로이 항공기 사업부를 만들었다. 전기비행기 개발이 예상보다 가까워졌음을 예고한 셈이다. 사진은 지난 4월 상하이 자동차쇼에서 응축배터리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CATL)

중국 매체 이카이 글로벌(Yicai Global)이 CATL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 이 회사가 (전기) 항공사업부(aviation unit) 조직을 출범시켰다고 지난 21일자로 보도했다.

보도는 기업 등록 자료를 인용, CATL과 베이징 소재 국영 항공기 제조사인 중국상용항공기회사(中国商用飞机有限责任公司·COMAC·코맥)연구소, 그리고 상하이 자오퉁대학(교통대) 기업개발 그룹이 7월 19일자로 상하이에 합작 회사인 ‘코맥 타임즈 에이비에션’(COMAC Times Aviation) 법인 등록을 마쳤다고 전했다. 이 법인의 자본금은 6억 위안(약 1075억원)이다. 지분율은 제시되지 않았다.

CATL의 새 항공 사업부 법적 대표이자 코맥 연구소장인 첸중옌은 중국 최초로 개발된 대형 여객기인 ‘C919’의 수석 설계자로 활약한 인물이다.

이에 앞서 CATL은 코맥과 공동으로 전기비행기 개발을 추진해 오고 있었다. 이제 코맥타임스에이비에이션 출범에 따라 CATL은 정식으로 전기 비행기 사업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 주도의 전기비행기 개발이 예상보다 가까워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코맥은 지난 2019년부터 ‘새로운 에너지’ 항공기를 개발해 오고 있으며, 링케-H(Lingque-H) 수소 항공기로 이미 여러 차례 시험 비행을 수행했다. 기업 등록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엔진과 프로펠러를 포함한 민간 항공기 부품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

이카이 글로벌은 CATL과 코맥이 전기 항공기 개발에 대한 질문에 언급하지 않았다면서도 이 세계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가 전기 비행기에 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지난 4월 발표한) 새로운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6월 발표된 고효율 치린 배터리, 1000km 주행

CATL의 취린 배터리는 최대 255Wh/kg의 에너지 밀도와 620마일(10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갖는다. 사진은 이 배터리가 적용된 지커 001모델. (사진=지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분기 영업익이 2배로 늘어난 지난해 2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둔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그리고 올해 4월 두차례에 걸쳐 혁신적 배터리를 발표했다. 물론 CATL은 최신 배터리가 훨씬더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먼저 등장한 것은 지난해 6월 발표된 초고효율 치린(Qilin·麒麟) 배터리를 살펴보자.

CATL은 2021년 여름 160Wh/kg의 에너지 밀도를 보여주는 1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공개했다. 그리고 1년 후인 지난해 이어 이른바 3세대 셀-투-팩(CTP) 방식의 고효율 배터리인 치린 배터리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CTP 방식을 사용하면 차량용 셀이 하나의 대형 팩으로 직접 구성된다. 이는 배터리가 차량의 차체 또는 섀시에 직접 부착 및 조립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CATL에 따르면 3.0 CTP 기술은 대면적 셀 냉각 기술 덕분에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스템 통합 수준을 달성한다. 또한 치린 배터리는 테슬라의 자랑인 4680 배터리와 동일한 화학 시스템과 팩 크기를 사용하지만 13% 더 많은 전력을 제공한다.

CATL에 따르면 치린은 72%의 기록적인 부피 활용 효율, 최대 255Wh/kg의 에너지 밀도와 620마일(1000km) 이상의 주행거리(지커 001 적용시)를 갖는다. 이는 일반 전기차 가동에 필요한 것 이상의 엄청난 성능이다.

이 배터리는 이미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출시된 중국 지리자동차 자회사인 지커(ZEEKR)가 출시한 2개 전기차 모델(지커 009, 지커 001)에 적용됐다. 지커는 지난달 말부터 유럽시장에서 001모델 사전 판매 예약까지 받고 있다.

CATL의 고에너지 밀도의 치린 3.0 CTP 배터리를 4680 셀과 비교한 결과. (자료=CATL)

치린 같은 고성능 배터리의 장점은 뭘까.

일단 배터리 전기차로 400마일(64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내게 되면 더많은 주행거리를 실현하기 위한 배터리 개선노력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게다가 오히려 전기차 비용을 낮출 수도 있게 된다.

올해 4월엔 전기항공기에 써도 좋을만한 압도적 배터리까지

지난 4월 CATL은 전기 항공기에 써도 손색이 없을 성능 수치를 보인 응축 배터리를 소개했다. (사진=CATL)

CATL은 지난 4월 상하이 자동차쇼(Auto Shanghai)에서 발표한 킬로그램당 최대 500와트시(500Wh/kg)의 에너지 밀도를 가진 새로운 응축배터리(condensed battery·凝聚态電池)를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6월 발표된 주행거리 1000km를 자랑하는 치린 배터리의 2배나 되는 성능이다. ‘꿈의 배터리’라는 전고체 배터리 수준이다.

그 영향력은 전기항공기를 제쳐두고라도 절대 과소평가될 수 없다. 변화하는 전기차 시장의 게임 판도를 바꾸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갈 수 있는 배터리라는 얘기다. 즉, 이는 전기 비행기 추진과 같은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준 배터리가 될 수 있다.

CATL의 전기항공기 합작사인 ‘코맥 타임스 에이비에이션’은 이 배터리로 전기항공기 개발에 매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회사가 추진하는 종류의 고밀도 배터리는 더 가벼운 무게로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제공하기 때문에 완전한 전기 비행기 가능성의 예고편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CATL은 이 새로운 배터리가 높은 에너지 밀도와 월등한 안전 수준을 달성할 수 있으며 “완전히 새로운 여객기 전기화 시나리오를 열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히고 있다.

생체모방 전해질 이용한 응축배터리···전기차부터 적용

CATL은 응축배터리가 전기차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비행기용이라고 하지만 플라잉카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이카이 글로벌)

CATL은 자사의 이 기술에 대해 “CATL의 응축된 배터리는 전기화학적 반응에 따른 초고에너지 밀도 물질의 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생체를 모방한 전도성이 높은 응축 상태의 전해질을 활용해 미크론급 자기-적응 그물 구조를 구성한다. 이것이 그물 간 상호작용력을 조절하고, 그럼으로써 셀의 전도성 성능을 향상시킨다. 이는 미세 구조의 안정성을 증가시키면서 리튬 이온 전달 효율을 향상시킨다. 또한 응축 배터리는 초고에너지 밀도 양극재, 혁신적 음극재, 분리막 및 제조 공정을 포함하는 다양한 혁신 기술을 통합해 우수한 충방전 성능은 물론 우수한 안전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4년 전인 지난 2019년 “전기 수직이착륙(eVTOL)기가 실용화되려면 400Wh/kg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CATL은 이같은 생체모방 기술 등을 적용해 머스크가 제시한 용량을 25%나 넘어선 고밀도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

이카이 글로벌에 따르면 합작사 설립에 앞서 우 카이 CATL 수석과학자는 자사가 “민간용 유인 전기비행기를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자동차 및 항공기 등급 기준에 따라 응축된 배터리를 생산하고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CATL은 이미 전기 비행기 개발 파트너와 협력해 항공 수준의 안전, 품질 및 시험 표준을 배우고 실천하고 있다고 공유했다.

이 회사는 새로운 배터리가 전기 비행기에 통합되기 전인 올해 양산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용 응축 배터리 버전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이 전기차 전용 응축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500Wh/kg 근처에 가 있다면모든 전기차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28년 목표로 전기항공기 개발중인 스웨덴 스타트업과 경합

스웨덴의 하트 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중인 ‘ES-30’ 전기 비행기 렌더링. (사진=하트 에어로 스페이스)

CATL의 전기 항공기 개발 소식은 스웨덴의 스타트업인 하트 에어로스페이스(Heart Aerospace)를 포함한 여러 기업들을 긴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미 향후 몇 년간 항공 여행시 항공기 배출 가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전기 비행기를 개발해 왔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항공(UA)과 에어 캐나다와 같은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하트의 항공 기술에 투자한 회사들 중 한 곳인 스칸디나비아 항공(SAS)은 이미 이 회사에 첫 상업용 전기항공기를 주문했다. 그 비행은 2028년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트는 지난 3월 영국의 세계적 군수·항공업체인 BAE시스템즈와 손잡고 이런 종류로는 최초인 배터리 시스템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일렉트렉은 CATL이 이미 전기항공기용 배터리를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봤다.

CATL은 이제 전기차는 물론 전기비행기 부문에서도 주목해야 할 업체가 되고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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