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A 따라하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의도하지 않은 결과 초래할 수 있어”…해외 전문가들도 우려 표명하는 이유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미국컴퓨터통신협회 주최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 세미나’
CSIS 객원연구원, CCIA 연구센터 소장 “DMA는 규제 준수 비용 증가, AI 서비스 지연으로 소비자 후생 악영향”
다니엘 소콜 USC 교수,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한국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의 글로벌 시장경쟁력 악화시킬 것”
정부와 정치권에서 추진되는 ‘플랫폼 규제법’의 내용 상당 부분이 EU의 디지털시장법을 벤치마킹했다는 점은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최근 플랫폼 규제 입법이 다시금 시도되며 산업계를 비롯한 학계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듯 반대 여론이 형성되는 이유는 지난 2021년 입법 시도 됐던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과 마찬가지로 실증적 조사 없이 자체 플랫폼 서비스가 없는 EU의 DMA(Digital Market Act, 디지털 시장법)을 상당 부분 벤치마킹하는 방식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EU와 한국의 플랫폼 생태계 간 근본적 차이가 간과되고 있다는 점이다. EU의 DMA는 자국의 토종 플랫폼 서비스가 없는 상황에서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미국계 글로벌 빅테크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이들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한 사전 규제로 적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EU는 해외 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확장을 막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면서 자체 플랫폼 서비스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EU와 상황이 다르다. 글로벌 빅테크의 플랫폼 서비스에 대항해 경쟁하고 있는 토종 플랫폼 서비스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는 생태계인 것이다. 게다가 이미 공정거래법 등 사후 규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플랫폼 사전 규제는 중복 규제 논란을 낳고 있다.

이 플랫폼 규제 법안에서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업자’의 정의 역시 모호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EU의 DMA와 같이 단순 매출액이나 중개거래금액 등을 기준으로 할 경우 글로벌 빅테크에 비교도 되지 않는 국내 토종 플랫폼 서비스들이 대부분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이 있음에도 EU 방식의 규제를 적용할 경우 투자 저해와 해외 기업이 지배력이 강화돼 오히려 유럽시장처럼 전락할 수 있다. 우리 시장이 다른 시장과 다르게 글로벌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지=픽사베이)

더구나 미국계 글로벌 빅테크에 규제를 적용할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입장에서 무역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적지 않다. 즉,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에서 결국 강력한 플랫폼 규제의 대상은 한국 플랫폼 기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테무, 알리 등 중국계 빅테크의 공격적인 국내 시장 진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렇듯 실증적 연구와 숙의가 없는 플랫폼 규제 적용은 결과적으로 국내 플랫폼 생태계를 고사시킬 것이라는 우려 역시 적지 않다.

이에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최근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와 공동으로 ‘온라인 규제 동향 국제세미나(Ⅲ): 플랫폼 규제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통해 국내외 전문가들간 플랫폼 규제에 대한 의견을 나눌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영상으로 연결된 해외 석학들은 시행 5개월에 접어든 EU DMA가 일으키는 변화를 진단하고, 한국에 플랫폼 사전규제 법안이 적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깊은 우려를 쏟아 냈다.

시행 5개월, EU의 DMA가 주는 시사점은?

‘Implications of European Union’s DMA’라는 주제로 이날 세미나 첫 발표에 나선 카티 슈미넌 박사(Kati Suominen, CSIS* 객원연구원) Nextrade Group 설립자 겸 CEO이기도 하다.

올해 3월 시행된 EU의 DMA는 제정 전부터 한국을 비롯해 호주, 일본, 인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유사 입법 움직임을 유발시켰다. 그렇다면 시행 5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DMA 시행 이후 유럽 내 일부 빅테크 기업들의 서비스가 변경되거나 축소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EU 내에서도 DMA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자국 중소기업, 나아가 소비자에게 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사전 규제의 부정적인 영향이 해외 빅테크보다 자국 기업에 우선 미친다는 것이다.

플랫폼 규제 도입을 추진 중인 국가들 역시 DMA와 같은 사전 규제에 회의적인 의견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같은 상황은 ‘Implications of European Union’s DMA’라는 주제로 이날 세미나 첫 발표에 나선 카티 슈미넌 박사(Kati Suominen, CSIS* 객원연구원)를 통해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CSIS, 외교 정책 및 국각 안보 문제와 관련 한 세계 최고의 공공정책 기관)

Nextrade Group 설립자 겸 CEO이기도 한 카티 슈미넌 박사는 ““향후 DMA가 시행된 이후 규제 준수 비용은 보수적으로 접근한다고 하더라도 유럽 내 매출의 8%까지 상승 할 것으로 보인다”며 “DMA는 플랫폼 기업들의 규제 준수 비용을 증가시켜 의도하지 않게 유럽 내 소비자 및 중소기업들의 피해를 불러온다”고 설명했다.

슈미넌 박사는 DMA와 같은 규제가 미국 빅테크보다 그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소기업에 비용부담 증가 등의 불이익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비용 부담 증가분을 410억유로(약 60억원)에서 710억 유로(약 105조원)로 추정했다. (이미지=카티 슈미넌 박사 발표자료)

“저희는 유럽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어떤 디지털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결과를 보니 규모에 따라 약 70%의 회사가 DMA에 지정한 미국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해 자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과적으로 (플랫폼 규제)는 유럽 기업들의 비용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소비자에게 전가되거나 더 저렴한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 공급업체 대신 중국 공급업체로 바꾸는 것처럼 말이죠. 이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국 빅테크를 겨냥한 새로운 규제가 중국 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 거죠."

DMA로 인해 EU에 발생하는 문제들. (이미지=카티 슈미넌 박사 발표자료)

이는 결과적으로 DMA와 같은 규제가 미국 빅테크보다 그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소기업에 비용부담 증가 등의 불이익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카티 슈미넌 박사는가 언급한 비용 부담 증가분은 410억유로(약 60억원)에서 710억 유로(약 105조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슈미넌 박사는 이러한 비용과 함께 사이버 보안 문제 등 잠재적 위협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 각국에서 DMA와 같은 유형의 법률이 적용될 경우 서로 다른 관할권에서 혼란이 초래 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EU에서 논란이 된 DMA 이행 비용,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트레버 와그너 연구소장은 CCIA 연구센터 소장 겸수석 경제학자이자 2019년부터 미국 국무부 부수석 경제학자로 재직한 전문가다.

이미 EU 내에서도 DMA 이행 비용이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한국 플랫폼 생태계에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규제 법안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어떤 문제가 있을까?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트레버 와그너 연구소장은 CCIA 연구센터 소장 겸수석 경제학자이자 2019년부터 미국 국무부 부수석 경제학자로 재직한 전문가다.

그는 ‘Cost of DMA Implementation to Europ and Implications for Korea’ 주제 발표를 통해 한국에 규제가 시행될 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기술적 피해를 언급했다. DMA로 인한 EU 기업들의 비용 증가로 인해 앞서 슈미넌 박사의 말처럼 저렴한 기술 채택을 통한 비용 절감이 현실화되고 있고, 이는 다시 소비자에게 AI와 같은 최신 디지털 서비스의 접근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AI로 인한 EU 내 연간 노동생산성 예상 상승률. (이미지=트레버 와그너 연구소장 발표자료)

“AI를 통한 EU 국가들의 경제적 혜택은 점차 확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30년까지 AI를 통한 경제적 혜택은 글로벌 GDP의 13-15조 달러(PwC,  McKinsey),  EU GDP의 2.5조 달러 이상(PwC)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DMA로 인해 EU에 AI 서비스 출시가 1년이라도 지연될 경우, 소비자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할 것이며 중소기업들도 그로 인한 혜택을 받지 못해 수백억 유로의 경제적 손실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노동생산성 역시 국제 경쟁자들에 비해 2.8%가 뒤쳐질 수 있다고 하고요.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그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D) 통계를 인용해 언급한 중요한 포인트는 EU의 전체 상품 수출에서 ICT 상품 비중이 5%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29%에 달한다. 이 자료를 근거로 그는 “한국에서 DMA와 유사한 규제를 시행할 경우 EU보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기술 및 서비스 지연이 유럽이나 다른 나라보다 한국 시장에 더 민감하게 작용할 겁니다. 이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는 소비자와 중소기업에 더 크게 작용하게 되죠. 특히 스타트업과 같은 소규모 기업에게는 매우 힘든 상황이 될 겁니다. 반면 DMA와 같은 규제가 적용되지 않은 나라의 경쟁 기업에 반사적 이익을 줄 가능성이 크고요.”

엄격한 규제는 한국의 혁신과 중소기업의 시장경쟁력을 악화시킬 것

다니엘 소콜 교수는 USC Gould School of Law/Marshall School of Business 교수이자 USC Marshall Initiative on Digital Competition 공동책임자로 지난 5년 간, 반독접법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교수 10인 중 한 명이다.

이날 영상 연결을 통해 마지막 발제를 맡은 다니엘 소콜 교수(D. Daniel Sokol, USC 교수)는 ‘Korea Innovation and SMEs’라는 주제 발표로 플랫폼 규제 법안이 중소기업에게 미치는 영향을 지적했다. 다니엘 소콜 교수는 USC Gould School of Law/Marshall School of Business 교수이자 USC Marshall Initiative on Digital Competition 공동책임자로 지난 5년 간, 반독접법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교수 10인 중 한 명이다.

 그는 “플랫폼이 글로벌 경제에서 사람과 기업을 연결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중소기업(SME)는 반드시 앱 개발자 외에도 음식점 과 같이 한국 또는 다국적 기업의 앱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든 소상공인을 의미한다”고 정의하며 말을 이어갔다.

“플랫폼은 그 자체 뿐 아니라 플랫폼의 사용자들에게도 가치를 창출합니다. 비즈니스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비즈니스 간 상호 작용을 촉진하죠. 이를 통해 플랫폼은 중소기업의 수출 중심 성장을 도울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지난 수십년 간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것이 수출 중심 성장이죠. 플랫폼은 이러한 수출 중심 성장의 또 다른 매커니즘인 겁니다.”

이어 소콜 교수는 “플랫폼 규제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벤처 자본의 이탈을 초래함으로써 플랫폼 생태계와 연결된 창업 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의 중소기업과 혁신 기반 기업의 환경이 악화되면 해외 고객들에게 싱가포르와 같은 다른 나라가 선택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소콜 교수는 “플랫폼 규제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벤처 자본의 이탈을 초래함으로써 플랫폼 생태계와 연결된 창업 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 기업들은 DMA가 특정 상황에 적용되서 안된다거나 결함이 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규제에 따른 영향으로 우리가 주목한 것은 신규 진입과 투자였습니다. 모두 하락세를 띄고 있죠. 특히 규제를 통해 산업 내에 플랫폼 서비스 간 경쟁을 유도한다는 의도와 달리 플랫폼이 존재했던 산업에서는 새로운 기업의 진입이 저조했습니다. 경쟁을 늘리고 투자를 늘리는 것이 목표라면 이런 부작용은 일어나지 않아야 했죠.  지금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입니다. 문제는 현재까지 결과가 이러한데 한국 역시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플랫폼 서비스는 글로벌 각지에 소외된 지역, 기업가에게 혜택을 제공해 더 큰 글로벌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하지만 사전 규제 정책으로 인한 사업 비용 상승은 한국이 만들어 온 기업가 정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문제를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는 한국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이날 세미나의 마지막은 토론으로 마무리됐다. 토론은 좌장을 맡은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운데)를 비롯해 조나단 맥핼 CCIA 부사장, 백IA, 백용욱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조성대 실장(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 이승주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등이 함께했다. (사진=테크42)

한편 이날 이어진 토론에서 조나단 맥핼 CCIA 부사장은 “EU의 DMA는 자국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경쟁시장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규제였으나 한국은 이미 디지털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유사한 규제 적용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성대 실장(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국제질서가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DMA의 시행은 국제적 통상 마찰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음을 언급했다. 이어 “국내 상황을 보면, 스타트업의 절반 이상이 플랫폼 법을 반대하고 있는데,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집단도 법이 초래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반응”이라고 강조했다.

백용욱 교수(KAIST 경영대학)는 “플랫폼 법으로 인한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플랫폼에 연결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중소상공인들의 경쟁력도 약화시킴을 의미한다”며 “국제적으로 미국이나 중국 기업들과 무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사전적 규제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이승주 교수(중앙대 정치국제학과)는 “자국 플랫폼을 규제하는 듯 보이는 중국은,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은 상태에서 규제하지만 한국은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교하고 신중한 규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좌장인 유병준 교수(서울대 경영대학)은 “그간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했던 경우 부정적 영향이 컸다”고 언급하며 “그동안 나온 수많은 실증자료에 기반해서 플랫폼 법이 야기할 문제가 명확한 상황임에도 규제 일변도의 정부 태도는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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