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트렌드와 다양화되는 채널로 인해 디지털 마케팅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성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각 기업들은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존 마케팅 기법에 AI(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을 추가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진행된 ‘디지털 마케팅 인사이트 2025(DMI 2025)’에서는 마테크, 글로벌 H&B 기업, 솔루션 기업의 마케팅·전략 총괄 담당자들이 모여 현황 진단과 향후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가 만들어져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달 28일 진행된 DMI 2025 현장에서 ‘마케팅 트렌드 2025(데이터 통합, 인공지능 그리고 자동화)를 주제로 진행된 패널토의는 모더레이터로 나선 김민성 아드리엘 부대표를 비롯해 홍성봉 아모레퍼시픽 상무, 조동규 스노우플레이크 상무, 이필주 더크리스피 대표 등이 함께했다.
홍성봉 상무는 게임 업계에서 애드테크를 개발,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커머스 분야로 옮겨 아모레퍼시픽의 마케팅 데이터 통합 테크 솔루션 구축 등 DX(디지털 전환)를 주도한 주역이다. 조동규 상무는 하드웨어 기업의 B2B 마케팅을 시작으로 메타의 페이스북에서 측정 도구 및 API 사업개발을 담당한 바 있으며 스노우플레이크에서 AI 데이터 클라우드 플랫폼의 파트너 협업과 솔루션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이필주 대표는 2014년 글로벌 게임 회사를 창업해 성공적인 엑시트를 경험하고 다시 더크리스피를 통해 글로벌 숏폼 플랫폼으로 새로운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나날이 복잡성이 커지는 마케팅, 효율을 높이기 위한 마케터의 접근법은?
이날 토의는 패널들을 향한 공통 질문으로 시작됐다. 2025년 마케팅 트렌드에 대해 조동규 상무는 “마케팅은 각 기업이 보유한 노하우, 자산을 바탕으로 고객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경험이 많거나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이끌었다면, 지금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이 시행착오와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많이 확산된 듯하다”고 운을 뗐다.
“요즘 마케팅에서는 굉장히 많은 툴을 다루고 있습니다. AI도 하나의 툴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툴을 다루는 것보다는 마케터 스스로의 인사이트를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이필주 대표의 경우는 “마케팅 분야의 AI 기술 도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 이슈 등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는 시대”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변수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크리에이티브”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표는 “크리에이티브는 유저의 니즈를 반영하는 것이 거대한 흐름”이라 덧붙이며 숏폼이 대표적인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숏폼의 본질을 생각하면 첫 번째는 굉장히 낮은 진입장벽, 둘 째가 끊임없는 자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역시 낮은 진입 지점이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광고의 경우 굉장히 핵심을 담으면서도 쉽고 바로 이해가 되는 크리에티브가 중요하죠. 또 자극의 경우 크리에이티브에서는 ‘클리프행어’라고 표현을 하는데, 이를테면 절벽에 매달려 있는 것과 같은 자극을 주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물론 모든 마케팅 크리에이티브에 자극을 넣을 수는 없지만, 시청자들의 감정이나 생각에 변화가 있는 순간 장면을 끊어 호기심을 유발하는 방식을 적용할 수도 있어요.”
한편 홍성봉 상무는 “최근 경기침체 등 마케팅 테크 관점에서 좋지 않은 소식이 많다”며 “이는 마케팅 예산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기도 하기 때문”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글로벌 경쟁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희 같은 글로벌 리테일 업체들은 미국 등에서 굉장히 큰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고, 또 굉장히 많은 스타트업과도 경쟁해야 해요. 이 과정에서 마케팅 효율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죠. 옛날 말로 마케터가 모든 정보에 대해 ‘빠꼼이’가 돼야 하는 상황인데, 효율이 없는 광고, 채널은 빠르게 제외하고 효율이 있는 곳에 예산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예요. 또 하나는 ‘세일즈 채널의 다변화’도 꼽을 수 있습니다. 다변화되고 있다는 것은 한눈에 보는 버드뷰의 범위가 더 넓어져야 한다는 건데, 마케터가 슈퍼맨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죠. 업계 사람들과 이야기해봐도 이젠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겸손하고 겸허하게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들 해요.”
데이터의 중요성 강조, ‘시행착오와 비용을 줄이는 지름길’
이날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한 주제로 중요하게 다뤄졌다. 특히 홍 상무의 경우 아모레퍼시픽 내 30개 이상의 브랜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통합해 전략을 만드는 상황. 이와 관련 홍 상무는 통합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 이유를 언급했다.
“한정된 예산의 극한 경쟁 상황에서 마케팅 집행을 위해 제 산하에는 마케팅 테크 조직을 별동대로 구리고, 수십개의 에이전시를 통해 리포트를 받고 있어요. 이를 활용해 저희는 자체적으로 광고주 관점의 통합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고, 이를 통해 굉장히 많은 데이터 버드뷰를 갖게 됐죠. 이 방식을 통해 마케팅의 가시성과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셈이예요. 최근에는 다변화된 데이터 수집을 더 강화하는 숙제를 풀어가는 중이예요. 그렇게 효율을 만들어내는 중이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솔루션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이제사람이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졌으니까요.”
조 상무의 경우는 솔루션 업계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제는 마케팅을 위해서도 클라우드로 제공되는 컴퓨팅이나 스토리지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조 상무는 “과거에는 솔루션 기업들이 다룰 수 있는 데이터가 한정적이었는데, 스노우플레이크는 데이터를 얼마든지 저장하고 컴퓨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데서 시작됐다”며 말을 이어갔다.
“기업들의 의사결정권자는 CRM 데이터, 오프라인, 카드 트랜젝션 등 모든 데이터를 다 보고 싶어 하세요.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마케팅 분야에서는 다행히 가능한 상황이 됐죠. 다만 다뤄야 하는 데이터의 양이 10배, 100배로 늘어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액셀로는 한계에 직면하게 됐죠. 공유는 물론 계산 등의 문제가 걸림돌이 된 상황에서 이제 많은 마케팅 성공 사례는 데이터 이슈가 좌우하고 있어요. 데이터를 잘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 중요해지는 것도 그 때문이죠.”
한편 이날 패널토의에서는 마케팅 자동화 전략과 관련된 내용도 다뤄졌다. 홍 상무는 “마케팅 자동화는 고대 이집트 시절 피라미드를 쌓을 때부터 했던 고민 중 하나”라며 각 스텝을 4개 퍼널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콘텐츠를 제작하는 영역의 자동화를 꼽을 수 있어요. 또 하나는 마케팅 예산을 어느 채널에 얼마나 쓰고 그 결과 나온 성과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자동화가 있죠. 그 다음 마케팅이 소정의 목적을 거뒀는지에 대해, 즉 이벤트나 캠페인 진행에 대한 평가를 꼽을 수 있습니다. 평가가 끝난 후에는 이것을 업데이트해 어던 변화된 액션으로 채널 믹스와 비용 전략을 짤 것인지에 대한 액션의 자동화를 꼽을 수 있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디어의 다변화, 채널 다변화로 인해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지금 AI를 적용해 특히 ‘평가’를 맡겨보는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의사 결정과 그에 따른 미디어 믹스, 예산 전략 자동화는 사실 평가에 비해 쉬운 편이거든요.”
이와 관련 조 상무 역시 “AI가 나오며 단계별로 자동화하거나 어시스트 하는 기능이 나오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부족한 시간에 고민하고 있는 마케터라면 반드시 AI를 활용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