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공정을 간소화하고 부대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신공정에 필요한 신소재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우리나라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계속 선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5일 신공법에 적합한 신소재를 자체 개발하여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공법의 난제 해결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10~100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매우 작은 LED를 픽셀 광원으로 사용하는 차세대 자체 발광 디스플레이다.
연구진은 1㎟내에 12개의 LED를 넣었다. LCD나 OLED 디스플레이보다 선명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고 높은 발광 효율 등 장점이 많아 TV, 스마트워치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특히 마이크로 LED는 RGB 소자를 별도 제어해 화면의 밝기와 색상을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고 무기물 반도체를 사용하기에 화질 열화나 잔상이 남는 번인(Burn-in) 현상을 걱정할 필요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도체 공정으로 마이크로 LED를 만들어 디스플레이 패널로 옮겨야 한다. 8K TV의 경우, 필요한 마이크로 LED의 개수가 1억 개에 달하고 크기도 매우 작아 옮겨 심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디스플레이 제작에 필요한 소재도 수입에 의존하기에 가격이 매우 높다.
지금까지 발표된 모든 방식은 LED를 옮기는 ‘전사(轉寫) 공정’ 뒤, LED를 심는 ‘접합(接合) 공정’을 진행했다.
ETRI는 자체 연구로 개발한 신소재인 사이트랩(SITRAB) 필름을 활용해 옮기고 심는 공정을 하나로 합쳤다.
연구진은 세기가 균일한 면 레이저를 마이크로 LED가 접착된 사이트랩 필름에 수 초 동안 쏴서 전사와 접합이 동시에 구현되는 핵심 공정을 만들어 난제를 극복했다.
개발된 공정의 핵심은 균일하게 레이저를 넓은 면적에 쏴도 붙이고자 하는 곳만 선택적으로 가열됨으로 마이크로 LED가 부착되는 것이다. 이로써 개별적으로 이뤄졌던 옮기고 심는 공정의 불편을 없앨 수 있었다.
해당 공법에 적합한 신소재도 자체 개발하면서 마이크로 LED는 물론, 미니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ETRI가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던 전사 장비와 접합 장비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공정을 간소화하면서 불량률도 낮출 수 있다. 또한, 개발된 신소재는 레이저를 여러 번 맞아도 마이크로 LED를 추가로 붙일 수 있어 불량 화소 수리가 매우 쉽다. 이에 따라 수리할 수 없었던 기존 공정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
연구진이 이날 처음 공개한 마이크로 LED는 RGB중 청색을 대상으로 만든 것으로 100㎟내 1225개의 마이크로 LED가 박힌 시제품을 시연했다. 특히, 그간 주로 일본에서 수입되는 전사 및 접합 소재를 국산화할 필요 없이 신소재 개발을 통한 신시장 창출의 길을 열었다.
개발된 기술은 값비싼 해외 장비가 아닌 국내 개발 장비를 활용할 수 있어 상용화에도 유리하다. 이렇게 개발된 ETRI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면 기존 공법 대비 장비 투자비와 공정시간은 1/10, 소재 비용과 수리 비용 및 시간은 1/100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약 16년간 ETRI의 차별화된 신소재 기술을 연구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관련 장비와 공정 개발 노력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기술을 국내 디스플레이 회사 등에 기술을 이전하면 스마트워치와 TV 등 관련 제품을 2년 내로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TRI 최광성 과기부 마이크로 LED용 다기능소재단장은“전 세계 디스플레이 기관들이 사활을 걸고 연구 개발하고 있는 분야에서 ETRI 기술이 선도자 역할을 통해 기존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극복했다. 우리나라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거듭나고 종주국 위상을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