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스마트폰 탈착식 배터리 의무화 전망②- EU, 소비자 수리권·에코디자인 겨냥했다

애플 아이폰 수리 모습. (사진=애플)

삼성전자 갤럭시 S5를 기억하는가. 삼성전자는 10년 전만 해도 배터리를 갈아끼울 수 있는 이른바 탈착식(빼고 끼우는 방식) 배터리 스마트폰인 갤럭시 S5를 공급했다. 하지만 배터리 탈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애플 아이폰 디자인이 어느 새 대세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조만간 변화가 생길 것 같다. 지난달 14일 유럽연합(EU)은 법안 하나를 통과시켰는데 이게 제조사와 소비자들에게 파괴적 영향력을 예고하고 있다. 유럽 역내에서 소비자가 사용하기 쉽도록 탈착식 배터리 스마트폰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상황을 보자면 꼭 2년 후인 2025년 6월이나 7월부터 이 법규정이 시행된다. 이를 계기로 어떻게 착탈식 스마트폰 배터리가 사라지게 됐는지, 그 영향은 뭔지, 그리고 왜 EU는 탈착식 배터리 스마트폰을 의무화하려는지 알아봤다.

일체형 배터리 스마트폰 트렌드가 자리잡은 이면에는 기술 발전에 대한 자신감, 배터리 사고나 도난 방지 대응, 소비자 편의성 제공 등이 자리잡고 있다. 반면 소비자 제품 수리권이 날아갔다는 점도 지적된다. 소비자와 제조업체 어느 한쪽에 일방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EU가 탈착식 스마트폰 공급 의무화에는 소비자 수리권 회복,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친환경 정책 의도가 작용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EU 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지만 지구촌 여타지역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체들에게는 단말기 재설계와 함께 마케팅을 촉진해야 하는데 따른 부담요인이 될 수도 있다. EU의 탈착식 배터리 적용 디자인 의무화 법규정 제정 상황과 내용, 영향 등을 2회에 걸쳐 알아본다.


EU 스마트폰 탈착식 배터리 의무화 전망①-왜 일체형 배터리가 대세됐나···장단점은?

EU 스마트폰 탈착식 배터리 의무화 전망②- EU, 소비자 수리권·에코디자인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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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배터리 법규 전면 재검토 합의

애플 아이폰 배터리를 수리하기 위해서는 무려 14단계의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단말기를 분해해야 한다. 아이폰 14 프로 맥스 바깥판을 뜯어내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아이픽스잇)
그리고 나서 흡입핸들을 사용해 가장자리를 떼내야 한다. 애플 아이폰 배터리 수리 모습. (사진=아이픽스잇)
이어 아이오프너라는 기기를 사용해 접착제를 가열해 줘야 그제서야 뒷판을 떼낼 수 있다. 물론 애플 아이폰뿐 아니라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어느새 이처럼 배터리 일체형으로 스마트폰을 만든다. (사진=아이픽스잇)
미국의 스마트폰 수리 전문업체인 아이픽스잇은 아이폰14 프로맥스 배터리 분리까지 14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아이픽스잇)

유럽연합(EU) 의회는 최근 스마트폰 제조업자들이 사용자들에게 스마트폰 배터리를 더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규정을 마련하는데 합의했다. 더버지는 24일 이같은 EU 지역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그 배경과 파장에 대해 짚었다.

법규정 마련 움직임은 지난달 14일 유럽의회가 EU 역내 배터리 관련 규정을 전면 재검토하는 합의안에 압도적 찬성을 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는 스마트폰 배터리를 더 쉽게 교체하는 것에 대한 규칙이 포함돼 있다. 이 법안은 현재 유럽 의회와 이사회에 의해 면밀히 검토되고 있다. 한마디로 EU는 환경과 최종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 스마트폰에 교체하기 쉬운 배터리를 장착하도록 설계된 규제를 추진중이다. 하지만 이것이 EU이기 때문에, 무대 뒤에서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 법 제정 추진 배경과 함께 그리고 제조업체가 실제로 준수해야 하는 방법과 시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세부 사항은 뭘까.

크리스티나 가나피니 유럽 소비자 수리권(Right to Repair Europe) 조정관에 따르면 널리 인용되고 있는 “오는 2027년이 교체하기 쉬운 스마트폰 배터리 제공 최종 마감기한이라는 얘기가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EU의회가 스마트폰 배터리 교체 요구 법안 2개 가운데 하나를 오는 9월 통과시켜 그로부터 1년 반 후에 발효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EU가 입법화과정에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위한 에코 디자인’이라고 불리는 법안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주목을 끄는 2년 후로 다가온 우리가 맞이하게 될 스마트폰 배터리 교체법이다.

EU 초안의 ‘교체하기 쉬운 배터리’ 정의

2014년 나온 삼성 갤럭시S5는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배터리로 우리에게 각인돼 있다. 손으로 간단히 단말기 뒷 뚜껑을 열어 간단히 배터리를 교체하면 된다. (사진=아이픽스잇)

EU 웹사이트의 에코디자인 규정 초안에 따르면 “배터리는 “제품과 함께 제공되는 도구나 도구 세트, 또는 예비 부품이나 기본도구 없이도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예비 부품은 휴대폰 출시 후 최대 7년까지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교체과정은 일반인 초보자라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쓰고 있다.

이 법안은 현재 유럽 의회와 이사회에 의해 면밀히 검토되고 있으며, 가나피니는 올해 9월 손쉬운 스마트폰 배터리 교체 요구 법안이 통과돼 1년 반 후에 발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 의회가 지난달 개정키로 한 새 배터리 관련 법규정 내용은 핵심적 측면에서 에코(환경) 디자인 규제보다 더 엄격하기에 주목된다.

즉,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배터리를 오래 사용할 수 있게(용량이 큰 배터리를) 만들더라도 ‘손쉽게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하는 의무’를 피해갈 수 없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이 규정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배터리가 500사이클 이후에는 83%, 1000사이클 이후에는 80%의 용량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이는 종종 접착제를 사용해야 달성되는 기능인 에코디자인 규정에 따라 “먼지로부터 보호돼야 하며, 최대 1m 깊이의 물속에서 최소 30분 동안 잠기지 않아야)” 한다. 이는 흔히 IP67 방진 방수 규격으로 통한다.

아이픽스잇의 수리 정책 엔지니어인 토머스 옵소머는 “제조업체에 트레이드오프하기보다는 수리 가능성 요구 사항과 함께 수명 요구 사항을 확인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그는 “500 사이클 이후 83%의 용량과 1000 사이클 이후 80%의 용량은 상당히 야심찬 요구사항이다. 적어도 5년은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에게 떨어진 과제

얼마나 많은 제조업체 스마트폰배터리가 이 긴 배터리 수명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예를 들어 애플의 한 지원 페이지에서 “‘표준 배터리(normal battery)’는 일반적으로 500회의 완전 충방전 사이클 후 원래 용량의 최대 80%를 유지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제조업체들은 이미 이렇게 오래가는 배터리를 제공하고 있다.

안나 조프 페어폰(Fairphone) 대변인은 자사 페어폰 4의 (완전 교체 가능한) 배터리는 이미 이러한 수명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중국 오포는 일부 배터리가 1600번의 충전 사이클 후에도 80%의 충전을 유지한다고 자랑했다.

아이픽스잇의 옵소머는 배터리 규정이 수명에 대한 허점을 제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새로운 배터리 법규가 휴대용 배터리를 포함하는 모든 제품에 적용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이 규정은 휴대폰 및 태블릿 중심의 환경 설계 규정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EU의 ‘교체하기 쉬운 배터리’는 맨손으로 교체하는 배터리

구글 픽셀 스마트폰과 수리에 필요한 각종 도구. (사진=아이픽스잇)

그렇다면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교체하기가 쉽다는 것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

EU의 많은 정의는 절차에 필요한 도구로 요약된다. ‘탈착식’은 피처폰 시대 또는 손톱만 열면 되는 페어폰 기기 중 하나를 떠올리게 하지만, 지난달 투표된 배터리 규정에서 사용된 정의는 그렇게까지 가지는 않는다.

EU의 배터리 규정은 공구 없이 탈착해야 하는 대신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 필요한 공구 종류를 제한한다.

EU의 배터리 교체관련 법규 관련 섹션은 “휴대용 배터리는 최종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되거나 고유의 툴을 사용하거나 이를 분해하기 위한 열 에너지나 솔벤트를 사용해 분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배터리를 떼 낼 때 시중에서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도구를 사용해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쓰고 있다.

배터리 규정의 문구는 도구가 전혀 필요 없는 배터리 교체를 요구하기보다는 최종 사용자가 독점적인 도구나 까다로운 프로세스를 사용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EU의 목표는 모든 휴대폰을 페어폰4(Fairphone 4)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맨손으로 몇 초 만에 배터리가 튀어나올 수 있으며, 아이픽스잇 배터리 교체 가이드가 여전히 기본 도구 한두 개를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최신 HMD 노키아 G22와 더 유사하다.

다시 말해 HMD 노키아의 G22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상용화된 도구를 사용해 교체할 수 있다. 이는 특수하거나 고유의 도구나 솔벤트, 부품을 붙이기 위해 사용한 접작체를 녹이는 히트건(heat gun), 죽 아이픽스잇이 사용하는 아이오프너와 같은 전용 도구 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만큼 간단하다.

배터리 규정에는 단말기 예외규정도 포함돼 있다. 즉, ‘기기의 대부분의 활성 서비스를 위해 주기적으로 물이 튀는 환경, 물줄기 또는 물에 잠기는 환경에서 사용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장치’에 대한 면제가 포함돼 있다. 그러한 규칙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종종 기기가 쉽게 열리도록 설계된 경우 어려움을 겪을 특징으로 방수 기능을 언급한다.

소비자 수리권 쾌조의 스타트···빠뜨린 내용이 소비자 발목 잡을 수도

토륵스 스크루 드라이버(왼쪽)와 아이픽스잇의 오프닝 픽(openick pick). (사진=인사이트 시큐리티, 아이픽스잇)

문제는 EU가 법규정안에서 빠뜨린 부분이나 예외(유예)규정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 즉,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은 부분 ▲특별히 설계된 장치에 대한 방수 유예 규정과 이에 대한 발대 의견이 그것이다.

아이픽스잇의 옵소머는 EU법이 “기본 도구, 제품 그룹별 도구, 기타 상업적으로 사용 가능한 도구 및 독점적인 도구”만을 정의하고 “전문화된 도구는 정의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 현재 사양은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사용자가 실제로 특화(전문화)됐지만 공식적으로 그렇게 정의되지 않은 도구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을 쉽게 야기할 수 있다”며 “그 비용은 교체 배터리의 비용은 쉽게 초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픽스잇은 “기본적인 도구를 사용해 단말기를 수리할 수 있다면 EU 의회 의원들이 이를 배터리 법 규정에 따라 사용자가 수리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 범주에는 ‘일(一)’자 드라이버, 십(十)자 드라이버 같은 일반적인 드라이버 스타일이 포함되지만, 옵소머는 아이픽스잇 오프닝 픽과 같은 더 나은 도구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받아들인다.

또 다른 잠재적인 쟁점은 사용자가 교체할 수 있는 배터리가 방수 기능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배터리 규정에는 ”기기의 대부분의 활성 서비스를 위해 주기적으로 물이 튀는 환경, 물줄기 또는 물에 잠기는 환경에서 사용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장치“에 대한 유예가 포함돼 있다. 그러한 규칙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기가 쉽게 열리도록 설계된 경우 종종 방수 기능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옵소머는 성명에서 EU의 면제는 “근거없는 안전 주장”에 기초하고 있으며 사용자가 교체할 수 있으며 방수 구조를 가진 기기의 예로 수중 손전등을 언급했다.

수리 기술자인 루이스 로스먼은 유튜브 동영상에서 삼성 갤럭시 S5(IP67-그래서 최대 30분까지 1m 얕은 물에 잠겨도 방수됨.)와 소니 XP10(IP68-더 깊은 물에 더 오랜 시간 동안 잠겨도 방수)을 제거 가능한 배터리폰도 제공하는 우수한 방수 기능 스마트폰으로 꼽는다.

그러나 페어폰 4(IP54:튀는 물에 대한 보호 기능 제공)과 노키아 G22(IP52:똑똑 떨어지는 물에 대한 보호 기능 제공)와 같은 최근나온 수리 가능한 휴대폰은 그다지 방수성능이 좋지 않다.

지난달 이뤄진 새로운 배터리 법규정 마련여부에 대한 투표 결과는 소비자수리권 운동가들에게 널리 환영받았다.

가나피니 유럽 소비자 수리권 조정관은 이에 대해 을 “수리권을 위한 큰 성공”이라고 불렀고, 아나 마리야 마드주로바 페이폰 고문 변호사는 “산업 전반에 걸친 배터리가 더 내구성 있고, 지속 가능하며, 수리 가능하도록 보장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의 성공적 투표에도 불구하고 EU의 사용자 교체 배터리 법규정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배터리 규정은 유럽 의회가 여전히 에코디자인 규칙을 면밀히 검토하는 동안 EU 각료이사회(Council of EU)에서 공식 승인을 받아야 한다.

EU는 물론 전세계 소비자가 혜택받을 듯

현재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두 법규 세트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서로 다른 그룹 들이 작성된 법규에 대한 더 느슨하거나 더 엄격한 해석을 위한 논의가 막후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 유럽의 스마트폰 구매자(사용자)들은 시간경과에 따라 배터리성능이 떨어져도 (탈착식 배터리로)단말기를 계속 가동하면서 매립지로 가지 않게 하기 훨씬 쉬워질 것이다. 그리고 제조업체들이 유럽에서만 판매되는 사용자 교체 가능한 배터리로 장치를 생산하기를 원하지 않는 한 세계의 여타 국가들도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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