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휴대폰 USB-C 표준화법 통과 배경·효과 및 향배

유럽연합(EU) 의회는 오는 2024년 말부터 USB-C를 모든 새로운 스마트폰, 태블릿 및 카메라용 케이블을 C타입 USB(USB-C)표준으로 단일화하도록 강제하는 새로운 법을 지난 4일(현지시각) 통과시켰다. EU 의원들이 찬성 602표, 반대 13표로 채택한 이 법안은 노트북(제조사들)에는 유예 기간을 두어 2026년 초부터 적용받도록 했다. 이 법은 유럽시장에서 애플이 라이트닝 케이블을 삼성 같은 경쟁사들이 쓰는 USB-C로 교체토록 압박하는 것이기도 하다. EU의회는 이어 스마트기기 무선충전 상호 운용성(호환성)에 대한 검토에도 들어갔다. 스마트기기에 USB-C 표준을 강제하는 법이 통과되기까지의 배경,경과, 시행 기대 효과 및 애플의 반발속 향배 등을 살펴봤다.

EU의 전자기기 충전기 단일화 법안 내용과 효과는?

유럽의회는 2024년 말부터 모든 휴대폰에 C타입 USB(USB-C) 케이블 사용을 의무화했다. 티에리 브레톤 EC내수 담당 정책 집행위원이 10년 전부터 추진해 온 이 표준 정책을 강제화하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EU)

유럽연합(EU)은 다양한 소형 전자기기에 USB-C로 충전토록 하는 법안을 추진해 왔다. EU 역내 가전품 제조업체들은 이미 10년 전 EC와의 자발적인 합의에 따라 시장에 나와 있는 수십 개의 단일 충전 기준에 합의했다.

EU 의회는 지난달 23일 유럽 대통령 및 국무총리의 모임인 EU 이사회(EU Council)와 합의하고 발표한 USB-C 표준 법안을 지난 4일(현지시각) 통과시켰다.

EU이사회는 이 합의를 공식 승인하게 되며, 이후 이 법은 관보격인 EU공식저널에 게재·공포된다.

EU의회는 이 법 시행 시간표와 추가로 영향을 받는 기기(노트북 등)의 범주를 확정해 발표했다. EU의회는 “이 법은 ‘2024년 말까지’ EU에서 판매되는 모든 휴대폰, 태블릿, 디지털 카메라, 헤드폰, 헤드셋, 이어버드(이어폰), 휴대용 스피커, 휴대용 비디오 게임기, 전자책(e-readers), 키보드, 마우스, 내비게이션 시스템들에 USB-C 유선충전 포트를 사용토록 하며, 최대 100W의 전력 공급을 지원토록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EU는 “노트북은 2026년 봄부터 USB-C 충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법은 또한 모든 급속 충전 장치가 동일한 충전 속도를 사용하도록 요구한다. 이 규칙은 충전 기능을 설명하는 ‘전용 라벨’로 시행된다.

이 법규 발표 후 EU 회원국들은 규칙을 바꿀 수 있는 1년의 시간이 있고, 그 후 1년 간 정착 기간이 이어진다. 이 법은 이 기간이 지난 후 출시된 제품에만 적용된다.

EU 의회는 이 법안 투표가 찬성 602표, 반대 13표, 기권 8표로 통과됐다고 말했다.

이 법이 2024년 말부터 시행되면 소비자들은 전자기기를 구입할 때 이미 집에 하나 이상의 (표준화된)케이블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충전기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즉, 신제품을 살 때 USB-C 충전기를 포함하거나 포함시키지 않고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게 된다.

유선USB-C규제에 이어 무선충전 강제 표준도 준비중?

EU는 유선 USB-C표준화에 이어 무선충전 표준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앵커닷컴)

지난해 9월 EU가 휴대폰 USB-C 충전기 표준화 계획을 발표하자 애플 등 일부 비판론자들은 이런 규제가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보였다.

이에 유럽위원회(EC)는 새로운 기술이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이 기술에 대한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 공급업체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EU의 보편적 충전 의무는 언젠가 USB-C와는 다른 유형의 충전 의무화를 요구할 수 있다.

EU 의회의 발표는 일부 전향적인 사고를 보여주면서 무선 충전을 간략하게 언급했지만, EU 가 그것을 어떻게 규제할지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EC의회는 “...EC는 소비자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2024년 말까지 상호운용성 요건을 조화시켜야 할 것이다”라고 발표문에서 밝혔다. 또한 “이는 또한 소비자가 단일 제조업체에 의존하게 되는 이른바 ‘기술적 잠금 효과’도 없앨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유선충전에 한한 것이다. 따라서 애플처럼 아이폰 같은 제품에 이 기술을 사용하기를 완강히 반대하는 애플 같은 회사들에게는 무선충전이 EU의 이번 USB-C 요구 사항을 우회하는 잠재적 (우회) 경로가 될 수도 있다.

애플이 USB-C 아이폰을 만든다는 소문이 있긴 했지만 이 회사는 기존 라이트닝 커넥터를 선호한다. 또한 이번에 통과된 EU법이 고유의 커넥터를 금지하지는 않지만, 그것과 함께 USB-C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선 충전에만 의존하는 아이폰은 비용, 데이터 전송 우려, 섀시 내구성 등으로 인해 실용적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EU 정부는 결국 무선 충전기에 대해서도 규제(표준화)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애플은 기존 아이패드 에어, 아이패드 미니, 아이패드 프로는 라이트닝 대신 USB-C를 통해 충전토록 하고 있어 이미 어느 정도 이 타원형 커넥터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U, 소비자 부담·전자쓰레기 증가 줄이는 ‘지속 가능한 선택’

EU의회는 “EU에서만 (충전기가 표준화되지 않아)연간 약 1만1000톤의 전자 폐기물이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시중에 여러 종류의 충전기가 나오면서 새 휴대폰 등을 구입할 때 기존 기기 구매시 사 둔 충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진은 USB-C 케이블. (사진=토니 웹스터/플리커)

EU 의회의 발표는 USB-C 명령을 통해 전자 폐기물을 줄이고 소비자가 더 지속 가능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EU 정부의 목표를 반복해 보여주는 것이다.

EU의회는 지난달 23일 법안 제안 발표 자료 (https://ec.europa.eu/commission/presscorner/detail/en/IP_21_4613)에서 “이러한 상황은 전자 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독립형 충전기에 연간 약 24억 유로(약 3조 3800억 원)를 지출하는 소비자들에게 불편할 뿐만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든다. 또한 폐기 및 미사용 충전기로 매년 최대 1만1000톤의 전자 폐기물이 쌓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EU 정책 입안자들은 단일 충전기 규정이 유럽인들의 삶을 단순화하고, 산더미처럼 쌓인 낡은 충전기를 줄이고, 소비자들의 비용을 줄일 것이라고 말한다.

EC는 이 법이 “더 많은 충전기들의 재사용을 유도하고 소비자들이 연간 최대 2억 4000만 유로(약 3500억여 원)의 불필요한(잉여) 충전기 구매 비용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거 EC 디지털 시대 적합성 담당 위원은 “유럽 소비자들은 호환되지 않는 충전기가 서랍에 쌓여 충분히 오랫동안 좌절했다”며 “우리는 업계가 자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었고, 이제 공동 충전기를 위한 입법 조치가 무르익었다. 이것은 우리의 소비자와 환경에 중요한 승리이며 우리의 녹색과 디지털 야망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EU의회의 이 법안 주도자인 몰타의 알렉스 아기우스 살리바 EU의회 의원은 “오늘은 소비자들에게도, 우리 환경에도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EU의 움직임은 전 세계에 파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27개국 경제권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소비자 중 하나로 꼽히며 4억 50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경제권의 규제 변화는 종종 ‘브뤼셀 효과’로 알려진 전세계 산업 규범을 설정한다.

실제로 전 세계 다른 지역들도 EU의 선례를 따라 그들이 전자기기 충전을 어떻게 규제할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브라질은 USB-C 휴대폰 정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애플에 USB-C충전을 수행하도록 장려하면서 충전기 없는 아이폰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의원들도 만능충전기 정책을 밀어 부치고 있다.

USB-C vs 라이트닝

애플은 이미 아이패드에서 다기능 USB-C 포트를 사용해 충전 및 외장 저장 장치, 카메라, 디스플레이와 같은 액세서리에 연결하고, 다른 기기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진=애플)

삼성 등 구글 안드로이드 기기 진영이 사용하는 USB-C 포트는 최대 100와트(W)의 속도로 충전하고 초당 최대 40기가비트(Gb)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으며 외부 디스플레이에 연결할 수 있다.

삼성에 이어 세계 2위의 스마트폰 판매량을 기록중인 애플은 애플은 “EU의 이 법은 불균형하고 혁신을 억누를 것”이라며 이의 준수에 반발하는 입장이고, 다른 제조업체들은 대체 케이블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아이패드와 노트북에는 USB-C 충전 포트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따라 시장에는 여전히 6가지 유형의 케이블, 즉 구형 USB-A, 미니 USB, USB 마이크로 등이 판매되고 있다.

애플은 최신 아이폰에서 무선 충전 기능을 제공한다. 그리고 향후 모델에서는 케이블 충전 포트를 완전히 없앨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제공되는 무선 충전 옵션은 USB-C보다 낮은 전력 및 데이터 전송 속도를 제공한다.

테크익스플로어는 “대용량 데이터 파일에 초고해상도 사진과 동영상을 캡처할 수 있는 최신 아이폰모델을 구입한 일부 사용자들이 ‘라이트닝 케이블이 USB-C에 비해 아주 느린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한다’는 불평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와 관련, 결국 소비자들이 EU와 애플 가운데 누가 합리적인지, 어떤 혁신이 요구되고 있는지 판단하게 될 것 같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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