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생활방식만 변화시킨 게 아닙니다. 수많은 이들의 마음 즉, '정신 상태(Mental)'를 흔들었습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항불안제를 처방 받은 환자의 수는 코로나 발생 전년 대비 25% 증가했습니다. 2019년에 월 평균 71만명이었지만 2020년 들어 월 평균 89만명으로 늘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2021년에도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로나 블루'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스며든 것입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증을 뜻하는 ‘Blue’가 합성된 신조어로, 정식 의학용어는 아닙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일련의 사회적 고립 속에 새로운 우울증의 형태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홍창형 아주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블루가 생기는 원인에 대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감염병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모임을 자주 갖지 못하고 외출을 못 해서 생기는 답답한 마음', '경기가 나빠지면서 경제적 손실이 커져서 생기는 분노감'이라고 설명합니다. 사회적 스트레스가 결국 개인의 우울증으로 나타난 셈입니다.
코로나 블루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더 위험도가 커지고 있습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 이후 불안증세를 보이거나 불안증에 걸린 비율이 29.5%였고, 우울증세를 보이거나 우울증에 걸린 비율은 36.8%로 조사대상 15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지난 10년간 일정 수준을 유지하던 우울증 발생률이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불안이나 손실 등 스트레스 요소는 늘어났지만, 이를 줄일 수 있는 사회적 교류나 고용·교육·활동 기회 등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전 인류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명상에 주목했습니다. 누군가를 만날 수 없는 비대면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스마트폰에 결합된 명상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와 관련 콘텐츠는 특히 우울증을 겪는 이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심리 치료를 위한 명상 애플리케이션의 본격적인 시작은 명상 앱 헤드스페이스(Headspace)의 창업자인 리치 피어슨(Rich Pierson)과 앤디 퍼디컴(Andy Puddicome)의 경험에서 비롯됐습니다. 퍼디컴은 스님이 된 후 지역 보건소에서 명상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는 이때 명상 수업에 참가하고 싶어도, 제한된 공간과 시간으로 인해 참석할 수 없었던 이들을 보면서 스마트폰 명상 애플리케이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은 방문자 등록 QR코드부터 코로나 백신 예약 및 접종 증명에 이르기까지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기기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심리 치료 기기로서의 기능을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확장일 것입니다.
코로나 블루를 겪는 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명상 앱 관련 시장도 급격하게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명상 앱 서비스인 '마보'가 발표한 '글로벌 명상 시장과 명상 앱 시장, 한국시장에서의 시사점'에 따르면, 글로벌 명상 앱 시장은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41.0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바일 시장 리서치조사업체 센서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명상 대표 기업들은 '헤드스페이스(Head Space)', '캄(Calm)', '심플 해빗(Simple Habit)' 등이 있습니다. 이중 '캄(Calm)'의 경우, 약 1억명이 사용하고 있으며, 기업가치는 2조원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19 발생 이후, 명상 앱을 찾는 이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명상 앱 마보는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지난 2월에서 3월로 넘어가면서 신규 가입자가 2배 늘었습니다. 또 영국 언론인인 다니엘 튜더가 설립한 명상 앱 '코끼리'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가입자 수가 40% 증가했고, 론칭 1년 6개월 만에 누적 가입자 40만명을 돌파해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명상 앱 시장의 성장은 개인 측면에서만 기인하지 않습니다. 조직에서도 소속 직원들에게 명상 프로그램을 제공 중입니다.
KOTRA에 따르면 구글,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IT 대기업은 물론, 로이터, 제너럴 밀스,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 도이치뱅크, KPMG,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크레디트 스위스 등 글로벌 은행과 컨설팅 업체들도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해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 역시 직원들의 정신 건강 챙기기에 나섰습니다. 마보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에서 10월 사이 기업의 명상 프로그램 도입은 전년 대비 40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SK텔레콤, LG 유플러스,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과 병원과 공공기업, 교육 기관 등이 공식적으로 마보 앱을 사용할 수 있는 구독권을 자체적으로 구입해 직원에게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명상 앱 서비스는 다른 영역으로도 확장하고 있습니다. 마보는 SK텔레콤과 지난해부터 AI 스피커 ‘누구(NUGU)’ 전용 명상 서비스 ‘누구 마음보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당초 사내 프로그램으로 기획 됐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염두해 일반 고객 대상 서비스로 확대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용자가 AI 스피커 누구에 대고 “아리아~ 마음보기에서 명상 들려줘”라고 하면 추천 명상 콘텐츠가 자동으로 재생되는 방식입니다. 또 서울의료원과 함께 코로나19로 격리 치료를 받거나 자가 격리를 하는 사용자를 위한 특별 명상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확장에 대해 유정은 마보 대표는 "한국 사회의 높은 스트레스 수준과 코로나 19로 인한 멘털 웰니스의 중요성 대두로 명상 시장과 명상 앱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명상 앱 서비스는 단순히 스마트폰 앱이 아닌, 코로나 팬데믹 속 일상에서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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