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X)은 2004년 스웨덴 우메오 대학의 에릭 스토르터만 교수가 처음 언급한개념으로, ‘지속적으로 발달하는 디지털 기술을 생활에 적용해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영미권에서 ‘Trans-‘를 보통 ‘X’로 바꿔 쓰기 때문에 통칭 DX라고 불린다. 경영 측면에서 DX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기업의 전략, 조직, 비즈니스모델, 문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영전략’을 의미하기도 한다.
초기 DX는 고객관계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부문의 분석 고도화 활동과 같은 협소한 의미로 적용됐고,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에는 이를 활용한 모바일 타깃 마케팅 등의 기업 마케팅 활동을 의미하기도했다. 당시까지는 향후 미래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한 데이터 확보에 집중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DX가 복합적 의미의 기업경영 전략으로 부상한 것은 2010년 무렵,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등장 하면서부터다.
결정적으로 DX의 가치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 알파고의 등장 이후였다. 구글의 딥마인드 기술로 탄생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배경에는 인공지능 기술과 더불어 방대한 저장용량과 컴퓨팅을 가능케한 클라우드 인프라가 있었던 것이다.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기술에 더해진 인공지능 기계학습을 통한 알고리즘의 등장은 디지털 혁신이 ‘돈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과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꿔 놨다.
성공하는 기업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은?
다보스포럼에서는 세계적으로 2025년까지 DX에 의한 경제 사회적 부가가치 창출 규모가 100조 달러(약 11경 4600조)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버드경영대학원(HBS)의 연구에 따르면 DX를 추진한 상위 25%의 선도 기업이 하위 기업보다 3개년 평균 매출 총 이익이 55%, 평균 수입은 16%, 평균 순이익은 11%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진행하며 지속적으로 DX를 추구해 온 빅테크 기업들은 수년간 확보한 고객 빅데이터를 활용해 제품 구매와 서비스 이용에 관련된 ‘고객 경험의 여정’을 관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 경험 여정 각각의 요소를 분석하고 공통적인 요소를 도출해 개별 고객의 취향과 구매 패턴을 고려한 개인화 서비스까지 진행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작업의 과정을 거쳐 고객에게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모두 경험하지 않고서도 추천 시스템을 통해 구매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구독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고객 이탈율을 최소화하고 충성도를 유지·강화하는 방식으로 적용하고 있다. 또한 콘텐츠 분야에서는 고객이 선호하는 스토리라인, 장르까지 분석해 추후 제작하는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이미 몇 해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귀중한 자원은 이제 더 이상 원유가 아니라 데이터”라고 밝히며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방대한 빅데이터를 보유한 기업들이 미래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들이 추구해온 DX 과정의 공통점은 우선 CEO의 명확한 비전과 적극적인 의지를 바탕으로 한 탑 다운(Top-Down)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DX는 조직, 비즈니스 모델, 프로세스, 운영 관리 등 경영 전반을 ‘파괴적’이라고 표현될 만큼 급격히 변화시키는 방식이기에 유능한 리더십은 필수적이었다.
두 번째로는 명확한 목적과 비전을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기업들이 하니 우리도 한다는 식으로 도입한 DX 전략은 해당 기업에 최적화돼 있는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와 방향 수정 등을 거치며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 보유한 핵심 경쟁력에 기반한 목적과 비전을 설정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상품 종류’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으며, 넷플릭스는 ‘고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준다’는 사명 아래 모든 직원들이 데이터를 근거로 자율과 책임을 부여받고 성과를 내고 있다.
세 번째로는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혁신의 주도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DX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기업에서는 대부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설정 및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확한 분석을 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마케팅 조직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며 이를 진두지휘해 DX 전략을 추진하는 CDO(최고데이터책임자, Chief data officer)를 임명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사항이다. 넷플릭스 스튜디오 제작 부분의 데이터 과학 리더인 리트윅 쿠마르는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스튜디오 산업을 디지털로 혁신하는 것은 데이터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했다.
네 번째로는 작게 시작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한 우리나라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유니콘 기업들에게도 엿볼 수 있는 특징이다. 대부분이 처음부터 대규모 프로젝트로 시작한 것이 아닌, 작은 사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실행에 중점을 둔 시작을 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며 혁신을 거듭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개선이다. 지속적인 개선이 없었다면 넷플릭스는 언제까지 비디오 대여 사업에 머무르다가 사라졌을 지도 모르며 페이스북은 하버드 학생들의 커뮤니티 사이트로 끝났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파괴적인 혁신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에서 2006년 진행한 ‘넷플릭스 프라이즈 대회’다. 넷플릭스는 당시 자사의 시네매치 알고리즘을 10% 이상 뛰어넘는 추천 기술을 만드는 개발자에게 100만 달러의 상금을 주겠다며 자기 파괴적인 혁신에 나섰고, 그 결과 선발된 기술은 현재 넷플릭스 데이터기반 추천 시스템의 근간이 되고 있다.
글로벌 제조, F&B 기업의 DX 사례로 주목받는 나이키와 스타벅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의 DX 사례는 이미 유명하다. 사실 글로벌 기업 생태계에서이들의 등장 혹은 피보팅(사업방향 전환, Pivoting) 자체가 이미 DX였다고도 할 수 있다. 인터넷 서비스 기반 빅테크 기업 외에도 소비재 중심의 제조 기업의 DX 사례는 어떨까? 이들은 한때 유명세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기술 혁신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의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은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 등 인기 스포츠 스타를 활용한 ‘스타 마케팅’이었다. 글로벌 스포츠용품으로서 이미 강력한 입지를 굳힌 나이키와 DX는 큰 연관없이 없어 보였지만, 나이키는 스포츠 웨어에 디지털을 적용한 DX를 시도하며 안주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6년 출시한 디지털 웨어러블이다. 나이키의 자체 디지털 센서인 ‘나이키 플러스’와 애플의 아이팟 나노가 결합된 ‘나이키+아이팟’은 신발 속 나이키 플러스 센서가 사용자의 발걸음을 측정해 아이팟으로 전달하는 일종의 피트니스 기능을 내장하며 화제가 됐다. 지금으로서는 특이할 것이 없지만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에도 나이키는 2010년 독립적인 디지털 스포츠 부서를 신설해 ‘나이키+GPS’, ‘나이키+스포츠워치’, 2012년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콜라보로 출시된 ‘XBOX 키넥트 트레이닝(Nike+kinect training)’, 2016년 애플과 콜라보한 2세대 스마트 밴드 제품 ‘애플워치 나이키 플러스’ 등을 통해 지속적인 스포츠 소프트웨어 역량을 구축했으며 지난 2019년에는 ‘나이키 핏(Nike Fit)’이라는 자체 인공지능 서비스를 출시했다. AI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의 발 사이즈를 자동으로 찾아 제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사용자 편의를 위해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하는 나이키의 DX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커피 전문점 브랜드 스타벅스 역시 지난 2008년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임명된 스테판 질렛이 디지털 벤처 부서를 신설하며 본격적인 DX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탄생한 것이 지금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스타벅스 앱을 통한 ‘e프리퀀시’ 서비스와 ‘사이렌 오더’ 시스템이다. 지금으로서는 특이할 것이 없지만, 당시로서는 대단한 혁신이었다. 이로 인해 고객들은 ‘스타벅스 플래너’와 같은 굿즈를 받기 위해 더 이상 종이 스티커를 모으지 않아도 됐다. 이 시스템은 e프리퀸시를 모으지 못해도 메신저나 SNS로 바코드 번호를 주고 받는 공유가 가능해 스타벅스 플래너를 갖고 싶어 하는 많은 이용자를 스타벅스 앱으로 유입시키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출시 11주년을 맞이한 스타벅스 앱은 현재도 주문부터 포인트 적립, 모바일 기프트와 이벤트 참여까지 앱 하나로 모든 소비자 활동이 이뤄지도록 운영되고 있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브랜드의 감성과 문화를 표현하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고객 유입을 유도하는 성공적인 DX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나라 물류 기업도 이제는 DX다
우리나라는 네이버, 카카오 등의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푸드테크, 이커머스, 모빌리티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DX가 추진돼 왔다. 최근에는 여기에 질세라 물류 분야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혁신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이는 기존 사업에 AI 시스템을 적용해 고도화하는 방식 등으로 전개되고 있어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SK㈜ C&C는 최근 SKT의 글로벌 물류 자회사인 FSK L&S의 물류시스템 '케롤(KEROL)'을 클라우드 컨테이너 기반 서비스로 전환 구축하는 사업을 완료했다.
FSK L&S는 반도체 제품·정밀장비, 배터리, 화학설비·제품, 식료품, 해외 직구·역직구 등 물류 비즈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BPO) 사업과 국제물류 포워딩 사업을 수행하는 B2B 비즈니스를 주로 해 왔다.
최근 새로 구축된 케롤 시스템은 아마존웹서비스(AWS) 기반으로 SK㈜ C&C가 제공하는 컨테이너플랫폼(Cloud Z CP on AWS)을 활용해 빠른 신규 서비스 개발·배포와 무중단 적용을 지원한다. FSK L&S는 이를 통해 갑작스러운 물류 수요 증가에 따른 시스템 사용량 폭증을 소화하며 향후 AI 기반 물류 효율화 서비스 결합도 고려하고 있다.
기존 사업에 아이디어를 더해 신사업을 추진하는 한진의 사례도 주목된다. 한진은 지난 6월 택배차량을 활용해 네이버 지도 '거리뷰' 촬영 이미지와 도로정보 데이터베이스(DB)용 데이터를 수집하는 신사업에 나섰다. 이는 지난 2019년 사내 공모전에서 1위로 선정된 직원의 아이디어를 검토해 실제 추진까지 이어진 사례가 됐다. 특히 주목할 것은 한진이 이 사업을 위해 VR·AR 콘텐츠 솔루션과 지리정보시스템(GIS) 원천기술을 보유한 네이버지도 거리뷰 서비스 제공업체 UOK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양사는 최근 택배차량에 장착 가능한 카메라와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테스트를 완료했다.
한진은 자체 보유한 물류네트워크를 활용 시 도심지역을 2~3일 주기로 촬영해 도심 데이터 최신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진은 택배차량의 카메라를 통해 거리뷰, 건물·가로등·시설물·노면 등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지도·내비게이션·자율주행 서비스 구축 기반인 도로정보데이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은 ‘클로바 포캐스트’를 적용해 기존 곤지암 센터에 이어 이달부터 경기도 군포에 연면적 3만 8400㎡(약 1만1000여평) 규모의 e-풀필먼트 센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어 8월에는 용인에 오픈하는 1만 9174㎡ (약 5800평)의 신선식품전용 콜드체인 풀필먼트 센터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네이버의 클로바 포캐스트는 네이버 쇼핑 주문량을 하루 전날 예측해 물류센터 인력 배치와 운영 효율화를 돕는 AI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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