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지난해 대기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 1345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현황 및 계획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불과 9.7%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담 조직을 보유한 기업은 전체의 2.1%, 전담 인력을 보유한 기업은 전체의 6.2%에 불과했다.
기업에 엄청난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며 급기야 비즈니스 모델까지도 바꿔버리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전환, DX 또는 DT)이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에서 화두로 떠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이를 통해 이뤄 낸 대대적인 혁신을 바탕으로 전 세계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한 기업의 경쟁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확산되며 많은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더욱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보편화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은 이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분야의 넷플릭스, 곧 우리나라 진출을 앞두고 있는 디즈니플러스 등이 그렇다.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시작한 아마존은 기존 비즈니스를 바탕으로 예상을 뛰어 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늘날 글로벌 시장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변화 중 하나로 요동치는 글로벌 기업 순위를 꼽을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최고로 손꼽히던 기업이 순식간에 쇠퇴하기도 하고, 이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기업이 새롭게 등장하기도 한다.
마치 과거 가수들이 하나의 히트작을 내면 꽤 오랫동안, 심지어 평생에 걸쳐 인기를 유지하던 상황에서 이제는 몇 개월, 몇 주 단위로 순위가 뒤바뀌고 새로운 곡을 선보이지 않으면 잊혀지는 것과 같다. 기업 역시 끊임없이 혁신을 거듭하지 않으면 언제든 글로벌 경쟁에서 패하고 심지어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그 승패를 좌우하는 선택이 되고 있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1990년대 인터넷 혁명과 함께 등장했다. 초기에는 인터넷으로 사회 전반의 생활방식과 기업의 비즈니스가 커다란 변화를 겪으며 기존 전통적인, 혹은 구시대적인 방식을 벗어난 혁신을 의미했다. 1차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거나 구매하기 위해서 대면 접촉이 필수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을 통한 구매와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 졌다. 영화와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MP3, VOD 서비스와 같이 디지털화된 제품이 출시되고 전자상거래를 통한 온라인 마켓이 생겨났다. 정부를 비롯한 각 기업들은 서버, 네트워크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빠르게 진행했다.
인프라 구축과 함께 기술의 발달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세계는 곧 초기 인터넷 서비스에서 불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해 지는 시기를 맞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이 초고속인터넷망으로 연결되며 인터넷 이용이 대중화된 2000년대 무렵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인 성장세에 들어섰으며, 이에 따라 기업들은 마케팅 및 비즈니스에 본격적인 디지털 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집중적인 디지털 산업 육성을 통해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떠오른 시기도 이 무렵이었다.
2010년대에 접어들며 변화는 더욱 다양하면서도 동시적인 양상으로 이어졌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이 등장하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이 언급됐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는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가파른 성장을 시작했다.
그간 비즈니스의 일부에만 적용됐던 디지털 기술은 비로소 제품 생산과 유통, 소비 전 과정에 적용되며 세상은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로 진입했다. 기업 경영전략 및 비즈니스 모델 역시 전반적인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적용되며 혁신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필수 조건은?
증기기관의 탄생으로 비롯된 1차 산업혁명, 전기·내연기관과 함께 시작된 2차 산업혁명, 컴퓨터·인터넷을 등장과 함께 시작한 3차 산업혁명에 비해 지금의 4차 산업혁명은 어느 특정 기술에 의해 시작된 변화가 아니라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속도와 범위, 영향 측면에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변화가 지속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의 시기에 기업들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고객경험, 운영·관리 프로세스 혁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의 세 가지 영역에서 추진하고 있다.
첫 번째 고객경험은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고객 중심의 서비스 제공에 활용하는 것이다. 과거 대량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던 방식은 디지털 네트워크의 바다에서 고객과 서비스가 1대 1로 연결되는 지금의 방식과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에 고객이 주목하는 것은 자신의 취향, 개성을 담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였다. 개별 고객은 정보와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찾으며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기 시작했고, 기업들은 그러한 ‘고객의 여정’을 분석하고 공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운영·관리 프로세스의 혁신은 과거 전통적인 방식에서 효과적이었던 기업 조직의 표준화, 통제,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데이터 분석, 공유하고 이를 유연하게 업무와 커뮤니케이션에 적용하는 것이다. 과거 몇몇 유능한 개인의 전문성과 역량에 기업에 성공을 의존하기보다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과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모바일, 소셜미디어,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의 다양한 디지털 기술의 적용 역시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위 두 영역에서 도출된 결론을 통해 향후 디지털 기술의 변화와 대내외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고려해 기업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핵심경쟁력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 경험 강화, 지속적인 프로세스의 개선 등을 통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열거한 바와 같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기술의 발달에 따른 시장, 고객의 변화 요인을 분석해 장기적인 관점의 기업 비전 및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른바 ‘탑 다운(Top-Down)’ 방식이 적용되야 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애플의 미래를 제시한 것은 스티븐 잡스였으며, 오늘날의 아마존을 만든 것은 제프 베이조스였고, 넷플릭스를 글로벌 OTT로 탈바꿈 시킨 것은 리드 헤이스팅스였다. 사라질 뻔한 디즈니를 구해낸 밥 아이거의 묘수 역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었다.
관련 기사
소셜댓글